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시인, 스님을 만나다. 《열흘간의 대화》는 선방의 스님과 속가의 시인이 열흘 동안 만나 세상살이의 이런저런 일곱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책이다. 여행, 사랑, 환경, 욕망, 통일, 전쟁, 문학 등 거대한 담론을 소소한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깊이 있는 대화로 이어간다.
조오현 스님은 불교적 관점에서, 신경림 시인은 시인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누므로 얼핏 서로 다른 듯하지만 결국 생각은 하나로 모아진다. 신경림 시인은 조오현 스님과 만남을 시작하면서 두 가지 약속을 했다고 고백한다.
“불교든 문학이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알아들을 수 있는 얘기를 하자, 이것이 첫 번째 약속이었다. 애초에 이 책은 불교입문서적인 성격도 띠어야 한다는 것이 스님이나 나의 생각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불교신도가 엄청나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불교에 대한 지식은 제대로 보급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불교의 양적 확대가 질적 심화에 의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추상화된 측면이 있는데, 쉽고 재미있는 불교 얘기로 불교의 질적 심화에 일조를 하자는 것이 이 만남의 목적이기도 했던 터이다. 또 하나는 남의 눈을 의식하는 발언은 피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활자화되는 것인 만큼 누군가가 읽어줄 것이다. 하지만 읽어줄 그 독자를 의식해서 마음에 없는 소리, 쓸데없는 제자랑 따위는 하지 말자는 것이 두 번째 약속이었다.”
이 두 가지 약속은 정확하게 지켜졌다. 신경림 시인의 ‘서문에 대신하여’는 책의 성격을 정확하게 규정한다. 그리고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되었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이, 내공을 갖춘 사람일수록 쉬운 말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할 줄 안다. 현학적인 이야기를 피하고 누가 읽어도 쉽게 깨달을 수 있도록 대단히 평이하게 씌어 있다는 점이 《열흘간의 대화》의 가장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담하게 오가는 얼핏 평이한 대화 속에서는 한없이 깊은 불교의 세계에서 사랑, 환경, 통일, 전쟁 등, 철학과 사유가 진하게 녹아들어 있다.
‘현대시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오현스님의 시와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신경림 시인의 대표 시가 본문 사이사이에 적절하게 녹아들어 있다는 점도 《열흘간의 대화》의 장점이다. 여행길에 눈에 띄는 휴게소가 반갑듯이, 일곱 가지 주제에 어울리는 두 ‘시인’의 격조 높은 시들이 독서 여행 도중 잔잔하게 마음을 적신다.
책을 펼쳐들면, 백담사 계곡의 물소리, 하얀 벽지가 발라진 소박한 절방에 고즈넉이 앉아 은은한 한 잔의 차와 함께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귓전에 들려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도회에서 불교 수행하기의 소박한 첫 걸음은 이런 독서가 아닐까 싶다.
책의 구성
시인 그래도 절방은 아직은 소박합니다. 천장만 덩그러니 높고 사방으로 하얀 벽지를 발라 놓은 절방에 앉아 있다 보면 그동안 속가에서 가득 채운 것을 다 비워내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살다보면 자연 욕심도 없어지고 도사가 될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스님 불교에서 무소유를 말하는 것은 소유 자체를 부정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소유에서 오는 집착을 끊으라는 것입니다. 왜 이렇게 말하는가 하면, 인간은 항상 모든 것이 영원한 것으로 착각하며 사는 데서 온갖 탐욕적 집착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돌아보면 우리는 누구나 영원히 늙지 않을 것으로, 병들지 않을 것으로, 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며 삽니다. 그렇지만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영원히 늙지 않고, 병들지 않고, 죽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존재의 실상을 바로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안다면 그렇게 살이 떨릴 만큼 무서운 집착으로 살지는 않을 것입니다. 불교에서 무소유를 말하는 것은 지나친 집착에서 오는 소유를 줄여야 편안해진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입니다. - 본문에서
▣ 작가 소개
저 : 조오현
스님이자 시인, 필명은 조오현, 법명은 무산, 법호는 만악, 자호는 설악이다. 경남 밀양에서 출생하여 1958년 속초 땅에서 낙지, 성준 선사를 만나 삭발 염의하였고, 1977년 조계종 제3교구 본사 설악산 신흥사 주지가 되었다. 1966년 문단에 나와 현대시조문학상, 가람문학상, 남명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1987 불교신문 주필을 역임했고, 현재는 신흥사 회주로 백담사에 머물며 지내고 있다.
