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혼자’로 시작하여 ‘둘의 무대’에서 펼치는 사랑의 연대기
우리는 왜 누군가를 사랑할까? 저자는 사랑의 본질을 구체적인 성분으로 나눠 그 감정의 깊이를 들여다본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상대에게서 내 존재 안의 결핍된 부분을 찾았기 때문이다. 각자가 결핍의 존재이며 혼자임을 자각하는 일은 타인과의 사랑을 꿈꾸게 만드는 전제조건이다. 사랑은 “혼자”라는 것과 깊이 상관되는 일인 것이다. 사랑은 “타자”에게 매혹당하는 일이고, 타자를 갈망함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타자를 갈망할까? 타자가 다름의 존재, 미지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대상은 결국 내가 거머쥐지 못하는 존재로 남지만, 무모하게도 그 불가능의 가능성에 몸을 던지고 만다. 타자는 무엇보다도 먼저 “얼굴”로 인식된다. 얼굴은 사랑의 끄나풀, 사랑의 메신저다. 타자의 부름에 가장 먼저 응답하는 것도 얼굴이다. 이윽고 사랑은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 ‘마법의 주문’을 건다. 바로 이 마법에 걸린 사랑이 사랑의 낭만적인 원형, 즉 “로맨스”이다.
사랑은 불면, 불안, 광기를 동반한다. 사랑하는 자들은 잠 못 드는 밤, 감정에 균열을 불러오는 불안, 느닷없는 “광기”를 겪는다. 사랑은 전혀 고요하거나 평화스럽지 않다. 사랑은 폭풍같이 몰아치는 감정의 과도함에서 치러지는 일이다. 사랑이 여의치 않을 때 감정의 과도함에 휩싸여 비이성적 행동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 밖에 사랑의 감정을 더욱 깊게 빚어내는 “키스” “애무”의 동작, 그리고 “갈망” “기다림”과 같은 태도가 있다. 기다림은 사랑을 배양하고 숙성시킨다. 기다림은 사랑을 더욱 애틋한 것으로 만들며, 사랑에 심연을 만든다. 사랑의 관계에서 더 많이 기다리는 자가 사랑에 대해 더 많은 열망을 품는다. 사랑의 관계에서 권력은 기다림의 양과 반비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애무로 한껏 달아올랐던 사랑은 에로스를 고갈한 뒤 갑자기 삭막한 감정의 환멸과 조우한다. 애무의 최종 목적지가 환멸이라는 점에 연인들은 당혹감에 빠진다. 사랑이 식으면 눈꺼풀에 씐 콩깍지가 떨어지고, 있는 그대로의 타자를 볼 수가 있다. 사랑은 변한다. 사실 변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사람일 것이다. 사랑의 굳은 맹세는 물러지고, 많은 연인들이 등을 돌려 제 갈 길을 간다. 사랑의 또 다른 결론일 수 있는 “결혼”은 결코 사랑과 동일한 범주로 묶일 수 없다. 사랑을 끌어가는 것이 욕망-본능이라면, 결혼을 끌어가는 것은 현실-제도다. 결혼을 통해 사랑은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의 가치로 옮겨간다. 결혼은 생물학적 결합이자 가문의 결합이다. 둘만의 사랑에 여러 사람이 끼어들고, 시민사회의 법과 풍속이 개입하면서 사적 관계는 불가피하게 공공화된다. 결혼으로 연애 감정은 잦아들고 그 자리를 생활의 책임과 의무가 차지한다.
희망적인 것은 사랑은 끝나도 이야기는 남는다는 점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누군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고,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내는 일이다. 사랑은 저마다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품는다. 사랑 이야기가 평범한 경우란 없다. 모든 사랑은 당사자에게는 각각 놀라운 실존 사건이다. 저자는 그래서 사랑은 진리 그 자체이고, 계속 재발명되고 지켜내야 하는 인류의 위대한 자산이라고 말한다.
