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대통령 파면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기록, 그 배경의 탐사
시민, 광장, 촛불, 탄핵... 시민의 평화적 투쟁으로 현직 대통령을 파면한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고 그 배경을 탐사한 사진집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가 도서출판 루페에서 출간되었다. 열 명의 다큐멘터리 사진가와 한 명의 역사학자가 함께 만들었다. 이들은 단지 “국민이 얻어낸 승리의 순간”을 기념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사태를 불러온 근원적 문제들을 탐사해 그것을 우리 앞에 과제로 펼쳐놓는다. 많은 텍스트가 함축된 371장의 사진을 읽어나가다 보면 감격의 순간을 재경험하는 한편으로 무거운 짐도 느끼게 된다.
2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는 시민 모두가 역사의 주체가 되어 행동한 2016년 말에서 2017년 초에 걸친 몇 달간의 뜨거웠던 ‘광장의 기억’을 담고 있다. 2부는 우리가 그 광장에 불러내야 했던, 세월호에서부터 노인 빈곤까지 여전히 아픈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을 담고 있다. 시간적으로는 박근혜 정권 4년이다. 책 속에서 그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그렇게 살펴가면 우리가 잊었거나 잊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환부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탄핵의 원인은 단지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 아니었다.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밤의 광장은 오히려 밝았다--빛보다 어둠이 많은 사진집
이 책의 사진들에는 빛보다 어둠이 많다. 시민이 촛불을 들고 밤의 광장에 나서야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밤의 광장은 오히려 밝다. 시민은 온몸을 꼬마전구들로 감싸거나 배트맨 복장을 하거나 개의 탈을 쓰고 나와 즐겁게 대통령의 퇴진과 구속을 요구한다. 그들은 함께였다. 가족, 연인, 친구의 손을 잡고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 속에 같은 마음으로 서 있었다.
더 많은 어둠을 담은 것은 우리 사회의 암울한 상황을 대변하는 사진들이다. 그 어둠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차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사진들은 여전히 가슴 아프게 한다. 경찰의 직격 물대포에 맞아 숨진 백남기 농민의 손도 오랫동안 눈길을 뗄 수 없는 사진이다. 노동자들이 열악한 조건에서 불의의 죽음을 맞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항의한다. 때로 그들은 아득한 고공의 철탑이나 옥상에 올라 목숨을 건 농성을 하며 호소하고, 몇 날 며칠을 차가운 겨울 땅바닥을 기어서 행진하거나 한뎃잠을 자면서 절규한다. 그러나 이 모든 항의와 호소와 절규는 번번히 무시되거나 혹독한 물세례로 되돌아왔다. 송전탑을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사드를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해군 기지를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재개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의 생존권과 행복권은 강제 진압당한다. 새로운 사회의 건설을 조직적으로 가로막으려는 독재 시대의 유물과 망령은 마지막 몸부림을 더 격렬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 한 명의 파면으로 해결되지 않는 과제들, 기억이 먼저다
대통령 한 명의 파면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수많은 과제를 풀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해야 할 것은 잊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쉽게 잊는다. 감동의 순간은 오래가지 않는다. 최초의 감동이 사그라들면 그 감동의 순간에 다짐했던 변화와 혁신의 의지도 함께 급속하게 사그라든다. 그것을 이기는 것은 기억이다. 사진은 그 기억을 계속 환기시키는 장치다. 이 책의 기획자이자 작가로 참여한 사진가 이상엽은 머리말에서 말한다. “이 사진들은 탄핵과 파면, 박근혜의 구속이라는 격변 이후 우리 사회를 어떻게 재구성해갈지에 관한 화두를 놓치지 않도록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기초 자료에 가깝다. 우리는 책의 독자들이 잊고 있는 또는 잊어가고 있는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 노력했다. 도대체 오늘날 벌어진 이런 사태의 기원은 무엇인가? 그 기원을 알아야만 오늘의 사태를 이해할 수 있고 그래야만 다음 한 걸음을 어떻게 떼어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이 시간 역순으로 편집된 것도 그 때문이다. 마지막장에서 지난 대통령 선거 벽보들을 담은 사진을 만나면 만감이 교차한다.
