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기탄잘리 - 신에게 바치는 노래”
“당신은 나를 끝없는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기쁨입니다. 이 부서지기 쉬운 그릇을 당신은 비우고 또 비워, 언제나 새로운 생명으로 채웁니다.
이 작은 갈대 피리를 언덕과 골짜기로 가지고 다니며 당신은 그것에 끝없이 새로운 곡조를 불어넣습니다.
당신의 불멸의 손길이 닿으면 내 작은 가슴은 기쁨에 넘쳐 한계를 잊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언어들을 외칩니다.
당신이 주는 무한한 선물을 나는 이 작은 두 손으로밖에 받을 수 없습니다. 영원의 시간이 흘러도 당신은 여전히 채워 주고 있으며, 내게는 아직 채울 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 기탄잘리 1
초대하지 않았는데도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 낯익은 군중의 한 사람처럼 내 마음 안에 들어온 이는 누구인가? 그리고 덧없이 흘러가는 내 삶의 수많은 순간들에 영원이라는 각인을 새겨 놓은 이는?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는?
그를 위한 노래를 부르기 위해 나는 이곳에 있다. 어떻게 하면 내 모든 곡조에서 그의 존재가 드러나게 할 수 있는가? 그가 나를 움직이는 힘의 원천임을 알기에.
“연꽃이 핀 날, 내 마음은 방황하고 있어서 꽃이 핀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내 바구니는 비어 있었지만 꽃은 내 눈길을 끌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따금 한 가지 슬픔이 내 위에 내려앉아, 나는 놀란 듯 꿈에서 깨어 바람에 실려 오는 신비한 향기의 감미로운 자취를 느꼈습니다.
그 어렴풋한 향기가 내 마음을 그리움으로 아프게 했습니다. 내게는 그 향기가 절정으로 치닫는 여름의 열정적인 숨결 같았습니다.
그때 나는 알지 못했습니다. 꽃이 그토록 가까이 있음을. 또 그 꽃이 나의 것임을. 그 완벽한 향기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피어나는 것임을.”
- 기탄잘리 20
무명의 인도 시인에게 동양인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안겨 준 시집
무명의 인도 시인이었던 타고르에게 동양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시집 『기탄잘리』는 103편으로 된 산문시로 신, 고독, 사랑, 삶, 여행을 노래한다. 기탄잘리의 ‘기트(git)’는 노래이고, ‘안잘리(anjali)’는 두 손 모아 바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기탄잘리는 ‘노래의 바침’을 뜻한다.
이 시들은 원래 타고르의 모국어인 동인도 벵골어로 쓰였으나 그 자신이 영역해 런던에서 출간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벵골어 시집 『기탄잘리』에서 53편, 그 전후에 발표한 시집 『바침』, 『어린이』,『건너는 배』, 『노래의 꽃목걸이』에서 타고르 자신이 50편을 선정해 한 권으로 엮었다. 영문판은 시에 제목 대신 번호를 붙였으나, 원래는 연작시가 아니라 각각 따로 쓰인 독립된 시이다. 영문판 『기탄잘리』는 영역이라기보다 영어로 쓴 새로운 작품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서양의 시인과 문인들은 타고르의 맑고 순수한 시 세계에 매료되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타고르를 서양에 소개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예이츠는 “이 서정시들은 내 생애를 통틀어 오랫동안 꿈꾸었던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타고르의 작품을 인도 전체의 영혼에 비교하기도 했다.
“어떻게 해야 한 방울의 물이 영원히 마르지 않을까?”
“바다에 던져지면 되느니…….”
시인은 세상 구석구석에서 님의 모습을 발견하고 사랑하는 이의 ‘끝없는 손길’을 느낀다. 타고르에게 ‘님’은 사랑과 기쁨의 대상이고, 영원에 대한 추구이고, 맑고 순수한 갈망이다. 초라한 자아를 지닌 채 사랑하는 님 앞에 다다른 부끄러움은 우리들 누구나의 모습이다.
들풀 같은 소박함과 섬세한 빛깔을 지닌 『기탄잘리』의 시편들은 장식적인 언어를 버린 평이한 시어와 경건한 어조로 자연과 영혼, 삶과 신에 대해 노래한다. 순수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각각의 시편은 한 편의 시가 어떤 외침보다 크게 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생의 고뇌와 죽음의 두려움까지도 초월한 투명한 운율이 전편에 흐른다.
타고르가 지대한 영향을 받은 까비르의 시들이 그렇듯이 『기탄잘리』는 사랑시이고 명상시이다. 또한 자아실현의 욕구를 담은 종교시이며 기도시이다. 때로는 신을 향한 기도문으로, 때로는 청순한 사랑을 위한 연가로 인간 영혼의 순수한 소리가 시로 표현되어 있다. 각각의 시편들이 시대를 뛰어넘어 아름답게 다가온다. 시를 읽는 동안에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의 기도가 된다. 언젠가 하늘이 투명해지는 그런 날에 이 시집을 들고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 며칠 시의 향기에 젖었다 오는 것도 좋은 일이다.
