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다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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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양승준
출판사항문학의전당, 발행일:2015/07/08
형태사항p.147p. A5판:21cm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86091432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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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양승준 시인은 치악에 산다. 그 홀로 치악에 터를 잡은 것이 아니라 어떤 ‘슬픔’과 함께 치악에 깃들어 있다. 그러나 그의 슬픔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는 슬픔의 사전적 정의를 잠시 잊어두자. 사전은 슬픔에 대해 약간의 이해도 돕지 못한다. 무릇 슬픔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많은지, 각 사람의 슬픔이, 나아가 각 경우의 슬픔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너무나 다양한 슬픔 ‘들’의 경우 역시 잠시 잊어두자. 그 많은 슬픔의 경우의 전부를 동원한다 해도 양승준 시인의 이번 슬픔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승준 시인의 경우 슬픔은 감정의 차원에서 설명할 수 없다. 그에게 이 감정이나 혹은 식물이란 생장하는 것이면서 또한 그의 몸 일부와 결부되어 있다. 비유컨대 외부적이며 내부적이고, 자발적이며 비자발적인 그의 슬픔은 일종의 기생목(寄生木)과 같다. 그 기생목의 씨앗은 시의 씨앗이기도 하며, 아버지의 씨앗이기도 하며, 기억의 씨앗이기도 하며 미래의 씨앗이기도 하다. 어느 것도 시인에게서 떨쳐질 수 없고 어느 것도 시인을 사로잡지 않은 것이 없다. 이 기생목으로 인해 양승준 시인은 여러 겹으로 깊어지고 마침내 그것은 시인을 휘감아 다음과 같은 시를 적게 한다.

행여 무덤 속이 이와 같을까/한밤중 문득 잠에서 깨어/사위를 둘러보면 세상은/어두운 만큼 고요하고/고요한 만큼 어두워/혹시 이곳이 저승 어디쯤이 아닐까/잠시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영혼과 육신이 헤어져/다시는 만날 수 없는 게 죽음이라면/육신은 얼마나 외로울까/영혼은 또 얼마나 황황할까/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죽음은/그것만으로도 안쓰럽고 눈물 나는 일,/그렇다면 내 죽음도 누군가에게는/상처가 될 수 있으리니/아, 미안하고 미안하여라/어느덧 나는/슬픔을 맞는 일이 한층 더 빈번해진 나이,/오늘밤에도 나는/이승과 저승의 어름 가까이 내려서서/나의 죽음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살펴보리라 ―「슬픔에 대하여」 전문

시인은 일어나 앉아 “사위를 둘러”본다, 혹은 “살펴보”곤 한다. 지그시-오래 ‘응시’함으로써 시인은 그 대상이 지닌 의미와 시간과 깊이를 짊어지고자 한다. 그것을 어깨 위에 들쳐 메고 마음 안으로 가지고 간다. 대상이 자기 시선의 범위 안에 머무르게 하고, 그것을 마음 안으로 옮겨가는 일은 훈련과 힘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는 힘이 센 시인이다. 강태공처럼 시간의 흐름을 견딜 줄 알고 시간의 무게를 지탱할 줄 안다.
「슬픔에 대하여」에서 시인은 묵직한 어조로 집중된 사유를 전개하고 있다. 그의 시적 피사체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기 자신의 삶과 죽음이라고 할 수 있다. 매우 묘하게도, 한밤의 시인은 자신(육체)과 자신(영혼)을 자신에게서 분리하여 응시된 자아와 응시하는 자아의 구분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육체’와 ‘영혼’이 사후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고 육신의 외로움과 영혼의 황황함을 걱정한다. 이 덤덤함이야말로 “나의 죽음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살펴보리라”는 구절처럼 양승준 시인이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게끔, 자신의 죽음을 직시하게끔 만드는 힘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맞이할 ‘죽음’을 어떻게 의연히 짊어질 것인가. 시적 대상을 마음으로 ‘잘’ 짊어지기 원하는 이 시인에게 찾아온 최근의 화두는 ‘죽음’이다.

