책 소개
“지금 당신은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가”
불안과 방황의 시간을 건너는 이들에게
헤세가 건네는 삶의 기술
★ 《데미안》 《싯다르타》 《황야의 늑대》 등 대표작과
에세이, 시, 편지에서 엄선한 217편의 글
★ “헤세의 책을 읽는 것은 폭풍 한가운데서
등대의 빛을 만나는 것과 같다.” - C. G. 융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불현듯 불안해지는 순간이 있다. 남들은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은데 나만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닌지,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정말 내가 원했던 길인지 알 수 없어지는 순간. 더 나은 내일을 향해 쉼 없이 달리지만, 정작 오늘의 삶은 자꾸만 뒤로 밀려난다.
100여 년 전, 누구보다 크게 흔들리고 방황하며 삶의 답을 찾아 헤맨 사람이 바로 헤르만 헤세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였지만, 그의 인생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청소년기에는 정신병원에 입원할 만큼 극심한 방황을 겪었고, 작가로 성공한 뒤에는 전쟁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조국 독일에서 출판 금지를 당하고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여기에 가족들의 병마와 죽음, 두 차례의 이혼, 헤세 본인의 신경쇠약까지.
그럼에도 그는 세상이 말하는 손쉬운 정답을 따르는 대신, 자기만의 답을 찾기를 멈추지 않았다. 《데미안》 《싯다르타》 《황야의 늑대》 《수레바퀴 아래서》 등 수많은 작품에서 그는 되풀이해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하면 타인이 원하는 내가 아니라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아갈 것인가. 이토록 불완전한 삶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대체 어디를 걷고 있나. 그곳이 다른 사람의 길은 아닌가. 그래서 어쩐지 걷기 힘들지는 않은가. 너의 길을 걸어라. 그러면 멀리까지 갈 수 있다.”(13쪽)
헤세에게 삶이란 결국 자기 자신에 이르는 여정이다. 좋은 책과 스승이 이정표가 되어줄 수는 있어도, 자신의 삶을 해석하고 그 길을 걸어갈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이 책은 우리보다 앞서 이 길을 걸었던 헤세가 평생에 걸쳐 찾아낸 삶의 기술을 한 권에 담았다. 20년 넘게 헤세, 카프카, 쇼펜하우어, 니체의 책을 번역해온 독문학자 홍성광이 소설부터 에세이, 시, 편지에 이르기까지 헤세 사유의 정수가 담긴 글들을 엄선해 옮기고, ‘자기 자신에 이르는 일곱 개의 길’로 새롭게 엮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고민에 맞춰 다듬어진 문장들은 단순히 마음을 다독이는 위로에 그치지 않는다. 헤세가 스스로에게 던졌던 오래된 질문들을 따라 걸으며 독자 자신의 내면에서 울리는 답을 찾게 한다.
영원한 방랑자 헤르만 헤세가 건네는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법
자신의 삶을 산다는 것은 지금 내 앞에 놓인 삶을 온전히 살아내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미루곤 한다. 원하는 것을 얻고 나면, 조금 더 성공하고 나면, 지금의 불안이 사라지고 나면,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헤세는 묻는다.
“자네는 왜 그렇게 바쁘게 걷나? (…) 사람들은 내일의 안락을 위해 오늘의 햇살을 포기하고 살지. 그들은 목적지에 도착해야만 웃으려 하지만, 방랑자인 나는 목적지가 없기에 매 순간이 도착이라네.”(45쪽)
방랑자 헤세가 발견한 행복은 거창하지 않다. 산책을 하고, 정원을 가꾸고, 그림을 그리는 것. 길가에 핀 이름 없는 꽃과 창가에 비친 아침 햇살을 들여다보는 것. 진정한 풍요는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감탄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이러한 태도는 세상의 속도에서 벗어나 자신의 속도로 사는 삶과도 이어진다. 헤세는 시대라는 거대한 수레바퀴가 더 빨리 달리고 더 높이 오르라고 재촉할 때, 그 바퀴에 올라타 무작정 달리는 대신 때로는 과감히 뛰어내려 길가의 꽃을 바라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남들이 정한 성공과 효율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는 대신, 자신의 영혼이 진정으로 기뻐하는 일을 좇는 것이다.
그러나 헤세가 사랑한 삶은 화창한 햇살과 꽃밭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에게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기쁨뿐 아니라 고통과 눈물에도 ‘예’라고 말하는 일이다. 방황과 상실, 실패와 고독까지 자신의 삶으로 껴안을 때, 비로소 삶 전체를 사랑할 수 있다. 헤세가 말하는 행복 역시 ‘불행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불안 속에서도 오늘을 사는 기쁨을 배우고, 흔들리면서도 끝내 자신의 길을 가는 것. 그것이 오랜 방황 끝에 헤세가 발견한 삶의 태도다.
