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국 수필 문학사에서 윤오영만큼 이론의 정론주의를 지향하고 또 그 이론에 부합하는 정공법의 수필을 쓴 문인을 찾아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는 비록 제도권의 수학(修學) 절차를 따라 고등교육 과정을 거치지는 않았지만, 전래의 한학에 능통했다. 동시에 전통적 삶의 정서를 체득하고 올곧은 품성의 도야에 존중할 만한 경지를 이루었다고 평가받았다. 교사 자격증이 없었지만 보성고등학교에서 오래 교편을 잡을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이러한 사람됨을 교육 현장에서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5·16 군사 정변 이후로는 정직으로 있을 수 없어 강사 생활을 하면서 수필의 창작과 이론의 정립에 매진했다. 이는 그의 문학을 위해서는 오히려 전화위복인 셈이었다.
2012년 3월 ‘한국 수필 작가회 심포지엄’에서 문학 평론가 김우종은, 윤오영의 인격과 작품의 성향을 대비해 비평했다. 그 발표에 따르면, 윤오영은 한국 수필 문학사에서 그 누구보다 찬연한 ‘봉우리’로 기록될 인물이지만 작가 스스로의 모습과 세상에 비친 모습 모두 남에게 가려 잘 보이지 않는 ‘동산’이라는 것이다. 그는 화려하지 않더라도 많은 매력을 지닌 ‘조약돌’과 같이 정겨운 존재이며, 공작이나 학같이 고귀하지 않고 검소하면서 조촐한 ‘참새’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작가의 이러한 성격적 특성은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그의 수필은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는 사물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고 그것이 숨기고 있는 존재론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데 능숙하다는 말이다.
그의 세계에서는 강하고 힘 있는 것이 전혀 장점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물고기 가운데서도 새끼 붕어, 가축 가운데서도 작은 염소, 여성의 아름다움에서도 농촌 아주머니나 수줍은 소녀가 서술의 대상이다. 그는 세상의 저잣거리를 지향하는 속물근성을 배격하고, 순수한 정신적 가치와 소박한 실천의 경지를 추구했다. 그러면서도 다양 다기한 관찰력과 이를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상상력, 그리고 그 표현을 얻기에 충분한 문장력 등을 고루 갖춘 작가였다.
작가 소개
저자 : 윤오영
수필가이자 교육자이다. 호는 치옹(痴翁), 동매실주인(桐梅室主人)이다. 1907년 서울 출생이며 1976년 타계했다. 경기도 양평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1928년 양정고보(養正高普)를 졸업했다. 보성고보(普成高普)에서 20여 년 동안 교직 생활을 했다. 1959년 문학 잡지인 『현대문학』에 수필 「측상락(厠上樂)」을 발표한 이래 본격적으로 수필을 쓰기 시작,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수필을 많이 발표했다. 그의 수필은 서정적이고 여백의 함축미가 돋보이는 작품 세계를 이루었다고 평가된다. 50세가 지난 후 문단에 등단해 20여 년 동안 수필과 평론을 끊임없이 발표, ‘필봉에 신이 들었다’고 할 정도로 문단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74년 10여 년 동안 발표한 작품을 엄선해서 첫 수필집 『고독의 반추』를 출판함으로써 한국 수필 문학의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했다. 그런가 하면 1972년에 창간된 『수필 문학』을 통해 수필 이론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그의 수필 문학 이론 정립에 대한 노력은 1975년의 『수필 문학 입문』, 1976년의 『수필 문학 정선』으로 이어졌다. 한국 수필의 전문성, 심미성은 그에게 빚진 바 크다. 문학 평론가 원형갑 은 1974년 7월호 『수필 문학』에서 “수필·문학. 이렇게 친근성 있게 한 줄로 이어 보는 것은 처음이며 확실히 이 저자로 하여 나는 수필이 삶의 슬기로 이끌어 친밀감을 빚어낼 수 있는 문학이란 걸 인식한 사람이다”라고 상찬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당대의 독자들이 기억하고 있는 「달밤」, 「방망이 깎던 노인」, 「마고자」, 「양잠설」, 「온돌의 정」, 「곶감과 수필」 등 주옥같은 작품들은 근래의 독자들에게 다소 생소할지 모르나 지금도 그 문면을 정치하게 읽어 보면 좋은 수필, 값있는 수필이 무엇인지 쉽사리 알아차릴 수 있다. 수필은 문학의 한 장르이므로 잡문이나 만필(漫筆)과는 구분되어야 하며, 타 장르의 작가들처럼 지속적인 습작과 문장 수련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그는, 1960년대 이후 한국 현대 수필을 대표하는 수필가의 한 사람이다. 문필의 길로 들어선 이래 시종일관 수필 쓰기에 전념하면서 그 이론적 체계를 볼품 있게 다듬어 놓은 이가 윤오영이다.
그의 수필은 한국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사색과 성찰에서 우러나온 품위 있는 작품 세계를 보여 주며, 주로 토속적인 제재를 사용해 동양적인 인생관과 고전적 정신을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간결하고 절제된 문체와 서정적인 문장의 수필을 많이 썼으며, 수필 문학의 이론과 실제가 상호 연관되어 함께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보기 드문 사례가 그의 경우다. 그런가 하면 연암 박지원, 노계 박인로 등 역대 문장가들의 문장을 연구한 평문을 쓰기도 했다. 수필을 곶감에 비유한 윤오영은, 곶감을 만들려면 고운 껍질을 벗겨야 하듯 좋은 글이 되려면 먼저 문장기(文章氣)를 벗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자 : 김종회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8년 『문학사상』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문단에 나온 이래 활발한 비평 활동을 해 왔으며 『문학사상』 『문학수첩』 『21세기문학』 『한국문학평론』 등 여러 문예지의 편집위원을 맡아 왔다. 현재 한국문학평론가협회 및 한국비평문학회 회장이다.
김환태평론문학상, 김달진문학상, 편운문학상, 유심작품상,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 시와시학상, 경희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평론집으로 『문학과 예술혼』, 『디아스포라를 넘어서』,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다』, 『문학의 거울과 저울』 등이 있고 『한국 소설의 낙원 의식 연구』, 『한민족 디아스포라 문학』 등의 저서와 『글에서 삶을 배우다』 등의 산문집이 있다.
사단법인 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 사무총장, 통일문화연구원 원장 등을 맡은 경력과 관련해 북한 문학과 해외 동포 문학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많으며 그 결과로 『북한 문학의 이해』(전 4권) 및 『북한 문학 연구 자료 총서』(전 4권)와 『한민족 문화권의 문학』(전 2권) 및 『해 외 동포 문학 전집』(전 24권) 등을 엮은 바 있다.
목 차
염소
글을 쓰는 마음
夏情小話
달밤
참새
초가을(共同題)
山
김빠진 麥酒
落書
造梅
秋夕
얼굴
孤獨感
葉茶와 人生과 隨筆
내 故鄕
韓服
處貧難
民謠 아리랑
龜旨歌 新釋
古木
봄
찰밥
색 항아리
오동나무 硯床
故鄕
杏花
靜夜
꿈과 現實
소녀
사발시계
유한(悠閑)한 시간
온돌의 정
비원의 가을
소창(素窓)
목중노인(牧中老人)
촌부(村婦)
방망이 깎던 노인
측상락(?上樂)
개
생활과 행복
송석정(松石亭)의 바람 소리
향연
명분
마고자
나의 독서론
깍두기설
양잠설(養蠶說)
곶감과 수필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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