열정과 낭만이 사라져버린 현대사회의 사랑
저자는 “사랑은 주체를 둘러싼 사회환경, 즉 문화와 제도와 규범들, 그리고 내면의 메커니즘과 더불어 겪는 복잡한 경험”이라고 말한다. 사랑은 고정되고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띠는 것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그 본질이 변해버린 사랑의 여러 모습을 잘 포착해냈다.
『사랑에 대하여』의 「속화」는 열정과 낭만이 사라져버린 현대사회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근대 이전의 사람들은 사랑을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고, 사랑을 위해 자기 전부를 걸기도 했다. 연인들은 서로에게 이끌려 헌신하고 숭배하는 신도로 거듭났다. 사랑이 신흥종교로 여겨지는 시대에는 낭만적 사랑이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더 많은 자유가 주어지자 사람들은 스스로를 제약하기 시작한다. 그 제약들로 더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찾는 일에 어려움을 겪고, 더 많은 결혼 관계들이 깨어지고 있다. 결국 에로스, 혼 없이 나누는 사랑만이 남았다. 저자는 그 혼 없는 사랑을 “성애화되어 소비되는 섹스, 전시되는 상품으로서의 포르노”라고 칭한다. 포르노그래피는 ‘섹시함’이란 상품에서 성기적 성애만으로 노골화하고 특화시킨 ‘파생 상품’이다. 절망과 불안, 위험과 모험을 제거해버린 안전한 사랑만이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되는 사랑, 속화된 사랑, 그것이 오늘날의 사랑이다.
또한 저자는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가 말하는 현대성의 요소(규제가 풀려버린 결혼시장, 짝을 선택하는 구조의 변화, 사회적 자존감 형성에서 사랑이 차지하는 압도적 비중, 낭만적 사랑이 사용되는 방식의 변화)를 지적하며, 현대에는 사랑의 낭만적 선택에 관해 감정뿐만 아니라 고려해야 할 새로운 여러 요소들이 변수로 등장했다고 말한다. 사랑에 감정의 낭비, 재능의 낭비, 시간의 낭비는 불가피한 것이다. 그런데 모든 것을 소비의 대상으로 삼아버리는 오늘의 사회에서 사랑은 낭비의 경제 체제 안에서 감내해야 할 시간 경험이 되었다. 또한 성과사회인 오늘날, 타자가 사라지는 현상이 빈번하다. 결국 성과사회는 우울증이라는 나르시시즘적 질병에 감염된 주체들을 만들고, 타자는 더 이상 타자성을 발현하거나 타자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타자」). 타자가 부재하는 세계에서 사랑은 자본과 동일시될 뿐이다.
탈근대로 접어들며 낭만적 사랑은 불가능한 부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불가능한 우연과 불가능한 열정의 상호작용이 결합된 낭만적 사랑의 신화에 매혹당한다. 자본주의가 이런 대중의 심리를 놓칠 리 없다. 자본주의는 재빠르게 새로운 수익구조를 낳으려고 낭만적 사랑과 시장을 교차하고 매개시킨다. 바로 이것이 ‘상품의 낭만화’이자, ‘낭만의 상품화’이다.
생의 아픔과 아름다움에 관한 주석들
시인이자 애서가, 탐서가이기도 한 저자는 문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사랑의 저변과 이면을 섬세하면서도 날카롭고 깊은 사유로 포착해낸다. 그에 따르면 사랑은 ‘지독한 혼란’(울리히 벡)이거나 ‘광기’(롤랑 바르트)이며, ‘진리를 생산하는 절차’(알랭 바디우)이거나 ‘유한과 무한 사이의 방황’(로버트 롤런드 스미스)이며, ‘다른 삶의 형식, 완전히 다른 사회를 향한 혁명적 욕망’(한병철)이거나, 현대에 와서 사랑은 속화되어 ‘판매되고 소비되는 것’(에바 일루즈)이다. 그는 플라톤의 『향연』과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에 이르기까지, 사랑의 본질과 역사, 그리고 ‘요즈음 우리들의 사랑’을 둘러싼 통념들을 해체하며, 그 근원에서 생의 아픔과 아름다움을 묻는다.
