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허공에 거는 덧없는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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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성기완
출판사항꿈꾼문고, 발행일:2017/11/01
형태사항p.251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96173609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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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당대의 목소리가 현존하는 방식, 노랫말
숨겨진 소리 지도를 복원하는
대중가요 노랫말 평론

뮤지션이자 시인, 대중문화 비평가인 성기완의 대중가요 노랫말 평론집 『노래는 허공에 거는 덧없는 주문―성기완의 노랫말 얄라셩』이 출간됐다. 2016년 1월부터 1년간 〈한겨레〉 토요판 ‘시’ 지면에 격주 연재한 글 24편에 「머리말―노랫말 연구 서설」을 포함한 6편을 새로 더하고 다듬어 총 30편의 에세이로 구성했다. 맥락에 따라 5개 꼭지로 나누었으나 꼭지별로 제목을 붙이는 대신 일러스트로 리듬감을 주었다.

(1) 사람의 목소리는 실로 노래의 신비로운 존재성을 실체화하는 살아 있는 유일무이한 몸이다. 그만큼 노랫말은 목소리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노랫말은 ‘당대의 목소리’가 현존하는 방식과 깊은 관계가 있다. (2) 개인적으로 고려가요 「청산별곡」의 전통이 김소월로 전해졌다가 20세기 후반에는 산울림이 그 바통을 넘겨받았다고 생각한다. (…) 노랫말과 시를 통합하는 보다 넓은 시야의 한국문학사가 21세기에 본격화되길 기대하는 것이 허황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3) 이 책을 통해 텍스트에서 목소리로의 재이행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변화의 한 양상을 드러내 보이고자 한다. (4) 우리 노랫말의 장단과 짜임새를 밝히는 데 약간의 도움이 되고자 하며 그 과정에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드러나기를 바란다._「머리말」에서

인용한 부분들은 책 전체의 주제를 아우르는 중요한 통찰을 담고 있다. 먼저 저자는 우리 노랫말을 통해 시대의 목소리를 읽어낼 수 있음을 밝힌다. 이를 위해 본문에서는 향가 「처용가」와 고려가요 「청산별곡」부터 일제강점기의 가곡 「봉선화」, 민요 「아리랑」을 거쳐 70년대 “한국 록의 새 시대”를 연 산울림과 신중현, 80년대 민중가요와 90년대로 이어진 서정적 대중가요, 2000년대 인디록과 K-POP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다양한 시대와 장르의 노랫말을 분석하고 있다.

다음으로 「청산별곡」에서 김소월의 시로, 다시 산울림으로 면면히 이어져온 우리 노랫말의 전통 톺아보기, 동북아시아 민족들의 “오랜 문화적 전통을 아우르는 노래의 끈” 「아리랑」 깊이 읽기 등을 통해 우리 노랫말로 읽는, 보다 넓은 지평의 한국문학사를 제안하며 ‘문자(문화)에서 소리(문화)로의 재이행’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노랫말 비평의 목적이 노랫말-시의 리듬과 구성을 분석하며 우리 노랫말의 미학을 드러내는 것임을 밝힌다. 저자는 간결한 비평적·분석적 문체에 시적·상상적 문체를 더해 노랫말에서뿐만 아니라 비평 자체에서도 자연스럽게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도록 했다.

청산별곡에서 산울림까지 인디록에서 아이돌까지
음악 하는 시인 성기완의 우리 노랫말 깊이 읽기

산울림의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를 분석한 「한국 록의 새 시대가 열리던 순간―위대했네, 꼭 그렇진 않았지만」도 앞으로 이 책이 담아낼 주제들을 집약해 보여주는 중요한 글이다. 저자는 우선 의미(기의)보다는 소리(기표)에 주목해 “리을의 부드러움과 경자음의 딱딱함, 풀림과 막힘”을 직접 경험해보자고 주문한다. 그런 다음 이 노래가 발표된 70년대 후반을 호출한다. ‘당대의 목소리’로서의 노랫말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러한 두 가지 방향의 분석은 다음에서 하나로 만난다.

결국 ‘꼭 그렇진 않았지만’이 포인트다. ‘렇’에서 ㄹ로 부드럽게 넘어가려다가 ㅎ 받침으로 숨을 딱 막아버리며 은연중 호흡곤란을 겪는 이 한마디는 한편으로는 사랑의 아련함을 표현하면서 뒤로는 슬쩍 당시 젊은이들의 시대정신을 숨기고 있다. 20쪽

“한국 록 음악사상 가장 중요한 노랫말”이자 “형식논리를 거부”하고 의미-뜻[志]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 말, “이중성”의 말은 바로 ‘꼭 그렇진 않았지만’이다. 저자는 숨김으로써 드러내는 우리 노랫말-시의 전통을 고려가요 「청산별곡」의 후렴구 ‘얄리얄리 얄라셩’에서 찾아내고, 이를 김소월의 시, 그리고 산울림의 노랫말이 이어받았음을 천명한다.