아내의 상상 속에서 나는/과연 어떤 종류의 죽음을 맞고 있으며/또 이승의 여러 친숙한 것들과는/어떤 몰골로 작별하고 있는지/몹시 궁금하기도 하고/한편으론 두렵기도 하였다//하긴 평생을 함께 살아오던 부부가/어느 날 갑자기 영결한다는 건/가슴 찢어질 만큼이나 잔인한 일,/막막한 저승길을 홀로 떠나는 쪽이나/혼자 남아 그걸 애처로이 지켜보는 쪽이나/참담하기는 매한가지일 것 ―「아내에게」 부분

‘죽음’이라는 화두는 단지 시인이 나이를 먹었다, 늙음이라는 문제에 천착한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말 수는 없다. 양승준 시인에게 있어 ‘죽음’에 대한 언급은 세 가지의 층위로 나눠진다. 우선, 시인은 죽음에 대해 담담하고 진지하다. 이것이 인간 개인으로서 죽음을 대하는 일차적이고 개별적인 반응이다. 다음으로, 보다 거시적인 세계관의 측면을 주목할 때 이 시인은 철학적이고 성찰적인 자세, 즉 생사의 이치에 대해 객관적인 거리를 확보하여 관조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인의 근원적 내면의 측면에는 죽음이 단 한 개체의 죽음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필연성이라는 깨달음이 깔려 있다. 이 시집에서 죽음이라는 문제에 천착하되 그것을 개인으로서의 죽음, 성찰적인 죽음, 개체 초월적인 죽음으로 층위를 달리해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 중층적 이해는 시인에게 시인 자신과는 또 다른 인식의 층위가 있다는 점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복합적인 내면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면 그의 민낯을 상상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여기 있기도 하고 여기 없기도 하다. 다른 말로 하자면 여기 있는 존재는 ‘그/한 인간/현실’이기도 하고, 과거의 ‘그/아버지/문학’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 시인의 얼굴은 중층적이다. 여기 있는 자이면서 또한 없는 자이기 때문에 이 시인은 삶을 살면서 보편적으로 목전에 놓여야 할 것을 목전에 놓지 아니한다. 죽음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시적 태도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시인은 죽음이라는 사건 이후 자신의 족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고민하는 듯하다. 그만큼 흔적을 없애고 가벼워지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흔적을 없애고 가벼워졌던 적이 많아서일까. 이 시인은 지금 여기 있지만, 지금 여기가 아니라 먼 곳에서 온 사람처럼 지상의 삶과 거리를 두고 있다. 무릇 이 시인에게서 현대인의 감수성, 민감하며 불안한 떨림, 미학적이며 날카로운 섬세함이 강조되지 않고 지긋한 인내와 감내가 강조되는 것은 이 시인이 지금 여기 있으나 또한 지금 여기 없으려고 하는 태도와 상통하고 있다.

『슬픔을 다스리다』라는 시집의 제목이 말하거니와 양승준 시인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슬픔’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때의 슬픔이란 비단 슬픈 감정이나 애상과는 다르다는 점, 조금 더 묵직하고 조금 더 심층적인 존재라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양승준 시인이 감당할 슬픔은 격하게 급습하는 감정이 아니다. 이때의 슬픔은 감정의 유형을 벗어나 이미 오래전부터 내부에 있어 왔던 운명적이고 존재론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원천적 씨앗이고, 시인의 영혼 가지를 얽은 기생목이고, 명령이고, 유전인자이고, 아버지이고,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시집의 주인은 슬픔에 점령된 자가 아니라 슬픔에 감겨 동행하는 자로서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양승준 시인이 선택한 시집의 제목은 “슬픔을 ‘다스리다’”가 되는 것이다.
이 시집 제목의 방점은 어디까지나 ‘슬픔’이 아니라 ‘다스리다’에 놓여야 한다. 이 방점의 이동을 통해 비로소 우리는 ‘치악’으로서의 시인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된다. 모든 시는 혼자 쓰는 것, 시인이 홀로 시를 쓸 때 그는 비로소 사람의 옷을 벗고 치악이 된다. 치악이 되는 순간 그에게서는 시가 나온다. ‘여기―양승준―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저기―치악―슬픔’이 될 때 비로소 시인의 영혼에 내포된 존재의 의미는 목소리를 내게 된다.