저 : 신경림
申庚林
1935년 충청북도 충주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56년『문학예술』에 『갈대』『墓碑』등이 추천되어 시단에 나오게 되었다. 그는 우리나라 각 지방을 돌아다니며 사람 사는 이야기와 민요들을 모으는 데 관심을 기울였으며 만해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을 받았다.
70년대 한국 시단과 독서계에 신경림의 『농무』만큼 큰 충격과 감동을 던진 시집은 없다. 농민들의 삶의 애사(哀史)를 리얼하게 묘사해내면서 민중문학의 힘찬 전진을 예고한 이 시집 한 권으로 신경림은 우리 시단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만해문학상을 받은 이 책의 수상평에서 김광섭 시인은 이 시집을 ''상황시''라는 말로 단정한 바 있다. 개발독재의 서슬퍼런 시대에, 이데올로기적으로 눌리고 2, 3차 산업의 활황에 소외된 농촌의 열악한 현실 상황을 시편 하나하나마다 전형적으로 포착하여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중의 삶에 뿌리박은 빼어난 서정성과 친숙한 가락으로 진정한 리얼리즘을 구현했다고 평가받는 신경림의 시세계는 『농무』 이래 몇단계의 변모를 거쳐왔으나, 언어의 경제에 충실하면서 시와 삶의 본령을 추구해온 발걸음만은 변함없는 것이었다. 1970,80년대 군부독재에 맞선 문단의 자유실천운동 · 민주화운동에 부단히 참여하여 수다한 단체의 주요한 역할을 다하는 가운데서도 구호화된 시에는 경사되지 않았고, 90년대 현실사회주의의 몰락과 자본의 총공세가 펼쳐지는 세태 속에서도 불의와 비인간을 용납지 않는 올곧음은 한결 같았다. 민요의 가락에 심취한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중반 『새재』 『달 넘세』의 성과를 이은 장시집 『남한강』은 서사 장시의 전형을 보여주었고, 『길』에서는 기행시의 한 경지를 드러냈다.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뿔』 등의 시집에서 인간의 내면과 죽음 같은 주제를 깊이있게 다루면서 시세계를 확장한다.
평론가 염무웅은 신경림의 시가 일찍이 “민중성의 시적 구현”을 성취했으며, 초기 시의 이러한 성취가 실은 “1930년대말 일제 군국주의의 발악에서부터 해방과 분단, 한국전쟁과 반공독재에 이르는 기간의 혹독한 민족사적 시련에 의해 파괴된 시적 전통의 복구”임을 지적하여 한국 현대시사에서 신경림 시문학의 의의를 조명한다. 평론가 이병훈은 신경림 시의 ‘자연스러움의 미학’은 진정한 예술가의 ‘살아 있는 형식’의 표현이며 최고의 재능이라는 찬사와 더불어, 후기 시에 두드러진 ‘내면으로 향한 여행’이 단순히 “내면세계로의 회귀가 아니라 세상의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을 자기 안으로 가지고 들어와 세상을 좀더 깊고 근본적으로 사색하려는 혼신의 힘”이었음을 강조한다.