”역사적 현장의 잔상이 아직 가시기 전, 날것에 가까운 상태로 전달할 책무”
기억을 대신하는 사진 기록 역시 보존과 공유의 노력 없이는 사진가 개인의 것으로만 남거나 쉽사리 흩어지고 만다. 책으로 묶는 것은 바로 그래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1960년의 4.19나 1987년의 6월 항쟁은 그 역사적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중의 인식 속에는 단지 몇 개의 단편적인 뉴스 사진으로만 어렴풋이 남아 있을 뿐이다. 당시에 사진 기록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라지고 흩어지기 전에 갈무리하여 그것을 공유할 자료로 전환하지 못했고 그것을 다수의 시민이 소유할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사의 흐름 속에 있는 당대의 사람은 자신이 관통하고 있는 사태의 함의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해 보존과 공유를 소홀히 생각하기 쉽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역사를 잃어간다. 그래서 사진가들은 “우리가 막 지나온 역사적 현장의 잔상이 아직 가시기 전, 날것에 가까운 상태로 이 사진들을 대중에게 서둘러 전달할 책무”를 느꼈다. 책이라는 비교적 긴 호흡의 매체에 담는 만큼 “분명 시급한 과제들이지만 그렇다고 속보 위주의 강한 자극성을 가진 사진으로 뉴스와 경쟁할 이유는 없다. 이 책은 오히려 뉴스가 그렇게 생산하고 소비한 이미지, 그 이미지들을 통해 각인된 현상의 깊은 이면을 보게 하는 사진들에 더 비중을 두었다.”
”물에 빠진 개는 쳐라”--큰 개만이 아니라 작은 개까지
이 작업에 참여한 역사학자 후지이 다케시는 ‘물에 빠진 개는 쳐라’라는 다소 신랄한 어조의 제목을 단 해설을 통해 섣부른 포용과 관용을 경계하라고 주문한다. ‘물에 빠진 개는 치는 게 아니다’라는 논리로 궁지에 놓인 악인들을 쉽사리 용서하고 덮으려는 이들을 강하게 비판하며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라고 한 중국 작가 루쉰의 입장을 본받은 표현이다. 후지이 다케시는 이제는 퇴진한 불의한 권력자 한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 앞에 여전히 놓인 문제들을 ‘개’로 빗댄다. “우리가 어떤 ‘개’를 상대했었는지 잘 봐야 한다. 그리고 개는 한 마리가 아니다.” 촛불집회의 성과를 ‘무혈혁명’이라고 표현할 수 없다는 지적도 한다. “탄핵에 반대하는 이들 가운데 사상자가 난 것을 제외하면, 실제로 탄핵 국면에서 누가 피를 흘리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시야를 최근 몇 달이 아니라 ‘박근혜 4년’으로 확장하면, 무혈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잔인했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을 폭력으로 진압한 뒤 인증샷을 찍은 경찰 사진을 예로 들며 말한다. “공감능력의 결여는 박근혜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것은 이미 퍼져 있다. [...] 대통령의 인격 하나로 사회가 변할 순 없고, 변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큰 개’만이 아니라 주위에 널린 ‘작은 개들’을 문제 삼아야 하는 것이다.” 적폐는 가까이에 있으며, 적폐를 제대로 청산하는 것은 그들까지 반성하게 만드는 것임을 상기시키고, 그러한 청산 위에서 우리 또한 다양성 속에 공존해나갈 수 있도록 자신을 발전시킬 것을 주문한다. 그러지 못할 때 우리 주위에 다시 개들이 서성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 다큐멘터리 사진가 10인의 자발적 기록
작업에 참여한 작가들은 대부분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다. 미디어에 소속된 현직 사진기자도 있지만 이들 역시 업무 영역과는 별도로 저마다 정치, 소수자의 권리와 인권, 노동, 환경 등 다른 영역의 문제에 대해 소명의식을 갖고 오랫동안 자발적 기록 작업을 계속해온 사람들이다. 탄핵 국면에서 기록을 계속하는 한편으로 지난 4년간의 작업에서 작품을 골라내는 작업을 병행하는 강행군을 했다. 이들의 활동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실제로 이번 탄핵 국면에서 몇몇은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에게 단지 사진기를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집단 폭행을 당해 응급실 신세를 지고 사진기를 강탈당해 소중한 사진마저 되찾지 못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제 당신은 어떤 민주주의를 선택할 것인가?
