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가 심은 낟알이 사람과 마을을 살릴 수 있을까?
기후위기와 지역 소멸의 시대, 섬진강 들녘에서 시작된 회복의 여정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계 교란, 농촌 지역 소멸은 더 이상 통계나 뉴스 속 먼 이야기가 아니다. 논이 사라지고 농촌의 일손이 줄어들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우리의 밥상이다. 밥이 아닌 다른 먹거리가 넘쳐나고 수입쌀도 흔한 시대에, 친환경 농사로 우리 쌀을 묵묵히 지켜내는 곳이 있다. 전남 곡성군 장선 마을, 섬진강이 흐르는 들녘에 자리 잡은 농업회사이자 생태 공동체 ‘미실란’의 이야기다.
이 책 『모든 생명은 지키는 것이다』는 미실란 대표 이동현과 소설가 김탁환이 함께 써 내려간 생태 에세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20년 김탁환이 쓴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그 후 미실란 창립 20주년을 맞아 두 사람의 글이 한 권으로 엮였다. 이 책은 이동현이 매달 써 내려간 농사일기를 비롯해, 미실란의 과거와 미래를 톺아보는 김탁환의 에세이가 교차되어 펼쳐진다.
미실란을 이끄는 이동현은 서울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일본 규슈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미생물 연구자이다. 그러던 중 가족들의 병을 계기로 사람을 살리는 음식을 고민하다가 곡성에 정착했고, 이후 278여 종의 벼를 재배하며 유기농 발아현미를 생산하는 농부가 되어 하루하루 들녘 생명을 지키고 있다.
김탁환은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를 출간한 이듬해 곡성으로 집필실을 옮겨, 농사를 짓고 글을 쓰며 살고 있다. 모든 게 서툰 도시소설가였던 그는 어느새 논과 밭을 스스로 일구는 마을소설가가 되었고, 섬세한 관찰력으로 미실란의 발걸음을 아홉 가지 질문에 담았다.
스물네 절기에 담긴 농부의 정직한 땀방울과 소설가의 깊은 심미안
이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흐르는 스물네 절기의 흐름을 큰 축으로 둔다. 그러나 단순한 연대기적인 구성이 아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동안 농부 이동현이 마주하고 기록한 같은 절기들을 한데 묶었다. 독자들은 매월 4년 치의 절기를 나란히 살피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어떤 풍경이 달라졌는지 또 변함없는지를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여기에 김탁환의 깊고 따뜻한 통찰이 담긴 에세이 「물꼬와 둠벙」은 미실란 20년의 시간을 단단한 나이테로 드러낸다. 김탁환은 농부 이동현이라는 개인뿐 아니라 오랜 시간 미실란을 지켜온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나아가 미실란이 꿈꾸는 미래,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천년 숲’의 철학이 우리 삶에 어떻게 뿌리내려야 하는지 보여준다.
미실란은 이제 곡성에서 단순한 쌀 생산 기업을 넘어, 지역의 생태·문화예술 거점지로 자리 잡았다. 곡성 지역 유치원생이 논을 체험하는 생태학교, 광주 지역 초등학생과 함께 지은 ‘한 평 논’을 비롯한 교육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 밖에도 자력으로 매년 개최하는 작은들판음악회와 섬진강마을영화제, 김탁환이 책방지기로 있는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에 이르기까지, 문화 활동이 어떻게 지역 소멸의 위기를 넘어서는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 보여준다.
“인생도 농사도 기다림이니, 그저 싸목싸목 이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모든 것이 빠르고 편리한 AI 기술로 대체되는 시대, 그럼에도 손 모내기와 친환경 농법이라는 고된 길을 걷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한 그릇 밥에 담긴 하늘과 땅, 이웃을 발견한다. 책 곳곳에는 생명들을 환대하고 아끼는 마음이 담겨 있다. 매년 섬진강 들녘에 날아온 기러기 가족을 위해 발아현미를 아낌없이 뿌려주고, 추운 날 떠돌이 개에게 집을 내어준 미실란 개 ‘흑미’에게서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양보의 미덕을 배운다.
“돈이 되고 안 되고를 판단 근거로 두면,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씨앗을 잃고 맙니다.” 두 저자의 대담에 담긴 이 메시지는 미실란이 지난 20여 년간 지켜온 철학이 집약되어 있다. 이는 속도와 효율이 앞서는 이 시대에, 조금 느리고 힘들더라도 인내하며 올곧은 가치를 지키겠다는 단단한 선언이기도 하다.
생명을 지키는 일은 특별한 능력을 필요로 하거나 대단한 결심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자연 앞에서 겸손히 숙이는 자세, 인고 끝에 낟알 하나를 발아시키는 시간의 무게를 아는 마음, 나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을 외면하지 않는 선택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지금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씨앗은 무엇인지 묻고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동현
농부과학자, ㈜미실란 대표
자연과 농업의 가치를 연구하고 실천해 온 농학자이자 농부이다. 전라남도 고흥에서 태어났다. 1988년 국립순천대학교 농생물학과에 입학해 식물병리학을 연구했으며,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대학원에서 곰팡이 독소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규슈대학교 대학원에서 생물자원환경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에는 순천향대학교, 전남대학교, 순천대학교 겸임교수를 지냈다.
