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끊임없이 내용을 수정하고 덧붙여질
한 사람의 개론
그의 시는 자신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과거를 돌아보다가, 과거의 사람들과 현재의 이웃을 돌아보다가, 결국 정처 없이 자신에게 돌아오곤 한다. 보통의 우리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과거는 어쩔 수 없이 촌스럽고, 지나간 옛사랑의 그림자는 부질없다. 현실은 뜨거운 마음을 비웃듯 별수 없이 무정하고, 바라는 모습의 세상은 여전히 요원하다. 하지만 이런저런 과거의 흔적과 지나온 족적의 자취를 살펴보다보면 우리 각자의 개론은 끊임없이 수정되고 덧붙여지는 개정증보판이 될까. 그 개정되고 덧붙여지는 시간에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이 시집에는 그 개정증보판의 자료가 될 흔적과 족적이 담긴 57편의 시가 담겼다.
아무 짓도 하지 않기로 했다지만
또 다시 날아야 하는 시인의 숙명
나이 쉰이 되자 시인은 “아무 짓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선언한다. 일상을 진종일 탕진하기로 했다는 시인이 ‘차라리’ 되겠다고 예로 드는 존재들은 어이없게도 도시의 자영업자, 철의 노동자, 초보 농부처럼 뭐 하나 쉬워 보이지 않는 거대한 존재들이다. 당최 ‘차라리 되겠다’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수고와 고난의 날이 뻔히 보이는 자리들이라 “일상을 진종일 탕진”하기란 애당초 글러 보인다. 시집에서 한 번씩 느껴지는 시인의 숙명은 이런 것들이다. 이런저런 눈치 보지 않고, 현실적 제약을 두려워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툭, 던졌다가도 그 순간 어깻죽지를 수선하며 새로운 숙명을 마다하지 못하는 시인이라는 존재의 숙명. 비록 세상은 당황시켜도 자신은 두렵지 않은 그런 한 사람의 주절거림이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한다.
그림과 시의 만남
펄북스 시선, 여섯 번째 표지 이야기
짙고 희미한 숲을 응시하는 한 사람의 뒷모습이 고요를 품고 있다. 펄북스 시선 다섯 번째 작품 《고고인류학개론 개정증보판》 표지 회화 작품은 김수동 작가의 작품 <Human>이다. 김수동 작가는 펄북스 시선이 지역의 화가들과 함께하는 콜라보레이션의 두 번째 작가로 펄북스 시선 다섯 번째 시집 《숨》의 작업부터 함께 참여하고 있다. 지역의 미술 작가와 지역 출판사 펄북스가 함께하는 뜻깊은 작업이 독자들에게도 더욱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 기대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정기석
오래된 가을 어느 날, 진주에서 태어났다. 유년에 상경해 주로 서울에서 자랐다. 도시 난민으로서 자초한 실수와 실패는 다종다양했다. 마흔에 이르자 제정신이 들었다. 마을로 자발적 유배를 떠났다. 사람 사는 세상, 용기 있는 지혜, 아웃사이더, 무정부주의자, 혁명가를 다룬 책을 좋아한다. 가끔 시나 소설도 끼적거린다. 이제, 아무 짓도 안 하고 싶다. 마치 나무나 풀, 돌이나 흙, 비와 바람 같은 자연과 우주가 그런 것처럼.
지은 책으로 《마을전문가가 만난 24인의 마을주의자》 《행복사회유럽》 《귀농의 대전환》 등이 있다
목 차
제1부
詩는 졌다
달팽이의 산책
아저씨의 꿈
모친의 팔순
아버지와 살던 집
혁명적인 1960년대
국민학교
나의 ‘지옥에서 보낸 한철’
아버지의 혁명
청소년 말기
최근, 동문회 소식
조상님 탓
종이컵 예찬
범죄 없는 마을
돈은 무적이다
용두산 엘레지
국민생활 현장검증
자발적 유배
다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
권(勸) 쐬주가
살아남은 감나무의 슬픔
유럽 난민 신청 승인 독촉장
제2부
헤어지는 카페
그때, 휴대폰이 있었더라면
노상핍쇼(路上 Peep Show)
입맞춤은 골목이 적당하다
오래된 편지
사랑의 도시지리학
나이스투미츄, 줄리엣 비노쉬
줄라이 모닝 찬가
사랑한다면 원숭이처럼
그 다방, 못 잊겠어요
기적같은 동화, 사랑
실연을 자초하는 고백
바로크 숲에 사는 고딕 새
행복의 근본적 원인
빛과, 그리고 그림자
보헤미안 랩소디
이기적인 편지
제3부
데킬라 선라이즈
콜린 윌슨 외 2인 보시압
위험한 개인, 울리히벡 氏
고고인류학개론 개정증보판
월급쟁이 모독
詩人의 직업화 연구용역 보고서
큰 교회는 교회가 아니다
비와 대통령과 괴로움
동지의 한마디
유달산 엘레지
치악산 할머니합창단
조용한 카페, 평화만들기
기본소득 찬가
술집의 조건
남자라서 미안해
정기용 씨를 기억하는 무주군민의 일상 및 일생
마흔에 하게 된 일
쉰에 하게 된 일
추천하는 글 한 아나키스트의 세상살이 - 박기영(시인)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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