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듣는 행위’, 그 위대함을 찾아 나선 역작
《듣는 인간_호모 아우디투스》는 인간의 ‘듣기’를 단순한 기능이 아닌 인간 존재의 본질적 역량으로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이 책은 듣기를 수동적이고 부차적인 언어 활동으로 여겨온 통념을 넘어, 인간의 인지·정서·윤리·사회성·영성까지 아우르는 총체적 역량으로 재정의하며, 듣기에 대한 인문학적 재발견을 제안한다.
저자는 인간이 무언가를 ‘듣는다는 것’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듣기는 소리를 받아들이는 행위에 머물지 않는다. 듣기는 말하기, 읽기, 쓰기와 긴밀히 연결되며, 인간이 세상과 관계를 맺고 배우며 성장하는 과정의 바탕이 된다. 특히 유년기에는 ‘들어서 배우는 것’이 ‘읽어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많고, 성인이 되어서도 듣기 활동은 다른 언어 활동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듣기는 인간 발달의 가장 기초적인 토대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듣기를 단순한 ‘기능(skill)’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 통합적으로 발휘되는 ‘역량(competency)’의 차원에서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학교 교육은 듣기를 주로 정보 파악, 의도 이해, 내용 기억 같은 인지적 기능 중심으로 다뤄 왔다. 그러나 저자는 온전한 듣기 능력이란 심리적 자아 조절 능력, 사회적 소통 능력, 문화적 적응 능력, 윤리적 각성의 능력까지 포괄하는 넓고 깊은 힘이라고 지적한다.
책은 이러한 관점에서 ‘듣는 인간’의 새로운 상을 제시한다. 잘 듣는 인간이란 단순히 소리를 잘 알아듣는 사람이 아니라, 침묵의 의미를 감지하고, 타자의 인격을 이해하며, 허위와 선동을 분별하고, 공감과 성찰을 통해 자신과 세계를 깊이 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다. 저자는 명상과 사유를 듣는 힘, 가짜뉴스를 분별하며 듣는 힘, 자연과 사물의 소리를 듣는 힘, 내면과 영성의 소리를 듣는 힘까지 모두 인간의 듣기 역량 안에 포함된다고 본다.
또한 책은 오늘날 학교가 가르치는 듣기와 학교가 아직 가르치지 못하는 듣기를 구분한다. 현재 학교 교육은 ‘전략적 듣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목적에 따라 필요한 정보만 선택하고 집중해 듣는 방식으로, 효율적인 의사소통과 문제 해결을 위한 실용적 듣기 교육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전략적 듣기만으로는 인간 발달의 총체성을 담아낼 수 없다고 말한다. 도덕성, 심미성, 자연과의 교감, 우주적 상상력, 내면 성찰, 초월적 감수성과 같은 요소는 기존 듣기 교육의 범주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해 왔다.
저자는 이제 듣기 교육이 ‘전략적 듣기’를 넘어 ‘열린 듣기’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열린 듣기란 언어 메시지의 표면적 의미를 넘어, 맥락과 관계, 침묵과 정서, 세계와 자연, 자기 내면의 울림까지 함께 듣는 태도다. 이는 단지 학교 교과 안의 과제가 아니라, 가정교육, 사회교육, 평생교육이 함께 고민해야 할 인간 형성의 과업이기도 하다.
《듣는 인간_호모 아우디투스》는 듣기를 인간다움의 실현과 공동체 성숙의 핵심 조건으로 바라본다. 개인의 듣기 역량은 곧 사회적 신뢰와 공동체의 성숙을 이루는 자산이며, 오늘날 사회의 혼탁과 소통의 파행 또한 듣는 역량의 빈곤과 무관하지 않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듣기를 다시 배우고, 듣는 인간으로 다시 성장해야 할 시대적 필요를 묻는 책이기도 하다.
