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1.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메시지를 번역, 해독하다
나치스의 암살 대상이 된 언어학자 F. L. 루카스.
1946~1953년까지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그가 실시한 강좌를 엮어
반세기 만에 글쓰기 분야의 전설이 된 책
F. L. 루카스(Lucas)는 케임브리지 킹스칼리지 교수로 그리스어, 라틴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7개 언어에 정통한 언어학자, 고전학자, 문학 평론가, 시인, 소설가, 극작가였다. 2차 세계대전 때는 영국 외무부의 요청으로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한 블레츨리 파크의 헛(Hut)-3에서 정보 장교로 일하면서 번역가, 첩보 분석가, 보고서 작성자 역할을 했다.(참고로 앨런 튜링은 독일군의 에니그마 암호를 해독한 헛-8의 책임자였다.) 나치스는 한때 루카스를 암살 대상 목록에 올리기도 했다.
『좋은 산문의 길, 스타일』은 1946년부터 1953년까지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루카스가 실시한 글쓰기 강연을 엮은 책이다. 루카스는 헛-3에서 정보 장교로 일하면서 정확하고 명료한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하였고, 그것이 글쓰기 강연을 시작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1955년에 초판이 발행된 『스타일』은 루카스 특유의 기지 넘치고 유익한 글 덕분에 현대의 걸출한 작가들의 사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다양한 언어와 문화권에서 가져온 풍부한 예문, 빼어난 문장을 수록했는데, 1962년, 1964년(페이퍼백)에 발행한 증보판에서는 이를 영어로 번역(초판에는 번역 없이 그대로 노출)하여 더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후 1974년에 발행된 판에는 브루스 도널드 프레이저 경의 서문이 실렸고, 1970년대 후반에 이 판도 모두 팔려나갔다. 이후 중고본이 고가에 거래되면서 전설과도 같은 글쓰기 지침서로 회자되었고, 2012년 드디어 복간되었다.
이 책은 좋은 산문의 진가를 알아보고, 직접 좋은 산문을 쓸 수 있게 하는 안내서다. 산문은 운문(시)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글을 말한다. 루카스는 호메로스부터 단테, 몽테뉴, 셰익스피어, 플로베르 등 고대 그리스부터 20세기까지의 대문호들이 쓴 서사시, 소설, 희곡, 평론, 에세이, 역사서, 서간문, 회고록 등을 총망라하여 다룬다. 산문 글쓰기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과 통찰에 더하여 그는 이 책에서 글에 힘과 설득력을 부여하는 10가지 속성과 궁극적인 글쓰기 팁을 제시한다. 깊은 통찰과 풍부한 일화와 인용문이 담긴 이 책은 대가와 함께 글쓰기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대화와 다름없다.
2 “문체의 시작은 인격이다”
기술이나 기법보다 작가의 인격, 진실성에 초점을 맞춘 글쓰기 가이드
스타일, 즉 문체는 무엇일까? 원래 스타일은 글씨를 쓰는 용도의 뼈나 금속으로 된 끝이 뾰족한 물체, 즉 필기구를 의미했다. 고전 라틴어에서 stilus라는 단어는 ‘글을 쓰는 방식’, 더 나아가 ‘본인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사용되었다. 현대 영어에서 스타일은 ‘본인을 표현하는 좋은 방식’으로 의미가 좁아졌고, 문학 외에도 삶의 방식을 논하는 데까지 사용이 확대되었다.
루카스는 일반적으로 문체를 ‘글쓰기의 격조 높은 방식’이라고 ‘오용’하는데, 기술과 기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건축물의 초석을 무시하고 상부 구조와 장식에만 온 신경을 쓰는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 그에게 문체는 한 인간이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니 문체는 사람의 됨됨이, 즉 심리적 측면과 관련이 있다. 이 점에서 작가의 인격이 중요하다. 만약 독자들이 작가를 싫어한다면 그가 쓴 글도 싫어할 것이므로 좋은 글을 쓰려면 글쓴이의 인격도 얼마간은 훌륭해야 한다.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인간적으로는 평판이 나빴으나 위대한 작가가 있지 않은가 하고 말이다. 그렇다. 어떤 사람을 나쁘다는 한 마디로 일축하기에 무리가 있다. 시대마다 윤리적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루카스는 ‘나쁜’이라는 말을 타인에게 고통을 초래하는 도덕적인 성향이냐 행위를 칭할 때만 쓴다. 사람마다 복잡다단한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인격은 극히 다양한 속성의 복합체다. 따라서 인격에 대한 판단은 극히 잠정적인 사안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일례로 루카스가 루소, 바이런, 보들레르를 대신한 변호를 들어보자.
