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기쁨

고객평점
저자황동규
출판사항문학과지성사, 발행일:2023/02/23
형태사항p.157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32023809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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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삶의 기쁨”이라는 낡은 수사를 싱싱한 실체로 채우는
아픔의 환환 맛, ‘사는 기쁨’

‘‘벌레 문 자국같이 조그맣고 가려운 이 사는 기쁨”
황동규 시인의 끊이지 않는 시를 향한 열정이 열다섯번째 시집 『사는 기쁨』으로 다시 한 번 불씨를 지핀다. 이번 시집은 병들고 아픈 몸으로 짧기만 한 가을을 지나며, 다 쓰러진 소나무가 상처에서 새싹을 틔우듯, “벗어나려다 벗어나려다 못 벗어난” 사는 기쁨에 매여 있는 인생의 황혼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시집의 전체 분위기는 곳곳에서 터지는 상상력 넘치는 언어들과 상승하는 정신으로 오히려 삶의 생기가 가득하다. 물리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장기 기증”을 의뢰받는 전화 통화에 “아직 상상력 난폭하게 굴리는 고물차 다된 뇌나 건질 만할까”라고 대응하고, 산책길에서 본 쓰러져가는 소나무가 틔워낸 새싹을 보고, “이렇게도 모질게 살아야 하나?”라고 묻지만, 그것은 어떤 회한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살고 싶어 그런 거 아냐./병들어 누운 몸, 살던 곳 빼끔 내다보기지’”라고 표현함으로써 꺼져가는 삶도 생명의 진행 과정에 있음을, 살아 있는 한 생명이 다 하는 날까지 “상처에 아린 살들 촘촘히 짚어가며 하나씩 꿰매다 확 터지곤 하던/저 아픔의 환한 맛”이 주는 ‘통증’을 달게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삶의 숭고를 표현한다.

노년의 나이에도 이처럼 뛰어난 발상을 보여주는 시, 싱싱하게 살아 있는 비유적 이미지를 구사한다는 사실은 인간의 정신에 대한 무섭고 즐거운 존경을 불러일으킨다. 그와 함께 황동규의 시는 어디까지 상승할 것인가란 의문을 떨칠 수 없게 만든다. 그의 육체는 착지점을 찾는 곡사포의 포탄처럼 땅을 향해 하강하고 있을지 모르나 그의 정신은 하강곡선을 망각한 채 여전히 상승의 포물선을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그의 시는 정점이 곧 종점이 될 것인가! 이번 시집은 이 같은 의문으로부터 필자 역시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그렇지만 정점을 종점으로 삼는 시인이 있다면 그것은 시를 사랑하는 우리 모두에게 무섭고도 즐거운 모범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_홍정선(문학평론가)

오늘은 오늘의 기쁨이 있어, “무언가 주고받으니 그냥 좋은 거다”
“이제 뭘 하지? 산다는 게 도대체 뭐람”(「뭘 하지?」)이라고 되묻게 되는 정년 이후의 삶은 독서와 산책, 친구들과의 단출한 여행 등 소소한 일상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렇게 허락된 노년의 시간들은 삶에 숨겨진 신비를 새롭게 발견하게 한다. 하루는 영하의 기온 탓에 베란다 화분을 데워주려 거실 문을 열어 젖혔다가 거실 바닥에 새겨진 난초 무늬를 보고 한 폭의 묵화가 그려진 이불을 상상한다. 20년 간 산 아파트 거실에서 처음 만난 그 묵화에 홀린 시인은 조용히 그 묵화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누워 보고 “느낌과 상관없이 ‘따스하다’고 속삭인다”(「묵화(墨畵) 이불」). 그렇게 만나는 허전하면서도 따스한 감각들은 산책길마다 담아오는 조그만 새소리들이나 겨울날 망향 휴게소에서는 눈 나리는 날 자신의 앞에서 휘청 넘어지는 여인의 머리 위에 내려앉은 눈송이들과 눈인사 나누기 등과 같이 날마다 새로운 체험하게 하는 설레는 순간들이다. 이렇게도 새로운 삶이 ‘재미있어 죽겠다’는 시인 일과를 훔쳐보노라면, 젊은 사람이 보기에도 샘이 날 정도다. 하지만 그러한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하루’이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다. 시간의 더께가 쌓여 무뎌지고 고요하기만 한 세상, 세월이 만든 담백한 풍경 속에서도 시인은 생의 경이를 발견하는 기쁨으로 이토록 신이 나 있다.

