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로 본 기억의 역사 -플라톤의 밀랍판에서 컴퓨터까지-

고객평점
저자다우어 드라이스마
출판사항에코리브르, 발행일:2015/09/11
형태사항p.368 국판:22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62631395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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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마음의 혼란》《망각》의 저자 다우어 드라이스마가
‘은유’의 실타래를 따라 추적해가는 기억의 비밀, 기억의 역사

기억, 비유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것

기억이란 무엇인가? 기억은 덧없이 사라졌다가도 불현듯 되살아나고, 시간이 흐를수록 불완전하고 희미해지지만, 생의 마지막 순간 과거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이 불가해한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기억 없이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고, 합리적 추론도 불가능하며, 벽에 못을 박는 간단한 일조차 해낼 수 없다. 기억은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수불가결하다. 그러나 기억을 정의하기는 어렵다. 기억과 망각의 비밀을 푸는 일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기억은 비밀스런 미로이며 미궁이다.

이 책의 저자인 네덜란드 심리학자 다우어 드라이스마(Douwe Draaisma)는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에서 해박한 지식과 시적인 감수성, 예리한 관찰력으로 데자뷔, 생체시계, 사방 증후군 등 ‘자전적 기억’에 관한 흥미로운 주제들을 펼쳐 보인 바 있다. 그리고 기억을 ‘망각’과 함께 보기 위해 3년 동안 노력한 끝에 내놓은 역작 《망각: 우리의 기억은 왜 끊임없이 변하고 또 사라질까》, 신경질환과 정신질환을 처음 발견하고 그 원인과 증세를 세밀하게 밝힌 ‘학문적 아버지들의 치열한 지적 여정’을 그린 《마음의 혼란: 사람의 이름을 갖게 된 마음의 병들》, 기억에 관한 통념을 깨뜨리고 늙어가는 뇌의 진실에 관해 말하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 등 기억과 망각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펴냈고, 우리 출판사에서 꾸준히 출판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책 《은유로 본 기억의 역사》는 드라이스마의 박사 학위 논문이자 첫 번째 저술로, ‘은유’라는 독창적인 관점을 통해 기억심리학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재구성한다. 이 책에서 은유는 기억의 역사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유용한 도구로서 재발견된다. 그런데 왜 ‘은유’인가? 기억은, 아니 마음의 세계는, 비유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은유, 기억의 비밀에 다가서는 열쇠

여러 시대에 걸쳐 철학자와 심리학자들은 기억을 이해하기 위한 방편으로 은유를 사용해왔다. 이 책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런 기억의 은유를 찾아나서는 여정이다. 기억 이론의 역사는 기억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은유의 역사이기도 했다. 플라톤의 ‘새장’, 아우구스티누스의 ‘동굴’과 ‘궁전’, 플러드의 ‘기억 극장’, 카루스의 ‘미궁’, 프로이트의 ‘신비스런 글쓰기 판’, 그리고 현대에 와서 기억의 은유는 신기술에 경도된다. 드레이퍼의 ‘사진’, 귀요의 ‘축음기’, 판 헤이르던과 프리브램의 ‘홀로그램’, 러멜하트의 ‘신경망’. 기억을 수식하고 심지어 대체하는 이 은유들은 기억과 망각에 대한 인류의 생각을 반영한다.

수사학에서 ‘은유’는 “원관념은 숨기고 보조관념만을 드러내어 표현하려는 대상을 설명하는 표현법”이다. 그런데 기억에 관한 은유의 역사에서 주목할 점은 은유가 단순한 보조관념에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말하자면 일종의 역전(逆轉) 현상이 나타난다. 원관념(기억)은 베일에 가려져 실체가 불분명하고, 보조관념을 통해서만 그 원관념을 설명할 수 있다면, 보조관념은 더 이상 ‘보조’관념이 아닌 것이다.

그래도 새장, 창고, 미궁 같은 중세까지의 은유들은 기억의 특징이나 신비스러움을 가리키는 보조관념으로서 다분히 문학적인 표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기억에 관한 ‘과학적’ 연구가 시작된 19세기 이후 에빙하우스를 비롯한 심리학자들은 사진, 축음기, 컴퓨터, 홀로그램 같은 신기술의 작동 원리를 빌려 기억의 비밀을 파헤치고자 했다. 이때의 은유들은 단순한 비유 대상이 아니라 기억의 실체를 밝히는 열쇠였다. 점점 복잡해지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목격하면서 학자들은 자신들이 기억의 실체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고 믿었다.