작가 소개
저 :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Rabindranath Tagore
인도의 시인·사상가·교육자. 아시아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인도의 문화와 정신을 세계에 알린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는 1861년 5월 7일 캘커타의 명문 브라만 가정에서 막내로 태어났다. 여덟 살 때 처음 시를 쓰기 시작했고, 힌두 학교, 성 사비에르 학교 등을 잠깐씩 다녔으나 자연 속에서 배움의 시간을 보냈다. 그의 아버지 데벤드라나트 타고르는 인도의 근대 종교 개혁을 이끈 브라마 사마지의 지도자였다. 타고르는 열두 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와 함께 몇 달 동안 인도의 각지를 여행하며 전기, 역사, 천문학, 현대 과학, 산스크리트어를 섭렵했고, 특히 고대 인도의 시인 칼리다사의 시를 깊이 연구했다.
15세 때 첫 시집 『들꽃』을 썼고, 다음해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1년도 채 되지 않아 되돌아온 그는 모국의 풍요로운 자연과, 그 속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깊은 애정을 느낀다. 특히 갠지스 강은 이후 타고르 문학의 중심 모티프가 된다. 그는 시, 소설, 희곡뿐 아니라 철학,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었고 깊은 정신세계를 소박하고 풍요롭게 표현해 냈다. 열성적인 교육자이기도 하여 샨티니케탄에 교육촌을 만들었고, 비스바-바라티 대학을 설립하여 문학 작품 활동으로 번 돈을 모두 기부했다.
심오하리만치 세심하고 신선하고 아름다운 운문에 절정의 기술을 더하여 자신의 시적 사상을 서구 문학의 일부로 자리매김한 그의 시 세계는 1913년 『기탄잘리』의 영역본으로 노벨상을 수상하며 더욱 빛을 발한다. 이후 1915년 영국으로부터 기사작위를 수여받았으나 1919년 암리차르에서의 대학살에 대한 항거의 표시로 그 작위를 반납했다. 1941년 여든 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2천여 편의 시를 쓰고, 3천여 점의 그림을 그렸으며, 2천여 곡을 작곡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시집 『황금 조각배The Golden Boat』『초승달The Crescent Moon』『정원사The Gardener』, 희곡 『우체국The Post Office』『희생Sacrifice』, 소설 『고라Gora』 평론 『인간의 종교The Religion of Man』등이 있다.
역 : 류시화
본명:안재찬
시인이자 명상가.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바 있다. 1980~1982년까지 박덕규, 이문재, 하재봉 등과 함께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했으나 1983~1990년에는 창작 활동을 중단하고 구도의 길을 떠났다. 이 기간 동안 명상서적 번역 작업을 했다. 이때 『성자가 된 청소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티벳 사자의 서』, 『장자, 도를 말하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등 명상과 인간의식 진화에 대한 주요 서적 40여 권을 번역하였다. 1988년 '요가난다 명상센터' 등 미국 캘리포니아의 여러 명상센터를 체험하고, 『성자가 된 청소부』의 저자 바바 하리 다스와 만나게 된다. 1988년부터 열 차례에 걸쳐 인도를 여행하며, 라즈니쉬 명상센터에서 생활해왔다.
그의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1989년~1998년 동안 21번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시인은 「시로 여는 세상」 2002년 여름호에서 대학생 5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인에 윤동주 김소월. 한용운과 함께 이름을 올렸으며 명지대 김재윤 교수의 논문 설문조사에서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 10위, 21세기 주목해야할 시인 1위, 평소에 좋아하는 시인으로는 윤동주시인 다음으로 지목된다. 저작권 협회의 집계 기준으로 류시화 시인의 시는 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낭송되는 시로 손꼽히기도 한다.
류시화 시인의 작품은 문단과 문예지에도 외면을 당하기도 했는데 안재찬으로 활동했을 당시, 민중적이고 저항적 작품을 지향했던 당대의 문단과는 달리 신비주의적 세계관의 작품세계로 인해 문단으로부터 비판을 받았고 외계인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적극적인 현실참여를 주장하고 있는 민중주의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당시의 문단에서 현실 도피의 소지를 제공한다며 비난을 받았으며 대중의 심리에 부응하고 세속적 욕망에 맞춰 작품이 창작되었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시인 이문재씨는 류시화의 시가 그 때나 지금이나 거의 변하지 않고 초기의 시세계를 유지하고 있음에 주목하고 20여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을 지키며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이 큰 변화 못지 않은 견딤이라 평가하기도 하였다. 류시화의 시는 일상 언어들을 사용해 신비한 세계를 빚어내어, 걸림없이 마음에 걸어들어오면서 결코 쉽고 가볍게 치부할 수 없는 무게로 삶을 잡아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낯익음 속에 감추어져 있는 낯설음의 세계를 재발견하는 시세계를 한껏 선사해왔다.
그의 대표작인『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에서는 한층 깊어진 눈빛을 지닌 시세계가 곱씹히고 곱씹힌다. 류시화는 가타 명상센터, 제주도 서귀포 등에서 지내며 네팔, 티벳, 스리랑카, 인도 등을 여행하며 그가 꿈꿔왔던 자유의 본질 그리고 꺠달음에 관한 사색과 명상들이 가득한 산문집을 내기도 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실소를 자아내는 일화들 속에서, 그렇지만 그냥 흘려버리기엔 너무 무거운 이야기로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가르침을 전해준다.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비롯하여,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치유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과 하이쿠 모음집 『한 줄도 너무 길다』,『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를 집필했고, 산문집 『삶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을 썼다. 또한, 인도 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지구별 여행자』와 인디언 추장 연설문 모음집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를 썼으며,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티벳 사자의 서』, 『조화로운 삶』,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용서』, 『인생수업』 등의 명상서적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 차
예이츠 서문
타고르의 생애와 문학
추천의 말
Gitanja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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