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세상이 들려주는 말에 귀기울였다
‘계피’라는 예명을 잠시 벗어두고 ‘임수진’으로 돌아와 처음,
음악으로는 다 들려주지 못했던 일상의 이야기
참 평범한 행복이고 평범한 괴로움인데
우리의 표정만큼은 참 어마어마하다
그녀에게, 우리에게 이렇게나 평범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니
엄마, 아빠, 고양이, 강아지, 애인, 남편, 집, 노래, 술, 햇빛, 밤공기, 나이, 기억…….
그녀의 삶에 해시태그(#)를 붙인다면 이런 단어들을 붙여볼 수 있을 것이다.
1983년생, 여자, 대학교 졸업, 대학원 졸업, 앨범 몇 장을 낸 가수인 그녀는 보통의 사람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친구를 사귀고, 연애를 하고, 업으로 삼는 일이 있으며, 결혼도 하게 되는 여성이다. 30대에 접어들기까지 그녀가 경험한 것들과 마주하는 광경들은 다른 사람들의 것과 특별히 다를 것 없이 평범하다. 그녀는 그녀의 일상이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아주 일상적인 시선으로 관찰하여 적어냈다.
『언젠가 너에게 듣고 싶은 말』은 마치, 가을이 되면 그물이 촘촘한 잠자리채를 어깨에 걸치고 거리를 활보하는 소녀의 일기장 같다. 그녀는 날아다니는 잠자리들을 턱, 턱, 잡아내어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렇기에 옆집 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친근하기도 하다.
그녀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들에 대해 흥얼거리기를 좋아한다. 그러다가 문득 평범해서 놀라운 것들을 깨닫는다. 일상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솔직해질 때가 있고, 노래를 부르다가 가만히 상처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불끈 용기를 내기도 하고, 다친 짐승처럼 내면 깊숙이 숨어버리기도 하고, 때론 곁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부여잡고 구렁텅이로 떨어져버리기도 한다. 부아가 나다가도 금방 또 그게 이상해서 웃음이 나기도 한다. 이런 일상은 쓰고 나면 참 평범한 이야기가 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 이상한 일이다. 그 평범한 일들은 지금 각자에게 처음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이며 그 사건에 그녀는 그녀도 모르게,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굉장히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그렇다. 그녀에게, 우리에게 이렇게나 평범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니. 그 일에 이런 감정을 갖고, 저 일에 저런 표정을 짓는 게 결국 나라는 사람이라니, 하고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다. 놀라운 일 아닌가. 정말 평범해서 더 놀라운 일이다.
너랑 만난 게 일 년 전 봄인데 지금은 풀벌레가 우는 가을 초입이야. 너네 집을 나와서 걷는데 이 골목 저 골목에 너랑 있었던 기억투성이네. 이런 거, 쓰기에는 참 새로울 거 없는 감상이지. 다른 사람들도 전부 한 번씩 느끼는 행복일 테니까. 나는 다들 느끼는 이런 행복을 나도 느끼고 있다는 게 참 기뻐. 인류의 일원이 된 기분이야. 외계인에게 인간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낼 때에도, 분명히 지금 나와 같은 표정이 거기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인간은 이런 순간에 이런 감정을 느껴서 이런 표정을 짓는답니다. _본문 중에서 (169쪽)
이 생각 저 생각, 아주 예전에 있었던 일과 어제 있었던 일들이 모두 소용돌이쳤다. 위안이 필요해서, 자는 그의 옆으로 갔다. 깨우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냥 같이 있고 싶었다. 몸을 숙이는데, 자던 그가 날 보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놀랐다. 으아악 하고. 나도 같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놀라는 그는 처음 보았다. 손을 허우적거리면서 나를 밀어내는 모습. _본문 중에서 (246쪽)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의 무엇’이 되어간다
우리는 평범히 일상을 지내는 만큼, 새로운 것과 관계를 맺는다. 자꾸 자신은 ‘누군가의 무엇’이 되고 상대는 ‘나에게 있어서 어떤 존재’가 된다. 이런 관계 맺음은 지속되어왔고 끊임이 없을 것이다. 애완동물과의 관계, 엄마와의 관계, 애인과의 관계, 애인이었던 남자가 남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그 존재와 자리에 대한 통찰이 드러난다. 그 통찰은 고백으로 쏟아져나오기도 하고 혼자 하는 말로 끝맺음되기도 한다.