‘기억심리학’은 은유의 변천사

밀랍판에서부터 책, 사진, 컴퓨터, 홀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은유의 주된 원천은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 및 도구들이었다. 서양 문명사에서 최초의 기억 은유는 고대 그리스에서 쓰기 도구였던 밀랍판이다. 플라톤의 《테아이테토스》에서 소크라테스는 기억을 밀랍판과 같은 것으로 보고, 이 밀랍판은 뮤즈(학예의 여신)들의 어머니인 므네모시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기억의 여신)가 준 선물이라고 말한다. 밀랍판은 글씨를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는 도구였다. ‘인상(impression)’이란 말도 밀랍에 인장 반지를 눌러 찍는 데서 나온 말이었다.

이어 문서보관실이나 도서관, 물품을 저장하는 창고, 동물을 가둬두는 새장, 귀중품을 저장하는 금고, 중세 환전상들의 지갑 등 매우 다양한 저장 공간이 기억의 은유로 사용됐다. 동굴, 심해, 궁전, 극장 같은 은유는 기억의 비밀스런 성질을 표현했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비서이던 레지날드는 아퀴나스의 기억을 신성한 책으로 여겼다.

17세기 영국왕립학회 특별회원이던 로버트 훅은 자신의 기억 이론을 세우는 데 기계론적 비유를 사용했다. 그리하여 ‘볼로냐석(빛을 저장했다가 어둠 속에서 발산하는 인광체)’ 실험은 시각기억에 대한 로버트 훅의 은유를 통해 빛을 발하게 된다.
19세기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기억의 은유들이 빠른 속도로 추가되었다. 낭만주의 작품에서는 풍경이나 거대한 미궁으로, 무의식에 관한 논문에서는 갱도로, 시 구절에서는 깊은 바다로, 뇌 해부학 책에서는 신경학적 과정으로, 시각기억 이론에서는 사진기의 감광판으로 각각 나타났다.

프로이트는 고대의 밀랍판 비유를 연상시키는 ‘신비스런 글쓰기 판’ 은유를 사용해, 기억의 흔적이 표면상으로는 보이지 않아도 그 심층부에는 남아 있다고 했다. ‘신비스런 글쓰기 판’은 당시에 실제 개발된 쓰기 도구로, 아랫부분에 밀랍층이 있고 그 위를 밀랍 종이 한 장과 셀룰로이드 한 장으로 덮은 도구였다. 셀루로이드에 글자를 쓰면 글자가 밀랍 종이 위에 나타나고 종이를 걷어내면 백지 상태로 돌아가지만, 밀랍층에는 그 흔적이 그대로 보존된다. 프로이트는 우리의 정신 기관이 지각 기능을 수행하는 방식이 이와 같다고 했다.

1970년대에 신경심리학자 칼 프리브램은 빛의 저장?재생에 관한 당대 최첨단 기술인 홀로그램을 시각기억에 대한 은유로 사용했다. 인광체와 홀로그램, 이 두 가지는 시각 자극의 처리 연구에서 지대한 역할을 했으며 시각 경험의 저장에 관한 이론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처럼 플라톤에서부터 현대의 신경망 연구자에 이르기까지 연대기적으로 살펴보면, 기억의 은유가 점차 기술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레이퍼의 사진, 귀요와 델뵈프의 축음기적 청각기억, 골턴의 합성사진, 헐의 ‘정신적 기계’, 튜링의 ‘전자두뇌’, 그리고 오늘날 자연의 기억과 가장 가까운 인공기억으로 여겨지는 ‘신경망’까지. “기억의 역사를 살펴보는 일은 기술 박물관을 돌아보는 일과 어느 정도 비슷하다.”(p. 13)