작가 소개
박인기
1951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김천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교육(문학교육) 전공으로 교육학박사를 받았다. EBS 프로듀서,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 경인교육대학교 교수를 지냈고, 한국독서학회 회장, 교육부 교육과정 심의위원, 학교법인 송설당교육재단 이사, ‘김천학연구 콜로키움’ 대표, 재외동포청 정책자문위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경인교육대학교 명예교수, 외교부 재외동포정책위원, 지구촌 한글학교 미래 포럼 공동대표, 유라시아문화포럼 이사, 상록수나눔재단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재PEN 한국본부 회원,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로 글쓰기를 실천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문학교육론》 《문학교육과정의 구조와 이론》 《국어과 창의·인성 교육》 《스토리텔링과 수업기술》 《한국인의 말, 한국인의 문화》 《한글의 최전선 지구촌 한글학교 스토리(공편)》 《교과는 진화하는가》 《다문화 현상의 인문학적 탐구》 등이 있다. 《언어적 인간 인간적 언어》 《송정의 환(幻)》 《짐작_넉넉한 헤아림을 품는 언어》 등의 산문집도 펴냈다.
목 차
머리말
프롤로그 ‘듣는다’에 대한 메타 이해
간단치 않은 듣기의 능력과 범주
듣기를 대하는 나의 통념은?
듣기는 ‘기능(技能)’을 넘어서는 ‘역량(力量)’이다
학교가 가르치는 듣기, 학교가 가르치지 않는 듣기
‘전략적 듣기’를 넘어서 ‘열린 듣기’로
제1부 듣는 인간의 재발견/ 듣기의 표정을 찾아서
풍류(風流)를 듣는다
듣기에서의 긴장(Tension)
듣보다
경청(傾聽)
귀에 담다
목소리
그때 ‘미국의 소리(VOA)’ 풍경
할머니 이야기
받아쓰기
낭독의 재발견
꾸중
듣기 평가
깨닫지 못하는 듣기의 조건
가장 적극적인 듣기
제2부 듣기의 유령/ ‘듣는다’에 숨은 마법
그들도 듣는다
누에 방에서 들린 소리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
아프리카 말소리에 대한 청각적 상상
탄식 소리
예언
모음(母音)
환청(幻聽)
약이 듣는다
객석
박수 소리와 침묵 듣기
“들리지 않게 하소서”
독백(獨白)
귀곡성(鬼哭聲)
제3부 듣기의 윤리학/ 듣는 인간으로 바로서기
엿듣다
우기는 자를 만났을 때
만류(挽留)하는 말, 부추기는 말
금시초문(今時初聞)
“사실, 어쩌구저쩌구”
목소리와 낚시(Voice Phishing)
“나도 그거 진작에 다 알고 있어”
위증(僞證)
말꼬리 잡는 사람
전황 발표
아재 개그
“나는 모릅니다”
사기(詐欺)치는 말
제4부 듣기의 사회학/ 듣는 인간의 관계 지혜
뒷담화
맹세의 말
모욕(侮辱)
“못 들은 걸로 할게”
아부(阿附)
사과(謝過)
질투(嫉妬)의 말
평판(評判, Reputation)
자식 자랑
선고(宣告, Sentence)
수사학 기술까지 들을 수 있어야
제5부 사물에 귀를 열고
갈대의 울음
구월이 오는 소리
종소리
진양조
짚요강
봄의 소리
문풍지 우는 사연
예리성(曳履聲)
사물과 대화하기
북소리
한숨 소리
제6부 듣기의 현상학_“지금 듣고 있어요”
빗소리
개구리 우는 소리
바람 소리
생밤
대화의 현재성
소음(騷音)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
애송시를 들려주렴
“제가 과문(寡聞)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설 듣기
먹는 소리
배우 김혜자 씨의 딕션(Diction)
제7부 듣는 인간의 영성 발달/ 듣기의 초월성
‘경탄’에 동행하는 선신(善神)
막말을 들었다
고함(高喊)
기도 응답, 어떻게 들을 건가
“듣기 싫어”
비밀을 듣다
즉답(卽答)
반전(反轉)을 듣고 싶은가요
청파(聽罷)에 대로(大怒)하여
참회의 말
에필로그 굴참나무를 듣다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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