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고집쟁이 농사꾼의 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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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전우익
출판사항현암사, 발행일:2024/12/10
형태사항p.167 46판:20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32318721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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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말투는 수줍지만 생각은 옹이 깊다
삶의 지혜가 인간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밭에 곡식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니까 잡초, 독초가 기를 쓰고 자란다며, 곡식이 자리 잡고 제대로 크면 잡초가 맥을 추지 못한다고 한다. 세상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풀을 뽑는 일이기도 합니다. 곡식은 뿌려야 나지만 풀은 옛날부터 지난해까지 떨어진 풀씨가 수없이 돋아납니다. 부정적인 역사의 유물과 유습들이 우리의 전진을 가로막듯 잡초는 수없이 돋아납니다. 그걸 뽑아 주지 않으면 곡식이 오그라지고 시들어 녹아 버립니다. 부정적인 요소들이 얼마나 끈질기고 뿌리가 억센가를 말해 주는 듯합니다. 끈질기고 노회老獪한 수구세력과의 대응은 그에 합당한 방법이 준비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의 됨됨이가 이루어지는 데 자신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서 많은 영향을 받는 게 아닐까 싶다. “도라지밭에서 나는 냉혹한 자연 법칙과 아무리 힘겹고 어려워도 끈질기게 달라붙으면 문제는 풀린다는 걸 배웠습니다. 미봉책인 제초제를 썼다면 나의 삭막한 인간성은 더욱 처참해졌을 거고, 뿌리가 살아남은 풀은 다시 돋아나 어차피 다시 풀을 뽑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포기와 대응, 미봉책과 근원적 해결, 발뺌과 책임을 흔쾌히 지고 살아가는 겸손한 외경심, 이런 것들을 풀을 뽑으면서 되새겨 봤습니다.”

황혼이 깃드는 나이였지만 꼿꼿하고 곧은 신념과 세상에 대한 뜨거운 분노, 애정 어린 비판을 변함없이 계속한다. “서울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든 것이 위정자들의 의도보다는 서울로 몰려가면 큰 수나 날 줄 알고 남부여대하고 몰려간 민중 자신임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이른바 민중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 편을 들어 왔어요. 알게 모르게 달콤한 인공 감미료를 동경하고 선망해 왔습니다. 서울을, 나라를 이렇게 만든 근본적인 책임은 민중이 져야 합니다.”

먹을거리가 생명을 지킨다. 하지만 최근 살충제 달걀 파동에서 보듯이 우리네 먹을거리는 생산성을 위해서 안전을 희생하는 꼴에 처했다. 예전 마당에서 돌아다니던 닭들은 어디로 간 걸까? 지은이는 달걀과 닭고기 문제를 일찍이 알아차리고 자신은 양계장에 가 본 후 달걀과 닭고기를 못 먹게 되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감옥을 만들어 사람을 가두는 것만으로 양이 차지 않은지 잔인한 방법으로 짐승들까지 가둡니다. 양계장은 연립식 소형 독감방으로 닭을 꼼짝달싹 못하게 만들어 놓고 전등을 켜서 스물네 시간 잠도 못 자며 먹게 해야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합니다. 그 잔인한 결과로 낳은 달걀과 고기를 보신이 된다고 사람들은 먹고 있습니다.”

먹고 사는 데 급급한 소시민에게 자신과 세상을 만드는 일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물통에 빗대어 들려준다. 우리들에게 한恨은 한계限界에서 오고, 역사의 무게는 역사적 과제를 치르지 못한 데서 온 것이니 자랑할 게 아니고 창피한 일이라고 말한다. “물통의 법칙이란 게 있어요. 판자를 여러 쪽 모아 통을 짜는데 높고 낮은 판자로 통을 짰다고 합시다. 물은 가장 낮은 판자 높이밖에 차지 않아요. 지금 농민들은 농사짓는 일은 아주 열심히 합니다. 겨울에 하우스까지 만들어 죽자 살자 일해요. 그래서 한쪽 판자는 굉장히 높아요. 한편 스스로와 세상을 만드는 일에는 무관심해서 다른 쪽 판자는 아주 낮아요. 새빠지게 물을 부어 봤자 물은 낮은 판자까지만 차지 절대로 더 높이 올라가지 않지요. 그 차가 심할수록 좌절감은 크고 한은 사무칩니다.”