그저 강아지를 갖고 싶은 소녀의 때를 지나 강아지의 존재와 나의 존재, 그 둘의 상관관계를 생각할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 가끔 소녀의 얼굴과 삼십대의 얼굴 사이에서 오묘한 모습으로 동네를 어슬렁거리기도 하지만, 이제 더이상 나이브하지 않다는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 관계를 아는 나이가 되었다. 심지어 아줌마란 어떤 존재인가를 벌써 생각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게 끊임없이 상대를 만나고 있기 때문이겠다. 이 모든 관계에 대한 그녀의 디테일한 통찰을 꼼꼼히 기록해두었다.
어떻게 인간은 한 사람과 평생을 함께할 생각을 할 수가 있는 걸까. 경제적이나 사회문화적인 제약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그런다면,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할 수가 있을까. 신비롭지. 이런 건 인간의 의지로 하는 게 아닌지도 모르겠어. 그런 걸 떠올리면 웃게 돼. 너무 신기하고 이상해서 웃게 돼. 어떻게 네가 내 인생에 뚝 떨어져서 말이야. _본문 중에서 (170쪽)
개들은 무슨 죄를 지어서 그렇게 정이 많게 태어났을까? 허구한 날 가슴 아프게.
그래서 개는 못 기르겠더라, 이젠.
있잖아, 라디오 같은 데 출연해서 이상형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골든 레트리버 같은 남자요”라고 대답했어. 알지? 큰 개 종류. 옆에 있던 바비가 “털 많은 남자?”라고 해서 다들 웃었지. 사실 종은 별로 상관없었어. 굳이 말하자면 나는 정이 많고 순한 사람이 좋았어. 그런데 어느 날 길을 가다가 개랑 주인이 나란히 산책하는 걸 봤어. 웃긴 게, 개가 몸은 앞으로 가는데 얼굴은 옆으로 돌려서 시종일관 주인만 보고 있더라고. 있지, 내가 남자친구랑 걸어갈 때 그러고 가거든. 계속 그 사람 옆얼굴을 보고 있는 거야. 개 같은 남자가 좋은 게 아니고 내가 그냥 개더라. 말이 좀 이상하지만. _본문 중에서 (68쪽)
무겁지 않게, 너무 가볍지도 않게, 모두에게 허밍
그녀의 허밍은 아침이 오듯 일단 시작된다. 아침에 산책을 하다가 저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른다. 의도적으로 부른 노래도 아니고 그간 들어왔던 노래도 아니고 평소 좋아하는 노래도 아닌 뜬금없이 떠오른 노랫말과 멜로디다. 딱히 기분이 좋은 것도 아니고 좋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툭 하고 허밍이 흘러나온다.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고, 엄마를 생각하고, 고양이를 아끼고, 지는 목련의 모양새를 고요히 관찰하는 이 일상적인 시간은 끊이지 않는 한 번의 긴 허밍 같다.
그녀가 노래로는 보컬리스트로서의 맑은 목소리를 들려주었고 곡의 화자와 분위기를 해석해야 했다면, 첫번째 에세이집『언젠가 너에게 듣고 싶은 말』에서는 보다 깊고 디테일한 자신의 감정선을 필터 없이, 허밍으로 들려주고 있다. 가볍지 않게, 너무 무겁지도 않게. 그와 동시에 아주 디테일하게. 서글픈 것을 그냥 ‘서글프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정황과 주변 움직임과 그때의 마음을 밀접하고 세밀하게 기록하여 어떤 감정이 덩어리가 되어 전달되도록 노래한다.
