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인민군이 가끔씩 내려오면 좋겠다!
열두 살 시골 소년에게 6·25전쟁은 낭만적으로 시작되었다. 북쪽에서 인민군이 쳐내려온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마을은 평온했고 사람들은 피난을 가더라도 금방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소년은 피난길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게만 보였다. 게다가 사촌 동생을 만나 놀 생각에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소년은 생각했다.
‘인민군이 가끔씩 내려오면 좋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전쟁은 흥겨웠던 소년의 피난길을 이내 생사를 위협하는 고난의 길로 만들어버렸다. 인민군의 공격을 피해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했고, 포탄이 떨어진 움집에서 온 식구가 몰살될 뻔하기도 했다. 밀고 밀리는 인민군과 국군의 공방 속에서 다시 돌아온 마을에는 전쟁의 먹구름이 가득했고, 청년들은 의용군에 끌려가 하나둘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도망자 신세가 된 형님은 의용군 입대를 강요하는 운영위원장을 죽이려 하고, 부모님과 형수님은 밤잠을 설치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천사는 어떻게 오는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것은 아마도 책 곳곳에서 인생의 수호천사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형님, 친구, 선생님, 목사님….
“나의 수호천사들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직접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말없이 내 주변에서 외로움을 이기게 해주었다. 내가 쓰러졌을 때 손을 잡아주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었고,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내게 들릴 만큼 간절한 기도를 해주었다.”
반찬 없는 도시락을 먹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반찬을 기꺼이 내주신 선생님, 미국에서 어렵게 모은 전 재산 350달러를 여비에 보태라며 주신 전도사님, 어려운 유학생들 소식을 듣고 돈을 부쳐준 친구, 무례한 제자에게 교수 임용 추천서를 써주신 교수님….
학비가 없어 학업을 중단해야 할 때, 굶주림과 고독에 지쳐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 등 삶의 고비마다 도움과 격려의 손길을 내밀어준 할아버지의 ‘천사’들은 할아버지를 감사와 은혜의 삶으로 인도했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사회학도의 길을 가게 했다. 그런데 그들은 어떻게 왔을까? 할아버지에게 천사가 나타나게 된 어떤 연유가 있을까? 할아버지는 그 모두를 하나님의 돌보심 덕분이라고 여기지만, 다른 짐작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도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늘 ‘인간이 하늘’이라고 말하며 마음을 바르게 쓸 것을 강조했고, 6?25전쟁이 한창일 때는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하늘의 뜻이 아니라며 아들을 시켜 마을 사람들의 원수가 된 운영위원장을 처형 직전에 살려내기도 했다. 어머니 역시 그가 누구이건 오직 귀한 사람으로 대하고 넉넉한 인심을 베풀었다. 부모님 모두 언제나 사람을 제일로 여겼던 것이다. 훗날 할아버지는 부모님의 묘비에 ‘천륜(天倫)을 따르고 이웃을 소중히 여기다’라는 글을 올렸다.
인생의 스승이 건져올린 소중한 깨달음
성경의 고린도전서 13장은 ‘사랑장’으로 불린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을 노래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관계’에 주목한다. 가족, 이웃, 스승과 제자, 남녀, 부부 등의 관계가 원만하고 바람직하지 않으면 사랑도 감사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별하지 않은(?) 개인의 인생사 속에서 아름다운 인생의 열쇠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격동의 20세기에 소년에서 할아버지로, 학생에서 선생님으로 숱한 삶의 터널을 지나온 기록이 특별한 공감과 깨달음이 되어 21세기의 손주들에게 소중한 삶의 빛으로 다가갈 것이다.
작가 소개
저자 : 강대기
경북 안동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을 학자로 살았다.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이 깨어나지 않으면 나라의 발전도 미래도 없다는 생각에 숭실대학교 농촌사회학과에 입학하여 농촌 개혁 운동에 뛰어들었다. 학생 신분으로 예배소를 세워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그것이 오늘날 경북 영주 오계교회의 출발점이 되었다.
급속한 도시화의 진행과 함께 농촌운동의 한계를 절감하고는 도시사회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휴스턴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유타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아이다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되었다. 이후 부산대학교 사회학과를 거쳐 숭실대학교 정보사회학과 교수를 마지막으로 오랜 교단을 떠났다.
저서로 『현대사회에서 공동체는 가능한가』 『현대 도시론』 『현대사회 문제론』, 역서로 『현대사회의 정신사적 기초』 『인간 생태학』, 논문으로 「정보화와 공동체의 변화」 「공동체 개념 혼란의 배경과 시사점」 등이 있다.
목 차
할아버지의 작은 소망
하나. 전쟁과 인간
난리가 뭐예요? / 인민군이 내려오면 좋겠다 / 과자인 줄 알고 껌을 씹어 먹다 / 머나먼 고추밭 / 전쟁이란 이런 것이구나 / 시체를 뛰어넘어 집으로 돌아오다 / 도망자가 된 형님 / 마을에 드리운 전운 /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죽여! / 인민군 포박 작전 / 하늘의 뜻
둘. 인생의 수호천사
비행기에 아메리칸 드림을 싣고 / 나는 홀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구나 / 나에겐 너무나 소중했던 5달러 / 절대 고독 속에서 얻은 깨달음 / 기적의 200달러 / 충만한 은혜가 주어지는 순간
셋. 배움의 길 그리고 스승
임금님의 스승을 꿈꾸다 / 단식농성을 해서 중학교에 들어갔지만 / 도덕 선생님의 출석부 / 약소국 카투사의 굴욕 / 농촌운동의 시작과 끝 / 교수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면 되네 / 블랙 교수님과의 충돌 / 1980년 5월 18일, 출근 첫날의 좌절 / 자네도 이제 선생이 되었는가? / 대학 교단을 떠나며
넷. 사람과 사람 사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들 / 대인관계를 좌우하는 것 / 갈등 지대에서 감사 지대로 / 불완전한 존재임을 고백하라 / ‘나와 너(I and Thou)’로 보면 관계가 달라진다
다섯. 아름다운 동행
독신이냐 결혼이냐 / 현명한 배우자 선택법 / 원만한 결혼생활은 어떻게 가능한가 / 여보, 함께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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