저자는 많은 작가들과 철학자들이 사랑에 대해 쓰고 말하려는 이유를, 사랑의 여정과 자아 해방의 길이 하나로 포개질 뿐만 아니라 사랑을 빼놓고는 삶에 대해 말할 수 없는 까닭으로 보았다.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이 그토록 사랑에 집착해온 이유가, 사랑이 가장 원초적인 삶의 몸짓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에리히 프롬과 마르쿠제, 롤로 메이를 시작으로 해서, 롤랑 바르트, 에마뉘엘 레비나스, 알랭 바디우, 에바 일루즈, 한병철에 이르기까지 여러 선각적 철학자들의 저작과 함께,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 필립 로스의 『죽어가는 짐승』, 알렉산드로 바리코의 『비단』,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등 탁월한 고전소설들을 꼼꼼하게 읽어가며, 사랑이 시작되고 끝나는 방식, 사랑의 불가피함과 하염없음, 이야기로 육화된 사랑에 녹아든 철학들을 숙고해나간다. 이렇듯 『사랑에 대하여』는 ‘죽음’과 더불어 생에서 겪는 가장 중요한 실존사건인 ‘사랑’, 그 눈부신 경이로움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주고, 그 본질이 퇴색되어버린 현대사회에서 순정한 사랑의 꿈을 꾸게 한다.
▣ 작가 소개
저 : 장석주
스무살에 시인으로 등단하여 서른 해쯤 시인, 소설가, 문학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때로는 출판기획자, 방송진행자, 대학교수, 북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했다. 그는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읽는 속도가 빠르지 않은데 읽은 책 목록이 긴 것은 책 읽는 일에 꾸준하고 부지런한 까닭이고, 아울러 앎과 슬기를 향한 욕심이 큰 까닭이라고 한다. 서른 해를 쉬지 않고 읽고 쓰며 걸어온 사람이다.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와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뒤 시와 문학평론을 함께 써오고, 동덕여대 경희사이버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고, 국악방송에서 방송진행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한 조선일보·출판저널·북새통 등에서 ‘이달의 책’ 선정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월간 「신동아」에 ‘장석주의 책하고 놀자’라는 제목으로 3년 동안 북리뷰를 담당했고, 주간 「뉴스메이커」에 ‘장석주의 독서일기’를 2년간 연재했다.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국악방송에서 ‘행복한 문학’의 진행자로 활동했다.
노자·장자·주역과 작은 것들에 대한 심오한 통찰이 담긴 책들을 즐겨 찾아 읽고, 제주도·대숲·바람·여름·도서관·자전거·고전음악·하이쿠·참선·홍차를 좋아하며, 가끔 하늘의 별자리를 보고 점을 친다고 한다. 2000년 여름, 서울 살림을 접고 경기도 안성의 한 호숫가에 ‘수졸재’라는 집을 지어 살면서, 늘 머리맡에 『노자』와 『장자』를 두고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읽었다. 이를 계기로 『느림과 비움』 『느림과 비움의 미학』 『그 많은 느림은 어디로 갔을까』 같은 책을 펴내기도 했다. 2013년 영랑시문학상, 2010년 질마재문학상, 2003년 애지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수졸재’와 서울 서교동 작업실을 오가며 읽고, 쓰고, 사유하는 삶을 꾸려가고 있다. 시집 『오랫동안』과 산문집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와 『고독의 권유』등이 있다.
