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핍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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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송병호
출판사항문학의전당, 발행일:2015/08/26
형태사항p.134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86091524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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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위로(慰勞)와 위의(威儀)의 사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209. 월간 『한맥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송병호 시인의 첫 시집이다. 송병호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시대와 세계에 대한 계기(繼起)적인 이해와 대응 양식의 일단을 보여준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시란 일정 부분 주관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고, 언어 체계를 통과해서 소통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행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고, 따라서 그 효용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개인적 상실로 인해 재발견한 가족의 의미, ‘위로(慰勞)’의 마음 자락과 손길이 세상 곳곳에 스며들기를 바라는 의지를 겸손하고 따뜻한 시각으로 풀어낸다.

손톱 밑에 까맣게 때가 낀 광부 아제가/제집 안방처럼 드나들던 대폿집,/하루가 고단해도/텁텁한 막걸리 한사발로 피로를 잊고/쉼을 얻었던 곳입니다//여기, 남루한 차림의 배낭을 멘/한 젊은 남자가 작별을 준비합니다//부모님 잘 건사하고 애기 잘 키우거라/서울 가 돈 많이 벌어서 꽃피기 전에 올 테니께//아직 소녀티를 채 벗지 못한/베트남에서 시집온 젊은 아낙은/포대기 끈을 움켜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칩니다//역사 천정 모퉁이 내려앉은/빈 거미줄보다 더 무거운 침묵이/부부의 마음을 짓누릅니다
-「태백역」 부분

진정한 의미에서 가족의 재발견은 사회적 층위에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즉 겉으로 드러난 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여러 이유로 은폐되었거나 왜곡된 대상들에서 가족과 같은, 아니 시적으로 존재의 질감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만 한다. 송병호 시인은 여기에 “손톱 밑에 까맣게 때가 낀 광부 아제”와 “아직 소녀티를 채 벗지 못한/베트남에서 시집온 젊은 아낙”을 등장시킴으로써 피투(被投)된 존재들의 현존의 무게를 되살려내고 있다. 나아가 “익숙한 우환과 칩거 중”인 “낯익은 골목”(「우환」)의 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더 이상 버릴 것도 잃을 것도 없다”(「자전거」)는 사물에 대한 위로의 차원을 보여준다.
시인은 위로의 차원을 생각한다. “더러는 좋은 말이 상처가 될 때가 있다”(「위로라는 말」)는 것을 아마도 경험으로 알았기 때문에 어쩌면 “방향도 알 수 없는/첫줄을 쓰고/웃고 있다/수십 개의 문장이 겹쳐지는 사유/길게 쓴 문장은 출처의 모호함을 금세/드러내고 만다/정교한 낱말들/횡설수설한,/이처럼 흘러온 문장들이/모아져 자기의 언어를 차곡차곡 쌓아”(「습작」)가는 길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비약하자면 이 길은 결국 시의 길이 될 것인데, 여러 개의 난제(難題)가 놓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송병호 시인은 자서에 “결국 삶이 한 줄 문장이라는 것을 이해할까 하는 나이에/이처럼 빛나는 시집을 선물” 받았다고 밝혔다. 값진 선물일수록 의미도 깊고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절대자에게서 받은 선물은 그 자체로 크나큰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위로할 수 있는 마음은 자신이 긍휼(矜恤)한 존재임을 먼저 깨닫는 것이므로 아름다운 것이다.