“병적인 호기심으로 가득 찬, 걸어 다니는 박물관, 자아도취자, 과시욕이 강한 자, 박해의 광인이었던 루소 안에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은 자연, 소박함, 빈민의 등에 올라탄 타락한 ‘문명’의 부당함과 거짓에 대한 깨어 있는 인식이다. 바이런의 연극조의 암울함과 멜로드라마는 오래전에 죽었다. 그러나 위선에 대한 격한 경멸과 압제에 대한 혐오 속에서 그가 쓴 시와 산문은 아직 살아 있다. 보들레르의 부패한 면은 추악하지만, 인간의 황폐함, 고통, 수치심에 대한 그의 비극적인 연민은 그렇지 않다. … 위대한 작가가 인격이 좋지 못한 자로 판단될 때에는, 그를 판단한 잣대가 협소하지는 않은지, 그가 실생활보다 작품 속에서 더 나은 인간인지, 혹은 그가 최상의 작품을 집필하던 순간에 더 나은 인간이었는지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83~84쪽)
3.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몽테뉴, 기번의 글은 왜 뛰어난가?
세계적인 문장, 다양한 작품으로 살펴본 좋은 글쓰기와 나쁜 글쓰기의 예,
그리고 당신의 글에 힘과 설득력을 부여하는 10가지 속성
인격이 문체에서 중요하다면, 인간의 어떤 자질이 중요할까? 루카스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윤리체계가 저마다 달랐지만 역사를 통틀어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중시했던 작가의 자질은 독자를 향해 가졌던 정중함과 예의, 낙천적 기질과 유쾌함, 건강함과 생기, 뛰어난 감각과 진심 등이 그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자질들을 글쓰기에 힘과 설득력을 부여하는 열 가지 속성으로 정리하고, 각 자질을 훌륭하게 드러낸 문장의 예와 그렇지 못한 예를 제시한다.
# 명료성: 모든 걸 분명하게 말하되 가능하면 새롭게 말하라.
모호함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어렵게 쓰인 글이 많다. 자기 보호 본능에서 자기 이론을 설명할 때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지 않는 철학자 유형, 온갖 기술적인 전문용어로 글을 도배하는 과학자 유형 등이다. 언어가 너무 명료하면 힘이 부족해질 때가 있다. 그러므로 분명하되 새로워야 한다.
# 간결성: 독자의 시간을 허비하는 행위는 예가 아니다.
단어, 생각, 지식이 많으면 그걸 남용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스파르타의 압축미, 라틴어의 간결함, 아이슬란드 사가(영웅전설)의 절제미, 타키투스, 세네카, 단테, 베이컨의 간결성이 좋은 예다. 간결성을 해치는 주범의 하나는 형용어구다.
# 다양함: 간결성이 지나치면 글이 치명적일 정도로 단조로워진다.
문체가 너무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으면 독자가 긴장을 이완시키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작가는 글의 길이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 세련성: 강압적인 어조를 삼가고 허식 없는 태도를 가져라.
18세기 벨기에의 문인 리뉴 공, 자신을 비난한 브륀티에르에게 세련되고 침착하게 응수한 아나톨 프랑스가 그 예다.(5장 참조)
# 소박함: 가식 없는 소박함을 지녀라.
# 낙천적 기질: 냉정함을 유지해야 보다 통렬한 효과를 발휘한다.
종이 위에서 화를 표출하는 불편한 심기에서 쓴 글은 독자를 지치게 한다. 작가는 증오와 화라도 조절할 줄 아는 낙천적 기질을 지녀야 한다.
# 유쾌함: 긴장을 늦출 때 유쾌함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
셰익스피어 작품 속의 매력적이고 유쾌한 인물 팔스타프, 에드워드 기번의 재치가 돋보이는 [로마제국 쇠망사] 등의 예가 있다.