▣ 주요 목차
혼자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 로맨스 / 속화 / 타자 / 시간 / 광기 / 과도함 / 얼굴 / 키스 / 애무 / 기다림 / 갈망 / 결혼 / 덧없음 / 이야기
책 끝에 / 증평에서 쓰는 편지
참고문헌
‘혼자’로 시작하여 ‘둘의 무대’에서 펼치는 사랑의 연대기
우리는 왜 누군가를 사랑할까? 저자는 사랑의 본질을 구체적인 성분으로 나눠 그 감정의 깊이를 들여다본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상대에게서 내 존재 안의 결핍된 부분을 찾았기 때문이다. 각자가 결핍의 존재이며 혼자임을 자각하는 일은 타인과의 사랑을 꿈꾸게 만드는 전제조건이다. 사랑은 “혼자”라는 것과 깊이 상관되는 일인 것이다. 사랑은 “타자”에게 매혹당하는 일이고, 타자를 갈망함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타자를 갈망할까? 타자가 다름의 존재, 미지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대상은 결국 내가 거머쥐지 못하는 존재로 남지만, 무모하게도 그 불가능의 가능성에 몸을 던지고 만다. 타자는 무엇보다도 먼저 “얼굴”로 인식된다. 얼굴은 사랑의 끄나풀, 사랑의 메신저다. 타자의 부름에 가장 먼저 응답하는 것도 얼굴이다. 이윽고 사랑은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 ‘마법의 주문’을 건다. 바로 이 마법에 걸린 사랑이 사랑의 낭만적인 원형, 즉 “로맨스”이다.
사랑은 불면, 불안, 광기를 동반한다. 사랑하는 자들은 잠 못 드는 밤, 감정에 균열을 불러오는 불안, 느닷없는 “광기”를 겪는다. 사랑은 전혀 고요하거나 평화스럽지 않다. 사랑은 폭풍같이 몰아치는 감정의 과도함에서 치러지는 일이다. 사랑이 여의치 않을 때 감정의 과도함에 휩싸여 비이성적 행동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 밖에 사랑의 감정을 더욱 깊게 빚어내는 “키스” “애무”의 동작, 그리고 “갈망” “기다림”과 같은 태도가 있다. 기다림은 사랑을 배양하고 숙성시킨다. 기다림은 사랑을 더욱 애틋한 것으로 만들며, 사랑에 심연을 만든다. 사랑의 관계에서 더 많이 기다리는 자가 사랑에 대해 더 많은 열망을 품는다. 사랑의 관계에서 권력은 기다림의 양과 반비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애무로 한껏 달아올랐던 사랑은 에로스를 고갈한 뒤 갑자기 삭막한 감정의 환멸과 조우한다. 애무의 최종 목적지가 환멸이라는 점에 연인들은 당혹감에 빠진다. 사랑이 식으면 눈꺼풀에 씐 콩깍지가 떨어지고, 있는 그대로의 타자를 볼 수가 있다. 사랑은 변한다. 사실 변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사람일 것이다. 사랑의 굳은 맹세는 물러지고, 많은 연인들이 등을 돌려 제 갈 길을 간다. 사랑의 또 다른 결론일 수 있는 “결혼”은 결코 사랑과 동일한 범주로 묶일 수 없다. 사랑을 끌어가는 것이 욕망-본능이라면, 결혼을 끌어가는 것은 현실-제도다. 결혼을 통해 사랑은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의 가치로 옮겨간다. 결혼은 생물학적 결합이자 가문의 결합이다. 둘만의 사랑에 여러 사람이 끼어들고, 시민사회의 법과 풍속이 개입하면서 사적 관계는 불가피하게 공공화된다. 결혼으로 연애 감정은 잦아들고 그 자리를 생활의 책임과 의무가 차지한다.
희망적인 것은 사랑은 끝나도 이야기는 남는다는 점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누군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고,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내는 일이다. 사랑은 저마다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품는다. 사랑 이야기가 평범한 경우란 없다. 모든 사랑은 당사자에게는 각각 놀라운 실존 사건이다. 저자는 그래서 사랑은 진리 그 자체이고, 계속 재발명되고 지켜내야 하는 인류의 위대한 자산이라고 말한다.