사진 한 장 한 장이 담은 모든 날들은 모두 역사적인 ‘그날’들이다. 이 책의 제목이 던지는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라는 질문은 우리 모두가 역사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라는 말이다. 기획자 이상엽은 말한다. “이 책은 이렇게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모든 시민의 것이다. 얼굴이 나왔든, 스쳐지나가는 옷깃만이 잡혔든, 이 책은 모두 이 땅 사람들의 얼굴과 모습과 행동에 빚진 기록 사진집이다. 이 책은 ‘그날’ 당신과 내가 어디에 있었느냐고 묻고 있지만, 우리 모두는 어디에 있었든 이 역사의 동참자들이며 미래의 방향을 결정할 사람들이다. 어디에 있었느냐는 물음은 그래서 이렇게 바꾸어도 좋을 것이다. 이제 당신은 어떤 민주주의를 선택할 것인가?”
▣ 작가 소개
김봉규
27년차 사진기자. 시사주간지 『시사저널』 사진부 기자로 일하다 한겨레신문으로 옮겨 현재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다. 최근 5년 전부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대량학살과 관련한 흔적을 기록하고 있다. 숨 가쁜 디지털 사진보다 긴 호흡을 할 수 있는, 대형 필름 카메라로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사진기자협회 및 한국기자협회에서 20회 특종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다큐멘터리 사진집 『분단한국』이 있다.
김흥구
안젠버거 에이전시Anzenberger Agency, Austria 소속 작가이자 프리랜서 사진가. 경북 영양 출신으로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과를 졸업했다. 제8회 KT&G SKOPF 올해의 작가, ‘GEO’ 올림푸스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좀녜’ 시리즈로 개인전과 사진집을 출간했으며,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한 ‘트멍’ 작업으로 떠난 이와 남은 이 사이의 빈 공간을 담담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신웅재
대학교에서 언어학과 기호학을 공부하고 뉴욕 국제사진센터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에서 다큐멘터리와 포토저널리즘 과정을 이수한 후 사진에 헌신하고 있다. 자아를 성찰하며 스스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더... 나아가 사회 이슈들을 목격하고 증언하기 위해 카메라를 잡았다. 사진이 인간의 사유와 행동의 시작점 혹은 변화의 촉매제가 되기를 바라면서.
윤성희
기자로 일하다 사진을 찍게 됐다. 노동,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다. 자본이나 권위 같은 보이지 않는 힘들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속에서 쉬이 사라지곤 하는 순간들을 포착하고자 한다. 2013년 온빛사진상 후지필름상 수상.
이상엽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르포르타주 작가. 한국사회 안에 자본과 권력으로 비롯된 ‘지리적/심리적 변경’을 기록해 왔다. 사진 웹진 「이미지프레스」를 창간했고, 『여행하는 나무』 등 사진전문 무크지를 발행했다. 개인 저서로 『실크로드 기행』 『레닌이 있는 풍경』 『변경 지도』 『최후의 언어』 등의 책을 냈다. 2015년 일우사진상을 수상했다.
정운
용역이 침탈하던 노동조합 농성장에서 우연히 카메라를 들었던 경험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하던 공부를 그만두고 직업까지 될 줄은 그때나 지금이나 몰랐다. 짧은 기자생활을 끝낸 뒤 스스로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잘 몰랐다. 고민 끝에 페미니스트, 사진가로 정했다.