뒤이어 산울림(김창완)과 활주로(배철수)의 소리를 ‘비명과 한숨’으로 대비하여 김소월의 시를 바탕으로 한 「세상모르고 살았노라」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신중현의 「햇님」을 다룬 「한국적 사이키델릭 혁명의 최고봉」, 한대수의 「물 좀 주소」를 비평 대상으로 삼은 「청년들이여, 물 달라고 외쳐라」(“우리는 한대수와 똑같이 물 달라고 외쳐야 한다. 목마른 청년들이여, 어떻게 할 건가”), 최성원 작사 「그것만이 내 세상」을 해석한 「세상에는 없는 내 세상」(“들국화의 노래는 승리의 진술이 아니라 사실은 패배의 기록”)도 마찬가지로 소리와 시대의 변증법으로 섬세하게 풀어간 글들이다.

촛불 광장에서 불린 「아침 이슬」(“우리를 광장-광야로 이끈다. 물과 불이 대결하는 광야에서의 싸움”), 80년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노래라는 미싱을 오작동의 기계로 재영토화하는 것, 그것이 지금의 노래꾼들이 찾아야 할 노래”)와 「애국가」(“그것은 일종의 ‘건전 가요’였다. 가장 불건전한 의도로 만들어진 건전 가요”)를 담은 두 번째 꼭지는 자못 흥미롭다.

삐삐밴드의 「안녕하세요」(“새로운 세대의 문화적 변화를 알리는 인사말 같은 곡”)로 인사를 건네는 세 번째 꼭지는 현대 시로서의 노랫말을 생생히 전달한다. 크라잉넛의 「말달리자」를 말달리는 주체와 말달려지는 객체로 분석한 「은근히 복잡한 펑크」로 달리고 나면,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한국말」을 읽는 「약간은 어색한 것 같기도 하고」(“씁쓸함을 곱씹을수록 단맛이 나고, 달콤함을 맛볼수록 거기서 쓴맛이 배어 나온다”), 「술의 나라, 술의 노래」와 함께 백현진의 노랫말-시를 촘촘히 사유한 「한때의 네가 널 사용한 흔적, 뿌옇게 하기」(“상승하는 모듈, 구름 속의 삼단뛰기, 하이퍼의 섬광에 너를 과감히 접속시킨”),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의 마이너 블루스를 톺아본 「수상한 이불과 삼켜버린 눈물」이 기다리고 있다.

세 번째 꼭지의 마지막 글 「노래는 허공에 거는 덧없는 주문」과 네 번째 꼭지의 첫 번째 글 「눈물, 그리고 침묵에서 망각으로」는 각각 기명신과 조동진을 추모하는 성격을 띤다. 조동진의 노래들은 엄혹한 시대의 아픔을 내면화해 서정적인 노랫말로 표현한 하덕규의 「가시나무」(“광장의 시대인 1980년대에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사람”)와도, 조용필이 노래한 「허공」(“허공의 육체성. 소리가 그 몸을 만진다. 소리는 허공의 날갯짓”)과도 만난다. ‘광장’이 아닌 김광석의 ‘거리’는 “뭐라 말하려 해도 기억하려 하여도 허한 눈길만이 되돌아”오는, 내면 공간의 확장으로서 위치한다.

「한국 교육, 그만 좀 해」는 한국 대중음악의 30년 주기 지각 변동을 가져온 세 인물(김해송, 신중현, 서태지) 중 마지막 인물인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가 시대의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포착해내며(“다가올 신자유주의 체제가 아이들을 어떻게 길들이는지를 똑똑히 알려준다”), 「디지털 고전주의의 탄생」은 한국 케이팝이 폭발했던 2009년의 대표곡 「쏘리, 쏘리」를 2음절 가사칩(“쏘리 쏘리 쏘리 쏘리 내가 내가 내가 먼저 네게 네게 네게 빠져 빠져 빠져 버려 베이비”)으로 구성된 ‘회로도’로서 분석하면서 이러한 경향을 ‘디지털 고전주의’로 명명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민요풍 재즈송인 「오빠는 풍각쟁이야」를 “기존 윤리관의 붕괴를 노래하면서 동시에 이윤의 과실을 따먹는 팝 음악”과 연결하는 「출세한 오빠보다 노는 오빠가 좋다」, 홍난파가 작곡한 「봉선화」에서 “노래가 사람들의 얼을 추스르는 방식”을 파악한 「슬픔에 젖어 상승하는 멜로디」도 읽을거리다.

