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시는 무엇보다 생활이다.
생활을 뺀 시는 시가 아니다!
경상북도 칠곡군에서 하고 있는 ‘인문학도시 조성사업’은 ‘삶의 인문학, 생활의 인문학’을 지향한다.
오늘날 자본의 논리에 의해 인문학은 대학에서 점점 더 입지를 잃어가고 있지만 대학 밖에서는 도리어 열풍에 가까운 인문학의 바람이 드세다. 이런 현상은 여러 가지로 분석될 수 있지만 대학 안이든 대학 밖이든 인문학이 실제적인 삶의 결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는 사실은 명백해 보인다. 심지어 일부 지방자치단체들마저 인문학을 마치 유행처럼 대하고 있다.
그러나 칠곡군의 ‘인문학도시 조성사업’은 그러한 흐름들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이러한 사업을 기획했던 신동호 인문사회연구소 소장이 이 시집 [기획의 말]에서 인용한 칠곡 할매들의 말마따나 “인문학, 그기 뭐꼬? 우리가 사는 모습이 인문학이지”에 다 드러나 있다. 이 시집은 ‘인문학도시 조성사업’ 일환으로 진행한 문해 교육 현장에서 쓴 시를 모은 것이다.
오늘날 한국시는 언젠가부터 삶의 경험으로부터 철저히 퇴각했고 또 인문학 분야에서는 시를 이방인 보듯이 하는 현상에 빠진 듯하다. 그러나 시야말로 인문 정신의 응결체이며 삶의 표현 불가능한 영역을 넘나들 수 있는 인간 정신의 꽃봉오리에 해당된다. 시인들의 자긍심은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언젠가부터 시에서 삶의 구체적 결은 노골적으로 배제되어 왔다. 그리고 남은 것은 화려한 수사와 비유와 그로테스크한 관념들뿐이다.
작품의 난이도로 그 작품의 진가를 물론 단정할 수 없다. 그리고 그와 똑같은 논리로 이 시집 『시가 뭐고?』를 단정해서도 안 된다. 여기에 모인 89 편의 작품들은 칠곡이란 지역에서 오래 살아 온 할머니들이 자신의 삶을 때로는 처연하게, 때로는 현자처럼, 때로는 즐겁게 노래한 시편들이다.
할머니들은 당신들이 살아 온 역사를 돌아보기도 하고, 쇠락해 가는 고향에 남아 농사짓는 고단함과 재미를 고백하기도 하고, 표제작 「시가 뭐고」에서처럼 무의식 중에 “시”를 “씨”로 뒤집는 촌철살인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모두 할머니들의 구체적 삶과 시간들을 토대로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이데아화 된 ‘문학성’으로 재단할 수 있는 시들이 아니다. 도리어 문단과 학문의 세계에서 말하는 그 ‘문학성’이 거울삼아야 할 시편들이다. 그래서 이 시집은 소중하다. 더군다나 이 시집은 일점일획도 편집자의 손이 가지 않았다. 할머니들의 현재 언어 능력을 그대로 살렸다. 시는, 언어 이전의 무엇이기 때문이다.
논에 들에
할 일도 많은데
공부시간이라고
일도 놓고
헛둥지둥 왔는데
시를 쓰라 하네
시가 뭐고
나는 시금치씨
배추씨만 아는데
―「시가 뭐고」전문
마늘을 캐 가지고
아들 딸 다 농가 먹었다
논에는 깨를 심었는데
검은 깨 농사 지어서
또 다 농가 먹어야지
깨가 아주 잘났다
―「농가 먹어야지」전문
기획의 말
오늘 세상에 내보이는 이 시집은 그 수많은 갈래의 이야기 중 하나이다. 이 시집의 할매들은 평생을 ‘목소리에 의지하는(verbomotor)’ 문화, 구술성(orality)에 의존한 삶을 살아 왔다. 그러므로 말이 가진 공생의 힘이 할매들의 시에 살아 있으며, 말을 통해 이해하고, 관계 맺고, 소통해온 세계에 대한 순한 그리움과 전망이 생애 처음 문자로 새겨져 있다.