너에게 듣고 싶은 말도, 너에게 하고 싶은 말도 무엇이라 말할 수 없다. 대신 ‘언젠가’ 하는 마음으로, 덩어리를 둥글게 빚어놓는 것이다. 언젠가, 어느 날 산책을 하다가 때 아닌 기억으로 허밍하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오래된 동요책을 펴놓고 합창단에서 배운 악보 읽는 법을 지렛대 삼아, 한 곡씩 계이름으로 따라 불러보았다. 누가 그 곡을 부르는 걸 들어본 적이 없으니 내가 부르는 음계가 맞는지도 확실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차분한 기분이 사람들이 보통 말하는 즐거움인지 아닌지도 몰랐다. 그저 방 안에 앉아서, 악보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면서, 단정한 가사가 멜로디와 함께 합쳐졌을 때 주는 가냘픈 울림을 가만히 끌어안고 있었다.
그렇게 익힌 노래다. 아직도 기억한다. <구름>. 솔도도 도솔미 파솔라 라파레 미파솔 솔파미 미파미레도. _본문 중에서 (90쪽)
엄마, 목련이 지고 있어. 질 때도 아닌데 지고 있어. 목련은 희고 부드럽고, 꽃잎을 만져보면 아직도 물이 통통하게 올라 있는데도, 지고 있어. 봄 저녁의 희미한 온기 속에 휑하게 서 있어. 밤공기 속에 먹히고 있어. _본문 중에서 (127쪽)
“자기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수 있나요?”
“어렵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나도 사람이니까 조금씩 자기를 바꾸고 싶어하기도 하겠죠.”
“하긴……. 나도 그러니까.”
“응.”
“그렇지만 자기가 그럴 수 있다고 대답해줬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그럴 수 있다고 대답한 거야. 바꾸고 싶어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응, 그래요…….”
“울지 말아요.”
“응…….” _본문 중에서 (257쪽)
▣ 작가 소개
임수진
1983년생.
<가을방학>의 보컬리스트 ‘계피’로 이름나 있다.
<가을방학>은 계피와 송라이터 정바비로 이루어진 듀오이다. 1집 [가을방학], 2집 [선명], 3집 [세번째 계절]과 싱글앨범, 프로젝트 앨범 등을 발표했다. 그녀는 <브로콜리 너마저><우쿨렐레 피크닉>의 멤버로도 활동했으며 특유의 맑은 목소리로 대중에게 많은 사랑받는 보컬리스트이다.
▣ 주요 목차
아그리파 ○ 8
푸른전구빛 ○ 11
더블베드의 위용 ○ 15
엄마의 생일 ○ 19
햇빛 쫓아다니기 ○ 24
훼방 놓기에 좋은 날씨 ○ 29
경쟁자 ○ 32
줄리아하트 ○ 37
공주님 ○ 40
남자라서 좋은 것 ○ 46
지혜 ○ 50
이것이 내가
사랑의 시작이라고 부르는
감정이었던가 ○ 55
프리즘 ○ 60
고양이가 왔어 ○ 63
과거의 남자 ○ 69
경계선 ○ 76
인간의 조건 ○ 77
생선과 물고기 ○ 80
헤네시 XO ○ 84
떨림에의 촉수 ○ 88
스미마셍, No problem ○ 93
손님 노릇 ○ 97
짝사랑의 대가 ○ 100
사랑을 하는 여자들 ○ 107
포비아 ○ 115
내 감자는 나의 것 ○ 118
하드보일드 러브 라이프 ○ 121
독 ○ 122
지는 목련 ○ 125
이과생의 아름다움 ○ 128
친구가 없다니까요 ○ 133
살아 있다는 증거를 들려줘 ○ 139
엄마랑만 할 수 있는 일 ○ 145
온갖 수상쩍은 것들 ○ 147
폐업 직전의 목욕탕 ○ 152
교훈 마니아 ○ 156
언니 잘못이 아니에요 ○ 160
공기 계열 ○ 165
평생의 밤 ○ 169
노랑, 보라 ○ 173
어영부영 갈 것 ○ 176
보이즈 러브 ○ 182
상아색과 아이보리색 사이 ○ 188
로맨스를 좋아하는 남편 ○ 192
동경 ○ 193
낡고 오래된 신혼집 ○ 197
그의 소년 시절 이야기 ○ 204
결혼의 실제 1 ○ 210
사랑스러운 에너지 ○ 211