# 분별력: 맹목적인 과장을 피하는 분별력을 지녀라.
본인이 만든 경구적 표현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 본인의 영리함에 대한 과도한 열정은 수사의 과잉, 화려함, 허위로 이어진다.
# 진실성: 독자에게 감동을 주려면 허위를 피하라.
단, 인간은 수시로 모순된 언행을 저지르고 자기기만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진실성을 판단하기가 무척 어려우므로 단정은 삼가야 한다.
# 건강과 활력: 구체적이고 생생한 어조가 활력을 만든다.
그렇다고 좀스러울 정도로 세밀해지거나 잡다해지지는 말라.
4. “사람의 성격이 제각각인 만큼 글 쓰는 방법도 다양하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더 유용한 글쓰기 방법이 있다.”
효과적인 글쓰기를 위한 궁극의 팁 14가지
루소는 손에 펜을 쥐고 있으면 글을 쓰지 못한 반면, 샤토브리앙은 손에 펜을 쥐지 않으면 글을 쓰지 못했다. 그는 [회상]을 30년에 걸쳐 다듬고 다듬었다. 그런가 하면 셰익스피어는 글에서 지웠다 다시 쓴 행이 하나도 없었다. 월터 스콧은 초고를 읽지도 않고 인쇄업자에게 넘겼지만, 발자크는 불같이 서두르는 성격에도 교정쇄를 스물일곱 차례나 검토했다. 플로베르는 [부바르와 페퀴셰]를 집필하기 위해 참고도서를 2000권이나 읽었다. (11장 참조)
이렇듯 작가마다 글을 쓰는 방법이 다르다. 다양한 예를 종합해보면 좋은 글쓰기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고된 작업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루카스는 본질적으로 더 유용하고 효과적인 글쓰기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그가 제시하는 궁극의 글쓰기 팁을 살펴보자.
# 영감을 얻으려면 무의식의 도움을 받으라.
고대 페르시아인들은 한 번은 취한 채로 한 번은 맨 정신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 두 번 숙고했다. 작가에게는 구멍에서 살금살금 기어 나오는 생각들을 어떻게 포착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럴 때는 명상이 도움이 된다.
# 그렇다고 이성을 놓아버리는 말라.
의식적이고 비판적인 이성이 초현실주의의 아수라장으로 빠지는 것을 막는다.
# 생각이 부화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과로하거나 스스로를 혹사시키지 말라. 그렇다고 나태해지라는 말이 아니다. 하던 일을 바꾸어 문제가 흘러가게 두는 편이 낫다.
# 무의식이 던진 암시는 곧바로 움켜잡아라.
벤담은 불현 듯 떠오르는 생각들을 작은 종잇조각에 써서 나비처럼 핀으로 고정시켜놓았다.
# 가장 빨리 쓴 글이 최상일 수 있다.
이때 자기 글에 대한 지나치게 냉정하거나 비판적인 태도는 해가 될 수 있다.
# 길게 생각하고 빠르게 작업하라.
급하게 썼던 플로베르의 서신은 그가 심혈을 기울인 일부 작품보다 낫다.
# 수정은 냉정하게, 마치 적을 보듯이 하라.
라 브뤼예르는 [성격론]을 10년에 걸쳐 썼고, 10년 동안 수정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파도]의 일부를 20번이나 썼다.
# 수정을 언제 멈출지 아는 것 역시 중요하다.
수정에 집착하다 보면 자연스러운 즉흥성이 희생될 수 있다. 어떤 대목을 삭제했다가 그 대목을 원상태로 복구시킬 때를 경고 신호로 간주하라.
# 자료 수집과 기록으로 진이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라.
플로베르는 자료 수집에 너무 오랜 시간 열을 올렸음을 깨닫고 남은 생애 동안 순수예술에 전념하기를 원했다.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을 탈고하느라 기력이 쇠해 동화책보다 어려운 책은 읽지 못했다. 어떤 주제에 대해 글로 쓰인 모든 것을 읽으려는 시도는 헛된 이상이다.
