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녹는 온도 - 그들은 나는 우리는 -

고객평점
저자정이현
출판사항달, 발행일:2017/12/18
형태사항p.170 46판:20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58160708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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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속이 상할 때는요, 따뜻하고 달콤한 걸 먹으면 도움이 좀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상한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잠시 잊을 수 있으니까요.”

녹을 줄 알면서도
 눈사람을 만드는 당신을 위하여

 사라진 것들은 불쑥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처음과 끝, 그것을 어는점과 녹는점으로 표현해도 좋을까. 다만 1도의 차이에도 물은 액체가 되었다가 고체가 되었다가 한다. 눈이 되었다가 비가 되기도 하고, 구름으로 뭉쳐 있기도 한다. 꽝꽝 얼어붙은 우리의 마음도 아주 미세한 온기에 흐물흐물 녹아내리기도 하고, 작디작은 균열에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와장창 허물어지기도 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기고 말이다.
다만 ‘우리가 녹는 온도’는 하나로 정해져 있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마다 모두 제각각 반응하는 온도와 속도가 다를 것이므로. 그 개별성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것이 바로, 이 책 『우리가 녹는 온도』이다.

소설가 정이현에게는 항상 ‘도시기록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도시를 속속들이 관찰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도시’라는 단어에는 자연스럽게 ‘사람’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사람’이 없는 ‘도시’는 상상하기 힘드니까. 그러므로 도시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사람을 헤아리는 일이기도 한 셈이다. 시작과 끝,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작은 틈을 들여다보는 일, 그것이 소설가의 일이자 숙명일 것이다.
『우리가 녹는 온도』는 정이현 소설의 감각적이고도 치밀한 ‘문장’과 산문의 서늘하면서도 다정한 ‘생각’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책이다. 특히, 그의 산문을 책을 통해 만나는 것은 『풍선』 『작별』 이후 꼭 10년 만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여기에는 총 10편의 ‘이야기+산문’이 수록되어 있다. 짧은 이야기 형태의 <그들은,>과 그에 덧붙이는 작가의 소회 <나는,>이 짝꿍처럼 붙어 있다. 전자는 짧은 콩트나 엽편 형식이고 후자는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에세이다. 앞선 이야기에 대한 긴 주석이라고 봐도 좋겠다. 언젠가 정이현은 “소설 쓰기가 고통이었을 때, 산문 쓰기는 고통을 다독여주는 사랑스러운 알약”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우리가 녹는 온도』는 ‘고통’과 ‘치유’가 한데 존재하는, 새롭게 선보이는 형태의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개별의 ‘녹는 온도’를 가지고 있다. <괜찮다는 말, 괜찮지 않다는 말>의 ‘은’과 ‘그’는 언제나 다 괜찮다고 말하는 연인이었다. 다시 만난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괜찮을 땐 괜찮다는 말을, 괜찮지 않을 땐 괜찮지 않다는 말을, 그렇게 진심을 내뱉을 수 있을까.
 <안과 밖>은 카페에서 손님이 커피잔에 남기고 간 얼룩을 박박 문질러 닦던 ‘하영’이 앞치마를 벗어두고 떠난 제주에서 큰 회사의 연구원으로 장래가 촉망받던 청년 ‘동희’를 만나 시작된다. 그야말로, 시작의 순간에 관한 이야기다.
전혀 다른 취향의 두 친구 ‘윤’과 ‘선’의 이야기 <여행의 기초>는, 마냥 나와 내 친구 같아서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나는 ‘윤’에 가까운가, ‘선’에 가까운가 생각해보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친구가 당신 곁에도 있는가, 마치 이렇게 물어오는 것만 같다.
아무리 더운 날에도 얼음이 들어간 커피는 먹지 않는 여자와 한겨울에도 차가운 커피를 마시는 남자, 두 사람은 중요한 선택을 앞둔 중년의 부부가 되었다. <커피 두 잔> 속 그들은 어떤 결론 속으로 걸어들어가게 될까. 남자는 자꾸 여자가 신경쓰인다.
 <어둠을 무서워하는 꼬마 박쥐에 관하여>는 성악가와 요리사, 오직 두 사람의 대화로만 이루어진 에피소드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숨죽이고 듣다보면, 외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온몸에 긴장감이 타고 전해져온다. 누구나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불안’에 관한 이야기다.
그밖에도, 오랜 시간 강아지를 키워온 소년의 이야기 <화요일의 기린>, 부평역 지하상가에서 만나 아슬하지만 견고한 사랑을 키워온 연인의 이야기 <지상의 유일한 방>, 우정인지 사랑인지 자신들도 확신할 수 없는, 소위 남사친 여사친의 이야기 <물과 같이>,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르고서야 서로를 조금 이해하게 된 모녀의 이야기 <장미>, 몸도 마음도 회복이 필요한 여자의 이야기 <눈+사람>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모두 개별적인 존재이지만 관계 속에 놓여 있기도 하다. 그렇게 각자의 사연은 모두 달라도, 그들은 녹을 줄 알면서도 저마다의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렇게 또 언젠가는 무너지겠지만 애써 마음을 다독거리고, 안 괜찮아지는 날도 오겠지만 괜찮아지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그렇게 수고로움을 자처하며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일생을 차곡차곡 살아내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에 이어지는 작가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정이현의 사랑, 여행, 우정, 결혼, 가족을 비롯한 작가 주변에 놓인 것들에 대한 생각 그리고 소설가로서의 삶과 태도 등을 엿볼 수 있다. 그것은 결국 작가가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바라보는지와 직결된다. 또한 커피의 온도 같은 미세한 차이 혹은 마주앉은 사람의 표정이나 작은 손짓 하나가 주는 큰 파장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처음도 끝도 아닌, 처음과 끝을 포함한 여러 조각들을 맞추어, 소설 너머에 존재하는 작가의 일상과 생각을 오롯이 가늠해보는 것, 그것이 ‘산문’의 기능이자 미학일 테다.
여기에,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컨셉진> 특유의 모던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이 듬뿍 담긴 사진들이 이야기 사이사이 여백을 채우고 분위기를 더한다. 이는 모두 원고에 맞게 구상하여 새롭게 촬영한 것들이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우리는 모두 눈사람을 만들러 나가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얼어버린 손끝을 호호 불어 녹여가면서도 눈덩이를 굴려, 굳이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내려는 우리들. 이제는 다음날 출근길 걱정이 우선이 되어버린 어른이 되었어도 어릴 적 추억을 넘어 한켠에 남아 있는 본능처럼 눈사람을 만든다. 그렇게 녹을 줄 알면서도 눈사람을 만드는 그 마음들. 그렇게 한때 눈사람이었던 눈덩이는 물론 예쁘고 귀여웠지만, 그것이 모두 녹아내린 후의 흥건한 자리도 찬란하다는 것을, 그들과 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면 좋겠다.