남자는 시계가 있어야지 ○ 215
고양이의 기브 앤드 테이크 ○ 220
결혼의 실제 2 ○ 222
빌어먹을 헤테로 ○ 223
오리지널리티 ○ 227
외로움의 새로운 차원 1 ○ 231
외로움의 새로운 차원 2 ○ 235
그의 애교 ○ 237
결혼의 실제 3 ○ 238
현실의 등 ○ 239
붉은 노을 ○ 242
위로는 필요 없다 ○ 246
제라늄 꽃밭 ○ 248
핫핑크 ○ 251
천하의 놈팡이 ○ 255
결혼의 실제 4 ○ 257
에필로그
쓸 만하지 않은 녀석들은 모두 다 ○ 259
세상이 들려주는 말에 귀기울였다
‘계피’라는 예명을 잠시 벗어두고 ‘임수진’으로 돌아와 처음,
음악으로는 다 들려주지 못했던 일상의 이야기
참 평범한 행복이고 평범한 괴로움인데
우리의 표정만큼은 참 어마어마하다
그녀에게, 우리에게 이렇게나 평범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니
엄마, 아빠, 고양이, 강아지, 애인, 남편, 집, 노래, 술, 햇빛, 밤공기, 나이, 기억…….
그녀의 삶에 해시태그(#)를 붙인다면 이런 단어들을 붙여볼 수 있을 것이다.
1983년생, 여자, 대학교 졸업, 대학원 졸업, 앨범 몇 장을 낸 가수인 그녀는 보통의 사람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친구를 사귀고, 연애를 하고, 업으로 삼는 일이 있으며, 결혼도 하게 되는 여성이다. 30대에 접어들기까지 그녀가 경험한 것들과 마주하는 광경들은 다른 사람들의 것과 특별히 다를 것 없이 평범하다. 그녀는 그녀의 일상이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아주 일상적인 시선으로 관찰하여 적어냈다.
『언젠가 너에게 듣고 싶은 말』은 마치, 가을이 되면 그물이 촘촘한 잠자리채를 어깨에 걸치고 거리를 활보하는 소녀의 일기장 같다. 그녀는 날아다니는 잠자리들을 턱, 턱, 잡아내어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렇기에 옆집 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친근하기도 하다.
그녀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들에 대해 흥얼거리기를 좋아한다. 그러다가 문득 평범해서 놀라운 것들을 깨닫는다. 일상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솔직해질 때가 있고, 노래를 부르다가 가만히 상처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불끈 용기를 내기도 하고, 다친 짐승처럼 내면 깊숙이 숨어버리기도 하고, 때론 곁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부여잡고 구렁텅이로 떨어져버리기도 한다. 부아가 나다가도 금방 또 그게 이상해서 웃음이 나기도 한다. 이런 일상은 쓰고 나면 참 평범한 이야기가 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 이상한 일이다. 그 평범한 일들은 지금 각자에게 처음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이며 그 사건에 그녀는 그녀도 모르게,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굉장히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그렇다. 그녀에게, 우리에게 이렇게나 평범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니. 그 일에 이런 감정을 갖고, 저 일에 저런 표정을 짓는 게 결국 나라는 사람이라니, 하고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다. 놀라운 일 아닌가. 정말 평범해서 더 놀라운 일이다.
