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날카로운 통찰과 철학적 고찰이 담긴 여행에세이의 명작
책의 서문에서 디킨스는 이탈리아의 역사나 그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 책들은 많이 출간되었기 때문에 그런 언급을 피하겠다고 약속한다. 건축물들의 역사나 관련 정보들에 대한 궁금증도 다른 책을 통해 해소할 것을 권한다. 이미 많은 책에서 언급한 내용을 앵무새처럼 되뇔 필요는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대신 디킨스는 이탈리아 주변 풍경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에 끊임없이 감탄하고 과거의 영광이 사라진 쓰러져가는 건축물들과 폐허들을 보며 삶의 참된 의미를 되새긴다. 그리고 그는 옛 영광의 추한 진실을 대하듯 이탈리아 사람들의 현재 모습을 보며 자신의 삶을 성찰한다. 이탈리아 거리를 누비는 거지들과 부랑자들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고, 종교 다툼으로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을 떠올리며 안타까워하고, 어린아이들의 묘지들을 보며 쓸쓸히 고개를 돌린다. 작가의 소설들이 그렇듯 그는 참혹한 살인과 권력자들이 휘두른 무자비한 폭력에 여전히 분노하고, 여행지의 겉모습에 치중하기보다 그 이면에 깃든 고통을 어루만지는 대문호로서의 면모도 잊지 않는다.
극적인 상황 묘사와 탁월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
디킨스의 팬이라면 이미 짐작했겠지만 날카로운 통찰력과 섬세한 표현들도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오히려 소설의 그것보다 훨씬 속도감 있고 생생한 표현들로 가득하다. 아비뇽에서 만난 도깨비 노파, 끔찍한 그림 속 장면에 견줄 만한 거지들과 부랑자들의 모습, 살인을 저지른 어느 청년의 처형 장면, 귀신이나 도깨비가 나올 것 같은 수많은 여관들의 수상한 분위기와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 그리고 유령이 나올듯한 어느 저택의 풍경들은 독자들에게 그 장면을 직접 보는 듯한 생생함을 전할 것이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디킨스는 수많은 꿈을 꾸었다고 말한다. 폐허들을 보며 꿈을 꾸는 듯한 몽롱함에 빠진 자신의 상태를 그렇게 표현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는 이탈리아 곳곳을 찾을 때마다, 그리고 폐허를 대할 때마다 그 장소에서 벌어졌던 전쟁과 폭동과 당시 주민들의 일상을 그림을 그리듯 생생하게 떠올린다. 특히 ‘이탈리아의 꿈’에서는 그의 상상력이 최고조에 달한다. ‘이탈리아의 꿈’은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 관한 글이다. 당연히 베네치아를 여행하며 글을 썼어야 마땅하지만 디킨스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무슨 이유에선지 그는 이 여행에서 베네치아를 방문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전에 다른 경로를 통해 그곳을 여행했을 거라 짐작할 뿐이다. 그렇게 그는 작가로서 상상력의 영역을 확대시키며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꿈속에서 여행하는 독특한 챕터를 추가하고 있다.
작가 소개
저 : 찰스 디킨스
Charles John Huffam Dickens
영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소설가로 평가되는 디킨스는 소박한 평민이나 교양있는 사람들, 빈민이나 여왕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호소력을 가져, 생전에도 폭넓은 인기를 누렸다. 그는 하인출신인 조부, 그리고 해군 경리국에 근무하는 하급관리의 장남으로, 남부영국의 군항 포츠머스 교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존은 호인이었으나 금전관념이 희박하여 남의 빚을 갚지 못해 투옥된 일도 있었다. 그 때문에 디킨스는 소년시절부터 빈곤의 고통을 겪었으며 학교에도 거의 다니지 못하고 12세부터 공장에 나갔다. 어린 시절 한때 살았던 채텀은 '잉글랜드의 정원'이라 불리는 아늑한 도시로, 그의 어린 심성에 깊은 인상을 주었고, 훗날 채텀 시대를 거의 유일한 행복했던 시절로 회고할 정도였다.
자본주의의 발흥기였던 19세기 전반의 영국 대도시에서는, 번영의 뒤안길의 심각한 빈곤과, 어린이와 부녀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사회전반을 어둡게 했다. 이러한 사회의 모순과 부정을 직접 체험한 디킨스는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면서, 15세경에 변호사 사무소의 사환, 법원 속기사를 거친 끝에 신문기자가 되어 의회에 관한 기사를 쓰게 되었다. 그는 소년시절부터 고전을 탐독하면서 일찍부터 문학에 눈을 떴는데, 여기에 기자 생활로 인한 많은 여행은 풍부한 관찰력과 식견을 더해주었다.
1833년 어느 잡지에 단편을 투고하여 채택된 데 힘입어 계속 단편, 소품 등을 여러 잡지류에 발표하고, 1836년 이들을 모은 『보즈의 스케치』이 출판되어 24세의 신진작가로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했다. 다음해 완결한 장편소설 『피크위크 클럽의 기록』은 4명(도중부터 5명)의 인물이 여행하는 도중, 곳곳에서 우스꽝스러운 사건을 일으키는 단순한 줄거리였으나, 그의 뛰어난 유머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다음 작품인 『올리버 트위스트』도 베스트셀러가 되어 작가로서의 위치가 확립되었다.
그 뒤 영국과 미국의 각계각층 독자들의 호응에 보답하여 『니콜라스 니클비』 『골동품 상점』 『크리스마스 캐럴』 등 중/장편을 연이어 발표함으로써 명성을 떨쳤다. 이렇듯 명성이 높아진 것은 몸소 체험으로 알게 된 사회 밑바닥 생활상과 그들의 애환을 생생하게 묘사함과 동시에, 세상의 부정과 모순을 용감하게 지적하면서도 유머를 섞어 비판한 점에 있었는데, 그의 소설에 영향을 받아 아동 학대와 재판의 비능률이 개선되기도 했다.
1850년에 완결한 자전적인 작품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쓸 무렵부터 작품의 성격이 조금씩 변하여 그의 후기 특성이 두드러진다. 다음 작품 『황폐한 집』이 그 좋은 예로 이전의 작품처럼 주인공 한 사람의 성장과 체험을 중심으로 사회 각층을 폭 넓게 바라보는 이른바 파노라마적 사회소설로 다가갔다. 작품 속에서 그는 주인공의 앞을 가로막는, 개인의 힘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사회체제의 벽을 쓴웃음과 좌절감을 통해 비관적으로 바라보았다.
다소 자서전적인 『위대한 유산』 등의 작품 이외에도, 대단히 많은 단편과 수필을 썼으며, 잡지사 경영, 자선사업에의 참여, 소인연극의 상연, 자작의 공개낭독회, 각 지방의 여행 등, 참으로 쉴사이 없는 다양한 활동을 하였으며 1870년 6월 9일 유명을 달리했다.
목 차
프랑스를 지나서13
리옹, 론 강, 그리고 아비뇽의 도깨비27
아비뇽을 떠나 제노바로43
제노바와 그 주변53
파르마, 모데나, 볼로냐를 향해99
볼로냐와 페라라를 지나서115
이탈리아의 꿈125
베로나, 만토바, 밀라노를 지나 생플롱 고개를 넘어 스위스로139
피사와 시에나를 거쳐 로마로163
로마185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들249
(나폴리/폼페이와 헤르쿨라네움/파에스툼/베수비오/몬테 카시노/피렌체)
주해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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