『바람의 풍경』은 자전 에세이집으로서 유년기, 문학소년시절, 가난과 방황으로 이어졌던 청장년기를 거쳐 현재에 이른 시인의 지난 이야기들을 스스로가 자신을 들여다 보기 위해 잊었던 일들, 잊었던 얼굴들을 생각해 내어 적어내려간 것이다. 『한밤중에 눈을 뜨면』은 진실한 민중시인 신경림의 풍부한 인간미와 문화·사회 전반에 걸친 날카로운 안목을 느낄 수 있는 산문집이며, 『남한강』은 저자 최초의 대서사시이다. 절절한 노랫가락이면서 이야기인 신경림의 긴 시를 읽는 재미는 남다르다. 지금은 충주댐 건설로 없어진 고향, 시인의 노래는 옛 엿장수 가락처럼 애잔해지다가도 꽹과리 소리처럼, 징소리처럼 거세져 닫힌 역사를 꽝꽝 울린다.『길』이라는 시집에는 오랜 민요기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찾은 마을, 그리고 바라보고 지나친 바다와 산을 툭 터놓은 마음으로 노래하는 신경림의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시인은 스스로 낮고 외로운 인간과 사물과 함께 서고, 나아가서 그것들 속의 하나가 되는데 서시의 참길이 열린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들을 위한 책으로『겨레의 큰사람 김구』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우리나라 정부가 서면 그 마당을 쓸고 그 유리창을 닦고 죽고 싶다.’고 말한 간절한 바람과 나라의 자주적인 통일과 독립을 위하여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김구 선생의 삶을 어린이들에게 들려준다. 이외에 저서로는 『달 넘세』『쓰러진 자의 꿈』『우리겨레의 옛날 이야기 시리즈』『불은 언제나 되살아난다』『나의 문학 이야기』』『여우구슬을 물고 도망치는 아이들』『『민요기행 1·2』『우리 시의 이해』등이 있으며 엮은 책으로는『한국 전래 동요집 1·2』『한국 현대 시선 1·2』등이 있다.
산문집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는 일제강점 말기와 해방의 공간, 초등학생 허풍선이 땅꼬마 신경림의 좌충우돌 자화상을 비롯해서, 6, 70년대 너나없이 어렵던 시절 이 땅의 글쟁이들의 기행과 헤프닝, 애환, 시국이 만들어 낸 안타까운 사건들의 뒷이야기 등 앞 세대들이 빚어낸 현대 문학사의 향수를 그득하게 담고 있다. 또�, 여러 작가들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시집인 『당신이 많이 그리울 겁니다』를 펴냈고, 최근 『이 땅 이 시간 행복하다면 당신은 바보 아니면 도둑』 『육주 홍기삼과 나』 등의 작품에도 필진으로 참여했다.
▣ 주요 목차
서문에 대신하여
여행, 길에서 돌아본 인생의 뒷모습
사랑, 그 행복과 고통의 이중주
환경, 보존이냐 개발이냐
욕망, 만질수록 커지는 괴물
통일, 정말 우리의 소원인가
전쟁, 어떤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
문학, 목매달아도 좋을 나무
시인, 스님을 만나다. 《열흘간의 대화》는 선방의 스님과 속가의 시인이 열흘 동안 만나 세상살이의 이런저런 일곱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책이다. 여행, 사랑, 환경, 욕망, 통일, 전쟁, 문학 등 거대한 담론을 소소한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깊이 있는 대화로 이어간다.
조오현 스님은 불교적 관점에서, 신경림 시인은 시인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누므로 얼핏 서로 다른 듯하지만 결국 생각은 하나로 모아진다. 신경림 시인은 조오현 스님과 만남을 시작하면서 두 가지 약속을 했다고 고백한다.
“불교든 문학이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알아들을 수 있는 얘기를 하자, 이것이 첫 번째 약속이었다. 애초에 이 책은 불교입문서적인 성격도 띠어야 한다는 것이 스님이나 나의 생각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불교신도가 엄청나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불교에 대한 지식은 제대로 보급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불교의 양적 확대가 질적 심화에 의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추상화된 측면이 있는데, 쉽고 재미있는 불교 얘기로 불교의 질적 심화에 일조를 하자는 것이 이 만남의 목적이기도 했던 터이다. 또 하나는 남의 눈을 의식하는 발언은 피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활자화되는 것인 만큼 누군가가 읽어줄 것이다. 하지만 읽어줄 그 독자를 의식해서 마음에 없는 소리, 쓸데없는 제자랑 따위는 하지 말자는 것이 두 번째 약속이었다.”
이 두 가지 약속은 정확하게 지켜졌다. 신경림 시인의 ‘서문에 대신하여’는 책의 성격을 정확하게 규정한다. 그리고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되었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이, 내공을 갖춘 사람일수록 쉬운 말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할 줄 안다. 현학적인 이야기를 피하고 누가 읽어도 쉽게 깨달을 수 있도록 대단히 평이하게 씌어 있다는 점이 《열흘간의 대화》의 가장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담하게 오가는 얼핏 평이한 대화 속에서는 한없이 깊은 불교의 세계에서 사랑, 환경, 통일, 전쟁 등, 철학과 사유가 진하게 녹아들어 있다.
