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오이디푸스, 안티오이디푸스, 나르키소스
프로이트 심리학 극장의 주인공들, 아들로 존재하는 데 실패하다
오이디푸스, 안티오이디푸스, 나르키소스, 텔레마코스. 저자는 이 네 가지 유형의 아들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현대사회의 심리 구조가 어떻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 텔레마코스 콤플렉스로 이동하는지를 보여준다.
먼저 ‘오이디푸스’는 아버지와 불화하는 아들, 세대 간 분쟁과 투쟁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인간의 욕망에 대한 프로이트의 가장 근원적 설명이라고 할 수 있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중심 주제는 계율과 욕망, 현실과 꿈, 옛것과 새것 사이의 분쟁이다. 구세대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는 버릇없는 신세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구세대에 도전하는 아들인 오이디푸스에게 아버지는 자유를 억압하는 훼방꾼이다. 아들들은 아버지들을 상대로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요구했고, 아버지들은 아들들의 권리를 짓밟는 것으로 이에 대처했다. 기성세대의 권위주의에 저항하며 상상력의 확대를 내걸었던 68운동의 정신적 지주가 바로 오이디푸스 신화였다.
이 오이디푸스에 종속된 아들이라고 할 수 있는 ‘안티오이디푸스’는 아버지와의 불화를 원치 않지만 분쟁을 피하기 위해 아버지를 외면하는 아들, 본질적으로는 고아로 남기 원하는 아들이다. 타자와의 모든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원하지만 결국 이를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쾌락지상주의에 빠져드는 아들이다. ‘나르키소스’는 자신의 이미지에만 무기력하게 매달리는 아들, 세대 간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세계에서 혼자 살아가는 인간이다. 그는 부모와 아이들이 구별되지 않는 혼란스러운 상황, 분쟁의 부재, 타자의 부재 속에서 지속되는 개인의 무한한 행복을 상징한다. 현대사회에 심각한 경제적 도덕적 위기를 가져온 것이 바로 이 자아의 무한한 발전밖에 모르는 나르키소스의 가치관이다. 저자에 따르면, 오이디푸스도, 나르키소스도 아들로 존재하는 데 실패했다.
텔레마코스, 희망의 아들 - 아버지가 증발한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
세 아들에 대한 분석을 거쳐, 저자는 오늘날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이해하고 젊은 세대의 불만을 해석하는 데 열쇠를 제공해줄 모델 ‘텔레마코스’로 나아간다. 텔레마코스는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아들로, 희망을 잃지 않고 고집스럽게 아버지의 귀환을 기다리는 아들이다. 오이디푸스가 ‘낡은’ 패러다임으로 물러나고 텔레마코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는 것은 ‘아버지의 증발’(라캉) 때문이다. 개인과 공동체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아버지의 권위가 추락함에 따라 오이디푸스의 욕망을 거세하고 반항심을 조장하던 아버지의 존재가 증발해버렸다. 아버지는 부재하거나 아이의 주위를 맴돌거나 아이보다 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아버지 혹은 부모의 권위가 추락했다는 것은 인간의 삶을 떠받치고 지탱하는 ‘말의 계율’이 상징적 토대를 잃어버렸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상징적 부자관계의 형성이 심각한 위기에 빠지고 삶의 의미가 쾌락의 선동에 위협받는 시대를 살고 있다.
아들 오이디푸스와 아들 나르키소스를 뛰어넘는, 세대 간의 전쟁과 희망 없는 개인주의를 뛰어넘는 아들의 삶은 존재하는가? 이러한 질문과 함께 저자가 제시하는 아들 텔레마코스는 희망의 아들이다. 아버지와 함께 증발해버릴 위험을 안고 있는 아들이지만 동시에 이러한 위험을 기다림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아들이다. 그가 기다리는 것은 ‘주인, 영웅, 신’으로서의 아버지가 아니다. 그가 요구하는 것은 “이상적인 모델이나 교리, 패배를 모르는 전설적인 영웅, 규율 중심의 억압적인 권위”가 아니다. 오늘날 젊은 세대가 원하는 것은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가 아니라, 인간적이고 연약하기 짝이 없는 아버지, 인생의 궁극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대답할 줄 모르지만 스스로의 삶을 통해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수 있는 아버지”다. ‘아버지-주인’은 무대에서 사라졌고, ‘아버지-증인’이 필요할 뿐이다. 오늘날의 아들은 정말 의미 있는 삶이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줄 증인을 갈망하고 있다.
