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연극 연출의 거장으로
텔레비전 드라마의 왕 PD로
서울올림픽 개ㆍ폐회식 총연출 등 전설의 문화 예술 기획자로
평생 무대를 만들며 살아온 표재순의 인생 이야기
우연히 발을 들여놓게 된 연극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1957년 연희극예술연구회 10회 공연 ‘비는 행운을 싣고’에 배우로서 여주인공을 짝사랑하는 남자 역을 맡았던 그는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연출로 지평을 넓혀 1959년 연희극예술연구회 13회 공연 ‘제17포로수용소’를 무대에 올리며 연출자로 데뷔했다. 운명처럼 연극과 만난 그는 이후 극단 산하와 극단 현대극장 창단 동인으로 참여하며 음악극, 뮤지컬, 오페라, 마당놀이, 악극에 이르기까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미지의 신세계를 하나씩 개척해 나갔다. 밥벌이를 위해 동양방송(TBC)에 들어가 문화방송(MBC)과 서울방송(SBS)을 거치며 무수한 드라마를 만들고 작품을 기획했지만, 그에게 드라마란 무대를 텔레비전으로 옮겨 놓은 것에 불과했다. 한국 방송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숱한 화제의 드라마를 제작하면서도 연극 연출의 끈을 단 한 번도 놓지 않았다. 무대는 그의 삶이었고 인생 자체였다. 그 사이 그에게는 연극 연출의 거장, 왕 PD라는 별칭이 따라붙었다. 표재순. 1957년부터 2026년까지 그의 칠십 평생은 한국 현대 연극과 드라마의 역사다. 연극과 드라마를 통해 농익은 그의 연출 감각은 국가적 경사에서 또 한 번 꽃을 피웠다. 서울올림픽대회 개·폐회식과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전야제 등 수많은 행사를 꿈의 무대로 만들어낸 것이다. 시기와 장소가 어디든 무대만 펼쳐지면 그는 신명 나게 한바탕 판을 벌인다. 그것은 놀이이자 잔치다. 지금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 걸쳐 노래,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무대 예술에 자신의 전 생애를 걸며 매진해 온 표재순 같은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출가로서 무대를 바라보기만 했지 스스로 무대에 서는 걸 꺼리며 표나지 않는 삶을 추구해 온 그가 생애 처음으로 표나는 일을 하며 자신의 무대 인생을 선물처럼 세상에 드러내고자 한다. 평생 흥행성과 예술성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진한 땀과 눈물이 녹아 있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한국 연극계와 방송계에는 빛나는 아카이브를 제공할 것이다.
무대는 표재순의 운명이었고 인생 자체였다.
그의 삶은 대한민국 연극과 드라마의 역사이자 신화다.
연극, 드라마, 음악극, 뮤지컬, 오페라, 마당놀이, 악극에 이르기까지
그가 걸어가면 길이 되었고 미지의 신세계가 또렷이 펼쳐졌다.
어린 시절, 표재순은 호기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절대로 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았다. 재미있게 살고 싶었다. 기차 기관사나 대장장이 같은 게 되고 싶었다. 성동역에서 춘천을 오가는 기차가 있었다. 홍릉 임업시험장 앞에서 놀다 보면 기적을 울리면서 뱀처럼 구불구불 질주하는 기차를 볼 수 있었다. 검은 모자를 눌러쓴 채 거대한 기차를 몰고 가는 기관사가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다. 기차가 달릴 때마다 그는 기차 마니아였던 체코 작곡가 드보르자크처럼 소리를 지르며 쫓아다녔다. 학교 가는 길에 재미있는 공방이 많았다. 유리병 만드는 걸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기다란 파이프 끝에 유리 녹인 액체를 잔뜩 묻혀 입으로 불면 여러 모양이 생겨났다. 이걸 찬물에 담가 식히면 병도 되고 전구도 됐다. 옆에 있는 대장간에서는 시뻘겋게 달군 쇳덩이를 한 사람은 집게로 꽉 붙잡고 한 사람은 망치로 힘껏 내리쳐 각종 도구를 만들었다. 이런 날은 그가 스페인 건축가 가우디가 되어 대장간을 지키느라 학교에 지각하는 일이 잦았다.