‘현대시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오현스님의 시와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신경림 시인의 대표 시가 본문 사이사이에 적절하게 녹아들어 있다는 점도 《열흘간의 대화》의 장점이다. 여행길에 눈에 띄는 휴게소가 반갑듯이, 일곱 가지 주제에 어울리는 두 ‘시인’의 격조 높은 시들이 독서 여행 도중 잔잔하게 마음을 적신다.
책을 펼쳐들면, 백담사 계곡의 물소리, 하얀 벽지가 발라진 소박한 절방에 고즈넉이 앉아 은은한 한 잔의 차와 함께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귓전에 들려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도회에서 불교 수행하기의 소박한 첫 걸음은 이런 독서가 아닐까 싶다.
책의 구성
시인 그래도 절방은 아직은 소박합니다. 천장만 덩그러니 높고 사방으로 하얀 벽지를 발라 놓은 절방에 앉아 있다 보면 그동안 속가에서 가득 채운 것을 다 비워내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살다보면 자연 욕심도 없어지고 도사가 될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스님 불교에서 무소유를 말하는 것은 소유 자체를 부정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소유에서 오는 집착을 끊으라는 것입니다. 왜 이렇게 말하는가 하면, 인간은 항상 모든 것이 영원한 것으로 착각하며 사는 데서 온갖 탐욕적 집착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돌아보면 우리는 누구나 영원히 늙지 않을 것으로, 병들지 않을 것으로, 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며 삽니다. 그렇지만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영원히 늙지 않고, 병들지 않고, 죽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존재의 실상을 바로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안다면 그렇게 살이 떨릴 만큼 무서운 집착으로 살지는 않을 것입니다. 불교에서 무소유를 말하는 것은 지나친 집착에서 오는 소유를 줄여야 편안해진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입니다. - 본문에서
▣ 작가 소개
저 : 조오현
스님이자 시인, 필명은 조오현, 법명은 무산, 법호는 만악, 자호는 설악이다. 경남 밀양에서 출생하여 1958년 속초 땅에서 낙지, 성준 선사를 만나 삭발 염의하였고, 1977년 조계종 제3교구 본사 설악산 신흥사 주지가 되었다. 1966년 문단에 나와 현대시조문학상, 가람문학상, 남명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1987 불교신문 주필을 역임했고, 현재는 신흥사 회주로 백담사에 머물며 지내고 있다.
저 : 신경림
申庚林
1935년 충청북도 충주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56년『문학예술』에 『갈대』『墓碑』등이 추천되어 시단에 나오게 되었다. 그는 우리나라 각 지방을 돌아다니며 사람 사는 이야기와 민요들을 모으는 데 관심을 기울였으며 만해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을 받았다.
70년대 한국 시단과 독서계에 신경림의 『농무』만큼 큰 충격과 감동을 던진 시집은 없다. 농민들의 삶의 애사(哀史)를 리얼하게 묘사해내면서 민중문학의 힘찬 전진을 예고한 이 시집 한 권으로 신경림은 우리 시단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만해문학상을 받은 이 책의 수상평에서 김광섭 시인은 이 시집을 ''상황시''라는 말로 단정한 바 있다. 개발독재의 서슬퍼런 시대에, 이데올로기적으로 눌리고 2, 3차 산업의 활황에 소외된 농촌의 열악한 현실 상황을 시편 하나하나마다 전형적으로 포착하여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중의 삶에 뿌리박은 빼어난 서정성과 친숙한 가락으로 진정한 리얼리즘을 구현했다고 평가받는 신경림의 시세계는 『농무』 이래 몇단계의 변모를 거쳐왔으나, 언어의 경제에 충실하면서 시와 삶의 본령을 추구해온 발걸음만은 변함없는 것이었다. 1970,80년대 군부독재에 맞선 문단의 자유실천운동 · 민주화운동에 부단히 참여하여 수다한 단체의 주요한 역할을 다하는 가운데서도 구호화된 시에는 경사되지 않았고, 90년대 현실사회주의의 몰락과 자본의 총공세가 펼쳐지는 세태 속에서도 불의와 비인간을 용납지 않는 올곧음은 한결 같았다. 민요의 가락에 심취한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중반 『새재』 『달 넘세』의 성과를 이은 장시집 『남한강』은 서사 장시의 전형을 보여주었고, 『길』에서는 기행시의 한 경지를 드러냈다.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뿔』 등의 시집에서 인간의 내면과 죽음 같은 주제를 깊이있게 다루면서 시세계를 확장한다.