‘말의 계율’과 ‘욕망의 계율’
아버지가 사라진 시대의 정당한 상속을 위하여
가장 고귀하고 정당한 안티오이디푸스, 아버지를 찾는 아들일 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필요로 하는 아들, 아버지의 희생양도 아버지에 대항하는 싸움꾼도 아닌, 우리 시대 아들의 아이콘 텔레마코스. 이 책은 텔레마코스를 아버지가 사라진 이 시대에도 여전히 정당하고 창조적인 상속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당한 상속자’로 조명한다. 저자가 말하는 상속은 물질적인 유산의 상속이 아니라 ‘말의 계율’에 종속되는 정신적인 상속이다. ‘말의 계율’은 근친상간적인 즉각적 쾌락을 포기하고, 한 인간이자 사회의 일원으로서 존엄성을 획득하는 ‘삶의 인간화’를 지향하는 원리이다. 그것은 ‘절대적 타자’, 즉 인간의 자아를 가능케 하는 조건으로서의 타자와 ‘자아’ 간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의 계율이다. 이 ‘말의 계율’을 상징하는 인물이 바로 아버지이며 ‘말의 계율’이 힘을 발휘할 때에만 아버지로부터의 욕망의 전수와 상속이 가능해진다. 이때의 상속은 내가 어떤 존재였는지를 발견하고 그 존재를 진정한 나의 것으로 다시 정복한다는 의미에서의 재정복으로서의 상속이다.
우리를 구원할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고, 우리 시대의 아들은 아무런 유산도 물려받지 못하지만,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속을 통해 인간의 삶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선사膳賜’의 유희가 계속된다고 말한다. 새로운 세대가 전통적인 아버지에게 선사를 기대할 수 없다면, 선사는 증인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에서만 가능하다. 삶을 인간답게 만들기 위해 선사되는 것은 욕망과 ‘욕망의 계율’이다. 저자는 이것이야말로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유일하게 물려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왕국이라고 이야기한다. “텔레마코스가 정당한 상속자인 이유는 그가 왕국을 물려받기 때문이 아니라, 욕망의 계율이 상속될 때에만 쾌락에의 의지로 축소되어버린 자유의 망상으로부터 인간의 삶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간의 비료’가 비옥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욕망의 계율’이다.” 이렇게 해서 텔레마코스는 아들과 아버지의 유대, 한 세대와 다른 세대의 유대, 자아와 타자의 유대, 진정한 의미에서의 소통을 상징하는 인물이 된다.
▣ 작가 소개
저자 : 마시모 레칼카티
Massimo Recalcati (1959~)
이탈리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심리학자?심리분석가 중 한 명이다. 밀라노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파도바 대학교, 베로나 대학교, 파비아 대학교, 로잔 대학교 등에서 강의했고, 현재 볼로냐 대학교 ‘식사장애 정신병리학’ 박사과정 교수로 있다. 2003년에 요나스Jonas(새로운 징후 분석을 위한 심리 클리닉 센터)를 창립했으며, 이탈리아라캉협회 회원, 이탈리아응용심리학연구소 소장,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의 논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라캉의 사유를 이론화하는 작업을 통해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라캉 연구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식사장애?공황장애?우울장애?잠재적 정신이상 등 병리학에서 심리적 의존 증세로 분류되는 증상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2011년에 출간한 《아버지는 무엇이 남았나?》와 이 책 《버려진 아들의 심리학》을 통해 아버지의 위상이 추락한 현대사회에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텔레마코스 콤플렉스’를 이론화했다. 그 밖의 저서로 《무의식 없는 인간》(2010), 《욕망의 초상화》(2012), 《라캉 심리... 학에서 욕망과 쾌락, 주체화》(2012), 《사랑하는 사람의 용서 예찬》(2014), 《사랑으로 가르쳐야 할 시간》(2014), 《어머니의 손》(2015), 《라캉, 심리분석 클리닉의 구조와 주제》(2016) 등이 있다.
