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책 《향수》는 시인 정지용의 시집인 《정지용 시집》과 《백록담》에 수록된 작품들 중에서 주요 작품들을 선별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권영민은 그의 저서 《정지용 시 126편 다시 읽기》에서 ‘그의 시는 자연을 통해 자신의 주관적인 정서와 감정의 세계를 토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면서 자연에 대한 자신의 감각적인 인식 그 자체를 언어를 통해 질서화하면서 하나의 새로운 미적공간으로 창조해 낸다. 이 새로운 시범은 모더니즘이라는 커다란 문학적 조류 안에서 설명되기도 하고 이미지즘이라는 이름으로 규정되기도 한다.’라고 평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시인 정지용이 남긴 120여 편의 작품은 20세기 우리 문학사에 큰 의의가 있다.
섬세한 언어와 절제된 감각으로 시의 언어를 통해
‘공간의 미’를 창조한 시인 정지용!
시인 정지용은 지나친 감상주의로 흘렀던 1920년대 시단에서 절제된 언어로 자신만의 시세계를 구축해 나갔으며 감상의 단순한 나열을 넘어서, 절제된 감정을 시각적이고 촉각적으로 형상화하여 1930년대 모더니즘적 특성을 반영하는 이미지즘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다.
그는 시의 형식적인 면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도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며 20세기 우리 문학사에서 큰 의의를 남겼는데, 그가 남긴 작품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제1장은 초기에 쓰인 시들로 ‘임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 아름답고 고요한 정경’을 묘사한 순수 서정시가 주를 이룬다. 당시 교토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시인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작품도 다수 창작했는데, 그중 우리에게 잘 알려진 <향수>는 떠나 온 고향에 대한 화자의 그리움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시인은 ‘바다’를 소재로 한 작품에서 의성어와 의태어를 통해 바다의 역동적인 모습을 감각적으로 묘사하는 동시에 바다를 바라보며 그리움에 젖기도 하였다. 시인에게 있어 일본에서의 유학생활은 그가 새로운 문물을 접하고 근대적 감각을 일깨우는데 큰 몫을 했으며, 이 시기의 작품에는 시인 특유의 절제되고 감각적인 언어의 특성이 잘 드러나 있다.
제2장은 동요와 민요적 성향이 드러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더니스트라 불리던 정지용은 새로움을 추구하면서도 우리 고유의 전통과 정서를 잊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해바라기 씨>는 화자가 해바라기 씨를 심은 뒤 새싹이 트는 과정을 묘사한 시인데, 새가 날아와 먹지 못하도록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 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 / 괭이가 꼬리로 다진다.’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통해 어린아이와도 같은 순수함을 보여주고 있다.
제3장의 시들은 시인이 가톨릭에 귀의하고 나서 쓴 작품들로서, 이 시기에는 좀 더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묘사가 두드러지며 색채 대비를 통해 시각적 요소를 더하여 역동적이며 생생하게 표현했는데, 1930년대 모더니즘적 특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또한 ‘절대자에 대한 믿음과 사랑, 절대자를 통한 참회’와 같은 내용을 다룬 작품들을 다수 창작하며 시인의 종교적 의식이 그의 시에 잘 반영된 시기이기도 하다.
제4장은 자연을 노래한 ‘동양적인 시’라고 볼 수 있다. 초기 시의 다수가 ‘바다’를 소재로 했다면 후기 시에서는 ‘산’을 노래한 작품이 주를 이루며 이 시기에 시인은 한라산, 장수산, 금강산 등을 소재로 삼아 복잡한 세상과는 단절된 고즈넉한 세상을 노래했다. 이러한 이유로 정지용을 두고 일제강점기라는 시대 상황에서 현실을 도피하고 외면하는 나약한 지식인이라는 일부의 비판도 있으나 그 시대에 정지용은 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저항을 한 것이다. 현실을 날카롭게 포착하여 작품에 반영하고, 언젠가는 맞이할 평온하고 희망적인 세계를 노래하는 일이 문인으로서의 소명이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와 분단이라는 두 가지 비극을 동시에 겪으며 암울한 시대 속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소임을 다한 정지용의 작품을 만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부에서는 월북이나 납북된 문인들의 작품을 금서로 지정했기에 1988년 해금이 되기까지는 40여 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것이다. 안타까운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듯 그의 작품은 20세기 우리 문학사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오랜 시간을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작품에 목말라 있던 독자들에게 있어 이 책 《향수》는 그의 집약된 시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저 : 정지용
鄭芝溶
섬세하고 독특한 언어를 구사, 생생하고 선명한 대상 묘사에 특유의 빛을 발하는 시인 정지용. 한국현대시의 신경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이상을 비롯하여 조지훈, 박목월 등과 같은 청록파 시인들을 등장시키기도한 시인이었다.