열정과 낭만이 사라져버린 현대사회의 사랑
저자는 “사랑은 주체를 둘러싼 사회환경, 즉 문화와 제도와 규범들, 그리고 내면의 메커니즘과 더불어 겪는 복잡한 경험”이라고 말한다. 사랑은 고정되고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띠는 것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그 본질이 변해버린 사랑의 여러 모습을 잘 포착해냈다.
『사랑에 대하여』의 「속화」는 열정과 낭만이 사라져버린 현대사회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근대 이전의 사람들은 사랑을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고, 사랑을 위해 자기 전부를 걸기도 했다. 연인들은 서로에게 이끌려 헌신하고 숭배하는 신도로 거듭났다. 사랑이 신흥종교로 여겨지는 시대에는 낭만적 사랑이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더 많은 자유가 주어지자 사람들은 스스로를 제약하기 시작한다. 그 제약들로 더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찾는 일에 어려움을 겪고, 더 많은 결혼 관계들이 깨어지고 있다. 결국 에로스, 혼 없이 나누는 사랑만이 남았다. 저자는 그 혼 없는 사랑을 “성애화되어 소비되는 섹스, 전시되는 상품으로서의 포르노”라고 칭한다. 포르노그래피는 ‘섹시함’이란 상품에서 성기적 성애만으로 노골화하고 특화시킨 ‘파생 상품’이다. 절망과 불안, 위험과 모험을 제거해버린 안전한 사랑만이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되는 사랑, 속화된 사랑, 그것이 오늘날의 사랑이다.
또한 저자는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가 말하는 현대성의 요소(규제가 풀려버린 결혼시장, 짝을 선택하는 구조의 변화, 사회적 자존감 형성에서 사랑이 차지하는 압도적 비중, 낭만적 사랑이 사용되는 방식의 변화)를 지적하며, 현대에는 사랑의 낭만적 선택에 관해 감정뿐만 아니라 고려해야 할 새로운 여러 요소들이 변수로 등장했다고 말한다. 사랑에 감정의 낭비, 재능의 낭비, 시간의 낭비는 불가피한 것이다. 그런데 모든 것을 소비의 대상으로 삼아버리는 오늘의 사회에서 사랑은 낭비의 경제 체제 안에서 감내해야 할 시간 경험이 되었다. 또한 성과사회인 오늘날, 타자가 사라지는 현상이 빈번하다. 결국 성과사회는 우울증이라는 나르시시즘적 질병에 감염된 주체들을 만들고, 타자는 더 이상 타자성을 발현하거나 타자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타자」). 타자가 부재하는 세계에서 사랑은 자본과 동일시될 뿐이다.
탈근대로 접어들며 낭만적 사랑은 불가능한 부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불가능한 우연과 불가능한 열정의 상호작용이 결합된 낭만적 사랑의 신화에 매혹당한다. 자본주의가 이런 대중의 심리를 놓칠 리 없다. 자본주의는 재빠르게 새로운 수익구조를 낳으려고 낭만적 사랑과 시장을 교차하고 매개시킨다. 바로 이것이 ‘상품의 낭만화’이자, ‘낭만의 상품화’이다.
생의 아픔과 아름다움에 관한 주석들
시인이자 애서가, 탐서가이기도 한 저자는 문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사랑의 저변과 이면을 섬세하면서도 날카롭고 깊은 사유로 포착해낸다. 그에 따르면 사랑은 ‘지독한 혼란’(울리히 벡)이거나 ‘광기’(롤랑 바르트)이며, ‘진리를 생산하는 절차’(알랭 바디우)이거나 ‘유한과 무한 사이의 방황’(로버트 롤런드 스미스)이며, ‘다른 삶의 형식, 완전히 다른 사회를 향한 혁명적 욕망’(한병철)이거나, 현대에 와서 사랑은 속화되어 ‘판매되고 소비되는 것’(에바 일루즈)이다. 그는 플라톤의 『향연』과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에 이르기까지, 사랑의 본질과 역사, 그리고 ‘요즈음 우리들의 사랑’을 둘러싼 통념들을 해체하며, 그 근원에서 생의 아픔과 아름다움을 묻는다.