식탁에서 흔히 보는 파를 통해서 우리에게 왜 아픔이 필요한지, 어떻게 아파야 하나, 어떻게 성장하는가 일깨워 주기도 한다. 우리는 너무나 아프지 않으려고 피하다가 아픔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만다. 근본을 위해 아파하고 그 아픔을 이겨 내면 시시껄렁한 아픔은 사라질 것인데 그걸 못하고 있다고 한다. “딴 곡식이나 나무는 삼십칠팔 도 되는 햇빛에 단 오 분만 쪼여도 영결종천인데 더욱이 뿌리를 싹 자르고 심어야 크게 자라는 파는 신비로운 식물입니다. 또 파는 나무가 얼어 죽는 소문난 추위에도 끄떡없이 삽니다. 땡볕과, 뿌리가 잘리면서 말할 수 없는 괴로움과 아픔을 참고 견딘 뒤 그 아픔을 끝끝내 가슴에 새기면서 큼지막하게 자란 것같이 느껴집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에 아주 작고 작은 일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서로 부담감 주지 않고, 소리 없이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일을 해야 한다고 조근조근 말한다. “요사이 논의들은 큰 나무를 옮겨 심는 것처럼 어마어마하게 커서 가슴에 심기보다는 짊어지고 다녀야 할 판입니다. 그것을 짊어지고 다니느라 사람은 지치고, 이론은 사람들의 등과 다리에서 시들어 버리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가슴에 심어 기르고 키울 수 있을 만큼 작고 작은 교리와 이론이어야 사람 사이에 씨로 뿌려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불어 살아가기를 꿈꾼 우리 시대의 생활 철학자
“다름보다 같이”와 소박한 삶의 즐거움을 일깨우다

당최 ‘할아버지 같지 않은 할아버지’ 전우익. 한참 아랫사람에게조차 함부로 말을 놓지 않고 형형한 눈빛을 간직한 사람이었다. 노상 나무를 매만진 손에는 나뭇결을 닮은 부드러운 곡선이 있었고, 세월의 질량이 사뿐히 내려앉아 적당히 굽은 자태는 오래된 나무처럼 편안하고 단아했다.

언눔(전우익 선생이 스스로를 일컫는 말)이 좋아하는 것 몇 가지. 세상 가장 아름다운 것이 나무라고 여겼다. 죽은 나무라도 쓰임새를 곱게 되살려 필통이며 향꽂이며 차받침을 앙증맞게 만들고 서울 오는 길에 아는 사람들에게 노나주었다. 틈틈이 부들로 자리를 엮어 시간도 보내고 정도 썼다. 중국의 노신과 도연명을 아주 흠모했다. 두 사람의 삶과 작품 얘기를 할 때는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좋아라 웃어자쳤다. 김용준 선생의 『근원수필』도 좋아했다. 그분을 존경하며 문체를 좋아하여 좋은 글을 읽었으면 하는 사람에겐 꼭 선물했다. 자신의 책을 판매한 수익금 대부분은 책 읽는 사회를 위한 기금으로 쓰도록 공익 재단에 기부했다. 뒤늦게 나무에 반하여 사는 보람을 또 하나 알아 버린 그는 애써 찾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잘 사는 것의 의미를 알게 해 주는 이 시대의 진정한 노인이다.

 

작가 소개

저 : 전우익

1925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광복 후 민청에서 청년 운동을 하다가 사회안전법에 연루되어 65세까지 부자유하게 살았다. 고향 마을에서 자연을 스승 삼아 순응하며 사는 농사꾼이자 훈훈한 공간에 가끔씩 살아가는 얘기를 싣는 글쟁이였다. 농사를 지으면서 대자연의 이치를 터득하고 자리를 매면서 인생을 배운다고 했다. 스스로는 파별난적(跛鼈亂跡), 한쪽 발이 망가진 자라가 쩔뚝쩔뚝 기어가며 남긴 어지러운 발자국 같은 볼품없는 삶이 자신의 삶이라고 했다.
글을 읽은 누군가가 자기를 꾸짖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무명씨를 뜻하는 ‘언눔’,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일꾼을 뜻하는 ‘피정(皮丁)’을 아호로 썼다. 이름을 섣불리 팔지 않고, 헛된 알맹이보다 실한 껍데기로 살려는 뜻이 담겨 있다. 2004년 한평생 지켜온 봉화군 자택에서 타계하기 전까지 밭농사 짓고 나무를 키우며 참자유인의 꿈을 안고 살면서, 책을 읽고 알음알음 찾아오는 손님을 꾸밈없이 맞이했다.  

 

목 차

깊은 산속의 약초 같은 사람 _ 신경림

삶이란 그 무엇인가에, 그 누구엔가에 정성을 쏟는 일
꽁꽁 얼어붙은 겨울 추위가 봄꽃을 한결 아름답게 피운
다.
물이 갈라지듯 흙덩이가 곡선을 그으며
엄동설한 눈 속에 삿갓 하나 받치고
구경꾼과 구경거리
다양한 개인이 힘을 합쳐 이룬 민주주의
실패를 거울삼고
뿌리 없는 것이 뿌리박은 것을 이긴다
삶이란 아픔이다
맞고 보내는 게 인생
스님과 루쉰
한 해를 보내면서

편집자에게 보내는 글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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