내가 마을에서 만난 할매들은 “경로당 화투 치냐”며 면박을 주는 타짜이고, TV드라마를 끊임없이 삶의 경험들과 직조하는 스토리텔러이고, “먼저 간 영감이 못 알아볼까봐 들고 갈라고” 혼서지를 보관한다는 로맨티스트이며, “찬바람 고들고들 할 때 볕에 날라리날라리” 무말랭이를 말린다는 이야기꾼이었다.
할매들의 뼈에 새겨진 이야기 속에는 몸에 마음에 깃든 무늬, 삶의 주름, 수많은 이들(사람, 짐승, 식물 등)의 거처가 생생하고, 이웃이, 마을이, 지역이 한 몸에 들어 앉아 살고 있었다.
▣ 주요 목차
기획의 말(신동호)_5
제1부 농가 먹어야지
김기선 _마른 땅 _16
김말순 _비가 와야대갰다 _17
김숙이 _밭 김메기 _18
김옥교 _감자 오키로 _19
김윤남 _바쁘데이 _20
박차남 _농가 먹어야지 _21
박태분 _감나무 _22
배효향 _밭농사 _24
봉재순 _고추모종 시집가는 날 _25
송문자 _내 인생 사는 길 _26
송정채 _얄미워라 _27
이외분 _고추 _30
이종기 _농사 _31
장말병 _단비 _32
장병학 _고추농사 _33
조을생 _눈물 납니다 _34
최순자 _잠 못 드는 밤 _35
최옥련 _호박 _36
허영구 _태풍 _37
황경순 _가뭄 끝에 _38
제2부 배아야지
곽두조 _공부 _40
곽두조 _기부니 조타 _41
김순이 _여름날 _42
김옥순 _고마운 한글 공부 _43
김판임 _편지 _44
도필선 _매화 배움학교 _45
박태분 _밥상과 책상 _46
박점순 _글 _48
박후금 _배아아지 _49
박후불 _눈 _50
박후불 _한글 공부 _51
방용분 _드디어 그날이다 _52
방순옥 _즐거운 세상 _54
소화자 _시가 뭐고 _55
손점춘 _나의 소원 한글 공부 _56
이경숙 _아까시꽃 _57
이복순 _애먹지 _58
이분란 _이레 속고 저레 속고 _59
이종기 _공부 _60
정순임 _재미있는 인생 _61
정옥분 _저녁 _62
제3부 닥도 있고 개도 있고
고점석 _시방 _64
김두선 _딸 _65
김명자 _시계 _66
김순덕 _손자 규현 _67
김옥교 _팔십 청춘 _68
김장순 _우리 식구 _69
도기일 _다 예뿌다 _70
류재화 _봄 _71
박복형 _우리 미느리 _72
박주순 _살구꽃 _73
박차란 _세월호 _74
박춘자 _시래기 _75
박춘자 _현주야 _76
변정선 _봄비 _77
우해선 _친구 할아버지 _78
유정남 _님에게 _79
윤분이 _컵피 _80
이명순 _두이 _81
이무임 _참새 _82
이점상 _사과밭 _83
이 정 _가산바위 _84
이태연 _경로당 _85
정송자 _가게집 _86
조덕자 _영감 _87
조 정 _친구들아 _88
채병규 _둥글둥글 수박 _89
제4부 외딴집
강금연 _검버섯 _92
김말분 _외딴집 _93
김복덕 _우리 영감 _94
김성대 _흐르는 세월 _95
김순희 _한탯재 _96
김정임 _해당화와 나 _97
김연주 _살다보니 어느세 _98
김춘조 _소와 닭이 울던 날 _100
나정순 _내 마음도 푸르다 _101
문식이 _동훈이 아부지 _102
박금분 _가는 꿈 _103
박문임 _기도 _104
박옥배 _백발 _105
박월선 _사랑 _106
박필순 _피란길 _107
백두리 _인생살이 _108
신순화 _장미꽃 _109
여장미 _여섯 살의 6·25 _110
이경해 _그리운 선생님 _112
이쇠건 _작약꽃 _113
이원득 _클 때 _114
이 정 _어려슬 때 꿈 _115
이종희 _쇠비름 _116
전일수 _어로리 4남매 _117
정송자 _손자의 선물 _118
정숙자 _됐다고마 _119
최남이 _지나간 세월 _120
최순자 _얼굴 _121
한순길 _추억 _122
홍복남 _우리 영감 _123
황계분 _병간호 _124
해설
칠곡에는 ‘문학 할매’들이 산다(고영직)_125
시는 무엇보다 생활이다.