흔들리는 계절 속에도
미처 헤아리지 못한 빛나는 순간들이 있다
헤세의 문장이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와닿는 이유는 오히려 그가 삶을 완벽하게 살아낸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에게 방황과 실패는 단지 피하거나 제거해야 할 오류가 아니었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남들이 닦아놓은 길 위에서는 만날 수 없는, 자신만의 길을 발견할 기회를 얻는다는 뜻이다. 헤세가 말하는 ‘자기 자신이 되는 공부’ 역시 고독과 실패를 통과하고, 자신의 본성을 거스르지 않을 용기를 얻어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이 책은 불안해하지 않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삶에는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계절도,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계절도 있다. 고통과 희망, 슬픔과 기쁨이 뒤섞인 불확실성이 삶의 본래 모습이다. 중요한 것은 불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불안 속에서도 나의 길을 선택하는 것, 그리고 먼 미래의 목적지만 바라보느라 현재의 삶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세상의 속도가 너무 빠르게 느껴질 때,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자신이 불안할 때,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인지 문득 의심이 들 때, 헤세는 묻는다. “지금 당신은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가.”
이 책은 그 질문 앞에 잠시 멈춰 서서 자기 안의 목소리를 듣고, 지금 이 순간의 작은 기쁨을 발견하고, 다시 자신의 길을 걸어가도록 이끄는 길잡이다. 책 속 문장들을 가슴에 새기며, “타인의 시선이나 세상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당신 내면에서 빛나고 있는 그 ‘유일한 별’을 따라 뚜벅뚜벅 걷는 용기를 얻으시길.”
작가 소개
지은이 : 헤르만 헤세
1877년 독일 남부 도시 칼프에서 개신교 목사이자 선교사인 아버지와 유서 깊은 신학자 가문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스위스 바젤과 칼프에서 성장했다. 열다섯 살 때 재학 중이던 신학교를 그만두며 “시인이 되지 못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라고 결심한 헤세는 그해 6월 삶의 좌절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 정신병원에 입원해 신경쇠약 치료를 받았다. 퇴원 후 인문계 중등학교인 김나지움을 다니다 다시 학업을 중단했고, 시계 공장과 서점 등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하며 글쓰기에 전념했다. 1899년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와 첫 산문집 『자정 너머 한 시간』을 발표하면서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당시 『자정 너머 한 시간』 출간을 결정한 독일 디더리히스 출판사의 대표 오이겐 디더리히스는 “이 책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만큼 더 그 문학적 가치를 확신한다”라며 헤세에게 작가로서의 확신을 심어주었다. 이 책으로 독일 문학계에 이름을 알린 헤세는 1904년 『페터 카멘친트』로 큰 주목을 받으며 일약 유명 작가로 발돋움했고, 『수레바퀴 아래서』, 『크눌프』, 『청춘은 아름다워』 등을 발표하며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독일포로구호’에서 일하며 전쟁포로들과 억류자들을 위한 잡지를 발행하는 한편, 정치적 논문과 선전문 등을 발표하며 전쟁의 비인간성을 규탄했다. 이런 활동들로 인해 그의 작품들은 독일 내에서 불온서적으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전쟁 기간 당시 정신적 어려움을 겪다 카를 구스타프 융에게 심리치료를 받았으며, 종전 뒤인 1919년에 ‘에밀 싱클레어’라는 필명으로 『데미안』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젊은 독자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작품성 역시 인정받아 베를린시에서 주관하는 폰타네상을 수상했다. 이후 『싯다르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황야의 이리』, 『유리알 유희』 등 여러 작품으로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그러나 군국주의와 국가주의에 비판적이고 나치를 경계한다는 이유로 그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고, 나치 집권 이후에는 독일 내에서 작품의 제작과 판매가 어려워졌다. 종전 뒤인 1946년부터 독일에서 다시 헤세의 작품이 출간되기 시작했고, 같은 해 노벨 문학상과 괴테상을 수상했다. 1950년 브라운슈바이크시에서 주관하는 빌헬름 라베 상을, 1955년 서독출판협회에서 주관하는 평화상을 수상했다. 1962년 스위스 몬타뇰라에서 세상을 떠났다.
옮긴이 : 홍성광
서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토마스 만의 장편 소설 《마의 산》의 형이상학적 성격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22년 한독문학번역연구소 창립 30주년 기념 특별 번역가 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머지않아 우리는 먼지가 되리니》 《독일 명작 기행》 《글 읽기와 길 잃기》가 있다. 역서로 헤세의 《헤세의 문장들》 《청춘은아름다워》 《헤세의 여행》 《헤세의 책 읽기와 글쓰기》 《데미안》 《수레바퀴 밑에》 《싯다르타》 《환상동화집》,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책 읽기와 글쓰기》, 니체의 《비극의 탄생》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도덕의 계보학》,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젊은 베르터의 고뇌·노벨레》, 카프카의 《성》 《소송》 중단편 소설집 《변신》 등이 있다.
목 차
서문
첫 번째 길: 세상의 소음을 끄고 내면의 오두막으로
두 번째 길: 산책길에 발견한 작은 기쁨들
세 번째 길: 영혼이 기뻐하지 않는 성공은 화려한 감옥일 뿐
네 번째 길: 살아 있는 영혼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다섯 번째 길: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
여섯 번째 길: 스스로 선택한 방황은 타인이 강요한 직진보다 빛난다
일곱 번째 길: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신의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처럼
헤르만 헤세 연보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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