너랑 만난 게 일 년 전 봄인데 지금은 풀벌레가 우는 가을 초입이야. 너네 집을 나와서 걷는데 이 골목 저 골목에 너랑 있었던 기억투성이네. 이런 거, 쓰기에는 참 새로울 거 없는 감상이지. 다른 사람들도 전부 한 번씩 느끼는 행복일 테니까. 나는 다들 느끼는 이런 행복을 나도 느끼고 있다는 게 참 기뻐. 인류의 일원이 된 기분이야. 외계인에게 인간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낼 때에도, 분명히 지금 나와 같은 표정이 거기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인간은 이런 순간에 이런 감정을 느껴서 이런 표정을 짓는답니다. _본문 중에서 (169쪽)
이 생각 저 생각, 아주 예전에 있었던 일과 어제 있었던 일들이 모두 소용돌이쳤다. 위안이 필요해서, 자는 그의 옆으로 갔다. 깨우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냥 같이 있고 싶었다. 몸을 숙이는데, 자던 그가 날 보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놀랐다. 으아악 하고. 나도 같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놀라는 그는 처음 보았다. 손을 허우적거리면서 나를 밀어내는 모습. _본문 중에서 (246쪽)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의 무엇’이 되어간다
우리는 평범히 일상을 지내는 만큼, 새로운 것과 관계를 맺는다. 자꾸 자신은 ‘누군가의 무엇’이 되고 상대는 ‘나에게 있어서 어떤 존재’가 된다. 이런 관계 맺음은 지속되어왔고 끊임이 없을 것이다. 애완동물과의 관계, 엄마와의 관계, 애인과의 관계, 애인이었던 남자가 남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그 존재와 자리에 대한 통찰이 드러난다. 그 통찰은 고백으로 쏟아져나오기도 하고 혼자 하는 말로 끝맺음되기도 한다.
그저 강아지를 갖고 싶은 소녀의 때를 지나 강아지의 존재와 나의 존재, 그 둘의 상관관계를 생각할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 가끔 소녀의 얼굴과 삼십대의 얼굴 사이에서 오묘한 모습으로 동네를 어슬렁거리기도 하지만, 이제 더이상 나이브하지 않다는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 관계를 아는 나이가 되었다. 심지어 아줌마란 어떤 존재인가를 벌써 생각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게 끊임없이 상대를 만나고 있기 때문이겠다. 이 모든 관계에 대한 그녀의 디테일한 통찰을 꼼꼼히 기록해두었다.
어떻게 인간은 한 사람과 평생을 함께할 생각을 할 수가 있는 걸까. 경제적이나 사회문화적인 제약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그런다면,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할 수가 있을까. 신비롭지. 이런 건 인간의 의지로 하는 게 아닌지도 모르겠어. 그런 걸 떠올리면 웃게 돼. 너무 신기하고 이상해서 웃게 돼. 어떻게 네가 내 인생에 뚝 떨어져서 말이야. _본문 중에서 (170쪽)
개들은 무슨 죄를 지어서 그렇게 정이 많게 태어났을까? 허구한 날 가슴 아프게.
그래서 개는 못 기르겠더라, 이젠.
있잖아, 라디오 같은 데 출연해서 이상형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골든 레트리버 같은 남자요”라고 대답했어. 알지? 큰 개 종류. 옆에 있던 바비가 “털 많은 남자?”라고 해서 다들 웃었지. 사실 종은 별로 상관없었어. 굳이 말하자면 나는 정이 많고 순한 사람이 좋았어. 그런데 어느 날 길을 가다가 개랑 주인이 나란히 산책하는 걸 봤어. 웃긴 게, 개가 몸은 앞으로 가는데 얼굴은 옆으로 돌려서 시종일관 주인만 보고 있더라고. 있지, 내가 남자친구랑 걸어갈 때 그러고 가거든. 계속 그 사람 옆얼굴을 보고 있는 거야. 개 같은 남자가 좋은 게 아니고 내가 그냥 개더라. 말이 좀 이상하지만. _본문 중에서 (68쪽)
무겁지 않게, 너무 가볍지도 않게, 모두에게 허밍
그녀의 허밍은 아침이 오듯 일단 시작된다. 아침에 산책을 하다가 저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른다. 의도적으로 부른 노래도 아니고 그간 들어왔던 노래도 아니고 평소 좋아하는 노래도 아닌 뜬금없이 떠오른 노랫말과 멜로디다. 딱히 기분이 좋은 것도 아니고 좋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툭 하고 허밍이 흘러나온다.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고, 엄마를 생각하고, 고양이를 아끼고, 지는 목련의 모양새를 고요히 관찰하는 이 일상적인 시간은 끊이지 않는 한 번의 긴 허밍 같다.