생활을 뺀 시는 시가 아니다!
경상북도 칠곡군에서 하고 있는 ‘인문학도시 조성사업’은 ‘삶의 인문학, 생활의 인문학’을 지향한다.
오늘날 자본의 논리에 의해 인문학은 대학에서 점점 더 입지를 잃어가고 있지만 대학 밖에서는 도리어 열풍에 가까운 인문학의 바람이 드세다. 이런 현상은 여러 가지로 분석될 수 있지만 대학 안이든 대학 밖이든 인문학이 실제적인 삶의 결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는 사실은 명백해 보인다. 심지어 일부 지방자치단체들마저 인문학을 마치 유행처럼 대하고 있다.
그러나 칠곡군의 ‘인문학도시 조성사업’은 그러한 흐름들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이러한 사업을 기획했던 신동호 인문사회연구소 소장이 이 시집 [기획의 말]에서 인용한 칠곡 할매들의 말마따나 “인문학, 그기 뭐꼬? 우리가 사는 모습이 인문학이지”에 다 드러나 있다. 이 시집은 ‘인문학도시 조성사업’ 일환으로 진행한 문해 교육 현장에서 쓴 시를 모은 것이다.
오늘날 한국시는 언젠가부터 삶의 경험으로부터 철저히 퇴각했고 또 인문학 분야에서는 시를 이방인 보듯이 하는 현상에 빠진 듯하다. 그러나 시야말로 인문 정신의 응결체이며 삶의 표현 불가능한 영역을 넘나들 수 있는 인간 정신의 꽃봉오리에 해당된다. 시인들의 자긍심은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언젠가부터 시에서 삶의 구체적 결은 노골적으로 배제되어 왔다. 그리고 남은 것은 화려한 수사와 비유와 그로테스크한 관념들뿐이다.
작품의 난이도로 그 작품의 진가를 물론 단정할 수 없다. 그리고 그와 똑같은 논리로 이 시집 『시가 뭐고?』를 단정해서도 안 된다. 여기에 모인 89 편의 작품들은 칠곡이란 지역에서 오래 살아 온 할머니들이 자신의 삶을 때로는 처연하게, 때로는 현자처럼, 때로는 즐겁게 노래한 시편들이다.
할머니들은 당신들이 살아 온 역사를 돌아보기도 하고, 쇠락해 가는 고향에 남아 농사짓는 고단함과 재미를 고백하기도 하고, 표제작 「시가 뭐고」에서처럼 무의식 중에 “시”를 “씨”로 뒤집는 촌철살인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모두 할머니들의 구체적 삶과 시간들을 토대로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이데아화 된 ‘문학성’으로 재단할 수 있는 시들이 아니다. 도리어 문단과 학문의 세계에서 말하는 그 ‘문학성’이 거울삼아야 할 시편들이다. 그래서 이 시집은 소중하다. 더군다나 이 시집은 일점일획도 편집자의 손이 가지 않았다. 할머니들의 현재 언어 능력을 그대로 살렸다. 시는, 언어 이전의 무엇이기 때문이다.
논에 들에
할 일도 많은데
공부시간이라고
일도 놓고
헛둥지둥 왔는데
시를 쓰라 하네
시가 뭐고
나는 시금치씨
배추씨만 아는데
―「시가 뭐고」전문
마늘을 캐 가지고
아들 딸 다 농가 먹었다
논에는 깨를 심었는데
검은 깨 농사 지어서
또 다 농가 먹어야지
깨가 아주 잘났다
―「농가 먹어야지」전문
기획의 말
오늘 세상에 내보이는 이 시집은 그 수많은 갈래의 이야기 중 하나이다. 이 시집의 할매들은 평생을 ‘목소리에 의지하는(verbomotor)’ 문화, 구술성(orality)에 의존한 삶을 살아 왔다. 그러므로 말이 가진 공생의 힘이 할매들의 시에 살아 있으며, 말을 통해 이해하고, 관계 맺고, 소통해온 세계에 대한 순한 그리움과 전망이 생애 처음 문자로 새겨져 있다.
