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쓰레기를 따라가면 과학이 보인다
1444년 세종대왕 시대, 쓰레기를 둘러싼 논쟁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의 일화를 소개하며 환경문제가 정치적 다툼으로 변질될 때 벌어지는 일을 역사 속에서 끄집어낸다. 이후 책은 크게 두 축으로 전개되는데, 1부 ‘땅에 묻기’는 우주 쓰레기, 난지도, 집파리, 수도권 매립지 등 버려진 것들이 향하는 곳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2부 ‘재활용하기’에서는 알루미늄, 배터리, 플라스틱, 쓰레기 인공지능 등 버려진 것이 다시 쓰이는 과정을 흥미롭게 살펴본다.
무엇보다 이 책 『쓰레기 과학』은 쓰레기는 지저분하고 하찮은 것이지만, 알고 보면 수많은 과학기술이 만나는 현장이라는 점을 알려준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저자 곽재식은 우주 쓰레기를 이야기하며 인공위성과 GPS, 레이저 관측 기술로 향하고, 쓰레기 매립지를 파고 다지는 중장비를 따라가다가 파스칼의 원리와 유압 기술의 역사로 들어간다. 쓰레기 속 유해 물질을 찾아내는 분석 기술에서는 빛과 원자, 양자 이론이 등장한다. 매립가스에서는 미생물과 지구 생명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알루미늄과 철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는 금속과 화학뿐 아니라 에너지와 기후변화 문제까지 살핀다.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은 한국과 헝가리의 산업을 연결하고, 플라스틱 쓰레기는 석유화학 산업과 열분해 기술로 이어진다.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종이 한 장에는 조선 시대부터 이어진 재활용의 역사가 숨어 있고, 건설 폐기물을 부수어 다시 골재로 사용하는 과정에서는 거대한 도시가 어떤 물질의 순환 위에 세워져 있는지 보여준다. 마지막에는 카메라와 센서로 쓰레기를 구별하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까지 등장한다.
이처럼 『쓰레기 과학』은 하나의 학문 분야에 머물지 않는다. 물리학과 화학, 생물학, 지질학, 기계공학, 재료공학, 우주과학, 인공지능은 물론 역사와 산업, 경제와 환경정책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쓰레기라는 하나의 대상을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현대사회가 얼마나 다양한 과학기술의 협력으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가장 하찮은 것에서 현대 과학기술의 폭넓은 세계까지 문명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 쓰레기
이 책 『쓰레기 과학』은 기후위기와 자원순환이 일상어가 된 시대에, 보기 싫어서 치워버리는 것에 불과했던 쓰레기를 문명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로 재조명한다. 무엇보다 저자 곽재식은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역사와 사회, 정치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쓰레기 속에 담긴 놀라운 과학의 세계를 일목요연하게 펼쳐 보이면서도 딱딱한 정보 전달에 머물지 않는다. 우주 쓰레기를 설명하며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쥘 베른의 『해저 2만 리』,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까지 끌어와 니모 지점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풀어내는 식이다. 조선왕조실록, 박제가의 『북학의』, 19세기 서양인 여행기 등 역사 자료를 폭넓게 인용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또한 과학을 공식과 원리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다양한 사례와 구체적 데이터를 통해 ‘환경을 보호하자’라는 당위적 구호 대신 실제 수치와 기술적 조건을 근거로 논지를 전개한다. 과학과 역사, 산업과 사회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어려운 원리를 친숙한 이야기로 바꾸어내는 곽재식 특유의 이야기 솜씨가 빛나는 대목이다.
특히 저자는 쓰레기 문제야말로 융합적인 사고가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한다. 환경문제를 환경 분야만의 일로, 인공지능을 컴퓨터 분야만의 일로 나누어 생각해서는 새로운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여러 분야의 학자와 기술자가 서로 다른 관점에서 힘을 모을 때 비로소 새로운 길이 열린다. 책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역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쓰레기를 찾아내고 분류하고 처리하여 세상을 더 깨끗하게 만드는 현실적인 도구로 그려진다.
우주를 떠도는 인공위성 파편에서 발밑의 음식물 쓰레기까지, 조선 시대 청계천에서 인공지능 로봇까지, 이 책 『쓰레기 과학』은 가장 낮고 하찮아 보이는 곳에서 출발해 현대 과학기술의 가장 넓고 높은 세계로 독자를 데려간다.
작가 소개
곽재식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이자 SF 소설가. KAIST에서 원자력 및 양자 공학 학사와 화학 석사 학위를, 연세대학교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문과 방송에서 과학 지식으로 사회의 관심사를 풀이하는 이야기꾼으로 활동하고 있다.
쓴 책으로 『경제를 궁리한 조선의 선비들』 『팔도 동물 열전』 『곽재식과 힘의 용사들』 『곽재식의 미래를 파는 상점』 『모든 것이 양자 이론』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한국 괴물 백과』 등의 교양서가 있고, 『사설탐정사의 밤』 『해장국으로 날아가는 비행접시』 『은하행성서비스센터, 정상 영업합니다』 『지상 최대의 내기』 『신라 공주 해적전』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 등 다수의 소설을 발표했다.
목 차
들어가며: 세상의 쓰레기들을 똑바로 쳐다보기
1부 땅에 묻기
우주 쓰레기-지구에서 가장 큰 쓰레기장
난지도-지상 최대의 쓰레기 매립지가 탄생하기 직전
집파리-쓰레기 지옥의 악마 군단
위생매립-쓰레기의 마지막 운명
수도권 매립지-어떻게 이렇게 거대한 것을 우리가 만들었을까
매립지 중장비-아마꽃 연못을 활용한 쓰레기 구덩이 파기
폐기물 시험 기준-쓰레기에 양자 이론 적용하기
매립가스-태초의 생명과 최후의 재활용
쓰레기 대란-베이루트의 몰락과 중동 위기
쓰레기 불법 야적-몰락과 소멸의 경고
2부 재활용하기
알루미늄-경상북도 영주시에서 빛나는 재활용의 황제
철-스웨덴이 갈고 있는 복수의 칼날
희귀 금속-황금 도시 울산
배터리 재활용-한국과 헝가리의 아주 가까운 관계
종이-휴지의 진정한 의미
플라스틱-한마디만, 재활용
음식물 쓰레기-예상 밖의 골칫거리
건설 폐기물-땅 파서 먹고살기와 순환 골재
소각-최후의 재활용
쓰레기 인공지능-새로운 희망
참고문헌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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