저자는 많은 작가들과 철학자들이 사랑에 대해 쓰고 말하려는 이유를, 사랑의 여정과 자아 해방의 길이 하나로 포개질 뿐만 아니라 사랑을 빼놓고는 삶에 대해 말할 수 없는 까닭으로 보았다.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이 그토록 사랑에 집착해온 이유가, 사랑이 가장 원초적인 삶의 몸짓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에리히 프롬과 마르쿠제, 롤로 메이를 시작으로 해서, 롤랑 바르트, 에마뉘엘 레비나스, 알랭 바디우, 에바 일루즈, 한병철에 이르기까지 여러 선각적 철학자들의 저작과 함께,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 필립 로스의 『죽어가는 짐승』, 알렉산드로 바리코의 『비단』,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등 탁월한 고전소설들을 꼼꼼하게 읽어가며, 사랑이 시작되고 끝나는 방식, 사랑의 불가피함과 하염없음, 이야기로 육화된 사랑에 녹아든 철학들을 숙고해나간다. 이렇듯 『사랑에 대하여』는 ‘죽음’과 더불어 생에서 겪는 가장 중요한 실존사건인 ‘사랑’, 그 눈부신 경이로움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주고, 그 본질이 퇴색되어버린 현대사회에서 순정한 사랑의 꿈을 꾸게 한다.
▣ 작가 소개
저 : 장석주
스무살에 시인으로 등단하여 서른 해쯤 시인, 소설가, 문학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때로는 출판기획자, 방송진행자, 대학교수, 북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했다. 그는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읽는 속도가 빠르지 않은데 읽은 책 목록이 긴 것은 책 읽는 일에 꾸준하고 부지런한 까닭이고, 아울러 앎과 슬기를 향한 욕심이 큰 까닭이라고 한다. 서른 해를 쉬지 않고 읽고 쓰며 걸어온 사람이다.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와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뒤 시와 문학평론을 함께 써오고, 동덕여대 경희사이버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고, 국악방송에서 방송진행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한 조선일보·출판저널·북새통 등에서 ‘이달의 책’ 선정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월간 「신동아」에 ‘장석주의 책하고 놀자’라는 제목으로 3년 동안 북리뷰를 담당했고, 주간 「뉴스메이커」에 ‘장석주의 독서일기’를 2년간 연재했다.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국악방송에서 ‘행복한 문학’의 진행자로 활동했다.
노자·장자·주역과 작은 것들에 대한 심오한 통찰이 담긴 책들을 즐겨 찾아 읽고, 제주도·대숲·바람·여름·도서관·자전거·고전음악·하이쿠·참선·홍차를 좋아하며, 가끔 하늘의 별자리를 보고 점을 친다고 한다. 2000년 여름, 서울 살림을 접고 경기도 안성의 한 호숫가에 ‘수졸재’라는 집을 지어 살면서, 늘 머리맡에 『노자』와 『장자』를 두고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읽었다. 이를 계기로 『느림과 비움』 『느림과 비움의 미학』 『그 많은 느림은 어디로 갔을까』 같은 책을 펴내기도 했다. 2013년 영랑시문학상, 2010년 질마재문학상, 2003년 애지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수졸재’와 서울 서교동 작업실을 오가며 읽고, 쓰고, 사유하는 삶을 꾸려가고 있다. 시집 『오랫동안』과 산문집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와 『고독의 권유』등이 있다.
▣ 주요 목차
혼자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 로맨스 / 속화 / 타자 / 시간 / 광기 / 과도함 / 얼굴 / 키스 / 애무 / 기다림 / 갈망 / 결혼 / 덧없음 / 이야기
책 끝에 / 증평에서 쓰는 편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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