내 성명으로 명성이 무슨 소용일까/눈 속에서 핀 장미를 보았는가/여름날 하루살이를 기억하는가/하늘이 있고 바람이 있고 햇살이 있으니/빈 벌판에서 벗은 몸이면 어떨까/잡초도 아닌 것이 민들레처럼/솜털 되어 먼,/먼 신작로를 날아 가버린 기억까지도/살려내야 하는 언어 마술사/빈손으로는 너무 서러워서 덮을 수 없는/영혼이 살아 있는 언어의 동산/창밖을 스쳐가는 그림자 하나도 닿지 않은,/잡히지 않는 구름 사이로 하늘이 열릴 때/그 노란 하늘 이야기/나는 외로움에 젖을 겨를이 없다/영혼의 국경선을 자로 그을 수 없는 것처럼/문장의 소리를 얼어붙게 할 수 없는 것처럼/나는 침묵으로 말한다
-「무명 시인」 부분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해 대단한 각오를 피력하고 있다. “침묵으로 말한다”, 그 정신이 앞으로의 시작을 비춰줄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 세상에 던져져 불안에 휩싸여 떨다가 자기(The Self)의 이름으로 분노를 쏟아내기도 하지만, 시적으로 우리는 자기가 정립한 가치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시의 위의(威儀)를 다시 시 안에 바로 세우는 길이다. 『궁핍의 자유』는 목회자의 길만큼이나 고달프고 가련한 시인의 길을 또한 걸으려는 송병호 시인의 꿋꿋한 첫 걸음이다.


[추천 글]

송병호 시인의 시는 ‘말씀 밖의 말’을 찾아 보듬는 긍휼한 마음이 담겨 있다. 겪어온 삶의 장면들을 불러내고 세상의 풍경을 껴안으면서 그 속에 배어 있는 슬픔을 오롯하게 드러낸다. 그것은 “방향도 알 수 없는 첫 줄”과 “수십 개의 문장이 겹쳐지는 사유”(「습작」)를 통해 얻어지는 것들이다. 늙은 어머니를 꽃으로 은유한 구절은 슬프고도 아름답다. “가지런한 식탁에 꽃이 앉아 있다/꽃은 꽃/저를 닮은 꽃은 그대로인데//내일 아침이면 사라지더라도/또 다른 꽃이 저 닮은 꽃 그대로/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치매」)에서처럼 그의 시는 자신과 타인(사물)에게 보내는 위로이고 사랑이다. 계절이 만들어내는 풍경들에게조차 아린 연민을 보내는 시인의 마음은 만물의 본성이 ‘나’와 다르지 않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은 현재의 시간을 기웃거리며 가버린 시간을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문득, “분홍빛 열병”을 앓으며 “잊힌 인연들이 창문 너머로/유성처럼 쏟아져 내리는” 꿈을 꾸기도 한다(「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그러나 곧 “예배당 찬마루에 무릎을” 모으고, 길을 잃지 않기를 기도하면서(「길을 묻다」) 흩어진 마음을 다잡는다. 이러한 그의 시적 자세는 ‘시인의 말’에도 잘 나타나 있다.
- 정병근(시인)

[시인의 말]

꽃이
자기 향기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나는 내 삶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것이 두렵다.
목회 30년을 향해가는 길목에서
결국 삶이 한 줄 문장이라는 것을 이해할까 하는 나이에
이처럼 빛나는 시집을 선물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 작가 소개

저자 : 송병호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신학원을 졸업했다. 월간 『한맥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과 목회자 길을 걷고 있다.

▣ 주요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미필적 고의
꽃은 지고
무명 시인
궁핍의 자유
과부
종묘(宗廟)
치매
슬픈 그늘
오뉴월 감기
무인카메라

층간소음
꽃밭에서
여름 이야기
입영

제2부
습작
태백역
어떤 주검
위로라는 말
사월의 눈물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꽃밭을 그리다
아버지의 고향
길을 묻다
가을 풍경
내 친구 정현수
비 오는 날
재고정리
다시, 사월
코스모스
노숙자

제3부
궁핍의 자유 2
양파
김수영
변명에 대하여
재발견
게임의 풍경
고장 난 타자기
우환
자전거
시집 한 권
보도블록
자객
쓰레기장
아버지
핑계

제4부
책상 앞에서
노부부
안부
부재중
거미
눈 오는 날
기억의 저편
해 뜨는 집
외갓집
밤송이
금연
노인정에서
낙엽을 위한 헌사
고추
아이러니
삘기

해설 : 위로(慰勞)와 위의(威儀) 사이 / 백인덕(시인)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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