내가 마을에서 만난 할매들은 “경로당 화투 치냐”며 면박을 주는 타짜이고, TV드라마를 끊임없이 삶의 경험들과 직조하는 스토리텔러이고, “먼저 간 영감이 못 알아볼까봐 들고 갈라고” 혼서지를 보관한다는 로맨티스트이며, “찬바람 고들고들 할 때 볕에 날라리날라리” 무말랭이를 말린다는 이야기꾼이었다.
할매들의 뼈에 새겨진 이야기 속에는 몸에 마음에 깃든 무늬, 삶의 주름, 수많은 이들(사람, 짐승, 식물 등)의 거처가 생생하고, 이웃이, 마을이, 지역이 한 몸에 들어 앉아 살고 있었다.
▣ 주요 목차
기획의 말(신동호)_5
제1부 농가 먹어야지
김기선 _마른 땅 _16
김말순 _비가 와야대갰다 _17
김숙이 _밭 김메기 _18
김옥교 _감자 오키로 _19
김윤남 _바쁘데이 _20
박차남 _농가 먹어야지 _21
박태분 _감나무 _22
배효향 _밭농사 _24
봉재순 _고추모종 시집가는 날 _25
송문자 _내 인생 사는 길 _26
송정채 _얄미워라 _27
이외분 _고추 _30
이종기 _농사 _31
장말병 _단비 _32
장병학 _고추농사 _33
조을생 _눈물 납니다 _34
최순자 _잠 못 드는 밤 _35
최옥련 _호박 _36
허영구 _태풍 _37
황경순 _가뭄 끝에 _38
제2부 배아야지
곽두조 _공부 _40
곽두조 _기부니 조타 _41
김순이 _여름날 _42
김옥순 _고마운 한글 공부 _43
김판임 _편지 _44
도필선 _매화 배움학교 _45
박태분 _밥상과 책상 _46
박점순 _글 _48
박후금 _배아아지 _49
박후불 _눈 _50
박후불 _한글 공부 _51
방용분 _드디어 그날이다 _52
방순옥 _즐거운 세상 _54
소화자 _시가 뭐고 _55
손점춘 _나의 소원 한글 공부 _56
이경숙 _아까시꽃 _57
이복순 _애먹지 _58
이분란 _이레 속고 저레 속고 _59
이종기 _공부 _60
정순임 _재미있는 인생 _61
정옥분 _저녁 _62
제3부 닥도 있고 개도 있고
고점석 _시방 _64
김두선 _딸 _65
김명자 _시계 _66
김순덕 _손자 규현 _67
김옥교 _팔십 청춘 _68
김장순 _우리 식구 _69
도기일 _다 예뿌다 _70
류재화 _봄 _71
박복형 _우리 미느리 _72
박주순 _살구꽃 _73
박차란 _세월호 _74
박춘자 _시래기 _75
박춘자 _현주야 _76
변정선 _봄비 _77
우해선 _친구 할아버지 _78
유정남 _님에게 _79
윤분이 _컵피 _80
이명순 _두이 _81
이무임 _참새 _82
이점상 _사과밭 _83
이 정 _가산바위 _84
이태연 _경로당 _85
정송자 _가게집 _86
조덕자 _영감 _87
조 정 _친구들아 _88
채병규 _둥글둥글 수박 _89
제4부 외딴집
강금연 _검버섯 _92
김말분 _외딴집 _93
김복덕 _우리 영감 _94
김성대 _흐르는 세월 _95
김순희 _한탯재 _96
김정임 _해당화와 나 _97
김연주 _살다보니 어느세 _98
김춘조 _소와 닭이 울던 날 _100
나정순 _내 마음도 푸르다 _101
문식이 _동훈이 아부지 _102
박금분 _가는 꿈 _103
박문임 _기도 _104
박옥배 _백발 _105
박월선 _사랑 _106
박필순 _피란길 _107
백두리 _인생살이 _108
신순화 _장미꽃 _109
여장미 _여섯 살의 6·25 _110
이경해 _그리운 선생님 _112
이쇠건 _작약꽃 _113
이원득 _클 때 _114
이 정 _어려슬 때 꿈 _115
이종희 _쇠비름 _116
전일수 _어로리 4남매 _117
정송자 _손자의 선물 _118
정숙자 _됐다고마 _119
최남이 _지나간 세월 _120
최순자 _얼굴 _121
한순길 _추억 _122
홍복남 _우리 영감 _123
황계분 _병간호 _124
해설
칠곡에는 ‘문학 할매’들이 산다(고영직)_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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