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조선 대표 한량 허랑방탕 춘풍이
주색잡기로 전 재산을 두 번 털어먹다
부잣집 외아들 이춘풍은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허구한 날 술 먹고 기생질을 하며 방탕하게 지내다 물려받은 엄청난 재산을 다 써 버립니다. 아내의 피나는 노력으로 다시 집안 살림이 일어서자 춘풍이는 나랏돈까지 빌려 평양으로 장사를 떠나고, 평양 기생 추월이를 만나 가져간 돈을 몽땅 털리고 기생집에서 심부름꾼 노릇을 하며 지내게 됩니다. 남장을 하고 평양 감사의 회계 비장이 된 춘풍 아내는 춘풍이와 추월이를 찾아내 혼쭐을 내 주지요. 난봉꾼 춘풍이가 현명한 아내의 활약으로 새사람이 되어 가는 모습을 만나 볼까요?
1. 봄바람 부는 춘풍과 가을 달 비치는 추월이 만났으니
《이춘풍전》은 19세기 후반에 한글로 지어진 고전 소설입니다. 백 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작품이지만 《이춘풍전》은 그 전에 있었던 여러 풍자 소설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도 그 내용이 획기적으로 바뀐 작품이기도 합니다. 춘풍이는 이른바 ‘주색잡기’에 빠져 살던 사람이었습니다. 우리 고전 소설 중에는 이렇게 바르지 못한 인간을 제시한 뒤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소설이 여럿 있었는데, 《이춘풍전》은 바로 그 전통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이름대로 춘풍이는 봄바람이 살랑대는 것처럼 처신이 매우 가벼운 사람입니다. 부모가 물려준 재산을 온갖 놀이와 기생질을 하느라 다 털어먹고, 나랏돈까지 빌려 장사를 가서는 제 버릇 개 못 주고 또다시 기생에게 홀려 전 재산을 날리고 머슴이 됩니다. 현명한 춘풍 아내는 꾀를 내어 춘풍이와 돈을 되찾아 오지요. 춘풍이와 춘풍 아내의 대조를 통해 우리는 비합리적이고 무책임하면서 가장의 권위만 내세우는 춘풍이를 조롱함으로써 근면하고 합리적이며 책임감 있는 삶을 존중하고 동경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풍자가 가진 힘이지요.
물론 전통도 좋고 풍자에서 나오는 교훈도 좋지만, 소설은 당연히 재미있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춘풍전》은 매우 성공적인 작품입니다. 춘풍이의 세속적인 면모와 화려한 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일입니다. 더구나 이 책은 매우 쉬운 문체로 작품을 가다듬었습니다. 거리낌 없이 살았던 춘풍이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한 남자의 방탕한 생활을 간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거리를 두고 살펴볼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춘풍전》을 읽는 재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춘풍이를 비웃으면서 우리가 배우는 것
《이춘풍전》이 지어진 19세기는 조선 사회에 급격한 변화의 바람이 불던 때였습니다. 사회, 경제, 문화, 국제 정세 전반에 걸쳐 과거와는 다른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이춘풍처럼 돈은 많지만 신분은 그리 높지 않아서 품격 있는 삶에 대한 훈련이 되지 않은 사람들이 나타났고, 이들은 재산, 가족 관계,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무지하고 무책임했습니다. 《이춘풍전》은 춘풍이와 아내의 대조를 통해, 그리고 춘풍이가 망하고 거듭나는 과정을 통해 욕망에만 충실한 저급한 삶을 비웃고, 바람직한 삶을 존중합니다. 이것이 《이춘풍전》의 풍자이고 그 가치이겠지요.
지금이 갓 쓰고 도포 자락을 휘날리던 조선 시대는 아니지만, 세상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춘풍이가 겪은 것과 같은 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어느 시대에나 사람들이 겪어야 되는 인생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러한 혼란 속에서 우리가 지켜 내고 추구해야 할 것은, 본능적인 욕망에만 충실한 맹목적인 삶 또는 과거의 관행에 매달려서 거짓된 권위만 내세우는 삶이 아니란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새롭게 배우고 받아들이며 존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용기 있게 탐색해야 합니다. 이러한 깨달음이야말로 춘풍이를 비웃고 조롱하면서 우리가 배우는 것입니다.
이 책의 ‘이야기 속 이야기’에는 《양반전》, 《허생전》, 《호질》 등 양반을 비판한 조선 시대의 풍자 소설 이야기, 여러 예술 작품 속에 나타나는 한량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또한 평양 감사의 인기 비결과 조선 시대의 감사와 외관직들 이야기, 남장한 춘풍 아내의 옷차림을 통해 조선 시대 사대부 남성이 집 안에 있을 때나 바깥 행차를 할 때 어떤 옷을 입었는지를 함께 소개합니다.
3. 전국국어교사모임의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시리즈!
고전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세상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문화의 원형이자 오늘날 새로이 생겨나는 이야기의 뿌리입니다. 서양의 고전 못지않게 값진 가치를 지닌 우리 고전이 어렵고 읽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우리 청소년들에게 외면당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여 지난 2002년부터 기획 출간되어 온 것이 바로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시리즈입니다. 전국국어교사모임의 국어 교사들과 정통한 고전 학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 우리 고전을 누구나 두루 즐기며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쓰고 맛깔나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재창조했으며, 그 결과 우리 고전의 새로운 방향이자 본보기가 되어 우리 고전에 대한 선입견과 고전 읽기 문화까지 바꾸어 놓았습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정원
전라북도 완주군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나왔습니다. 서강대학교에서 논문 〈기술 판소리 문학의 수용미학적 연구〉로 석사 학위를, 〈조선조 애정 전기소설의 소설시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에서 안성 방각본을,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산업연구소에서 캐릭터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신작 구소설을 연구했습니다. 지금은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있습니다. 주요 논문으로 〈장화홍련전의 환상성〉, 〈애정 전기소설사 초기의 서사적 성격〉, 〈신작 구소설의 근대성〉 등이 있고, 대표 저서로 《전을 범하다》가 있습니다.
그린이 : 김언희
아름다운 색채와 자유로운 상상을 그림에 담아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 작가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했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HILLS)에 다니면서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매력에 푹 빠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다.
그린 책으로 《비굴이 아니라 굴비옵니다》 《내 진짜 진짜 소원은》 《고구려 하늘에 쏘아 올린 화살》 《우리에게도 인권이 있을까?》 《도와줘요, 보글냠냠 요리사》 《거짓말 세 마디》 등이 있다.
목 차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시리즈를 펴내며
《이춘풍전》을 읽기 전에
술 잘 먹는 춘풍이
가장이 된 춘풍 아내
춘풍이는 평양에 장사를 가고
춘풍이가 추월이를 만났으니
춘풍 아내도 평양에 갔는데
다시 만난 부부
이야기 속 이야기
풍자 소설 _ 능력 없는 양반, 탐욕스러운 양반, 모두 놀려 먹기!
한량 이야기 _ 예술 작품 속 한량들을 만나다
감사와 외관직들 _ 평양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
남성의 복식 _ 조선 시대 사대부 남성은 어떤 옷을 입었을까?
깊이 읽기 _ 춘풍이를 비웃으면서 배우는 것
함께 읽기 _ 어쩌다 춘풍이는 그렇게 되었을까?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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