정택용
일하는 사람들의 땀과 생태를 위협하는 인간의 탐욕에 관심이 많은 사진가. 대추리나 제주 강정, 밀양, 용산과 더불어 숱한 노동현장에서 이 나라엔 대접 받는 1등 국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의문을 품고 사진을 찍는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 1,895일 헌정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와 고공농성과 한뎃잠을 담은 사진집 『외박』을 냈다. ‘밀양구술사프로젝트팀’이 쓴 『밀양을 살다』 속 밀양 주민 16명의 사진을 찍었고 밀양 투쟁 10년 기념 사진집 『밀양, 10년의 빛』을 엮었다.
채승우
1995년부터 19년간 신문사 사진기자로 일했다. 한국의 정체성을 묻는 사진 작업을 계속해왔다. 2003년 이후, 개인 사진전 『깃발소리』, 『경제연감』 『신반차도』 『농업박물관』을 통해 작업을 발표했다. 현재, 육아와 사진공부를 병행중이다.
최형락
사진가. 인간 본연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중이다. 2009년부터는 기자로 일하며 세상 곳곳을 기웃거리고 있다. 「프레시안」 기자. 개인전 『두 마을 이야기』(류가헌 갤러리, 2015)를 열었고, 사진집 『사진, 강을 기억하다』(공저, 휴머니스트, 2011) 등을 펴냈다.
홍진훤
인간이 의도치 않게 만들어버린 빗나간 풍경들을 응시하고 카메라로 수집하는 일을 주로 한다. 몇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여러 번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창신동에서 『지금여기』라는 공간을 운영했고 이런저런 전시와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후지이 다케시
2000년에 한국에 와서 계속 살고 있다. 일본 교토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오사카(大阪)대 일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성균관대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성균관대 사학과 BK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한겨레』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역사비평사, 2012)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편집자 머리말 | 이상엽
기억을 소환하기 위한, 사진
해설 | 후지이 다케시
물에 빠진 개는 쳐라
1 광장의 기억
2 기억의 광장
사진 설명
참여 작가
작가별 찾아보기
대통령 파면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기록, 그 배경의 탐사
시민, 광장, 촛불, 탄핵... 시민의 평화적 투쟁으로 현직 대통령을 파면한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고 그 배경을 탐사한 사진집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가 도서출판 루페에서 출간되었다. 열 명의 다큐멘터리 사진가와 한 명의 역사학자가 함께 만들었다. 이들은 단지 “국민이 얻어낸 승리의 순간”을 기념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사태를 불러온 근원적 문제들을 탐사해 그것을 우리 앞에 과제로 펼쳐놓는다. 많은 텍스트가 함축된 371장의 사진을 읽어나가다 보면 감격의 순간을 재경험하는 한편으로 무거운 짐도 느끼게 된다.
2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는 시민 모두가 역사의 주체가 되어 행동한 2016년 말에서 2017년 초에 걸친 몇 달간의 뜨거웠던 ‘광장의 기억’을 담고 있다. 2부는 우리가 그 광장에 불러내야 했던, 세월호에서부터 노인 빈곤까지 여전히 아픈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을 담고 있다. 시간적으로는 박근혜 정권 4년이다. 책 속에서 그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그렇게 살펴가면 우리가 잊었거나 잊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환부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탄핵의 원인은 단지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 아니었다.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밤의 광장은 오히려 밝았다--빛보다 어둠이 많은 사진집
이 책의 사진들에는 빛보다 어둠이 많다. 시민이 촛불을 들고 밤의 광장에 나서야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밤의 광장은 오히려 밝다. 시민은 온몸을 꼬마전구들로 감싸거나 배트맨 복장을 하거나 개의 탈을 쓰고 나와 즐겁게 대통령의 퇴진과 구속을 요구한다. 그들은 함께였다. 가족, 연인, 친구의 손을 잡고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 속에 같은 마음으로 서 있었다.
