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청년들의 불확실한 삶을 지탱해줄 개골목 인생론
2000년대 초반까지 단국대학교 인근에는 ‘개골목’이라는 이름의 주점 거리가 있었다. 값싼 안주와 인심 좋은 주인들 덕에 이 거리는 항상 배고픈 학생들로 북적였다. 이 책은 이곳 개골목과 교단 밖 여러 장소에서 수많은 청년과 인생길을 함께해온 저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여태껏 저자가 만난 청년은 조금씩 변해갔지만 늘 앞날을 준비하느라 불안에 휩싸인 존재였다. 연애와 사랑, 직업 선택과 생계 그 무엇 하나 뚜렷하지 않고 정해진 것 없이 불확실했다.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삶을 찬찬히 일군 청년의 다채로운 삶을 기록했다. 학점은 F였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고집스레 파고들어 오덕들을 위한 교재 발행인이 된 청년부터 강남에서의 강사 생활을 접고 장흥으로 내려가 미니멀리즘 생활을 실천하는 오랜 제자, 자발적 유목민이 되어 20대 시절을 유랑으로 보낸 영문과 학생까지. 세상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도 겁먹지 않고 ‘개기며’ 살아간 청년의 이야기를 마주한다면 ‘이 미친 세상에서’ 무뎌졌던 두근거림이 스멀스멀 피어오를 것이다.
헬조선 타파를 위한 일탈과 저항의 철학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이며 영문학과 교수라는 이력답게 저자는 시, 소설, 사회과학, 철학 담론을 적용해 청년을 고통스럽게 하는 헬조선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일례로 저자는 스웨덴 복지 제도를 분석하며 ‘흙수저’와 ‘금수저’ 담론으로 대변되는 한국의 불공정한 경쟁 시스템을 해부하고, 둘째,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고 주장한 페미니스트 보부아르의 사상을 바탕으로 여성을 억압하고 규범화하는 현 가부장제에 대해 논한다. 셋째, 저자는 조지 엘리엇의 『플로스 강변의 물방앗간』을 인용해 일탈과 다양성을 용납하지 않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비판한다. 그러나 저자는 책임 없는 비판에 그치지 않는다. 청년 문제를 짚으면서 저자는 청년의 좌절을 공감하고 청년이 청년답게 살기 위한 대안의 실마리를 제안한다.
“만일 자기반성을 넘어 극단적인 자기모멸 혹은 자기혐오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반쯤은 책임을 ‘불공정한 경쟁’으로 돌리고 반쯤은 자신을 용서하고 사랑해도 된다.” _55쪽
“‘다른 집 애들처럼’ 세상을 보면 철조망 구멍밖에 보이는 것이 없다. 아쉽게도 그 길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출구가 아니다. 그러니 다른 길과 다른 가치와 다른 세상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_61쪽
혼자 위로받는 힐링 인문학이 아닌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개기는 인문학’으로
유보된 유토피아를 꿈꾸다
최근 십여 년 동안 자살률이 급증한 이곳 한국에서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은 혼자만 잘 살고 잘 먹고, 아프지 않으면 된다고 위로하는 각 개인에게 ‘사회적 우리는 과연 착하게 잘 살고 있는 것인가’라는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정하지 못한 채 혼자만의 성공을 향해 달리는 청년에게 ‘어떻게 잘 살 것인가’를 되묻는다.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이미 존재해왔던 사회적 관계 속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각 개인은 ‘선택의 여지없이’ 존재의 두 층위에서 살아간다. 하나는 ‘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다. 그러므로 온전히 착하게, 훌륭하게, 성공적으로 사는 것은 ‘나-우리’의 영역에서 동시에 잘 사는 것이다.” _100쪽
기존의 힐링 문화와 자기계발서가 개인 차원에서의 위로와 성공 비법을 전해줬다면 이 책은 개인 문제로 치부되었던 상처와 결핍을 사회적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저자는 ‘불평등 사회’에서 실패는 개인만의 잘못이 아니며 각자가 지닌 고통 역시 혼자서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나아가 팍팍한 세상살이에서 당신은 혼자가 아닌 수많은 타자와 연결된 주체임을, 더 나은 삶을 위한 연대의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 있음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작가 소개
저 : 오민석
충남 공주 출생.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며 현재 단국대 영문학과 교수로 문학이론, 현대사상, 대중문화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1990년 월간 『한길문학』 창간기념 신인상에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하였으며,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며 평론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그리운 명륜 여인숙』, 『기차는 오늘밤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다』, 문학이론 연구서 『현대문학이론의 길잡이』, 『정치적 비평의 미래를 위하여』, 대중문화 연구서, 송해 평전 『나는 딴따라다』, 『밥 딜런: 자유와 침묵의 전사』(근간), 시 해설집 『아침 시: 나를 깨우는 매일 오 분』, 에세이집 『개기는 인생도 괜찮다: 오민석 교수의 생각 노트』(근간), 번역서로 파스코 포파 시집 『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 등이 있다.
목 차
개기는 인생
일탈의 힘
책 읽기의 힘
자기계발서 혹은 성공학이라는 괴물
너 자신을 너무 욕하지 마라
다른 집 애들처럼 살지 않기
나는 정말 나인가
무슨 일을 하며 살 것인가
사랑에 굴복하라
어느 부잣집 아들의 이야기
태초에 관계가 있었다
언어의 힘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으라고?
신에 대하여- J의 이야기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보여주기와 보기
저항의 힘
사랑의 의미
불편한 인문학을 위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P의 이야기
사유화된 가정과 공공 영역
우리는 왜 자유롭지 못할까
상처와 힐링의 사회
자발적 유목민, S의 이야기
유토피아의 힘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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