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앤 섹스턴은 시와 삶을 일치시켰다. 그렇게 시의 운명을 개척했다
앤 섹스턴은 살기 위해 시를 썼다. 자신의 삶을 고백했다. 상처를 직시했다. 가부장제에 맞서며,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했다. 정전(正典)에 균열을 냈다. 죽음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했다. 시와 삶을 일치시켰다. 그렇게 앤 섹스턴은 시의 운명을 개척했다. 눈부시다. 그런 시 127편이, 원문과 함께 여기에 있다. ― 장영은(『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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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태어나 1974년 마흔다섯의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미국 시인 앤 섹스턴은 지금도 여전히 활발하게 읽히고 연구되는 20세기 대표 시인이다. ‘미친 주부’라 불리며 살아생전 독자들의 사랑과 평단의 인정을 동시에 누린 드문 시인이었을 뿐아니라, 살아서나 죽어서나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문제적 시인이기도 했다.
앤 섹스턴은 정신질환과 자살충동, 부모와 자식, 남편, 친족, 애인, 담당의사 등을 포함하는 친밀하고 사적인 관계의 내밀한 실상, 여성에게 부여되는 사회적 압박이 여성의 몸과 여성의 공간과 여성의 의식에 미치는 영향 등, 기존의 시가 금기시하던 소재와 주제를 과감하게 다룸으로써 시의 영역을 크게 넓혔다.
시는 섹스턴에게 사회적 ‘쓸모’와 삶의 목적을 주었다. 그에게 시는 사회적 시선은 물론이고 자신마저 부정적으로 보았던 스스로의 어떤 측면이 무가치한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자신의 시가 지금껏 문학이 주요하게 다루지 않았던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을수록 섹스턴의 심리상태는 더욱 불안정해졌다. 고질적인 조울증에 더해 알코올과 니코틴 중독, 자살 기도, 무분별한 섹스, 불륜, 낙태 등 일탈행위가 이어졌다.
하지만 섹스턴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인간으로서, 창조적 존재로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여성’ 자체에 대한 언급을 금기시하는 사회적 관행을 깨트릴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여성의 생리와 임신, 낙태, 자위, 섹스, 쾌락을 이야기하는 그의 시는 당대 작가, 평론가, 독자 들에겐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한편으로, 그의 시는 여성을 독립된 인격이 아니라 성적 대상으로만 보는 가부장제의 모순을, 그리고 성폭력과 비윤리적 관계와 불륜이 만연한데도 그것들이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고 드러내지 않기를 요구하는 미국 중산층 사회의 부도덕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폭로적이었다. 그 폭로의 한쪽에 자신을 위치시킨다는 점에서 섹스턴의 시는 자기파괴적이기조차 했다.
하지만 섹스턴은 억압의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증명하는 희생자이자 폭로자로서 제 몫의 역할을 수행했다. 섹스턴은 광포한 가부장제가 지배하는 장으로서의 여성의 몸과 의식, 세계를 혼란스러운 모습 그대로 드러냈다. 그것이 바로 섹스턴식 ‘저항’이었다.
그렇지만 ‘여성’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대가는 컸다. 섹스턴은 자신의 사생활을 내주어야 했다.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섹스턴은 자신의 여성을,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낱낱이 시로 옮겼다. 하지만 가부장제에서 여성이 맺는 모든 관계에는 사적 관계의 색이 입혀지고, 그 모순을 폭로하는 작업은 필연적으로 사적 관계의 단절로 이어졌다. 살기 위해 쓴 시 한 편 한 편이 시인을 한 발자국씩 세상 바깥으로 밀어냈다. 죽음으로써만 살 수 있다고 느꼈던 시인의 마음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앤 섹스턴은 1974년, 생일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어머니의 유품인 낡은 모피를 두르고 생을 마감했다.
세상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어도 앤 섹스턴의 시는 낡고 오래되어 퇴색되는 대신 자꾸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며 더욱 다가온다. 그의 시에 대한 평단의 평가 역시 지금까지 계속해서 변해왔다. 시인은 세상에 없지만, 시인의 시는 나날이 새로워진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앤 섹스턴
개인적이고 고백적인 시로 이름 높은 미국의 시인이자 극작가 겸 동화 작가. 1960년에 첫 시집 『정신병원으로 그리고 반쯤 돌아와』를 발표하여 문단에 일대 충격을 던졌고, 1966년에 발표한 시집 『살거나 죽거나』 로 이듬해에 퓰리처상을 받았다. 정신질환과 자살 충동, 부모와 자식, 남편, 친족, 애인, 담당 의사 등을 포함하는 친밀하고 사적인 관계의 내밀한 실상, 여성에게 부여되는 사회적 압박이 여성의 몸과 여성의 공간, 여성의 의식에 미치는 영향 등 기존의 시문학이 금기시하던 소재와 주제를 과감하게 다룸으로써 시의 영역을 큰 폭으로 넓혔다.