더 많은 어둠을 담은 것은 우리 사회의 암울한 상황을 대변하는 사진들이다. 그 어둠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차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사진들은 여전히 가슴 아프게 한다. 경찰의 직격 물대포에 맞아 숨진 백남기 농민의 손도 오랫동안 눈길을 뗄 수 없는 사진이다. 노동자들이 열악한 조건에서 불의의 죽음을 맞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항의한다. 때로 그들은 아득한 고공의 철탑이나 옥상에 올라 목숨을 건 농성을 하며 호소하고, 몇 날 며칠을 차가운 겨울 땅바닥을 기어서 행진하거나 한뎃잠을 자면서 절규한다. 그러나 이 모든 항의와 호소와 절규는 번번히 무시되거나 혹독한 물세례로 되돌아왔다. 송전탑을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사드를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해군 기지를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재개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의 생존권과 행복권은 강제 진압당한다. 새로운 사회의 건설을 조직적으로 가로막으려는 독재 시대의 유물과 망령은 마지막 몸부림을 더 격렬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 한 명의 파면으로 해결되지 않는 과제들, 기억이 먼저다
대통령 한 명의 파면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수많은 과제를 풀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해야 할 것은 잊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쉽게 잊는다. 감동의 순간은 오래가지 않는다. 최초의 감동이 사그라들면 그 감동의 순간에 다짐했던 변화와 혁신의 의지도 함께 급속하게 사그라든다. 그것을 이기는 것은 기억이다. 사진은 그 기억을 계속 환기시키는 장치다. 이 책의 기획자이자 작가로 참여한 사진가 이상엽은 머리말에서 말한다. “이 사진들은 탄핵과 파면, 박근혜의 구속이라는 격변 이후 우리 사회를 어떻게 재구성해갈지에 관한 화두를 놓치지 않도록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기초 자료에 가깝다. 우리는 책의 독자들이 잊고 있는 또는 잊어가고 있는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 노력했다. 도대체 오늘날 벌어진 이런 사태의 기원은 무엇인가? 그 기원을 알아야만 오늘의 사태를 이해할 수 있고 그래야만 다음 한 걸음을 어떻게 떼어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이 시간 역순으로 편집된 것도 그 때문이다. 마지막장에서 지난 대통령 선거 벽보들을 담은 사진을 만나면 만감이 교차한다.
”역사적 현장의 잔상이 아직 가시기 전, 날것에 가까운 상태로 전달할 책무”
기억을 대신하는 사진 기록 역시 보존과 공유의 노력 없이는 사진가 개인의 것으로만 남거나 쉽사리 흩어지고 만다. 책으로 묶는 것은 바로 그래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1960년의 4.19나 1987년의 6월 항쟁은 그 역사적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중의 인식 속에는 단지 몇 개의 단편적인 뉴스 사진으로만 어렴풋이 남아 있을 뿐이다. 당시에 사진 기록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라지고 흩어지기 전에 갈무리하여 그것을 공유할 자료로 전환하지 못했고 그것을 다수의 시민이 소유할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사의 흐름 속에 있는 당대의 사람은 자신이 관통하고 있는 사태의 함의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해 보존과 공유를 소홀히 생각하기 쉽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역사를 잃어간다. 그래서 사진가들은 “우리가 막 지나온 역사적 현장의 잔상이 아직 가시기 전, 날것에 가까운 상태로 이 사진들을 대중에게 서둘러 전달할 책무”를 느꼈다. 책이라는 비교적 긴 호흡의 매체에 담는 만큼 “분명 시급한 과제들이지만 그렇다고 속보 위주의 강한 자극성을 가진 사진으로 뉴스와 경쟁할 이유는 없다. 이 책은 오히려 뉴스가 그렇게 생산하고 소비한 이미지, 그 이미지들을 통해 각인된 현상의 깊은 이면을 보게 하는 사진들에 더 비중을 두었다.”