평론가 염무웅은 신경림의 시가 일찍이 “민중성의 시적 구현”을 성취했으며, 초기 시의 이러한 성취가 실은 “1930년대말 일제 군국주의의 발악에서부터 해방과 분단, 한국전쟁과 반공독재에 이르는 기간의 혹독한 민족사적 시련에 의해 파괴된 시적 전통의 복구”임을 지적하여 한국 현대시사에서 신경림 시문학의 의의를 조명한다. 평론가 이병훈은 신경림 시의 ‘자연스러움의 미학’은 진정한 예술가의 ‘살아 있는 형식’의 표현이며 최고의 재능이라는 찬사와 더불어, 후기 시에 두드러진 ‘내면으로 향한 여행’이 단순히 “내면세계로의 회귀가 아니라 세상의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을 자기 안으로 가지고 들어와 세상을 좀더 깊고 근본적으로 사색하려는 혼신의 힘”이었음을 강조한다.
『바람의 풍경』은 자전 에세이집으로서 유년기, 문학소년시절, 가난과 방황으로 이어졌던 청장년기를 거쳐 현재에 이른 시인의 지난 이야기들을 스스로가 자신을 들여다 보기 위해 잊었던 일들, 잊었던 얼굴들을 생각해 내어 적어내려간 것이다. 『한밤중에 눈을 뜨면』은 진실한 민중시인 신경림의 풍부한 인간미와 문화·사회 전반에 걸친 날카로운 안목을 느낄 수 있는 산문집이며, 『남한강』은 저자 최초의 대서사시이다. 절절한 노랫가락이면서 이야기인 신경림의 긴 시를 읽는 재미는 남다르다. 지금은 충주댐 건설로 없어진 고향, 시인의 노래는 옛 엿장수 가락처럼 애잔해지다가도 꽹과리 소리처럼, 징소리처럼 거세져 닫힌 역사를 꽝꽝 울린다.『길』이라는 시집에는 오랜 민요기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찾은 마을, 그리고 바라보고 지나친 바다와 산을 툭 터놓은 마음으로 노래하는 신경림의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시인은 스스로 낮고 외로운 인간과 사물과 함께 서고, 나아가서 그것들 속의 하나가 되는데 서시의 참길이 열린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들을 위한 책으로『겨레의 큰사람 김구』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우리나라 정부가 서면 그 마당을 쓸고 그 유리창을 닦고 죽고 싶다.’고 말한 간절한 바람과 나라의 자주적인 통일과 독립을 위하여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김구 선생의 삶을 어린이들에게 들려준다. 이외에 저서로는 『달 넘세』『쓰러진 자의 꿈』『우리겨레의 옛날 이야기 시리즈』『불은 언제나 되살아난다』『나의 문학 이야기』』『여우구슬을 물고 도망치는 아이들』『『민요기행 1·2』『우리 시의 이해』등이 있으며 엮은 책으로는『한국 전래 동요집 1·2』『한국 현대 시선 1·2』등이 있다.
산문집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는 일제강점 말기와 해방의 공간, 초등학생 허풍선이 땅꼬마 신경림의 좌충우돌 자화상을 비롯해서, 6, 70년대 너나없이 어렵던 시절 이 땅의 글쟁이들의 기행과 헤프닝, 애환, 시국이 만들어 낸 안타까운 사건들의 뒷이야기 등 앞 세대들이 빚어낸 현대 문학사의 향수를 그득하게 담고 있다. 또�, 여러 작가들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시집인 『당신이 많이 그리울 겁니다』를 펴냈고, 최근 『이 땅 이 시간 행복하다면 당신은 바보 아니면 도둑』 『육주 홍기삼과 나』 등의 작품에도 필진으로 참여했다.
▣ 주요 목차
서문에 대신하여
여행, 길에서 돌아본 인생의 뒷모습
사랑, 그 행복과 고통의 이중주
환경, 보존이냐 개발이냐
욕망, 만질수록 커지는 괴물
통일, 정말 우리의 소원인가
전쟁, 어떤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
문학, 목매달아도 좋을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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