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20세기 대표 난민 한나 아렌트
책의 서두에서 번스타인은 아렌트의 삶을 개괄한다. 아렌트의 삶에서 그녀의 사상을 형성한 주요한 국면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렌트가 난민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독일에서 나고 자란 아렌트는 나치의 집권에 저항해 시온주의자 친구들을 돕다가 구속당한다. 8일간 조사받고 풀려난 아렌트는 체코슬로바키아를 거쳐 파리로 도망한다. 이후 미국 시민권을 얻기까지 18년간 아렌트는 무국적 상태로 존재한다. 이것이 “아렌트가 무국적자의 곤경과 난민들의 어려운 상태에 민감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이자, 번스타인이 보기에 그녀의 주요한 정치사상이 ‘난민’ 또는 ‘무국적 상태’라는 주제에서 비롯하는 이유다.
아렌트의 곡절은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수많은 난민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제2차 이라크전쟁과 시리아내전으로 집을 잃은 난민들이 전 세계를 떠돌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가 난민 문제를 둘러싸고 찬반으로 분열되는 형국이다.
유럽계 유대인들이 경험했던 이 카프카적 곤경과 오늘날 합법적 미국 입국을 시도하려는 시리아 무슬림들이 직면한 끔찍한 난관 사이에는 불편한 대칭이 존재한다. _ 22쪽
1939년에 나치를 피해 영국으로 입국한 유대인들이 ‘적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연행되고 있다(왼쪽). 2015년에 시리아와 이라크 난민들이 그리스 레스보스섬에 도착했다. 이 둘 사이에는 아렌트의 말처럼 ‘불편한 대칭’이 존재한다.
전체주의의 간편함이 낳은 악의 평범성
아렌트는 난민 문제가 인기 있는 주제도 아니고,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점을 잘 알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이 ‘불편함’에서 자신의 정치사상을 시작한다. 아렌트는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인 법적 권리를 박탈당함으로써 난민이 생겨나는데, 이런 과정이 법적·제도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근대 유럽에서 탄생한 국민국가는 법의 지배를 정체(政體)의 핵심으로 삼았다. 신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왕 아래 느슨하게 조직돼 나름의 공동체를 형성해 살던 수많은 백성이, 정부와 의회가 들어서며 법에 따라 누가 국민이고 누가 국민이 아닌지로 나뉘게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국민국가는 이후에도 해체(추방)의 과정을 지속한다. 계속해서 국민을 국민과 비국민으로 나누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의 국가들도 하는 일이다.
우리 시대에도 수많은 주권 국민이 그와 동일한 실질적 효과가 있는 정책들을 제도화하고 있다. ……밀입국한 부모들과 함께 미국에 들어온…… 어린아이들이 미국에서 성장하고 교육받고 일할 수 있도록 했던 프로그램을 폐기해, 그들이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나라로 추방하는 것은 시민권 박탈과 실질적으로 효과가 동일하다. _ 39쪽
아렌트는 난민을 탄생시키는 법적·제도적 과정에서 나치가 운영한 강제수용소를 떠올린다. 나치의 강제수용소는 철저하게 법적·제도적으로, 즉 ‘시스템’을 따라 설치·운영·관리되었고, 법적 권리를 박탈당한 자들을 효과적으로 ‘배제’했다.
비록 나치 독일이나 스탈린의 소련 같은 전체주의 체제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사람들에게서 모든 권리를 빼앗는 것과 그들에게서 생명 자체를 빼앗는 것 사이에는 아주 가느다란 경계선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_ 49쪽
강제수용소에 도착한 유대인 중 가스실로 바로 보낼 이들을 나치 장교가 ‘선별’하고 있다. 간단한 용모 검사만으로 사람을 살릴지 죽일지 결정해버리는, 찰나의 사유할 여지도 허락하지 않는 전체주의의 간편함에 아렌트는 몸서리쳤다.
아렌트는 난민을 ‘양산’해내는 방식에서 20세기 중반의 나치와 21세기의 국가들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하며 이 전체주의적 간편함에 몸서리친다. 전체주의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함께 사유하고 의견을 나누고 행위하기보다는, 또 그런 공동체를 만들고 가꾸기보다는 일군의 문제적 사람들 자체를 배제해버린다. 이 유령이 오늘날에도 전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제주도에 입국한 난민들을 향한 우리나라 국민의 반응을 보라. 그들을 당장 내쫓으라는 국민의 요구에 “법(제도)에 따라 심사”하겠다는 정부 당국자의 답변을 보라. 그리고 이는 “어떤 교훈을 요약하고 있는 듯하다. 두려운 교훈, 즉 말과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 악의 평범성을.”