비록 두 눈은 퇴화되고/온몸은 하얗게 탈색되었을지라도/그들을 지금까지 살아남게 만든 건/결국 제 숙명마저 견뎌내게 했을/무량한 슬픔 아니었을까요//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여러 유명 시멘트 회사의 거대한 공장들과/아랫도리까지 흉하게 파헤쳐진 석회석 광산들을/다시 보는 순간/문득 우리도 장님옆새우와/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요//어쩌면 우리도 오래전/시력을 잃어버렸는지 모른다는 것,/우리가 저 잿빛 양회 가루로/아파트를 짓고 도로를 내고 교각을 세우는/문명의 신묘한 마법을 펼치면서부터/우리의 눈도 덩달아/콘크리트처럼 굳어버린 건 아닐는지요/세상을 내다보는 육신의 눈이 아니라/자신을 들여다보는 마음의 눈 말이에요
―「장님옆새우」 부분

그가 장님옆새우의 존재에 반응했던 것은, 자신과 닮아 있음을 마음속으로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무량한 슬픔”이었다. 새우도 나도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무량한 슬픔이 무량한 슬픔을 알아보았다는 말과 같다. 슬픔을 다스리는 자로서 시인은 치악이 되지만 이 슬픔이라는 것은 마치 나무에 깃든 기생목과 같아서 시시때때로 시인을 급습하곤 한다. 이를 무화시킬 도량은 없다. 기생목과 치악은 어떻게 보면 한몸이기 때문이다.
기생목은 치악을 살고, 치악은 기생목을 산다. 이 말을 달리하자. 시인은 여기 있고, 또 여기 없기도 한다. 시인은 시인을 살기도 하고, 또 시인은 시인을 살지 않기도 한다. 슬픔이 ‘무량’하다고 표현했던 사연을 이로써 이해할 수 있다. 그에게 있어 슬픔이란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해소할 것도 아니고, 끌려갈 것도 아니고 끌고 갈 것도 아니다. 그는 슬픔, 그 자체에 가깝다. 그러니 이번 시집의 제목을 다시 음미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슬픔을 다스리다』는 것은 내가 나로 비롯된 나의 전체를 다독이고 그것과 함께한다는 말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슬픔을 다스리다』는 말은 시인의 영혼에 과거와 문학과 아버지와 삶과 미래를 쌓아 ‘치악’이라는 산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말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작가 소개

저 : 양승준
1956년 춘천에서 태어나 강원대학교 국어교육학과를 거쳐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2년 제5회 『시와시학』 신인상과 1998년 제1회 『열린시조』 신인상에 시와 시조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이웃은 차라리 없는 게 좋았다』 『사랑, 내 그리운 최후』 『영혼의 서역』과 연구서 『한국현대시 500선-이해와 감상』 상 · 중 · 하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고비

그날 밤
슬픔에 대하여
아내에게
전등사 수국
관음정사(觀音精舍)를 찾아서
또 이사를 하다
미당풍(未堂風)으로
풍치
설악산 바람소리
백태(白苔)
눈이 오셨다구!
불면
뚜더국
성(聖) 일요일
속(俗) 일요일
고비

제2부 경칩 부근

적소(謫所)에서
입춘
우수
경칩 부근
경칩
청명
정월 대보름
춘신
봄날 오후
하지
처서
한로
2014년 10월 17일 오후 1시 53분
입동
동지
엽서

제3부 안드로메다 당신

낮달
마분지(馬糞紙)
배호
맷돌
밀양(密陽)
바람에 대하여
칸나
장님옆새우
풍설야귀인도(風雪夜歸人圖)
낮술

안드로메다 당신
도다리쑥국 당신
한 여자
슬픔을 지우다

제4부 홀쭉한 배낭

시에 대하여
평판에 대하여
짬뽕을 주문하다
성(聖) 목요일
꽃피는 삶
그해 여름
또 그해 여름
노신(魯迅)을 읽다
첫눈
홀쭉한 배낭
그 친구
새해에는
손곡리(蓀谷里)에서
할(喝)!
묘비명
중용(中庸)을 다시 읽다

해설 치악이 된 시인과 시인이 된 치악 / 나민애(문학평론가)

작가 소개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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