# 너무 늦게까지 글쓰기를 미루지 말라.
주어진 주제에 대해 100권의 책을 읽기로 했다면, 오십 권까지 읽었을 때 시작하는 게 좋다. 나머지 책들은 글을 쓰는 중간이나 초고가 완성된 후에 읽어도 된다.
# 다시 쓰는 것보다 수정이 낫다.
초고를 쓸 때 각 행마다 충분히 공간을 남겨두면서 각 페이지의 삼분의 일 내지 사분의 일만 채운다면, 나머지 공간을 다시 쓰기나 첨가를 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 일단 쓰라.
고티에는 이렇게 말했다. “영감은 책상에 앉아 펜을 드는 것으로 시작될 수 있다.”
# 지나치게 갈고닦은 글보다 서술의 힘이 살아 있는 글이 낫다.
“유려한 표현은 아무리 절묘하다 할지라도 달리기 시합 중에 땅에 떨어진 황금사과를 줍느라 시합에서 진 아탈란테처럼 지연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392쪽)
# 독창적인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 말라.
작가라면 다른 사람과 달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그 자신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독창성을 추구하다 자칫 기이함을 좇을 수 있다.
나치스의 암살 대상이 된 언어학자 F. L. 루카스.
1946~1953년까지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그가 실시한 강좌를 엮어
반세기 만에 글쓰기 분야의 전설이 된 책
F. L. 루카스(Lucas)는 케임브리지 킹스칼리지 교수로 그리스어, 라틴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7개 언어에 정통한 언어학자, 고전학자, 문학 평론가, 시인, 소설가, 극작가였다. 2차 세계대전 때는 영국 외무부의 요청으로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한 블레츨리 파크의 헛(Hut)-3에서 정보 장교로 일하면서 번역가, 첩보 분석가, 보고서 작성자 역할을 했다.(참고로 앨런 튜링은 독일군의 에니그마 암호를 해독한 헛-8의 책임자였다.) 나치스는 한때 루카스를 암살 대상 목록에 올리기도 했다.
『좋은 산문의 길, 스타일』은 1946년부터 1953년까지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루카스가 실시한 글쓰기 강연을 엮은 책이다. 루카스는 헛-3에서 정보 장교로 일하면서 정확하고 명료한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하였고, 그것이 글쓰기 강연을 시작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1955년에 초판이 발행된 『스타일』은 루카스 특유의 기지 넘치고 유익한 글 덕분에 현대의 걸출한 작가들의 사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다양한 언어와 문화권에서 가져온 풍부한 예문, 빼어난 문장을 수록했는데, 1962년, 1964년(페이퍼백)에 발행한 증보판에서는 이를 영어로 번역(초판에는 번역 없이 그대로 노출)하여 더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후 1974년에 발행된 판에는 브루스 도널드 프레이저 경의 서문이 실렸고, 1970년대 후반에 이 판도 모두 팔려나갔다. 이후 중고본이 고가에 거래되면서 전설과도 같은 글쓰기 지침서로 회자되었고, 2012년 드디어 복간되었다.
이 책은 좋은 산문의 진가를 알아보고, 직접 좋은 산문을 쓸 수 있게 하는 안내서다. 산문은 운문(시)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글을 말한다. 루카스는 호메로스부터 단테, 몽테뉴, 셰익스피어, 플로베르 등 고대 그리스부터 20세기까지의 대문호들이 쓴 서사시, 소설, 희곡, 평론, 에세이, 역사서, 서간문, 회고록 등을 총망라하여 다룬다. 산문 글쓰기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과 통찰에 더하여 그는 이 책에서 글에 힘과 설득력을 부여하는 10가지 속성과 궁극적인 글쓰기 팁을 제시한다. 깊은 통찰과 풍부한 일화와 인용문이 담긴 이 책은 대가와 함께 글쓰기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대화와 다름없다.
2 “문체의 시작은 인격이다”
기술이나 기법보다 작가의 인격, 진실성에 초점을 맞춘 글쓰기 가이드
스타일, 즉 문체는 무엇일까? 원래 스타일은 글씨를 쓰는 용도의 뼈나 금속으로 된 끝이 뾰족한 물체, 즉 필기구를 의미했다. 고전 라틴어에서 stilus라는 단어는 ‘글을 쓰는 방식’, 더 나아가 ‘본인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사용되었다. 현대 영어에서 스타일은 ‘본인을 표현하는 좋은 방식’으로 의미가 좁아졌고, 문학 외에도 삶의 방식을 논하는 데까지 사용이 확대되었다.