깊은 안개 속을 걸으면
무언가 앞서 가는 게 없어 좋지.
발 내디딜 때
생각이나 생각의 부스러기 같은 게 밟히지 않는다.
〔……〕
다 산 삶도 잠시 더 걸치고 가보자. _「안개의 끝」 부분

“아직 술맛과 시(詩)맛이 남아 있으니”
귀는 쫑긋하지 않고 눈은 반짝이지 않는다. 몸이 스스로 알아서 에너지를 아껴 쓰는 늙고 아픈 몸이지만, 산책과 여행으로 가득한 시인의 일과는 지나온 눈꽃 “두고 갈 때 가더라도 한 번 더 보고 가자”(「눈꽃」)고 마음먹거나 “기쁨은 기쁨, 슬픔은 슬픔, 분노는 분노, 그 부스러기들이/아직 들어 있는 몸이 어딘데”(「맨가을 저녁」)라며 셔츠 윗단추를 풀어 세상의 기운을 느끼기에 바쁘다. “용서 받은 것은 어둡고, 안 받은 것은 더 어”(「어둡고 더 어두운」)두울 수밖에 없는 생이지만 그러한 생이 주는 고통과 모욕에도 시인이 발견하는 이 사는 기쁨들은 “몸이여, 그대 처분에 나를 맡겨야 하지 않겠나”(「이 저녁에」)라고 읊조리게 하며 “미래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봄비에」) 가운데서도 꼭 불타는 캠프 파이어 같은 생이 아니어도 좋은, “이 세상에서 나갈 때/아직 술맛과 시(詩)맛이 남아 있는 곳에 혀나 간 신장 같은 걸/슬쩍 두고 내리지 뭐.//땅기는 등어리는 등에 붙이고 나가더라도”(「장기(臟器) 기증」)라고 말하는 시인의 하루는 탐욕 없이도 생의 충만함으로 가득하다.

‘법사께서는 연로하신데 어디로 가십니까?’
‘죽으러 가는 길입니다. _「가는 곳 물으신다면」 부분

미래에도 이 거리에선
무언가가 사람의 발걸음 멈추게 할 것이다.
내가 없는 미래가 갑자기 그리워지려 한다._「브로드웨이 걷기」 부분

▣ 작가 소개

저 : 황동규

黃東奎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일명 ''''국민 연애시''''라고 할수 있는 ''''즐거운 편지''''의 작가. 등단작인 ''''즐거운 편지''''로 주목을 받았지만 안주하지 않고, 쉼 없고 경계 없는 사유로 발전을 거듭해온 시인이다.

본관은 제안(濟安)이다. 1938년 평안남도 숙천(肅川)에서 소설가 황순원(黃順元)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1946년 가족과 함께 월남해 서울에서 성장했다. 1957년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에서 영어영문학 학사 및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66∼1967년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한 후 1968년부터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강의했다. 1970∼1971년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연구원을 지냈으며, 1987∼1988년 미국 뉴욕대학교 객원교수로 활동했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와 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958년 서정주(徐廷柱)에 의해 시 「시월」 「동백나무」「즐거운 편지」가 「현대문학」에 추천되어 시인으로 등단했다. 초기에는 사랑에 관한 서정시가 주로 썼지만 두번째 시집 『비가(悲歌)』(1965)부터는 숙명적 비극성을 받아들여 구체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1966년에는 정현종(鄭玄宗) 등과 함께 동인잡지 『사계』를 발행했다. 1968년 마종기(馬鍾基), 김영태(金榮泰)와의 3명의 공동시집 『평균율 1』을 출간하고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열하일기』『전봉준』『허균』 등의 시를 발표하면서 변화를 시도했고 이러한 변화는 1970년대로 이어져 모더니즘으로 자리잡았다. 시집 『삼남에 내리는 눈』(1975)에 대한 문학평론가 김병익은 “초기의 고뇌에서 자기 삶의 내부로 비극의 비전을 비쳤던 그는 차츰 자기 밖의 세계에 대한 인식의 확대를 수행하면서 민족의 약소함과 황량한 우리 삶의 풍경을 묘사했고 이 참담한 상황을 더욱 공포스럽게 만드는 힘에 대한 분노와 자신의 무력감을 표명했다. ... 그의 사랑은 이웃으로 번지고 드디어는 삼남 - 이 가냘픈 한국과 그곳에서 괴로이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로 확산되었다.”라는 평을 하고 있다.

시집 『악어를 조심하라고?』(1986)는 실험정신이 돋보이는데 이 시집에서는 지적 시선에 의한 상상력의 조형이라는 단계를 뛰어넘어, 시인이 이 세계의 존재성과 거기에 얹혀 살아야 하는 인간의 운명적 구조를 투시하면서 그것들과 친화와 역설의 이중적 얽힘을 그의 언어로써 새로이 구성해내고 있다. 1995년 『현대문학』에 연작시 「풍장 70」을 발표하면서, 1982년에 시작한 연작시가 마감되었다. 황동규 시인의 죽음관에 대해서 대면할 수 있는 이 시집은 독일어판으로도 번역되었다.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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