혁명정신으로 꽃핀 자유의 맛
이 지점에서 아렌트는 ‘정치의 회복’을 요구한다. 그녀가 말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정치영역의 회복’이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생각하고 말한다. 그렇게 설득하고 판단한다. 이런 행위를 통해 정치는 ‘권력’을 지니게 된다. 아렌트가 말하는 권력은 구성원‘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고 구성원‘이’ (현대 민주정치에서는 누군가에게 권력을 위임해) 지배하는 것을 뜻한다. 너무나 이상적이어서 자못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이런 정치공동체는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아렌트는 역사에 실존했던 각종 ‘평의회’(council)를 좋은 모델로 소개한다.
이 혁명들은 “자유의 섬”을 창출했다. 각각의 사례에서 시민 스스로 자발적으로 평의회를 만들었다. 그녀는 프랑스의 혁명자회, 1871년의 파리코뮌, 1905년에 만들어지고 1917년에 다시 등장한 러시아의 소비에트 그리고 독일의 스파르타당이 일으킨 봉기에 등장한 래테(Rate) 등을 혁명정신이 드러난 사례로 인용했다. ……아렌트는 이처럼 드물게 나타나는 “자유의 섬”이 프랑스 레지스탕스 가운데서 다시 등장했었다고 생각했다. _ 157쪽
아렌트는 이 평의회들이 모두 혁명과 함께 태어났다고 말한다. 이 정치적 영역에서 아렌트가 말한 혁명정신, 즉 “시민이 그들의 목소리가 공적으로 들려질 수 있도록 하고 그들의 정치적 삶을 날카롭게 벼리는 진정한 참여자가 되도록 하는 열망”이 분출했다. 세계의 많은 혁명이 이 열망으로 추동되었고 성공했다.
번스타인의 말처럼 최근의 가장 좋은 예는 바로 한국의 2016/2017년 겨울을 뜨겁게 달군 촛불시민혁명일 것이다. 정치인들의 거짓말, 구성원‘을’ 지배하려는 잘못된 권력 이해에 맞서 많은 시민이 촛불을 들었다. 광장은 물리적 공간의 차원을 넘어 혁명정신이 분출하는 정치적 영역이 되었다. 생각하고 말하는, 설득하고 판단하는 영역의 회복은 어둡게 드리워진 악의 평범성을 비추고 전체주의의 유혹을 물리친다. 비록 그 순간이 섬광처럼 짧더라도 자유를 맛보기에는 충분하다. 번스타인이 아렌트의 정치사상에서 길어낸 것은 어쩌면 바로 그 자유의 맛, 즉 대단한 당위나 거대담론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나누는 작지만 확실한 기쁨이 아닐까.
만일 그녀가 계속 살아서 1980년대에 동유럽 및 중부유럽에서 정치운동이 일어나 확산되는 것을 보았더라면 그녀는 그것들을 혁명정신의 권력, 즉 개인들이 공동으로 행위할 때 발생하는 권력의 추가적 사례로 인용했을 것이다. 이런 일들은 테이블 주위에 둘러앉아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작은 집단에서 시작되었다. _ 163쪽
작가 소개
지은이 : 리처드 J. 번스타인
미국 뉴욕의 뉴스쿨(The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강의하는 철학자다. 한나 아렌트가 세상을 떠나기 3년 전인 1972년에 그녀와 처음 만난 이후 계속 관계를 이어나가다가 뉴스쿨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상이한 철학 학파와 전통들의 접점을 찾아 철학적 지평을 융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회과학 방법론, 행위이론, 미국 실용주의 철학, 하버마스의 철학 등과 관련된 저술을 여러 권 썼다. 오늘날의 사회적·정치적·문화적 쟁점들을 적극적으로 다루는 대중적 지식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악의 문제를 다룬 『근본악』을 쓰고 얼마 지나지 않아 9·11테러가 발생했는데, 이후 미국에서 ‘악’의 개념이 남용되자 곧바로 『악의 남용』을 써냈다. 아렌트와 관련된 대표적인 저서로는 『한나 아렌트와 유대인 문제』(Hannah Arendt and Jewish Question)가 있고, 최근에는 폭력 문제를 다룬 『폭력』(Violence)을 썼다.
옮긴이 : 김선욱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가치와윤리연구소 소장과 한국아렌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관심사는 정치철학, 윤리학, 정치와 종교의 관계 등이다. 지은 책으로는 『한나 아렌트의 생각』 『아모르 문디에서 레스 푸블리카로』 『행복과 인간적 삶의 조건』 등이 있으며 그 외 여러 권의 공저가 있다. 옮긴 책으로는 『칸트 정치철학강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정치의 약속』 『공화국의 위기』 등이 있으며 그 외 여러 권을 공역했다.
목 차
한국 독자를 위하여
서론
무국적 상태와 난민
권리를 가질 권리
충성에 근거한 반대│아렌트의 시온주의 비판
인종주의와 분리
악의 평범성
진리, 정치 그리고 거짓말
복수성, 정치 그리고 공적 자유
미국혁명과 혁명정신
개인의 책임과 정치적 책임
혁명정신과 한나 아렌트│옮긴이의 말
주註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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