루카스는 일반적으로 문체를 ‘글쓰기의 격조 높은 방식’이라고 ‘오용’하는데, 기술과 기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건축물의 초석을 무시하고 상부 구조와 장식에만 온 신경을 쓰는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 그에게 문체는 한 인간이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니 문체는 사람의 됨됨이, 즉 심리적 측면과 관련이 있다. 이 점에서 작가의 인격이 중요하다. 만약 독자들이 작가를 싫어한다면 그가 쓴 글도 싫어할 것이므로 좋은 글을 쓰려면 글쓴이의 인격도 얼마간은 훌륭해야 한다.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인간적으로는 평판이 나빴으나 위대한 작가가 있지 않은가 하고 말이다. 그렇다. 어떤 사람을 나쁘다는 한 마디로 일축하기에 무리가 있다. 시대마다 윤리적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루카스는 ‘나쁜’이라는 말을 타인에게 고통을 초래하는 도덕적인 성향이냐 행위를 칭할 때만 쓴다. 사람마다 복잡다단한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인격은 극히 다양한 속성의 복합체다. 따라서 인격에 대한 판단은 극히 잠정적인 사안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일례로 루카스가 루소, 바이런, 보들레르를 대신한 변호를 들어보자.
“병적인 호기심으로 가득 찬, 걸어 다니는 박물관, 자아도취자, 과시욕이 강한 자, 박해의 광인이었던 루소 안에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은 자연, 소박함, 빈민의 등에 올라탄 타락한 ‘문명’의 부당함과 거짓에 대한 깨어 있는 인식이다. 바이런의 연극조의 암울함과 멜로드라마는 오래전에 죽었다. 그러나 위선에 대한 격한 경멸과 압제에 대한 혐오 속에서 그가 쓴 시와 산문은 아직 살아 있다. 보들레르의 부패한 면은 추악하지만, 인간의 황폐함, 고통, 수치심에 대한 그의 비극적인 연민은 그렇지 않다. … 위대한 작가가 인격이 좋지 못한 자로 판단될 때에는, 그를 판단한 잣대가 협소하지는 않은지, 그가 실생활보다 작품 속에서 더 나은 인간인지, 혹은 그가 최상의 작품을 집필하던 순간에 더 나은 인간이었는지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83~84쪽)
3.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몽테뉴, 기번의 글은 왜 뛰어난가?
세계적인 문장, 다양한 작품으로 살펴본 좋은 글쓰기와 나쁜 글쓰기의 예,
그리고 당신의 글에 힘과 설득력을 부여하는 10가지 속성
인격이 문체에서 중요하다면, 인간의 어떤 자질이 중요할까? 루카스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윤리체계가 저마다 달랐지만 역사를 통틀어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중시했던 작가의 자질은 독자를 향해 가졌던 정중함과 예의, 낙천적 기질과 유쾌함, 건강함과 생기, 뛰어난 감각과 진심 등이 그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자질들을 글쓰기에 힘과 설득력을 부여하는 열 가지 속성으로 정리하고, 각 자질을 훌륭하게 드러낸 문장의 예와 그렇지 못한 예를 제시한다.
# 명료성: 모든 걸 분명하게 말하되 가능하면 새롭게 말하라.
모호함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어렵게 쓰인 글이 많다. 자기 보호 본능에서 자기 이론을 설명할 때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지 않는 철학자 유형, 온갖 기술적인 전문용어로 글을 도배하는 과학자 유형 등이다. 언어가 너무 명료하면 힘이 부족해질 때가 있다. 그러므로 분명하되 새로워야 한다.
# 간결성: 독자의 시간을 허비하는 행위는 예가 아니다.
단어, 생각, 지식이 많으면 그걸 남용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스파르타의 압축미, 라틴어의 간결함, 아이슬란드 사가(영웅전설)의 절제미, 타키투스, 세네카, 단테, 베이컨의 간결성이 좋은 예다. 간결성을 해치는 주범의 하나는 형용어구다.
