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데이비드 실즈,
글쓰기를 넘어 말하기에 도전하다
데이비드 실즈는 우리에게 꽤나 낯익은 작가다. 『우리가 언젠가 죽는다』는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았고,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는 특유의 문체로 모던하고 쿨한 문학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이번엔 데이비드 실즈는 글쓰기의 한계를 넘어 말하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한때 자신이 가르쳤던 열두살 연하의 제자 케일럽 파월을 초대하여 3박 4일간의 ‘인생과 예술’ 토크쇼를 녹취하기로 한 것이다.
케일럽 파월은 전업주부 아빠이자 아직은 무명의 작가다. 미국 문단에서 나름대로 자리잡은 중견작가이자 대학교수인 데이비드 실즈와는 어쩌면, 정확히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이다. 아직 자신의 소설을 출간하지 못한 무명작가 vs 이미,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고 문학상까지 받은 중견작가, 떠오르는 신종 직업이라 할 수 있는 전업주부 아빠 vs 상아탑에 갇힌 꼰대로 취급받는 대학 교수, 그리고 12년 전 글쓰기의 초식을 배운 제자 vs 12년 전 글쓰기의 방법론을 가르쳤던 선생, 이 대결 구도만 놓고 봐도 매우 흥미진진하다.
이 책의 원제는 ‘I Think You're Totally Wrong’이다. ‘난 네가 전적으로 틀렸다고 생각해’이란 뜻이다. 한국어 제목은 이렇게 상반된 입장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인생은 한뼘 예술은 한줌』으로 결정했다. 예술을 더하지 않으면 ‘인생은 한뼘’에 불과하다는 예술파 데이비드 실즈와 인생이 보이지 않으면 ‘예술은 한줌’에 불과하다는 인생파 케일럽 파월의 흥미진진한 대결구도를 보여주고자 하였다. 두 사람은 시종일관 티격태격 상대방의 논리에 딴지를 걸고 서로를 비꼬고 도발한다. 그 뜨거운 논쟁 속에는 인생과 예술에 대한 지적인 통찰이 촘촘히 담겨 있다.
한없이 시시한 수다의 향연
마치, 홍상수 영화 같은 책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홍상수의 영화가 떠오른다. 어쩌면, 한없이 사소하고 시시한 이야기들을 끝없이 늘어놓는 배우들의 대화... 이 이야기는 물론, 한권이 되기 위하여 편집의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여느 대화집처럼 핵심을 살리기 위하여 주변적인 부분을 무정하게 쳐내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적인 이야기 속에서 데이비드 실즈와 케일럽 파월의 캐릭터가 살아나고, 생생한 현장감을 전해준다.
이 책에서는 영화도 빈번히 언급된다. 자신들이 만드는 책과 비견될만한 영화로 제시되는 작품들은 ≪사이드웨이≫, ≪앙드레와 저녁식사≫, ≪여행≫ 등이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상반된 기질의 두 중년 남자가 대화를 나누는 코미디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이 중 두편의 영화를 감상하면서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한다. 이 영화들을 끝없이 의식하고 이 영화들과 같이 훌륭한 드라마가 되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하여 그들이 택한 전략은 ‘홍상수 영화 같은 솔직함’이다. 케일럽 파월은 여장남자와 관계를 맺었던 젊은 날의 충격적인 에피소드를 숨김없이 밝히고, 데이비드 실즈는 자신의 누나와 어떻게 철천지 원수가 되었는지, 불행한 가족사를 공개한다.
두 작가의 입장은 판이하게 갈린다. 케일럽 파월은 더 많은 인생이 반영되어야 진정한 예술이 된다고 믿는 인생파라면, 데이비드 실즈는 아무리 좋은 인생 이야기가 있어도 예술화하지 않으면 진부할 뿐이라는 예술파다. 마치 아주 오래전 리얼리즘/모더니즘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100분 토론 식으로 자기 의견만 고집하는, 따분한 토론은 아니다. 홍상수 영화를 감상하듯이 그렇게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흥미진진한 지식 예능의 절정
흡사, 알쓸신잡 같은 책
아재들의 지적인 수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알쓸신잡’- 이 책 또한 ‘알뜰신잡’처럼 예술과 문화 전반에 걸쳐 매우 다양한 사실을 알게 해준다. 미국의 문학계도 우리나라 문학계와 별반 다를 게 없이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식의 비평만 횡행한다는 것, 미국의 보수와 진보는 우리나라의 대립구도와도 기묘하게 다르다는 것, 그리고 작가들의 가족은 대체로 작가의 작품엔 관심이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까지....
또한, 두 작가의 대화는 알아두면 쓸데 없지만 그렇다고 손해볼 것도 없는 다양한 지식을 전해주는 역할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책이 소개되지 않은, 요절한 천재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삶과 죽음, 서머셋 모옴의 소설 속에 숨겨진 동성애 코드, 미국 사회의 게이와 트렌스젠더 문화, 전업주부 아빠로 사는 법, 그리고 참 쓸데 없는 데이비드 실즈 교수의 연봉 액수까지...
그리고 눈에 띄는 것은 케일럽 파월의 미국 현대문학 비판이다. 문학의 위기는 작가들이 자초한 것이며, 이 위기를 넘어서지 못하면 문학과 작가가 끝없이 유리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케일럽의 경고는 우리나라 문학 현실에 비추어도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이 책은 이런 대화로 끝을 맺는다. “동전 던지기 하시죠. (...) 뭐가 나올까요? 인생과 예술 중에서.” 당신이 예술을 우위에 놓는 예술파이건, 인생을 우위에 놓는 인생파이건 이 책은 자신의 예술관과 인생관을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
작가 소개
저 : 데이비드 실즈
David Shields
브라운 대학을 졸업하고 아이오와 대학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여덟 권의 소설과 에세이를 썼다. 그중 『검은 행성Black Planet』은 전미비평가상 최종심에 올랐고, 『리모트Remote』로 PEN/레브슨 상을, 『죽은 언어들Dead Languages』로 PEN 신디케이티드 소설상을 받았다. 미국의 문예지 『컨정션Conjunctions』의 수석 편집자로 일하면서 『뉴욕타임스 매거진』 『하퍼스 매거진』 『예일 리뷰』 『빌리지 보이스』 등 다양한 매체에 기고했다. 현재는 시애틀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살고 있고 워싱턴 대학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 : 케일럽 파월
Caleb Powell
퍼시픽 노스웨스트에서 자랐다. 밴드에서 베이스를 연주하기도 하고, 건설 노동자로 일하기도 하고, 한국과 두바이 등 전세계를 누비면서 영어 강사로 10년의 세월을 보냈다. 현재는 시애틀에 정착하여 전업주부 아빠로 살고 있으며, 여러가지 매체에 단편과 에세이를 발표하면서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역 : 김준호
고려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영미희곡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공군사관학교 영어과 교수를 역임했고, 기업 해외홍보 업무를 해오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연극 『올리버 트위스트』, 『매장된 아이』 등이 있다.
목 차
둘째날
셋째날
넷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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