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가장 낯선 곳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 여행
낯선 장소에서 모국어라는 갑옷을 입지 않은 나를, 이 사회의 시스템에 대해서 아는 것 하나 없는 나를, 마치 어린아이나 촌뜨기로 돌아간 것 같은 나를 발견한다. 결국, 길게는 20시간씩 비행기를 갈아타고 몇 달 치 생활비를 며칠 만에 탕진하고 낯선 숙소에서 외로움과 두려움에 벌벌 떨며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에 눈물을 흘리고 사기꾼과 호객꾼에게 당하고 온종일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걸어 다니는 이 모든 비이성적이고 비효율적인 일들을 통해 내가 이역만리 타국에서 찾게 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러므로 여행이란 건 ‘가장 먼 곳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좋든 싫든 그것이 나다. 그게 ‘진정한 나’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 자신의 일부인 것은 확실하다. 그리하여 여행이 끝날 때마다 나는 같은 사람인 채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온다. 그건 미처 기대하지 못했던 보너스 같은 것이다.
_ 프롤로그 「나는 왜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중에서
나는 왜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_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느끼게 될 것을 상상하거나
전에 했던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는 쪽이 훨씬 더 낭만적이다.
지나간 여행에 대한 기억들이 희미해져갈 무렵, 여행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다. 낯설기에 더 아름다웠던 여행지의 풍경들, 여행지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음식의 맛, 두고두고 그곳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국의 물건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한 ‘진짜 여행’은 어쩌면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꿈에 그리던 곳까지 왔으니 조금은 다른 일상을 보내자고 생각하지만,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본전 생각에 아침부터 밤까지 파김치가 될 때까지 낯선 거리를 끝도 없이 헤매고 다녔을 것이다. 그 여행 속에서 우리는 이방인의 쓸쓸함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에 멈칫하기도 했을 것이다. 의도치 않은 실수로 말할 수 없는 부끄러운 순간을 겪기도 했을 것이다. 그리곤 피곤을 더한 채 여행에서 돌아왔을 것이다.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우리는 여행을, 기억을 재구성하기 시작한다. 지나간 여행에 대한 기억은 철저히 미화되고 편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은 여행의 아름다운 추억이나 여행지에서 느낀 깊은 사색을 말하는 책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여행하며 겪은 온갖 부정적인 감정과 식은 땀 나는 경험이 이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행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여행의 좋은 기억들을 남기고 편집되어버린 수많은 B컷의 순간들이 담겨있다. 그녀의 여행은 남들이 보기엔 고생스럽고 ‘별것 없는 여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여느 여행 책들과 다른 이유는 무엇보다 한수희 작가다운 책이기 때문이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_ 나는 언제나 슈트케이스보다는 배낭이다. 나는 성큼성큼 걷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성큼성큼 걷는 여자에게는 슈트케이스가 어울리지 않는다.
자신을 멋진 슈트케이스를 끌고 우아하게 걷는 사람이 아니라, 큼지막한 배낭을 메고 성큼성큼 걷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한수희 작가.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은 그런 작가 자신을 꼭 닮은 여행기다. 혼자 떠났던 여행에서 자신에게 추파를 던졌던 남자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기도 하고, 온갖 여행 정보를 다 찾아가고도 사기를 당할 뻔한 아찔하고도 웃픈 사건을 추억하기도 한다. 이유도 없이 호의를 베푸는 사람을 믿지 못해 끝까지 경계했지만, 결국 진심이 담긴 선의라는 것을 뒤늦게 알고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한다. 오래된 친한 친구와 여행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친구가 강물에 휩쓸려 갈 뻔했던 일이 아니라, 아무 할 일도 없이 하릴없이 보냈던 거리에서의 시간이었다고 담담하게 말하기도 한다. 복잡한 도시에서 길을 잃고 헤매면서, 지도 속 반듯한 세상처럼 모든 일은 예상한대로 일어나지 않으니 그저 의연하게 통과해야만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녀는 말한다. 이 모든 여행들은 결국 돌아갈 곳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문득 깨닫는다. 나는 그 모든 익숙한 것들로부터 떠나고 싶어서 떠난 것이고, 낯선 나라에서 죽도록 고생을 한 후에 이제 그 모든 익숙한 것들에게로 다시 돌아가려는 것이구나. 어쩌면 그것이 바로 여행이라는 것이겠구나.
이 솔직하고 씩씩한 여행기는 떠나고 나서는 늘 후회하지만 또 여행을 떠나고야 마는 당신에게 다시 한번 떠나도 좋다고 용기를 주는 한 권의 책이다.
작가 소개
저 : 한수희
‘에런라이크는 똑똑하고 도발적이고 재미있으며 무엇보다 온전한 정신을 가졌다.’ 방송인 다이앤 소여Diane Sawyer가 작가 바버라 에런라이크Barbara Ehrenreich에 대해 한 말을 좋아한다. 똑똑하고 도발적인 건 아무래도 불가능하니까, 재미있고 온전한 정신이라도 가진 사람으로 나이 들어가기를 바라며 산다.
1978년 12월 진해에서 태어나 바다와 군함과 세일러복과 벚꽃에 둘러싸인 채로 산과 들과 바다를 뛰어다니며 자랐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잡지사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지금은 경기도 안양의 골목에 (문자 그대로) 숨어 있는 작은 카페 ‘책과 빵’에 앉아 책장 가득 좋아하는 책들을 꽂아두고 벽에 ‘천 천 히’라고 붙여둔 채로 매일 조금씩 글을 쓴다. 이웃을 위해 빵을 굽고 커피도 내린다. 짬짬이 학생들에게 영화 만들기를 가르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촌스러운 구호를 마음에 새기며, 매일 조금씩이라도 달린다. 매거진 《AROUND》에 책과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그 글을 묶어 『우울할 때 반짝 리스트』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라는 책으로 펴냈다. 소박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려는 일상을 담은 에세이집 『온전히 나답게』를 썼다.
목 차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태국, 끄라비 내가 살아본 적 없는 인생
인도, 빌라쿠페 우리 집에서 묵으시면 어떻겠습니까?
태국, 방콕 + 끄라비 참 이상한 일
태국, 방콕 + 피피 섬 전기장판을 켜고 온 것이 분명하다
도미니카공화국, 푸에르토플라타 + 미국, 뉴욕 내가 어쩌다 여기에
일본, 규슈 배 타고 신혼여행
태국, 랏차부리 엄마와 나와 호랑이기름
별것 아닌 일들을 위한 여행
태국, 깐짜나부리 졸리 프로그의 특별한 매력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정글의 부처가 웃는 방식
인도, 포트코친 포트코친에 두고 온 내 마음
라오스, 방비엥 + 비엔티안 라오스에서 무얼 했냐면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 프렌티안 섬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대한민국, 속초 적금통장의 낭만적인 규칙
태국, 피피 섬 이 아름다운 섬에서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여행
대한한국, 강촌 우리 강촌이나 갈래?
대한민국, 마산 + 태국, 피피 섬 혼자 여행하는 여자
인도, 뭄바이 기차는 직선으로 떠난다
인도, 망갈로르 두 번 다시 그곳에 갈 일은 없지만
프랑스, 파리 세기말의 프랑스어 수업
일본, 도쿄 지도 위를 걷는 법
에필로그 _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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