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제갈량의 실패 vs. 삼장법사의 성공
신출귀몰한 전략으로 조조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삼국지 영웅 가운데 오늘날까지 흠모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제갈량. 그가 오늘날 기업의 CEO로 일한다면 어떨까? 당연히 조직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매사에 솔선수범함은 물론이요, 경쟁업체들의 허를 찌르는 경영전략으로 엄청난 매출과 수익을 내지 않을까? 놀랍게도, 저자는 제갈량이 현대 기업의 경영자로서는 낙제점이라고 말한다.
전형적인 ‘꿀벌형’ 리더인 제갈량은 눈을 뜬 시간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일했다. 그에게는 휴식이라는 것이 없었다. 영화에서 보는 제갈량은 멋진 부채를 손에 쥐고 한가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실제로 그는 모든 대소사를 직접 챙기느라 조금도 쉴 틈이 없었다. 그는 재상으로서 정책과 법률을 제정하고 행정 처리는 물론이요 군에서는 최고사령관 역할까지 했다. 하지만 곤장 20대의 소소한 형벌까지도 직접 관장할 정도로 자잘한 일까지 신경을 썼다. 그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던지 그의 적인 사마의조차 “공명은 먹는 것은 적은데 하는 일은 많으니 어찌 오래 살겠는가?”라며 탄식할 정도였다. 결국 필생의 업을 이루지 못하고, 적과의 결전을 바로 코앞에 두고 과로로 인해 병사하고 만다. 스스로 건강을 챙기지 않았을 뿐더러 후계자를 기르는 데도 소홀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저자는 제갈량이 이른바 ‘게으른 개미’ 이론을 몰랐음을 애석해 한다. 어느 조직이든 게으름을 피우는 20퍼센트의 개미가 위기 상황에서 개미굴을 지킨다는 것이다.
한편,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스타트업 팀을 꼽으라면 누구를 꼽겠는가?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단연코 ‘삼장법사’가 이끄는 오합지졸 팀이라고 말한다. 이 팀이 결국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인(仁)으로 무장한 삼장법사의 탁월한 리더십 덕분인데, 그는 자기 재주만 믿고 건방지게 구는 손오공과 늘 낙천적이기만 한 저팔계, 과묵하고 유순한 사오정, 세 사람이 각자의 신비로운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참아주며 격려했다. 또한 요괴가 나타날 때마다 “누군가를 잡아먹어야 한다면 나를 먹어라”라고 외치며 스스로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겼다. 결국 그의 인격에 감동한 세 제자는 삼장법사를 우러러보게 되었고 역사상 가장 훌륭한 ‘팀’을 결성할 수 있었다.
오늘날의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귀감이 되는 역사상 교훈은 이밖에도 수없이 많다.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서도 부하들의 충언을 무시해 결국 관도대전에서 조조에게 패하고 만 원소, 백전백승의 무공을 세운 장군이었으나 지나치게 잔혹한 형벌에 앙심을 품은 부하들의 손에 죽임을 당한 장비,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지 않은 윗사람에게 불만을 품어 반역을 저지르고 만 여포, 권한 위임에 실패해 워털루 전투에서 운명이 갈린 나폴레옹의 이야기는 경영자와 리더들에게는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마이크로 파워’는 이제 거대한 흐름
오늘날의 경영학 측면에서 보자면 제갈량은 적절한‘권한위임’에 실패한 사례이고, 삼장법사는 ‘블루오션 리더십’의 전형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공교롭게도 개개인의 권한이 확산되어가는 마이크로 시대에 조직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대두하고 있다.
한 직장에 10년 이상 다니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되었고, 기업 입장에서도 장기 고용은 점차 줄여나가는 추세다. 단기 프로젝트 근무와 프리랜서 활동, 외주와 파견근무, 탄력근무제 등 새로운 형태의 고용과 업무 방식이 생겨나고 있다. 오늘날, 구직자들은 안정된 고용이나 임금보다는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주고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회사를 선호한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인재를 얻기 위해,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적절한 ‘권한위임’과 ‘블루오션 리더십’이다. 과거의 리더십이 권력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구도를 통해 ‘지배’를 강조한 것이었다면 오늘날의 리더십은 ‘소통’을 중요시한다. 즉, 과거의 리더십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타인을 움직이는 것이었다면 오늘날에는 평등한 관계에서의 발전을 모색해야만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직원 개개인의 자유와 평등, 기회를 보장하는 기업문화다. 이것은 말이나 이론, 혹은 경영이념으로 실행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모두가 동참하고 실천하는 가운데 가능한 것이다. 이런 강력한 기업문화의 전형은 새로이 태어나는 IT 기업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샤오미, 알리바바, 하이얼, 화웨이 등이 모두 직원 각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강력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수직적 위계구도가 아니라 지극히 수평적이고 극단적으로 간소화된 조직구조 속에서 평사원들도 자유롭게 발언하고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만족스러운 복지제도는 기본이다.
이런 평등하고 민주적인 기업들이 대부분 IT 계열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인터넷과 디지털이 모두를 평등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시대에는 아주 작은 개인도 거대한 힘을 가질 수 있으며 기존의 글로벌 대기업을 일거에 무너뜨릴 수도, 뛰어넘을 수도 있다. 한 대학생이 만든 인맥 사이트가 10년이 채 안 되어 세계 최고의 IT 기업이 되리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한 평범한 영어강사가 만든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중국을 넘어 세계적인 기업으로 탄생하는 것을 우리는 역시 10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목도했다. 지금도 어디선가 부지런한 개미가 세상을 놀라게 할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만들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마이크로 파워’는 이제 거대한 흐름이 되었다. 우리는 이 큰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과거의 독점 권력이나 기득권 세력은 그 권력을 이양하거나 분산하거나 공유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다. 이것은 나라나 사회나 기업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마이크로 시대, 마이크로 파워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라, 사회, 기업은 앞으로 도태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작가 소개
저 : 천훙안
陳洪安
화동이공대학(??理工大?) 경영대학원의 박사과정 지도교수. ‘직원 파워 이론’을 창시한 경영학자로 추앙 받고 있다. 서민을 위한 경영학, 직원 중심의 경영학 연구를 주장하면서 경영진과 평사원의 역할이 동일하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경영학과 인적자원 관리, 전략관리 분야의 교육 및 연구, 컨설팅을 위해 힘쓰고 있으며 중국 및 해외 기업에서 전문적인 강연을 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마이크로 경영 : 당신이 알지 못하는 경영학의 세계》가 있다.
역 : 신노을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번역학 석사(한중 전공). 현재 번역집단 실크로드에서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무엇 때문에 바쁘십니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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