책의 마지막에 위치시킨 「처용가」, 「청산별곡」, 「아리랑」의 분석은 노랫말 문학사의 시작 즈음에 있다고 하겠다. 「처용과 디오니소스」는 향가 「처용가」와 고려가요 「처용가」를 서양의 디오니소스 신화와 대비해 디오니소스의 ‘비극’을 넘어서는 ‘멋’의 신화로서 설명한다. ‘「청산별곡」 환청기’라는 부제를 단 「공민왕의 노래」와 「리을, 노래를 지배하다」는 「청산별곡」을 “아름다운 우리말 발음의 향연”으로 표현하고, 유명한 후렴구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를 “참으로 아름다운 소리 보관 사례”로 들면서, “노래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음소 리을(ㄹ)”을 가지고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드러내 보인다. 「아리랑」 깊이 읽기라 할 수 있는 「아리아리 쓰리쓰리」와 「‘아리조나’에도 아리랑이」는 ‘아리랑’의 어원에서 출발해 유목민의 ‘집단 무의식에 내재한 보편적 공감’을 자아내는 노랫말의 힘을 그려낸다.

작가 소개

성기완

1967년 서울 출생. 시인, 뮤지션, 밴드 ‘아싸AASSA(Afro Asian SSound Act)’ 리더. 서울대 불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4년 『세계의 문학』 가을 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시단에 나왔으며 『쇼핑 갔다 오십니까?』(1998), 『유리 이야기』(2003), 『당신의 텍스트』(2008), 『ㄹ』(2012) 등 4권의 시집을 냈다. 2015년 제1회 김현문학상 시 부문을 수상했다.
1999년 인디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를 결성하여 4장의 정규앨범과 1장의 EP를 발매했다. 4집 『Dreamtalk』로 2013년 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 올해의 노래, 올해의 모던록 앨범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솔로 앨범으로 『나무가 되는 법』(1999), 『당신의 노래』(2008), 『ㄹ』(2012)이 있다. 2005년부터 4년간 EBS FM에서 〈세계음악기행〉을 진행했다. 2008년 서아프리카 말리를 방문하여 아프리카 음악을 연구했고 그 기행문을 계간지 『자음과 모음』에 연재했다. 산문집 『장밋빛 도살장 풍경』(2002), 『홍대 앞 새벽 세시』(2008), 『모듈』(2012) 등을 출간했고, 엘비스 프레슬리와 마일스 데이비스의 전기를 번역했다.
2016년에 ‘3호선 버터플라이’를 탈퇴하여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음악을 아우르는 융합 펑키 그루브 밴드 ‘아싸AASSA(Afro Asian SSound Act)’를 결성, 활동 중이다. 또한 소리보관 프로젝트인 ‘서울 사운드 아카이브 프로젝트(SSAP)’를 이끌고 있으며 계원예술대 융합예술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목 차

머리말│노랫말 연구 서설…… 004

한국 록의 새 시대가 열리던 순간…… 016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비명과 한숨의 변증법…… 023
한국적 사이키델릭 혁명의 최고봉…… 033
청년들이여, 물 달라고 외쳐라…… 040
세상에는 없는 내 세상…… 048

시간을 구부리는 노래…… 058
불꽃과 물꽃은 하나다…… 063
노래는 미싱이다…… 071
애국가, 내가 본 최초의 뮤비…… 078

옛날을 겨냥한 인디폭탄…… 088
은근히 복잡한 펑크…… 096
약간은 어색한 것 같기도 하고…… 103
술의 나라 술의 노래…… 112
한때의 네가 널 사용한 흔적, 뿌옇게 하기…… 118
수상한 이불과 삼켜버린 눈물…… 129
노래는 허공에 거는 덧없는 주문…… 138

눈물, 그리고 침묵에서 망각으로…… 148
음악은 허공의 수묵화…… 159
내면의 목소리를 듣다…… 166
거리에서, 홀로…… 174
한국 교육, 그만 좀 해…… 182
디지털 고전주의의 탄생…… 190

출세한 오빠보다 노는 오빠가 좋다…… 201
슬픔에 젖어 상승하는 멜로디…… 207
처용과 디오니소스…… 214
공민왕의 노래…… 230
리을, 노래를 지배하다…… 235
아리아리 쓰리쓰리…… 242
‘아리조나’에도 아리랑이…… 247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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