역자 : 윤병언
서울대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했고, 이탈리아 피렌체 국립대학교에서 미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번역가로서 이탈리아의 인문학과 문학 작품을 국내에 활발히 소개하고 한국문학 작품을 해외에 알리는 일에 힘쓰고 있다. 그동안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는 마리아피아 벨라디아노의 《못생긴 여자》, 조르조 아감벤의 《행간》, 에리 데 루카의 《나비의 무게》, 필리페 다베리오의 《상상박물관》,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의 《맛의 천재》 등이 있다. 또한 대산문화재단 번역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어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인노첸테》를 한국어로,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을 이탈리아어로 옮겼다.
▣ 주요 목차
들어가는 말
1장 말의 계율과 새로운 지옥
기도는 더 이상 숨쉬기와 같지 않다
아버지의 실어증과 기억상실증
〈살로〉의 지옥
말의 계율
말의 계율은 어떻게 전수되는가?
우리는 한밤중의 외침이다
자유로부터의 도피
자유라는 초현대적 유령
대중의 자유
일 때문에 죽는다는 것
2장 세대의 혼동
부모의 과제
계율과 제도
어른이 된다는 것
탈선인가, 법에의 호소인가?
젊은 세대의 새로운 불만
부재하는 성관계의 트라우마
여성 살인
첨단 기술과 젊은 세대의 우울증
증발과 창조
3장 오이디푸스에서 텔레마코스로
네 종류의 아들
아들 오이디푸스
아들 안티오이디푸스
아들 나르키소스
아들 텔레마코스
4장 정당한 상속자란 무엇을 뜻하는가?
재정복으로서의 상속
과잉 기억
예수와 니체의 반反우울증
상징적 채무의 부인
정당한 상속자 텔레마코스
상속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상징적 채무를 인정한다는 것
세대 간의 상징적 차이
행동, 믿음, 약속
에필로그 _ 잎사귀의 고통을 읽기
옮긴이의 말 _ 텔레마코스와 희망의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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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안티오이디푸스, 나르키소스
프로이트 심리학 극장의 주인공들, 아들로 존재하는 데 실패하다
오이디푸스, 안티오이디푸스, 나르키소스, 텔레마코스. 저자는 이 네 가지 유형의 아들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현대사회의 심리 구조가 어떻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 텔레마코스 콤플렉스로 이동하는지를 보여준다.
먼저 ‘오이디푸스’는 아버지와 불화하는 아들, 세대 간 분쟁과 투쟁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인간의 욕망에 대한 프로이트의 가장 근원적 설명이라고 할 수 있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중심 주제는 계율과 욕망, 현실과 꿈, 옛것과 새것 사이의 분쟁이다. 구세대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는 버릇없는 신세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구세대에 도전하는 아들인 오이디푸스에게 아버지는 자유를 억압하는 훼방꾼이다. 아들들은 아버지들을 상대로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요구했고, 아버지들은 아들들의 권리를 짓밟는 것으로 이에 대처했다. 기성세대의 권위주의에 저항하며 상상력의 확대를 내걸었던 68운동의 정신적 지주가 바로 오이디푸스 신화였다.
이 오이디푸스에 종속된 아들이라고 할 수 있는 ‘안티오이디푸스’는 아버지와의 불화를 원치 않지만 분쟁을 피하기 위해 아버지를 외면하는 아들, 본질적으로는 고아로 남기 원하는 아들이다. 타자와의 모든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원하지만 결국 이를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쾌락지상주의에 빠져드는 아들이다. ‘나르키소스’는 자신의 이미지에만 무기력하게 매달리는 아들, 세대 간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세계에서 혼자 살아가는 인간이다. 그는 부모와 아이들이 구별되지 않는 혼란스러운 상황, 분쟁의 부재, 타자의 부재 속에서 지속되는 개인의 무한한 행복을 상징한다. 현대사회에 심각한 경제적 도덕적 위기를 가져온 것이 바로 이 자아의 무한한 발전밖에 모르는 나르키소스의 가치관이다. 저자에 따르면, 오이디푸스도, 나르키소스도 아들로 존재하는 데 실패했다.