# 다양함: 간결성이 지나치면 글이 치명적일 정도로 단조로워진다.
문체가 너무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으면 독자가 긴장을 이완시키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작가는 글의 길이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 세련성: 강압적인 어조를 삼가고 허식 없는 태도를 가져라.
18세기 벨기에의 문인 리뉴 공, 자신을 비난한 브륀티에르에게 세련되고 침착하게 응수한 아나톨 프랑스가 그 예다.(5장 참조)
# 소박함: 가식 없는 소박함을 지녀라.
# 낙천적 기질: 냉정함을 유지해야 보다 통렬한 효과를 발휘한다.
종이 위에서 화를 표출하는 불편한 심기에서 쓴 글은 독자를 지치게 한다. 작가는 증오와 화라도 조절할 줄 아는 낙천적 기질을 지녀야 한다.
# 유쾌함: 긴장을 늦출 때 유쾌함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
셰익스피어 작품 속의 매력적이고 유쾌한 인물 팔스타프, 에드워드 기번의 재치가 돋보이는 [로마제국 쇠망사] 등의 예가 있다.
# 분별력: 맹목적인 과장을 피하는 분별력을 지녀라.
본인이 만든 경구적 표현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 본인의 영리함에 대한 과도한 열정은 수사의 과잉, 화려함, 허위로 이어진다.
# 진실성: 독자에게 감동을 주려면 허위를 피하라.
단, 인간은 수시로 모순된 언행을 저지르고 자기기만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진실성을 판단하기가 무척 어려우므로 단정은 삼가야 한다.
# 건강과 활력: 구체적이고 생생한 어조가 활력을 만든다.
그렇다고 좀스러울 정도로 세밀해지거나 잡다해지지는 말라.
4. “사람의 성격이 제각각인 만큼 글 쓰는 방법도 다양하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더 유용한 글쓰기 방법이 있다.”
효과적인 글쓰기를 위한 궁극의 팁 14가지
루소는 손에 펜을 쥐고 있으면 글을 쓰지 못한 반면, 샤토브리앙은 손에 펜을 쥐지 않으면 글을 쓰지 못했다. 그는 [회상]을 30년에 걸쳐 다듬고 다듬었다. 그런가 하면 셰익스피어는 글에서 지웠다 다시 쓴 행이 하나도 없었다. 월터 스콧은 초고를 읽지도 않고 인쇄업자에게 넘겼지만, 발자크는 불같이 서두르는 성격에도 교정쇄를 스물일곱 차례나 검토했다. 플로베르는 [부바르와 페퀴셰]를 집필하기 위해 참고도서를 2000권이나 읽었다. (11장 참조)
이렇듯 작가마다 글을 쓰는 방법이 다르다. 다양한 예를 종합해보면 좋은 글쓰기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고된 작업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루카스는 본질적으로 더 유용하고 효과적인 글쓰기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그가 제시하는 궁극의 글쓰기 팁을 살펴보자.
# 영감을 얻으려면 무의식의 도움을 받으라.
고대 페르시아인들은 한 번은 취한 채로 한 번은 맨 정신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 두 번 숙고했다. 작가에게는 구멍에서 살금살금 기어 나오는 생각들을 어떻게 포착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럴 때는 명상이 도움이 된다.
# 그렇다고 이성을 놓아버리는 말라.
의식적이고 비판적인 이성이 초현실주의의 아수라장으로 빠지는 것을 막는다.
# 생각이 부화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과로하거나 스스로를 혹사시키지 말라. 그렇다고 나태해지라는 말이 아니다. 하던 일을 바꾸어 문제가 흘러가게 두는 편이 낫다.
# 무의식이 던진 암시는 곧바로 움켜잡아라.
벤담은 불현 듯 떠오르는 생각들을 작은 종잇조각에 써서 나비처럼 핀으로 고정시켜놓았다.
# 가장 빨리 쓴 글이 최상일 수 있다.
이때 자기 글에 대한 지나치게 냉정하거나 비판적인 태도는 해가 될 수 있다.