매사추세츠주 뉴턴 시에서 성공한 사업가의 셋째 딸로 태어나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웠으나 다소 억압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랐으며, 첫딸을 출산한 뒤 심각한 산후우울증을 겪은 이후로 평생 조울증으로 고통받았다. 의사의 권유로 시를 쓰기 시작하여 생전에 여덟 권의 시집과 희곡, 동화 등을 출간하는 등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치던 중 45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대표적인 시집으로는 『정신병원으로 그리고 반쯤 돌아와』(To Bedlam and Part Way Back, 1960), 『내 모든 어여쁜 이들』(All My Pretty Ones, 1962), 『살거나 죽거나』(Live or Die, 1966), 『사랑시』(Love Poems, 1969) 등이 있고 사후에 『자비길 45번지』(45Mercy Street)를 비롯한 세 권의 유고 시집이 출간되었다. 그 밖에 희곡 『자비길』(Mercy Street, 1969)과 맥신 커민과 공동 제작한 동화책들이 있다.
옮긴이 : 신해경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KDI국제정책대학원에서 경영학과 공공정책학(국제관계) 석사과정을 마쳤다. 생태와 환경, 사회, 예술, 노동 등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누가 시를 읽는가』 『풍경들 : 존버거의 예술론』 『혁명하는 여자들』 『사소한 정의』 『아랍,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덫에 걸린 유럽』 『침묵을 위한 시간』 『북극을 꿈꾸다』 『발전은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 등이 있다.
목 차
I
닥터 마틴, 당신은
음악이 다시 밀려온다
외국에서 온 편지 몇 장
정신과 의사에게 시인을 말하다
그런 여자
퇴마사들
학사주점 벽에 걸린 어느 노파의 초상
추방자들
산부인과 병동의 이름 없는 여자아이
아버지 살갗에 돋은 이끼
정오의 정신병원 잔디밭 산책
종 울리기
자장가
빠진 재료
기다리는 머리
더는 파고들지 말라고 간청하는 존에게
이중 초상
역할 분배
죽은 자들은 아는 진실
내 모든 멋진 이들
비탄
별이 빛나는 밤
나는 기억한다
비가에 대한 저주
낙태
저 깊은 박물관에서
귀신들
요새
거들을 입은 여자
집
벽의 꽃
주부
도피
주술
1월 북동풍이 부는 동안 쓴 편지
II
그리고 하나는 우리 마님께
태양
당나귀를 타고 달아나라
역사 흉내 내기
어머니와 잭과 비
천사들과 사귀기
사랑 노래
남자와 아내
실비아의 죽음
미친 자들의 해를 위하여
마흔의 월경
죽기를 소망한다
결혼식 날 밤
1958년의 나
자살 메모
중독자
살아라
접촉
키스
가슴
그날
내 자궁을 축하하며
살인자 사랑하기
아내에게로 돌아가는 나의 애인에게
딱 한 번
다시 그리고 다시 그리고 다시
다들 다른 여자 얘기를 알지
외로운 수음자의 발라드
지금이다
우리
무릎 노래
III
황금 열쇠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하얀 뱀
라푼첼
개구리 왕자
들장미
야망새
오
엄마와 딸
여자 패는 남자
미친 애나
징크스
분홍신
다른 하나
봄 죽이기
정사의 천사들
예수 깨어나다
예수 잠들다
예수 죽다
예수 태어나지 않다
IV
신들
문을 열고 선 죽음 씨에게
죽음 아기
보잉 707기에서 기도하기
옷
걷는 예수
노 젓기
내전
두 손
내 생의 방
마녀의 삶
용기
엘리베이터를 타고 하늘로
남자가 여자에게 들어갈 때
무지의 시인
죽은 심장
잠긴 문들
악을 좇는 자들
말
격분
노 젓기가 끝나노니
V 유고
자비길 45번지
양에게 말 걸기
아이를 낳는 자들
도시 지키기
그때 그것은 어디에 있었나
이혼
분리
사랑을 죽이며
끝, 중간, 시작
담배와 위스키와 거칠고 거친 여자들
이혼, 그대의 이름은 여성
좋아하기, 사랑하기
씁쓸함 말하기
죽음 왕
일만 이천 일의 신혼여행
1월 19일
1월 24일
2월 4일
3월 7일
8월 17일
옮긴이의 말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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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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