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라는 놀이 (20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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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고종석
출판사항알마, 발행일:2015/11/04
형태사항p.458 A5판:21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85430805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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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있는 그대로’의 비평을 위하여
이번 선집의 두 축은 시 비평과 산문 비평이다. 전체 목차 구성을 스케치해보면, 1부에서 시 일반에 관한 고종석의 견해를 드러내고 2부에 산문 비평, 3부에 시와 산문 비평을 실었다. 그리고 4부에서 시 비평을 집중적으로 수록하고 5부에서는 옛 시 비평을 시도했다. 6부는 한국문학에 대한 몇 가지 제언들이다.
1부 ‘시의 운명’에서는 시 일반에 대한 그의 생각을 알 수 있다. 그가 보기에 오늘날 유럽에서 시는 사멸했으며, 그 본연의 모습인 노래 가사의 형태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아직 시가 살아남아 있는 한국에도 곧 닥칠 미래일 것이다. ‘글쓰기의 대중화’ 물결 속에서 아마도 시인의 아우라는 계속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 그는 전망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다른 산업사회, 탈산업사회의 경우처럼 머지않은 장래에 시의 자리는 좁아질 것이다. 왜 그런가? 다른 무엇보다도, 시의 위세, 시인의 위세가 새로운 세대에게 계속 전수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글쓰기의 민주화-대중화라고 해도 좋다-와도 관련이 있다. 파리에서와 같은 지하철 시를 통해서든 통신망을 통해서든 시를 쓰는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그 시인들은 시 앞에서 경건한 예전의 시인들은 아닐 것이다._20쪽

이처럼 고종석은 1부에서 시에 관한 다소 비관적이고 음울한 진단을 내놓는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3부 이후에 제시되는 시 평론들은 하나같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매력적인 시들을 고종석 특유의 미려한 문장으로 소개하고 분석하고 예찬한다. 즉 1부는 시에 대한 고종석의 전망을 드러내는 것에 더해, 이후 펼쳐지는 시 평론과 강한 대비를 이루며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
2부 ‘산문 산책’은 산문가들에 대한 고종석의 평이다. 다음과 같은 이들이 다루어진다; 김현, 전혜린, 정운영, 이재현, 서준식, 김윤식, 최일남.
이 부는 두 가지 점에서 주목해볼만 한다. 첫째, 솔직한 비평이란 무엇인지 보여준다. 흔히 ‘주례사 비평’이라 하여 칭찬 일색의 비평문화가 형성되어 있는데, 고종석은 이를 간접적으로 비판이라도 하듯 느낀바 그대로를 직접적으로 상술한다.

그(김윤식)의 비평은 해석의 타당성을 떠나 작품의 줄거리 자체를 그릇 잡아내는 일이 드물지 않다. 너무 많이 읽는 탓에 읽기의 ‘밀도’가 낮아졌는지도 모른다. 한국 근대문학 연구의 최고 권위자가 건네는 눈길은 아직 이름을 세우지 못한 작가들의 가슴을 한껏 설레게 하는 격려가 될 테다. 그러나 이 원로의 독서가 날림으로 이뤄지고 있다면? 그는 권위라는 자산을 너무 함부로 쓰고 있는 것 아닐까?_78쪽

김현의 글은 어쩔 수 없이 낡아 보인다. 사실 이런 ‘낡음’은 이미 김현 생전에도 기미를 드러냈다. 김현의 어떤 글은 정치함에서 김인환만 못해 보이고, 자상함에서 황현산만 못해 보이며, 화사함에서 정과리만 못해 보인다. 생전에 낸 마지막 평론집 《분석과 해석》의 서문에서 김현은 청년기부터 그때까지 자신의 변하지 않은 모습 가운데 하나로 ‘거친 문장에 대한 혐오’를 거론했으나, 그 혐오를 철두철미하게 실천한 것 같지는 않다. 청년 김현의 글에서는, 청년 정과리의 글에선 찾기 어려운 유치함과 허세 같은 것도 읽힌다. 현학은 ‘배운 청년’이 흔히 앓는 병이지만, 청년 김현은 그 병을 좀 심하게 앓았던 듯하다._34쪽


둘째, ‘산문’을 비평의 대상으로 삼는다. 한국에서는 주로 ‘시’와 ‘소설’을 비평의 가치가 있다고 보고 두 장르를 위주로 담론이 유통된다. 고종석은 그가 가장 애호하는 ‘시’ 비평을 다음 장으로 유보하면서까지 ‘산문’ 비평을 부각시킨다. 이는 비평의 지평을 확장함으로써 텍스트의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그로 인해 서가에서 오랜 잠을 자던 산문가들이 깨어난다. 예컨대 다음 대목을 읽고 정운영을 다시 들춰보지 않기란 힘들다.