텔레마코스, 희망의 아들 - 아버지가 증발한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
세 아들에 대한 분석을 거쳐, 저자는 오늘날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이해하고 젊은 세대의 불만을 해석하는 데 열쇠를 제공해줄 모델 ‘텔레마코스’로 나아간다. 텔레마코스는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아들로, 희망을 잃지 않고 고집스럽게 아버지의 귀환을 기다리는 아들이다. 오이디푸스가 ‘낡은’ 패러다임으로 물러나고 텔레마코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는 것은 ‘아버지의 증발’(라캉) 때문이다. 개인과 공동체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아버지의 권위가 추락함에 따라 오이디푸스의 욕망을 거세하고 반항심을 조장하던 아버지의 존재가 증발해버렸다. 아버지는 부재하거나 아이의 주위를 맴돌거나 아이보다 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아버지 혹은 부모의 권위가 추락했다는 것은 인간의 삶을 떠받치고 지탱하는 ‘말의 계율’이 상징적 토대를 잃어버렸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상징적 부자관계의 형성이 심각한 위기에 빠지고 삶의 의미가 쾌락의 선동에 위협받는 시대를 살고 있다.
아들 오이디푸스와 아들 나르키소스를 뛰어넘는, 세대 간의 전쟁과 희망 없는 개인주의를 뛰어넘는 아들의 삶은 존재하는가? 이러한 질문과 함께 저자가 제시하는 아들 텔레마코스는 희망의 아들이다. 아버지와 함께 증발해버릴 위험을 안고 있는 아들이지만 동시에 이러한 위험을 기다림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아들이다. 그가 기다리는 것은 ‘주인, 영웅, 신’으로서의 아버지가 아니다. 그가 요구하는 것은 “이상적인 모델이나 교리, 패배를 모르는 전설적인 영웅, 규율 중심의 억압적인 권위”가 아니다. 오늘날 젊은 세대가 원하는 것은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가 아니라, 인간적이고 연약하기 짝이 없는 아버지, 인생의 궁극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대답할 줄 모르지만 스스로의 삶을 통해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수 있는 아버지”다. ‘아버지-주인’은 무대에서 사라졌고, ‘아버지-증인’이 필요할 뿐이다. 오늘날의 아들은 정말 의미 있는 삶이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줄 증인을 갈망하고 있다.
‘말의 계율’과 ‘욕망의 계율’
아버지가 사라진 시대의 정당한 상속을 위하여
가장 고귀하고 정당한 안티오이디푸스, 아버지를 찾는 아들일 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필요로 하는 아들, 아버지의 희생양도 아버지에 대항하는 싸움꾼도 아닌, 우리 시대 아들의 아이콘 텔레마코스. 이 책은 텔레마코스를 아버지가 사라진 이 시대에도 여전히 정당하고 창조적인 상속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당한 상속자’로 조명한다. 저자가 말하는 상속은 물질적인 유산의 상속이 아니라 ‘말의 계율’에 종속되는 정신적인 상속이다. ‘말의 계율’은 근친상간적인 즉각적 쾌락을 포기하고, 한 인간이자 사회의 일원으로서 존엄성을 획득하는 ‘삶의 인간화’를 지향하는 원리이다. 그것은 ‘절대적 타자’, 즉 인간의 자아를 가능케 하는 조건으로서의 타자와 ‘자아’ 간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의 계율이다. 이 ‘말의 계율’을 상징하는 인물이 바로 아버지이며 ‘말의 계율’이 힘을 발휘할 때에만 아버지로부터의 욕망의 전수와 상속이 가능해진다. 이때의 상속은 내가 어떤 존재였는지를 발견하고 그 존재를 진정한 나의 것으로 다시 정복한다는 의미에서의 재정복으로서의 상속이다.