그녀가 노래로는 보컬리스트로서의 맑은 목소리를 들려주었고 곡의 화자와 분위기를 해석해야 했다면, 첫번째 에세이집『언젠가 너에게 듣고 싶은 말』에서는 보다 깊고 디테일한 자신의 감정선을 필터 없이, 허밍으로 들려주고 있다. 가볍지 않게, 너무 무겁지도 않게. 그와 동시에 아주 디테일하게. 서글픈 것을 그냥 ‘서글프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정황과 주변 움직임과 그때의 마음을 밀접하고 세밀하게 기록하여 어떤 감정이 덩어리가 되어 전달되도록 노래한다.
너에게 듣고 싶은 말도, 너에게 하고 싶은 말도 무엇이라 말할 수 없다. 대신 ‘언젠가’ 하는 마음으로, 덩어리를 둥글게 빚어놓는 것이다. 언젠가, 어느 날 산책을 하다가 때 아닌 기억으로 허밍하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오래된 동요책을 펴놓고 합창단에서 배운 악보 읽는 법을 지렛대 삼아, 한 곡씩 계이름으로 따라 불러보았다. 누가 그 곡을 부르는 걸 들어본 적이 없으니 내가 부르는 음계가 맞는지도 확실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차분한 기분이 사람들이 보통 말하는 즐거움인지 아닌지도 몰랐다. 그저 방 안에 앉아서, 악보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면서, 단정한 가사가 멜로디와 함께 합쳐졌을 때 주는 가냘픈 울림을 가만히 끌어안고 있었다.
그렇게 익힌 노래다. 아직도 기억한다. <구름>. 솔도도 도솔미 파솔라 라파레 미파솔 솔파미 미파미레도. _본문 중에서 (90쪽)
엄마, 목련이 지고 있어. 질 때도 아닌데 지고 있어. 목련은 희고 부드럽고, 꽃잎을 만져보면 아직도 물이 통통하게 올라 있는데도, 지고 있어. 봄 저녁의 희미한 온기 속에 휑하게 서 있어. 밤공기 속에 먹히고 있어. _본문 중에서 (127쪽)
“자기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수 있나요?”
“어렵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나도 사람이니까 조금씩 자기를 바꾸고 싶어하기도 하겠죠.”
“하긴……. 나도 그러니까.”
“응.”
“그렇지만 자기가 그럴 수 있다고 대답해줬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그럴 수 있다고 대답한 거야. 바꾸고 싶어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응, 그래요…….”
“울지 말아요.”
“응…….” _본문 중에서 (257쪽)
▣ 작가 소개
임수진
1983년생.
<가을방학>의 보컬리스트 ‘계피’로 이름나 있다.
<가을방학>은 계피와 송라이터 정바비로 이루어진 듀오이다. 1집 [가을방학], 2집 [선명], 3집 [세번째 계절]과 싱글앨범, 프로젝트 앨범 등을 발표했다. 그녀는 <브로콜리 너마저><우쿨렐레 피크닉>의 멤버로도 활동했으며 특유의 맑은 목소리로 대중에게 많은 사랑받는 보컬리스트이다.