정운영은 문학 텍스트에 맞먹는 미적 광채를 신문 칼럼에 부여한 드문 저널리스트다. 하긴 그의 문체적 사치는 신문 글만이 아니라 본격 논문에서도 절제를 몰랐다. 그 점에서 정운영은 연구자이기 이전에, 저널리스트이기 이전에, 문장가였다. 설령 그의 글의 메시지가 세월의 풍화작용으로 흐릿하게 퇴색한다 할지라도, 그의 문장은 한국어가 살아 있는 한 또렷이 남을 것이다. 그의 소문난 퇴고벽, 교정벽이 사실이라면, 문장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정운영이 진정 바라던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는 꿈을 이뤘다._49~50쪽

유려한 문장으로 시를 온전히 감당하다
3부 ‘친구의 초상’은 친분이 있는(또는 호감이 있는) 문인과 그 작품에 대한 비평이다. 시와 산문의 비평이 혼재되어 있는데, 동료 문인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고종석의 비평작업이 변천해온 과정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초기에는 저널리즘의 틀로 문학에 접근했고(6~9챕터), 후기로 갈수록 정밀하고 분석적인 비평이 이루어진다(1~3챕터).
특히 시집 발문들인 1~3챕터는 분석의 밀도가 촘촘하고 비평서사의 전개력이 돋보인다. 고종석은 시인-화자가 누구인지 묻고, 그가 사는 세계가 어딘지 가늠한다. 그러고 시인-화자에게 문제되는 것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를 세심히 관찰한다. 이를테면 이윤림이나 황인숙의 시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이라도, 고종석의 비평을 보고 나면 해당 시인에게 성큼 다가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문득문득 드러나는 고종석의 생각들은 잠시 페이지를 멈추게 한다.

불확실한 삶, 아픈 삶은 인간의 삶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생명을 받은 것들의 운명일 것이다. 삶의 위태로움에는 성역이 없다. 그 삶 속에서는 연약함이 오히려 힘일 수도 있다_98쪽

나이 듦의 한 징표는 추억으로의 몰입이다. 되돌아보는 것은 나이 든 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모든 추억은 미화의 유혹에 취약하게 마련이지만, 늙음이 바라보는 젊음의 추억은 특히 그렇다._120쪽

4부 ‘시집 산책’은 고종석이 편애하는 시집과 시인들의 목록이다; 김소월, 김정환, 서정주, 신경림, 이성부, 이용악, 황인숙, 김지하, 오규원, 강정, 김남주, 이순현, 최승자, 김종삼, 조윤희, 오장환, 조용미, 정은숙, 고은, 이연주.
체계적이라기보다는 우발적이며, 객관적이라기보다는 주관적인 목록인 듯하다. 그러나 그 편애의 온도는 하나같이 뜨겁다. 고종석은 유려한 문장으로 시집의 언어를 온전히 감당해낸다. 특히 그는 비교를 통해 시인들 사이의 차이를 드러내는 데 능하다.

당대 조선 상황에 대한 역사적 상상력을 바탕에 깔고 이 시(이용악의 〈전라도 가시내〉)를 읽노라면, 문학의 위의威儀니 하는 것에 냉소적인 나 같은 독자도 문득 자세를 바로잡고 옷깃을 여미게 된다. 그때, 비슷한 시기에 서정주가 현란하게 구가한 감각의 아스라함은 문득 비천하게까지 보인다. 감각의 깊이에서, 《오랑캐꽃》의 시들은 도저히 《화사집》의 시들을 따를 수 없다. 그러나 감각의 격조와 기품에서, 《화사집》은 도저히 《오랑캐꽃》을 따를 수 없다._276쪽