“대장간이나 하나 차렸으면 좋겠어요. 기차 기관사가 돼도 좋고…….”
중학교에 가기 싫었던 그는 장래 희망을 묻는 부모님과 형님들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이런 바보 같은 놈 봤나!”
돌아오는 반응은 똑같았다. 실컷 야단만 맞았다.
그랬던 아이가 어른이 된 뒤, 연극을 연출하고 드라마를 만들면서 대한민국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며 시름을 달래 주고 호기심을 채워 주기 시작했다. 나아가 다양한 국가적 행사를 한 편의 다큐멘터리로 연출하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어느새 그는 자신만의 신세계를 구현해낸 드보르자크나 스스로 하나의 장르가 된 가우디처럼 되어 있었다. 우리가 표재순의 삶을 읽어야 하는 이유, 그의 인생을 내 거울로 삼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페인 사제 겸 철학자였던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이렇게 말했다. “인생이라는 장엄한 연극의 마침표는 결국 인격이다.” 인생은 무대다. 누구도 대신 오를 수 없는 단 한 번의 무대다. 여한 없이 연극을 마치기 위해서는 인격을 채워야 한다. 인격이란 독립된 인간이 갖춰야 할 품격이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연출가였던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는 이런 말을 남겼다.
“자기만 혼자 하는 연극은 연극이 아니다.”
“배우가 되려면 먼저 인간이 돼라.”
이는 인정사정없는 뺑코 선생에게 소년 표재순을 끌고 갔던 어머니의 말씀과 일맥상통한다.
“선상님, 얘를 사람 좀 맨들어 주셉쇼!”
이 책은 연극 연출의 거장, 텔레비전 드라마의 왕 PD, 전설의 문화 예술 기획자로 알려진 신화적 존재 표재순이 비로소 인간이 되어 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엮어낸 성찰적 드라마다. 구순의 나이에 이른 저자는 아직도 연극을 연출하고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문화와 예술에 대해 열띤 강의를 한다. 인생이라는 무대의 막이 내릴 때까지 그는 결코 쉬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무슨 역할을 맡아 어떤 연기를 하고 있는가?”
“나는 내 인생 드라마를 어떻게 연출해 가고 있는가?”
책을 다 읽고 나면, 독자들은 이런 묵직한 질문 앞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표재순
1937년 서울 왕십리에서 태어나 배재중ㆍ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 사학과에 진학했다. 우연히 연희극예술연구회에 발을 들여놓으며 연극을 시작해 배우를 꿈꿨으나 한계를 깨닫고 연출가로 변신했다. 극단 산하와 극단 현대극장 창단 동인으로 활동하며 ‘천사여 고향을 보라’, ‘햄릿’, ‘세일즈맨의 죽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 수많은 연극을 연출했다. 아울러 ‘빠담 빠담 빠담’, ‘피터 팬’, ‘슈퍼스타 예수 그리스도’, ‘춘희’, ‘대 춘향전’ 등 음악극, 뮤지컬, 오페라도 만들었다. 1967년 동양방송(TBC)에 입사해 문화방송(MBC)과 서울방송(SBS)을 거치며 드라마 PD로 활약하면서 ‘개구리 남편’, ‘대원군’, ‘임꺽정’, ‘집념’, ‘교동마님’, ‘제1공화국’, ‘조선왕조 오백 년’, ‘그것이 알고 싶다’, ‘모래시계’ 등을 연출하거나 기획했다. SBS 프로덕션 사장, 세종문화회관 초대 이사장, ㈜JS씨어터 대표,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 이사장,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치며 문화와 행정을 잇는 가교를 맡았고, 서울예술대, 연세대, 배재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나아가 자신의 기획력을 국가 행사에 접목해 서울올림픽대회 개·폐회식 제작단장 겸 총연출, 광복 50주년 중앙경축식 총감독, 강원 동계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예술감독,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회식 예술감독,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전야제 총감독, 하이서울페스티벌 총감독 등으로 활약했다.