2005년 농업회사법인 ㈜미실란을 설립하고, 이듬해 곡성의 폐교에 둥지를 틀었다. 278여 종의 벼를 재배하며 20여 년 동안 유기농 발아현미와 친환경 곡물 가공식품을 연구·생산하고 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대산농촌문화상, 2019년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주관하는 모범농민상, 2024년 일가상을 받았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재)생태환경농업연구소 이사와 (사)침실습지보존회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곡성교육희망연대, 섬진강마을영화제, 가톨릭농민회 활동을 통해 지역과 생태, 공동체를 아우르며 살고 있다.
지은이 : 김탁환
마을소설가
군항 진해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박사과정을 수료할 때까지 신화와 전설, 민담, 고전소설의 세계에 푹 빠져 지냈다. 진해로 돌아와 해군사관학교에서 해양문학을 가르치며, 첫 장편 『열두 마리 고래의 사랑 이야기』와 『불멸의 이순신』을 썼다.
2009년 여름,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를 끝으로 대학을 떠난 이후, 전업 작가로 사회파 소설 『거짓말이다』 『살아야겠다』 등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사랑과 혁명 1, 2, 3』을 비롯해 31편의 장편소설과 3권의 단편집, 3편의 장편동화를 냈다.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등 여러 에세이도 출간했다. 2016년 요산김정한문학상, 2024년 한국가톨릭문학상을 받았다. 2021년 1월, 곡성 섬진강 들녘으로 집필실을 옮겨 마을소설가이자 초보 농사꾼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목 차
프롤로그 | 들녘의 마음을 담아_ 이동현
1월 소한과 대한, 고요한 것들의 분주함
겨울 들녘에서 사계절을 준비하며
그루터기에서 어머니의 마음을 봤습니다
현미? 쌀의 변종 아닌가요?
새로운 동물 식구가 왔습니다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할 건가요?
2월 입춘과 우수, 야생의 힘은 끈질기다
정월대보름을 바쁘게 보냅시다
봄을 느끼러 오십시오
기러기 밥상을 차려줬지요
달집을 태우며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미실란, 스무 해에 부쳐
3월 경칩과 춘분, 서두르지도 머뭇거리지도 말고
부족해도 내 손으로 정원 가꾸기
싸목싸목 이 길을 가겠습니다
들녘을 달리는 농부
녹비작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영성을 지닌 농부과학자
4월 청명과 곡우, 이제 감상의 시간은 끝났다
농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농부도 가끔 씨앗이 헷갈려서
섬진강 플로깅, 우리는 섬진강을 주웠습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와도 볍씨를 뿌립니다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벼가 아니라 사랑농사를 짓는군요
5월 입하와 소만, 대지와 호흡 맞추기
연구용 품종을 심는 법
볍씨 한 알이 흙과 사귈 때까지
올해도 어린 생태학자들을 만나겠습니다
박사 양반이 왜 이렇게 힘든 일을?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논의 정수를 체험하는 생태학교
6월 망종과 하지, 씨앗의 마음을 기억하며
벼와 땅의 만남
손 모내기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
작은들판음악회에서는 모두가 가수입니다
나이 불문 거리 불문, 모내기 체험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식구라고 불릴 때마다
7월 소서와 대서, 버텨야 살린다
잡초와의 사투, 김매기
오리 가족이 찾아왔습니다
늦게 핀 배롱나무를 보며
우렁이가 일하지 않는 이유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소멸하지 않는 회사를 다니고 싶습니다
8월 입추와 처서, 농부임을 새삼 생각하다
벼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농촌의 미래를 그리는 사람들
나는 씨앗 뿌리는 농부입니다
해도 해도 어려운 농사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단체는 사라져도 활동가는 남으니까요
9월 백로와 추분, 기대와 다를지라도 감사하기
사람도 모이고 새도 모이고
가을 들녘에 스며든 농의 기운
받았으니 더 나눠야지요
첫 메밀 농사, 다시 초보 농부입니다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문화가 꽃피는 마을
10월 한로와 상강, 기쁨과 아쉬움은 낟알 하나 차이
인생도 농사도 기다림입니다
올해는 풍년일까요?
영화제는 끝나지 않을 겁니다
타들어가는 농심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식당 휴업, 우린 해법을 찾을 거예요!
11월 입동과 소설, 비로소 숨을 고릅니다
11월 11일, 우리가 흙의 자식임을 깨달은 날
참새가 유기농 쌀맛을 알아버렸다
호되게 당한 밀 농사
계속 응원해 주시겠지요?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천년 숲도 오늘부터
12월 대설과 동지, 다시 흙을 믿는 시간
건강한 제철 간식 없을까요?
오십 원 동전 뒷면과 농부의 마음
겨울에 이삭을 보는 심란함
흙의 가치를 믿습니다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책 떠나서 온 곳에 책방이라니
에필로그 | 밥 한 그릇의 지혜_ 김탁환
미실란 풍경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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