김종삼의 시가 박인환의 시에 견주어 덜 거북스럽게 읽히는 것은 그의 서양 취미가 박인환의 것보다 사뭇 익혀져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호에 대한 퍼스의 분류를 훔쳐오자면, 박인환의 박래어들이 대체로 도상icon이나 지표index에 그친 데 비해, 김종삼의 박래어들은 드물지 않게 상징symbol에 이르렀다. 김종삼은 외국 이름이나 외래어들을 그려다 붙이며 제 교양이나 취향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거기 의지해 정서적 확장과 공명을 이뤄내는 데 자주 성공했다. 말하자면 김종삼은 그 고유명사들을 장악하고 있었다._349쪽

5부 ‘옛 노래 세 수’는 〈누이제가〉〈서경별곡〉〈청산별곡〉에 대한 평론으로 고종석의 시야가 고대와 중세로까지 확장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청산별곡〉에서는 그의 언어학적인 관심이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이는 언어학자로서의 고종석과 문학평론가로서의 고종석이 합류하는 진귀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후렴구의 경쾌함은 ‘ㄹ’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얄랑셩’의 ‘ㅇ’ 받침소리에서도 온다. ‘ㅇ’은 가벼움과 말랑말랑함의 소리, 탄력의 소리다. ‘ㅇ’은 공〔球〕의 자음이고 동그라미의 자음이다. ‘ㅇ’ 소리는 또랑또랑하고 오동포동하고 낭창낭창하다. 그것은 음절의 끝머리에 대롱대롱, 주렁주렁, 송이송이 매달려 있다. 그것은 아장아장 걷거나 붕붕거리거나 빙빙 돈다._436쪽

6부 ‘우수리’는 한국문학에 대한 사념들로, 오늘날에도 유효한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2007년에 쓴 글 〈말의 타락〉에서는 마치 2015년을 예견이라도 한 듯, 비평언어의 과잉과 타락을 강하게 경계한다.

아름답지 않은 것을 아름답게 꾸미는 언어는 아름답지 않다. 좋지 않은 것을 좋다고 다독거리는 언어도 좋지 않다. 그것은 타락한 언어다. 지금 예술비평은 그런 타락한 언어의 전시장이다._452쪽

또한 고종석은 외국인에 대한 한국어 교육이 ‘문학 중심’을 피해야 할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가 하면, 문학상의 한 부문을 평론에서 논픽션문학 일반으로 넓힐 것을 제안한다. 이처럼 제도를, 문화를 고정된 것으로 보지 않고 자유로운 상상을 펼치는 그의 정신은 그 자체로 ‘시적’이다.

▣ 작가 소개

저 : 고종석
간결하면서도 냉철한 글로 유명한 고종석은 이 시대 유명한 저널리스트이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과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언어학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학교 교육을 통해서 법학과 언어학을 공부했지만 문학이나 저널리즘에 관심을 가진 그는 24세에 한 영어 일간지의 기자가 된 이 후 지금까지 직업적 저널리스트 생활을 해 왔다. 좋아하는 작가는 애거서 크리스티, 에릭 시걸, 존 그리셤 같은 영어권의 대중 소설가이고, 저널리즘에 대한 취향이 까다로운 그가 선택한 신문은 르몽드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정도이다.

그를 정서적으로 압도한 최초의 책은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눈물을 훔쳐내며 읽은 심훈의 『상록수』이며, 그를 지적으로 압도한 최초의 책은 고등학교에서 내쳐져 자유롭던 열 일곱 살 때 골방에서 담배 피우기를 익히며 읽은 노먼 루이스의 『워드 파워 메이드 이지』다. 그는 자신의 문체에서 에릭 시걸과 김현과 복거일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자신의 생각에서 칼 포퍼와 김우창과 강준만을 느낀다.

「코리아타임스」, 「한겨레신문」, 「시사저널」 등지에서 스물 두 해 동안 기자 노릇을 한 그는 2005년 봄 「한국일보」논설위원직을 끝으로 ''출근하는 직장인''의 멍에와 명예에서 벗어났다. 현재 도서출판 개마고원 기획위원으로 있다. 나이에 걸맞은 가장 노릇을 못하며 살아온 터라, 그는 더러 자신이 객원남편, 객원아비, 객원자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득 자신을 객원한국인이나 객원인류로 여길 때도 있다. ''객원''의 비정규성과 느슨함이 베푸는 자유의 감촉을 그는 무책임하게도 흐뭇해하는 편이다. 언젠가 페르시아어로 ''루바이어야트''를 읽어보는게 꿈이다. 특별히 집착하는 기호품은 디스 플러스 담배와 붉은 포도주와 아스피린이다.