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3’ 행사 때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23일 동안 46개 프로그램이 펼쳐지며 485만 명이 관람하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구순의 나이에도 그의 눈에는 호기심과 열정이 충만하다. 방송계에서 그가 영원한 ‘전설의 왕 PD’로 불리는 이유다. 현재 재단법인 더하우파운데이션 디렉터와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목 차
추천의 글 - 영화 ‘빨간 마후라’와 드라마 ‘모래시계’ : 신영균
추천의 글 - 표 형,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 신구
추천의 글 - 남들 하던 대로 하기 싫어하던 이상한 감독님 : 김혜자
추천의 글 - 내 인생의 세 거장, 그리고 영원한 스승 표재순 선생님 : 유인촌
추천의 글 - 외계인 표재순이 지구에 와서 저지른 일들 : 이덕화
프롤로그 - 표나지 않게 살고 싶었다
제1막 무대는 항상 예측불허다
정적의 퍼포먼스, 굴렁쇠 소년
극비작전, 최종 성화 주자를 바꿔라
비둘기 통구이 사건
다듬이소리와 사우디아라비아
콘돔과 백지수표
축구장 한가운데 땅굴을 파라
도망간 오케스트라
허허벌판 위에 때마침 내린 눈
* 표재순을 말한다 - 김영옥, 박근형, 강성구, 고두심, 박상원
제2막 좋은 만남이 좋은 연출을 낳는다
다섯째 형님 동기동창인 대배우 이순재
생활 연기의 달인 최불암
임신 출산 중에도 연기에 몰입했던 김혜자
종횡무진 무대와 브라운관을 오가던 오현경
불세출의 연기자 추송웅
감초 없는 약방은 없다, 임현식
한국의 햄릿 유인촌
* 표재순을 말한다 - 박정자, 윤복희, 임현식, 이계인, 김한영
제3막 드라마는 시대를 담는 그릇이다
‘TBC 극장’ 수난사
‘강남 가족’과 김수현 작가
하루 세 번 방송한 역사 드라마 ‘대원군’
허준을 다룬 최초의 드라마 ‘집념’
본격 정치 드라마 ‘제1공화국’과 이로 인한 고초
정통 사극 ‘조선왕조 오백 년’에 얽힌 이야기들
신봉승 작가와 함께 만든 역사 드라마들
시대가 탄생시킨 ‘어머니의 노래’와 ‘모래시계’
* 표재순을 말한다 - 정혜선, 이정길, 기정수, 박원숙, 김영란
제4막 배우는 가도 무대는 남는다
안쪽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사표
야, 이 중공군 발싸개 같은 놈아!
최인훈 작가의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날벼락 같이 이루어진 극단 산하 해산
음악극 ‘빠담 빠담 빠담’과 상업극 논쟁
역사 연극, 한국의 혼을 무대 위에 재현해 내다
마당놀이 ‘허생전’과 악극 ‘번지 없는 주막’
* 표재순을 말한다 - 이병훈, 김승수, 최수종, 송지나, 이연헌
제5막 왕십리에서 DMZ까지, 모든 것이 무대였다
왕십리의 추억, 똥파리와 나비
이웃집 살던 최고의 만담가 장소팔 선생
선상님, 얘를 사람 좀 맨들어 주셉쇼!
백양 담배와 군밤 한 봉지
학자 말고 그냥 딴따라 할래요!
모나리자와 흑장미 한 송이
다시 만들고 싶은 드라마, 황석영의 『장길산』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연출, DMZ 페스티벌
* 표재순을 말한다 - 임동진, 원근희, 한인수, 최선자, 조정국, 윤성진
에필로그 - 인생은 아름다운 낭비다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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