우리를 구원할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고, 우리 시대의 아들은 아무런 유산도 물려받지 못하지만,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속을 통해 인간의 삶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선사膳賜’의 유희가 계속된다고 말한다. 새로운 세대가 전통적인 아버지에게 선사를 기대할 수 없다면, 선사는 증인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에서만 가능하다. 삶을 인간답게 만들기 위해 선사되는 것은 욕망과 ‘욕망의 계율’이다. 저자는 이것이야말로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유일하게 물려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왕국이라고 이야기한다. “텔레마코스가 정당한 상속자인 이유는 그가 왕국을 물려받기 때문이 아니라, 욕망의 계율이 상속될 때에만 쾌락에의 의지로 축소되어버린 자유의 망상으로부터 인간의 삶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간의 비료’가 비옥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욕망의 계율’이다.” 이렇게 해서 텔레마코스는 아들과 아버지의 유대, 한 세대와 다른 세대의 유대, 자아와 타자의 유대, 진정한 의미에서의 소통을 상징하는 인물이 된다.
▣ 작가 소개
저자 : 마시모 레칼카티
Massimo Recalcati (1959~)
이탈리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심리학자?심리분석가 중 한 명이다. 밀라노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파도바 대학교, 베로나 대학교, 파비아 대학교, 로잔 대학교 등에서 강의했고, 현재 볼로냐 대학교 ‘식사장애 정신병리학’ 박사과정 교수로 있다. 2003년에 요나스Jonas(새로운 징후 분석을 위한 심리 클리닉 센터)를 창립했으며, 이탈리아라캉협회 회원, 이탈리아응용심리학연구소 소장,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의 논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라캉의 사유를 이론화하는 작업을 통해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라캉 연구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식사장애?공황장애?우울장애?잠재적 정신이상 등 병리학에서 심리적 의존 증세로 분류되는 증상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2011년에 출간한 《아버지는 무엇이 남았나?》와 이 책 《버려진 아들의 심리학》을 통해 아버지의 위상이 추락한 현대사회에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텔레마코스 콤플렉스’를 이론화했다. 그 밖의 저서로 《무의식 없는 인간》(2010), 《욕망의 초상화》(2012), 《라캉 심리... 학에서 욕망과 쾌락, 주체화》(2012), 《사랑하는 사람의 용서 예찬》(2014), 《사랑으로 가르쳐야 할 시간》(2014), 《어머니의 손》(2015), 《라캉, 심리분석 클리닉의 구조와 주제》(2016) 등이 있다.
역자 : 윤병언
서울대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했고, 이탈리아 피렌체 국립대학교에서 미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번역가로서 이탈리아의 인문학과 문학 작품을 국내에 활발히 소개하고 한국문학 작품을 해외에 알리는 일에 힘쓰고 있다. 그동안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는 마리아피아 벨라디아노의 《못생긴 여자》, 조르조 아감벤의 《행간》, 에리 데 루카의 《나비의 무게》, 필리페 다베리오의 《상상박물관》,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의 《맛의 천재》 등이 있다. 또한 대산문화재단 번역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어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인노첸테》를 한국어로,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을 이탈리아어로 옮겼다.
▣ 주요 목차
들어가는 말
1장 말의 계율과 새로운 지옥
기도는 더 이상 숨쉬기와 같지 않다
아버지의 실어증과 기억상실증
〈살로〉의 지옥
말의 계율
말의 계율은 어떻게 전수되는가?
우리는 한밤중의 외침이다
자유로부터의 도피
자유라는 초현대적 유령
대중의 자유
일 때문에 죽는다는 것
2장 세대의 혼동
부모의 과제
계율과 제도
어른이 된다는 것
탈선인가, 법에의 호소인가?
젊은 세대의 새로운 불만
부재하는 성관계의 트라우마
여성 살인
첨단 기술과 젊은 세대의 우울증
증발과 창조
3장 오이디푸스에서 텔레마코스로
네 종류의 아들
아들 오이디푸스
아들 안티오이디푸스
아들 나르키소스
아들 텔레마코스
4장 정당한 상속자란 무엇을 뜻하는가?
재정복으로서의 상속
과잉 기억
예수와 니체의 반反우울증
상징적 채무의 부인
정당한 상속자 텔레마코스
상속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상징적 채무를 인정한다는 것
세대 간의 상징적 차이
행동, 믿음, 약속
에필로그 _ 잎사귀의 고통을 읽기
옮긴이의 말 _ 텔레마코스와 희망의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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