기억의 은유는 아타나시우스 키르허의 ‘은유 기계’처럼 끊임없이 모습을 바꿔왔다. 기억의 은유는 계속해서 변형되고 왜곡되고 추가되고 겹쳐지는 우리의 기억을 닮아 있다. 은유들이 표상하는 이미지들은 곧 우리 마음의 풍경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기억의 은유들이 모습은 계속 바뀌어도 그 핵심 개념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심리학이 때때로 기억상실을 앓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재발견 사례가 부끄러울 정도로 많을 뿐 아니라 과거의 가치 있는 경험적?개념적 업적들이 오늘날의 연구에 놀라울 만큼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p. 14)

책을 마무리하면서 저자는 심리학 자체의 기억을 가장 잘 표현한 은유는 무엇일까 하고 질문한다. 답은 “끝없이 기록하고 모든 것을 보존하는 놀라운 도구”, 프로이트의 ‘신비스런 글쓰기 판’이다.(p. 317) 밀랍층에 새겨진 흔적은 확고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잊히고 만다. 위에 덮인 층들을 걷어내고 들여다보지 않는 한 아래의 밀랍층에 새겨진 기록은 볼 수 없고, 이미 오래전에 존재했던 개념이 새로운 종이 위에 새롭게 쓰이는 일은 반복된다. 기억의 역사가 남긴 교훈이자, 망각의 바다 위에 떠 있는 기억의 운명이 아닐 수 없다.

기억에 관한 수세기에 걸친 생각들을 개관한 매혹적인 책. 마음을 이해하는 데 은유가 가장 중요한 디딤돌 구실을 해왔음을 보여준다.
- 진 에이치슨(Jean Aitchison, 옥스퍼드 대학교 언어와 커뮤니케이션과 교수)

기억을 설명하는 데 사용한 과거와 현재의 은유들에 대한 매력적이고 지적인 고찰. 저자의 역사적인 해박함과 최신 연구에 대한 정통함이 결합된 이 책은 전문가뿐 아니라 폭넓은 독자층을 불러 모을 것이다.
- 쿠르트 단치거((Kurt Danziger, 캐나다 요크 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

우리의 사고 과정, 특히 기억과 인지 과정을 분석하기 위해 제시돼온 다양한 은유적 모델들이 각 시대의 신기술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흥미진진하게 기술한 책이다. 저자는 특히 17세기 후반부터 20세기까지 급격히 진화한 기술적 발명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각종 발명들(인쇄, 시계, 계산기, 사진, 전화, 그리고 오늘날의 인터넷)에 매료된 사람들이 그 영향 아래서 우리 뇌의 작용을 어떻게 설명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분석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변치 않는 어떤 주제들이 점점 또렷해지고, 심리학에서 은유의 역할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꼼꼼한 조사와 유용한 삽화들로 가득하며 흥미로운 방식으로 쓰인 인상적인 책이다.
- 메리 캐루더스(Mary Carruthers)

▣ 작가 소개

저 : 다우어 드라이스마

Douwe Draaisma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의 심리학사 교수이다. 동 대학에서 심리학과 철학을 전공한 그는 위트레흐트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 연구를 수행했다. 기억이라는 언어의 은유적 본질을 다룬 그의 박사 학위 논문 《기억의 메타포》는 출간과 함께 국제적으로 큰 호평을 얻었으며 우리나라에도 번역 소개되었다. 1993년 흐로닝언 대학교로 복귀한 이후, 자전적 기억에 관심을 집중한 끝에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를 펴냈다. 이 책은 과학 저술에 주는 어벤티스 상의 최종 후보작에 오르는가 하면, 흐레스호프Greshoff 상, 2003 유레카 상, 얀 한로Jan Hanlo 문학논문상, 심리학협회상 등 과학과 문학 분야의 여러 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기억에 관한 통념을 깨뜨리고 늙어가는 뇌의 진실에 관해 말하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 등의 저서가 있다.

역 : 정준형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책 만드는 일을 하다가 지금은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기억의 메타포》, 《우리와 그들, 무리짓기에 대한 착각》 등을 우리말로 옮겼고, 재미있는 어린이책을 소개하고 쓰는 일에 관심이 많다.

▣ 주요 목차

머리말

1 프로이트의 신비스런 글쓰기 판
2 쓰기로서 기억
3 빛나는 볼로냐석
4 거대한 미궁
5 기억을 지닌 거울
6 디지털화한 기억
7 홀로그램 같은 기억
8 마법의 베틀
9 호문쿨루스

에필로그

그림 출처
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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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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