”물에 빠진 개는 쳐라”--큰 개만이 아니라 작은 개까지
이 작업에 참여한 역사학자 후지이 다케시는 ‘물에 빠진 개는 쳐라’라는 다소 신랄한 어조의 제목을 단 해설을 통해 섣부른 포용과 관용을 경계하라고 주문한다. ‘물에 빠진 개는 치는 게 아니다’라는 논리로 궁지에 놓인 악인들을 쉽사리 용서하고 덮으려는 이들을 강하게 비판하며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라고 한 중국 작가 루쉰의 입장을 본받은 표현이다. 후지이 다케시는 이제는 퇴진한 불의한 권력자 한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 앞에 여전히 놓인 문제들을 ‘개’로 빗댄다. “우리가 어떤 ‘개’를 상대했었는지 잘 봐야 한다. 그리고 개는 한 마리가 아니다.” 촛불집회의 성과를 ‘무혈혁명’이라고 표현할 수 없다는 지적도 한다. “탄핵에 반대하는 이들 가운데 사상자가 난 것을 제외하면, 실제로 탄핵 국면에서 누가 피를 흘리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시야를 최근 몇 달이 아니라 ‘박근혜 4년’으로 확장하면, 무혈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잔인했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을 폭력으로 진압한 뒤 인증샷을 찍은 경찰 사진을 예로 들며 말한다. “공감능력의 결여는 박근혜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것은 이미 퍼져 있다. [...] 대통령의 인격 하나로 사회가 변할 순 없고, 변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큰 개’만이 아니라 주위에 널린 ‘작은 개들’을 문제 삼아야 하는 것이다.” 적폐는 가까이에 있으며, 적폐를 제대로 청산하는 것은 그들까지 반성하게 만드는 것임을 상기시키고, 그러한 청산 위에서 우리 또한 다양성 속에 공존해나갈 수 있도록 자신을 발전시킬 것을 주문한다. 그러지 못할 때 우리 주위에 다시 개들이 서성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 다큐멘터리 사진가 10인의 자발적 기록
작업에 참여한 작가들은 대부분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다. 미디어에 소속된 현직 사진기자도 있지만 이들 역시 업무 영역과는 별도로 저마다 정치, 소수자의 권리와 인권, 노동, 환경 등 다른 영역의 문제에 대해 소명의식을 갖고 오랫동안 자발적 기록 작업을 계속해온 사람들이다. 탄핵 국면에서 기록을 계속하는 한편으로 지난 4년간의 작업에서 작품을 골라내는 작업을 병행하는 강행군을 했다. 이들의 활동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실제로 이번 탄핵 국면에서 몇몇은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에게 단지 사진기를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집단 폭행을 당해 응급실 신세를 지고 사진기를 강탈당해 소중한 사진마저 되찾지 못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제 당신은 어떤 민주주의를 선택할 것인가?
사진 한 장 한 장이 담은 모든 날들은 모두 역사적인 ‘그날’들이다. 이 책의 제목이 던지는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라는 질문은 우리 모두가 역사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라는 말이다. 기획자 이상엽은 말한다. “이 책은 이렇게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모든 시민의 것이다. 얼굴이 나왔든, 스쳐지나가는 옷깃만이 잡혔든, 이 책은 모두 이 땅 사람들의 얼굴과 모습과 행동에 빚진 기록 사진집이다. 이 책은 ‘그날’ 당신과 내가 어디에 있었느냐고 묻고 있지만, 우리 모두는 어디에 있었든 이 역사의 동참자들이며 미래의 방향을 결정할 사람들이다. 어디에 있었느냐는 물음은 그래서 이렇게 바꾸어도 좋을 것이다. 이제 당신은 어떤 민주주의를 선택할 것인가?”
▣ 작가 소개
김봉규
27년차 사진기자. 시사주간지 『시사저널』 사진부 기자로 일하다 한겨레신문으로 옮겨 현재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다. 최근 5년 전부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대량학살과 관련한 흔적을 기록하고 있다. 숨 가쁜 디지털 사진보다 긴 호흡을 할 수 있는, 대형 필름 카메라로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사진기자협회 및 한국기자협회에서 20회 특종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다큐멘터리 사진집 『분단한국』이 있다.