지은 책으로는 사회비평집《서얼단상》《바리에떼》《자유의 무늬》《신성동맹과 함께 살기》《경계 긋기의 어려움》, 문화비평집 《감염된 언어》《코드 훔치기》《말들의 풍경》, 한국어 크로키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어루만지다》《언문세설》《국어의 풍경들》, 역사인물 크로키《여자들》《히스토리아》《발자국》, 영어 크로키《고종석의 영어 이야기》, 시 평론집 《모국어의 속살》, 장편소설《기자들》《독고준》《해피 패밀리》, 소설집《제망매》《엘리아의 제야》, 여행기《도시의 기억》, 서간집《고종석의 유럽통신》, 독서일기《책 읽기, 책 일기》, 에세이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들이 있다.

▣ 주요 목차


1부 시의 운명
01 시의 운명
02 기다림 또는 그리움: 4?19의 언어

2부 산문 산책
01 김현, 또는 마음의 풍경화
02 먼 곳을 향한 그리움: 전혜린의 수필
03 화사한, 너무나 화사한: 정운영의 경제평론
04 언어의 부력浮力: 이재현의 가상인터뷰 〈대화〉
05 시대의 비천함, 인간의 고귀함: 서준식의 《옥중서한》
06 나는 ‘쓰다’의 주어다: 《김윤식 서문집》
07 최일남 산문집 《어느 날 문득 손을 바라본다》: 굽이쳐 흐르는 만경강
3부 친구의 초상
01 푸른 그늘의 풍경: 당나귀와 먼지 요정 사이
02 자명한 산책길에 놓인 일곱 개의 푯말: 시간 속에 흐드러지게 무르익은 감각
03 제국에서 달아나기, 제국에 맞서 싸우기: 자연과 몸이라는 녹색 항생제로 대항하기
04 이인성 생각: 정교한 운산 위에 구축된 예술
05 황인숙 생각: 기품의 거처
06 이방인으로 사는 법: 에밀 시오랑과의 가상 인터뷰
07 해방적 허무주의, 탐미적 신경질: 황지우
08 단심丹心에서 흘러나온 푸른 노래들: 김정환

4부 시집 산책
01 시인공화국의 정부政府: 김소월의 《진달래꽃》
02 희망의 원리로: 김정환의 《지울 수 없는 노래》
03 감각의 향연: 서정주의 《화사집花蛇集》
04 산업화의 뒤꼍: 신경림의 《농무農舞》
05 전라도의 힘: 이성부의 《우리들의 양식糧食》
06 식민지 조선인의 기품: 이용악의 《오랑캐꽃》
07 문학적인, 너무나 문학적인: 황인숙의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08 이야기로서의 노래, 노래로서의 이야기: 김지하의 《오적》
09 허공의 시학: 오규원의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
10 타락의 순결: 강정의 《처형극장》
11 직립인直立人의 존엄: 김남주의 《조국은 하나다》
12 제 몸으로 돌아가는 말들: 이순현의 《내 몸이 유적이다》
13 시간의 압제 아래서: 최승자의 《내 무덤, 푸르고》
14 무적자無籍者의 댄디즘: 김종삼의 《북 치는 소년》
15 불면의 크로노스: 조윤희의 《모서리의 사랑》
16 분단의 원原공간: 오장환의 《병든 서울》
17 불안이라는 이름의 레이더: 조용미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18 서울 엘레지: 정은숙의 《비밀을 사랑한 이유》
19 저묾의 미학: 고은의 《해변의 운문집韻文集》
20 푸줏간에 걸린 인육人肉: 이연주의 《매음녀가 있는 밤의 시장》

5부 옛 노래 세 수
01 〈누이제가〉에 대한 객담
02 〈서경별곡〉의 변죽
03 〈청산별곡靑山別曲〉: 흘러가며 튀어 오르기

6부 우수리
01 미래의 독자?
02 평론문학상을 넘어서
03 말의 타락
04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 문학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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