▣ 주요 목차
아그리파 ○ 8
푸른전구빛 ○ 11
더블베드의 위용 ○ 15
엄마의 생일 ○ 19
햇빛 쫓아다니기 ○ 24
훼방 놓기에 좋은 날씨 ○ 29
경쟁자 ○ 32
줄리아하트 ○ 37
공주님 ○ 40
남자라서 좋은 것 ○ 46
지혜 ○ 50
이것이 내가
사랑의 시작이라고 부르는
감정이었던가 ○ 55
프리즘 ○ 60
고양이가 왔어 ○ 63
과거의 남자 ○ 69
경계선 ○ 76
인간의 조건 ○ 77
생선과 물고기 ○ 80
헤네시 XO ○ 84
떨림에의 촉수 ○ 88
스미마셍, No problem ○ 93
손님 노릇 ○ 97
짝사랑의 대가 ○ 100
사랑을 하는 여자들 ○ 107
포비아 ○ 115
내 감자는 나의 것 ○ 118
하드보일드 러브 라이프 ○ 121
독 ○ 122
지는 목련 ○ 125
이과생의 아름다움 ○ 128
친구가 없다니까요 ○ 133
살아 있다는 증거를 들려줘 ○ 139
엄마랑만 할 수 있는 일 ○ 145
온갖 수상쩍은 것들 ○ 147
폐업 직전의 목욕탕 ○ 152
교훈 마니아 ○ 156
언니 잘못이 아니에요 ○ 160
공기 계열 ○ 165
평생의 밤 ○ 169
노랑, 보라 ○ 173
어영부영 갈 것 ○ 176
보이즈 러브 ○ 182
상아색과 아이보리색 사이 ○ 188
로맨스를 좋아하는 남편 ○ 192
동경 ○ 193
낡고 오래된 신혼집 ○ 197
그의 소년 시절 이야기 ○ 204
결혼의 실제 1 ○ 210
사랑스러운 에너지 ○ 211
남자는 시계가 있어야지 ○ 215
고양이의 기브 앤드 테이크 ○ 220
결혼의 실제 2 ○ 222
빌어먹을 헤테로 ○ 223
오리지널리티 ○ 227
외로움의 새로운 차원 1 ○ 231
외로움의 새로운 차원 2 ○ 235
그의 애교 ○ 237
결혼의 실제 3 ○ 238
현실의 등 ○ 239
붉은 노을 ○ 242
위로는 필요 없다 ○ 246
제라늄 꽃밭 ○ 248
핫핑크 ○ 251
천하의 놈팡이 ○ 255
결혼의 실제 4 ○ 257
에필로그
쓸 만하지 않은 녀석들은 모두 다 ○ 259
01. 반품기한
- 단순 변심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신청
- 상품 불량/오배송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3개월 이내, 혹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30일 이내 반품 신청 가능
02. 반품 배송비
| 반품사유 | 반품 배송비 부담자 |
|---|---|
| 단순변심 | 고객 부담이며, 최초 배송비를 포함해 왕복 배송비가 발생합니다. 또한, 도서/산간지역이거나 설치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에는 배송비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
| 고객 부담이 아닙니다. |
03. 배송상태에 따른 환불안내
| 진행 상태 | 결제완료 | 상품준비중 | 배송지시/배송중/배송완료 |
|---|---|---|---|
| 어떤 상태 | 주문 내역 확인 전 | 상품 발송 준비 중 | 상품이 택배사로 이미 발송 됨 |
| 환불 | 즉시환불 | 구매취소 의사전달 → 발송중지 → 환불 | 반품회수 → 반품상품 확인 → 환불 |
04. 취소방법
- 결제완료 또는 배송상품은 1:1 문의에 취소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 특정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05. 환불시점
| 결제수단 | 환불시점 | 환불방법 |
|---|---|---|
| 신용카드 |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 신용카드 승인취소 |
| 계좌이체 |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
계좌입금 |
| 휴대폰 결제 |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
| 포인트 |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 환불 포인트 적립 |
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
| 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