작가 소개

저 : 정이현

鄭梨賢

 1972년 서울 출생으로 성신여대 정외과 졸업, 동대학원 여성학과 수료, 서울예대 문창과를 졸업했다. 단편 「낭만적 사랑과 사회」로 2002년 제1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이후 단편 「타인의 고독」으로 제5회 이효석문학상(2004)을, 단편 「삼풍백화점」으로 제51회 현대문학상(2006)을 수상했다. 작품집으로 『낭만적 사랑과 사회』『타인의 고독』(수상작품집) 『삼풍백화점』(수상작품집) 『달콤한 나의 도시』『오늘의 거짓말』『풍선』『작별』『말하자면 좋은 사람』『상냥한 폭력의 시대』 등이 있다.

『달콤한 나의 도시』는 폭발적인 인기 속에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정이현의 첫 장편소설이다. 도시적 삶의 코드를 전면에 내세워 2,30대 젊은 여성들의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킨 작품으로 인생의 터닝포인트 앞에 선 사람들의 풍경을 경쾌하면서도 날카롭게 그려냈다. 이효석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한국문학의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정이현이 '까칠하게 까발리는' 세상사. 누구나 알고 있지만, 모두가 모른 척 해왔던 바로 그 이야기. '바로 내 이야기야' 라고 무릎을 칠만한 이야기가 뜨끔하게, 그리고 경쾌하게 펼쳐진다.

『낭만적 사랑과 사회』에 등장하는 다분히 냉소적이고 싸늘하며, 실리적이고 확고한 여성 주인공들은 우리 시대 남성중심적인 연애방정식의 오류 속으로 과감히 침입, 그 부조리를 가볍게 제거한다. 저자의 기발한 각주의 맛, 날렵한 구성, 명료한 영화적 글쓰기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정이현의 매력적인 글쓰기 방식은 발칙한 주인공들의 근원적인 에너자이저이다.

정이현의 「삼풍백화점」은 벌써 우리의 기억에 가물가물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우리의 고도성장의 상징 같은 부정과 날림의 성이 단 일 초 동안에 무너져 내리면서 그 안에 있던 오백여 명은 대부분 구조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어떤 대형사고든지 기적적인 구사일생이나 특별히 억울한 죽음 아니면 유명인사가 당한 불행에 관심이 집중되다가 잊혀진다. 인명에 대한 기억력은 날림공사에 대한 분노나 비웃음보다도 오히려 그 지속시간이 짧다. 10년이면 잊혀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소설가 박완서씨는 이 작품에 대해 ‘10년 전 그날까지의 시간을 주변 환경과 그 시절만의 독특한 문화현상을 통해 사실적으로 압축해 들어가면서, 오백여 명이라는 숫자로 집단화된 죽음 중에서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죽어간 한 아가씨의 죽음을, 비록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살다 갔을지라도 그녀의 생애는 아무하고도 바꿔치기 하거나 헷갈릴 수 없는 아름답고 고유한 단 하나의 세계였다는 걸 치밀하고도 융숭 깊은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고 평하고 있다.

2012년에는 프랑스 작가 알랭 드 보통과 ‘사랑, 결혼, 가족’이라는 공통의 주제 아래, 각각 젊은 연인들의 싱그러운 사랑과 긴 시간을 함께한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장편소설을 집필했다. 2010년 4월부터 2012년 4월까지 꼬박 2년 동안, 작가들은 함께 고민하고, 메일을 주고받고, 상대 작가의 원고를 읽고, 서울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원고를 수정하여 정이현은 『사랑의 기초 연인들』을,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의 기초 한 남자』를 내놓는다.

산문집 『풍선』과 『작별』은 젊은 세대의 매끈하고 경쾌한 겉모습과 나약하고 흔들리는 내면의 균열들을 들여다보는 쿨한 보고서로, 문학하는 자로서의 자의식이 담긴 글과, 타인이 쓴 책들을 읽고 느낀 단상, 그리고 영화와 드라마를 비롯한 문화 현상, 작가의 유년과 청춘 시절, 생활 주변의 진실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30세대에 가장 호소력 있는 작가로 평가 받는 정이현은 예스24가 주최한 ‘2008년 네티즌 추천 한국의 젊은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목 차

화요일의 기린
괜찮다는 말, 괜찮지 않다는 말
안과 밖
여행의 기초
지상의 유일한 방
물과 같이
커피 두 잔
어둠을 무서워하는 꼬마 박쥐에 관하여
장미
눈+사람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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