1902년 음력 5월 15일 충북 옥천읍에서 좀 떨어진 구읍의 청석교 바로 옆 촌가에서 한약상을 경영하던 영일 정씨 태국(泰國)을 아버지로 하동정씨 미하(美河)를 어머니로 탄생한 그는 그 당시 풍습에 따라 12살 때(1913) 동갑의 부인 송재숙과 영동군 심천면 초강리 처가에서 결혼하였다. 이 부인 사이에 3남 1녀가 태어났으며, 그 가운데 차남과 3남은 6.25사변중에 행방불명 되었고, 현재 장남 구관과 장녀 구원만 생존해 있다.
그는 휘문고보 재학 시절 <서광> 창간호에 소설 「삼인」을 발표하였으며, 일본 유학시절에느 대표작의 하나인 「향수」를 썼다. 1930년에 시문학 동인으로 본격적인 문단활동을 전개하였고, 구인회를 결성하기도 하였으며 문장지의 추천위원으로 활동했다. 해방이 되서는 경향신문의 주간으로 일하고, 이화여대와 서울대에 출강하여 시론, 수필, 평문을 발표하였다.
한국 전쟁 중 납북되어 이후 행적은 알지 못하나 북한이 최근 발간한 조선대백과사전에 1950년 9월 25일 사망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주요 저서로는 『정지용 시집』『백록담』『지용문학독본』등이 있다. 그의 고향 충북 옥천에서는 매년 5월에 지용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1989년부터는 시와 시학사에서 정지용문학상을 제정하여 매년 시상하고 있다.
목 차
제1장 향수
오월 소식 / 이른 봄 아침 / 압천鴨川 / 석류 / 발열發熱 / 향수鄕愁 / 갑판 위 / 태극선太極扇 / 카페 프란스 / 슬픈 인상화印像畵 / 조약돌 / 피리 / 달리아 / 홍춘紅椿 / 저녁 햇살 / 벚나무 열매 / 엽서에 쓴 글 / 선취船醉 / 밤 / 슬픈 기차 / 황마차幌馬車 / 새빨간 기관차 / 밤 / 호수 1 / 호수 2 / 호면湖面 / 겨울 / 달 / 절정絶頂 / 풍랑몽風浪夢 1 / 풍랑몽風浪夢 2 / 말 1 / 말 2 / 바다 1 / 바다 2 / 바다 3 / 바다 4 / 바다 5 / 갈매기
제2장 고향
해바라기 씨 / 지는 해 / 띠 / 산 너머 저쪽 / 홍시 / 무서운 시계 / 삼월 삼짇날 / 딸레 / 산소 / 종달새 / 병 / 할아버지 / 말 / 산에서 온 새 / 바람 / 별똥 / 기차 / 고향 / 산엣 색시 들녘 사내 / 내 맘에 맞는 이 / 무어래요 / 숨기 내기 / 비둘기
제3장 다른 하늘
바다 1 / 바다 2 / 비로봉 / 홍역 / 비극 / 시계를 죽임 / 아침 / 바람 / 유리창 1 / 유리창 2 / 난초 / 촛불과 손 / 해협 / 다시 해협 / 지도 / 귀로 / 불사조不死鳥 / 나무 / 은혜 / 별 / 임종臨終 / 갈릴리 바다 / 그의 반半 / 다른 하늘 / 또 하나 다른 태양
제4장 백록담
장수산 1 / 장수산 2 / 백록담 / 비로봉 / 구성동九城洞 / 옥류동玉流洞 / 조찬朝餐 / 비 / 인동차忍冬茶 / 붉은 손 / 꽃과 벗 / 폭포 / 온정溫井 / 삽사리 / 나비 / 진달래 / 호랑나비 / 예장 / 선취船醉 / 유선애상流線哀傷 / 춘설春雪 / 소곡小曲 / 파라솔 / 별 / 슬픈 우상偶像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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