# 길게 생각하고 빠르게 작업하라.
급하게 썼던 플로베르의 서신은 그가 심혈을 기울인 일부 작품보다 낫다.
# 수정은 냉정하게, 마치 적을 보듯이 하라.
라 브뤼예르는 [성격론]을 10년에 걸쳐 썼고, 10년 동안 수정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파도]의 일부를 20번이나 썼다.
# 수정을 언제 멈출지 아는 것 역시 중요하다.
수정에 집착하다 보면 자연스러운 즉흥성이 희생될 수 있다. 어떤 대목을 삭제했다가 그 대목을 원상태로 복구시킬 때를 경고 신호로 간주하라.
# 자료 수집과 기록으로 진이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라.
플로베르는 자료 수집에 너무 오랜 시간 열을 올렸음을 깨닫고 남은 생애 동안 순수예술에 전념하기를 원했다.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을 탈고하느라 기력이 쇠해 동화책보다 어려운 책은 읽지 못했다. 어떤 주제에 대해 글로 쓰인 모든 것을 읽으려는 시도는 헛된 이상이다.
# 너무 늦게까지 글쓰기를 미루지 말라.
주어진 주제에 대해 100권의 책을 읽기로 했다면, 오십 권까지 읽었을 때 시작하는 게 좋다. 나머지 책들은 글을 쓰는 중간이나 초고가 완성된 후에 읽어도 된다.
# 다시 쓰는 것보다 수정이 낫다.
초고를 쓸 때 각 행마다 충분히 공간을 남겨두면서 각 페이지의 삼분의 일 내지 사분의 일만 채운다면, 나머지 공간을 다시 쓰기나 첨가를 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 일단 쓰라.
고티에는 이렇게 말했다. “영감은 책상에 앉아 펜을 드는 것으로 시작될 수 있다.”
# 지나치게 갈고닦은 글보다 서술의 힘이 살아 있는 글이 낫다.
“유려한 표현은 아무리 절묘하다 할지라도 달리기 시합 중에 땅에 떨어진 황금사과를 줍느라 시합에서 진 아탈란테처럼 지연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392쪽)
# 독창적인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 말라.
작가라면 다른 사람과 달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그 자신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독창성을 추구하다 자칫 기이함을 좇을 수 있다.
작가 소개
저 : F. L. 루카스
Frank Laurence Lucas
그리스어, 라틴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7개 언어에 정통했던 언어학자, 고전학자, 문학 평론가, 시인, 소설가, 극작가, 케임브리지 킹스칼리지 교수를 지냈다. 제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한 블레츨리 파크의 헛-3에서 정보 장교로 일하면서 번역가, 첩보 분석가, 보고서 작성자 역할을 했다. 한때 나치스가 암살 대상 목록에 올리기도 했다. 벤슨 메달, 대영제국훈장을 받았다.
『스타일』 외에 대표작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비춰본 비극Tragedy in relation to Aristotle’s ‘Poetics’』, 『존 웹스터 전집Complete Works of John Webster』(총 4권) 등이 있다.
역 : 이은경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번역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히스토리카 세계사 8』 『왜 나는 엄마처럼 살아갈까』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 『권태』 『내 귀에 바벨피시』 등을 옮겼다.
목 차
이 책이 받은 찬사들
F. L. 루카스에 대하여
이 책에 대하여
서문
1장 문체의 가치
2장 문체의 기초: 인격
3장 독자에 대한 예의: 명료성
4장 독자에 대한 예의: 간결성과 다양성
5장 독자에 대한 예의: 세련성과 소박함
6장 낙천적 기질과 유쾌함
7장 분별력과 진실성
8장 건강과 활력
9장 직유와 은유
10장 영어 산문의 음악성
11장 글쓰기의 방법
주
인용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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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L. 루카스에 대하여
이 책에 대하여
서문
1장 문체의 가치
2장 문체의 기초: 인격
3장 독자에 대한 예의: 명료성
4장 독자에 대한 예의: 간결성과 다양성
5장 독자에 대한 예의: 세련성과 소박함
6장 낙천적 기질과 유쾌함
7장 분별력과 진실성
8장 건강과 활력
9장 직유와 은유
10장 영어 산문의 음악성
11장 글쓰기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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