김흥구
안젠버거 에이전시Anzenberger Agency, Austria 소속 작가이자 프리랜서 사진가. 경북 영양 출신으로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과를 졸업했다. 제8회 KT&G SKOPF 올해의 작가, ‘GEO’ 올림푸스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좀녜’ 시리즈로 개인전과 사진집을 출간했으며,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한 ‘트멍’ 작업으로 떠난 이와 남은 이 사이의 빈 공간을 담담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신웅재
대학교에서 언어학과 기호학을 공부하고 뉴욕 국제사진센터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에서 다큐멘터리와 포토저널리즘 과정을 이수한 후 사진에 헌신하고 있다. 자아를 성찰하며 스스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더... 나아가 사회 이슈들을 목격하고 증언하기 위해 카메라를 잡았다. 사진이 인간의 사유와 행동의 시작점 혹은 변화의 촉매제가 되기를 바라면서.
윤성희
기자로 일하다 사진을 찍게 됐다. 노동,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다. 자본이나 권위 같은 보이지 않는 힘들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속에서 쉬이 사라지곤 하는 순간들을 포착하고자 한다. 2013년 온빛사진상 후지필름상 수상.
이상엽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르포르타주 작가. 한국사회 안에 자본과 권력으로 비롯된 ‘지리적/심리적 변경’을 기록해 왔다. 사진 웹진 「이미지프레스」를 창간했고, 『여행하는 나무』 등 사진전문 무크지를 발행했다. 개인 저서로 『실크로드 기행』 『레닌이 있는 풍경』 『변경 지도』 『최후의 언어』 등의 책을 냈다. 2015년 일우사진상을 수상했다.
정운
용역이 침탈하던 노동조합 농성장에서 우연히 카메라를 들었던 경험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하던 공부를 그만두고 직업까지 될 줄은 그때나 지금이나 몰랐다. 짧은 기자생활을 끝낸 뒤 스스로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잘 몰랐다. 고민 끝에 페미니스트, 사진가로 정했다.
정택용
일하는 사람들의 땀과 생태를 위협하는 인간의 탐욕에 관심이 많은 사진가. 대추리나 제주 강정, 밀양, 용산과 더불어 숱한 노동현장에서 이 나라엔 대접 받는 1등 국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의문을 품고 사진을 찍는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 1,895일 헌정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와 고공농성과 한뎃잠을 담은 사진집 『외박』을 냈다. ‘밀양구술사프로젝트팀’이 쓴 『밀양을 살다』 속 밀양 주민 16명의 사진을 찍었고 밀양 투쟁 10년 기념 사진집 『밀양, 10년의 빛』을 엮었다.
채승우
1995년부터 19년간 신문사 사진기자로 일했다. 한국의 정체성을 묻는 사진 작업을 계속해왔다. 2003년 이후, 개인 사진전 『깃발소리』, 『경제연감』 『신반차도』 『농업박물관』을 통해 작업을 발표했다. 현재, 육아와 사진공부를 병행중이다.
최형락
사진가. 인간 본연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중이다. 2009년부터는 기자로 일하며 세상 곳곳을 기웃거리고 있다. 「프레시안」 기자. 개인전 『두 마을 이야기』(류가헌 갤러리, 2015)를 열었고, 사진집 『사진, 강을 기억하다』(공저, 휴머니스트, 2011) 등을 펴냈다.
홍진훤
인간이 의도치 않게 만들어버린 빗나간 풍경들을 응시하고 카메라로 수집하는 일을 주로 한다. 몇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여러 번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창신동에서 『지금여기』라는 공간을 운영했고 이런저런 전시와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후지이 다케시
2000년에 한국에 와서 계속 살고 있다. 일본 교토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오사카(大阪)대 일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성균관대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성균관대 사학과 BK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한겨레』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역사비평사, 2012)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편집자 머리말 | 이상엽
기억을 소환하기 위한, 사진
해설 | 후지이 다케시
물에 빠진 개는 쳐라
1 광장의 기억
2 기억의 광장
사진 설명
참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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