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개

고객평점
저자이우림
출판사항문학과경계, 발행일:2016/07/19
형태사항p.121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95832200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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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1960년대 말, 영화배우 같은 아버지를 따라 전라북도 김제에서 경기도 ‘고양’으로 이사와 40년 넘게 ‘고양’을 ‘고향’으로 삼아 살고 있는 이우림 시인의 마음속엔 항상 원죄처럼 온갖 어리고 불쌍하고 덜 자란 것들이 처연하게 모여 살고 있다.
그것은 이 시집의 표제시인 「허름한 개」에서 보여 지는 것처럼 아버지에 대한 연민이자 4살 때 홍역을 잘못 앓아 지적·지체장애가가 된 막내여동생 미현(9남매 중 9번째)이에 대한 속죄의식 때문이기도 하다.

버스를 타고 가다 느릿느릿 걸어가는
개 한 마리 만난다
등뼈는 도드라지고 배통은 헐렁하다
앞다리에 끌려가는 뒷다리는 더욱 무겁다
잎사귀 하나 흔들리지 않는 가로수에
몸을 기댄다
스며든다

환도뼈 같은,
고관절 같은,
구멍 난 교회지붕을 손보다
바닥으로 떨어져 앉은뱅이가 된 아버지
진순이도
사다리에 깔려 엉덩이뼈가 주저앉고
앉은뱅이가 되었다
그날 이후,
사다리도 짐자전거도 앉은뱅이가 되어 뒤꼍으로 들어갔고
대문간 변소엔
아버지가
앉은뱅이가 되어서 만든 앉은뱅이 나무의자 변기가 놓여졌다

짐자전거에 녹이 슬고
진순이도 향나무 곁으로 돌아가고
앉은뱅이 아버지도
앉은뱅이 나무의자 변기와 함께 연기가 되었다

허름한 개 한 마리
늙은 가로수길로 스며들고 있다
_「허름한 개」 전문

이우림 시인의 낮고 가난하고 여린 것들에 대한 연민과 속죄의식은 어머니의 모습에도 깊이 배어있다.

쪽대문 귀퉁이에 울 엄마 피었네
어혈엔 똥술이 좋다고
내 동생 똥 눌 때마다
약이라고 좋아하셨다
삼베조각보에 주먹밥처럼 싸서
할머니의 어머니도 쓰셨다는 백항아리에 넣고
술을 담갔지(그리곤, 익기를 기다렸지)
말할 때마다 방귀처럼 새 나오던 신음
나도 동생도 매미처럼 따라하던 소꿉놀이가
그땐 소름인 줄 몰랐지
유치원생이 되면서 동생은
더 이상 엄마에게 약을 주지 않았고
똥술 항아리가 묻힌 담벼락 밑엔
노오란 애기똥풀만 헤살거렸지

엄마무덤가 애기똥풀꽃, 황금똥꽃으로 손짓하네
꺾인 모가지마다
노란 젖물 뚝뚝 베어나네
말라버린 엄마 젖망울이 피어나네
가마솥에 양재기 넣어
끓는 밥물 받아먹였다며,

쪽대문 귀퉁이에서 배시시
노란 내가 웃고 있네
_「애기똥풀」 전문

이처럼 쪽대문 귀퉁이에서 노랗게 피어 배시시 웃는 애기똥풀에서 이우림 시인은 평생 자신들을 위해 똥술을 마시면서까지 헌신하고 살다 가신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고 그 어머니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그렇게 살 것을 다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다짐을 자신의 이웃과 사회, 우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요양병원 유리벽에 갇힌 현이가
개나리색 원복을 입고 목각인형 부러진 목처럼 흔들거린다
바람 같은 언니의 약속을 맥없이 쳐다본다
“집에 가고 싶어”
“엄마 산소 가고 싶어”
지난겨울 또 지난겨울 현이는 공책에 개나리만 심었다
“알았어. 개나리꽃 피면 가자”
그렇게 몽당연필들은 현이 손에서 개나리꽃으로 피었고
그 개나리꽃을 따라 현이 마음도 개나리꽃으로 피어
요양병원 담장을 기웃거렸다
연필깎이도
5~6학년 무제 노트도
귀퉁이 지워진 지우개도
표지가 닳아버린 신데렐라 동화책도
담장에 걸터앉아 개나리바람에 딩동댕동 발을 까분다
“현아, 발 까불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지”
“응, 엄마”
유리벽에 대고 웃는 현이가 엄마를 만난다
점 점
엄마 만나는 순간이 길어진다
담장 아래 개나리가 꽃무덤을 만들도록
현이를 담장 밖으로 데려나오지 못한다

“엄마, 같이 가”

_「현이」 전문

푸성귀발전소에 가면
먼저 간 것들의 안부를 알 수 있다
감자꽃으로 말하는 것은 은주다
한삼자락 소지올리는 은주의 살풀이가
바람을 다스리고
엇박자로 두들기는 젊은 엄니 장고장단에
쑥대머리 아버지 구성진 가락이 깻고랑을 파고든다
푸성귀발전소에 가면
염소마냥 상추 한 소쿠리 다 먹던 현이가
요양병원 뛰쳐나와 상추 진으로 투석을 하고
다운증후군 은평천사원 조영이도
파랑새 되어 동부노굿 찾는다
푸성귀발전소에 가면
홀몸으로 나올 수 없다
검푸른 고추가 치맛자락을 들치고 희롱을 한다
아이를 갖고 싶다고
겉치마에 한 주먹 되는 오이고추 따 안는다

나, 애 가졌다
_「애 가졌다」 전문

이처럼 이우림 시인이 지적장애아와 지체장애아들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고 섬기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앞서 말했듯이 4살 때 홍역을 잘 못 앓아 지적·지체장애가 된 막내여동생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연민 때문이기도 하지만, 힘들고 불쌍하고 여리고 부족하고 못나고 소외받는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녀의 천성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9남매(4남5녀 중) 한 가운데(위로 오빠 둘, 언니 둘, 아래로 남동생 둘, 여동생 둘)로 태어나다보니 어려서부터 자연히 그런 심성이 길러졌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마음이 커서도 자연스럽게 발로돼 불쌍하고 가녀리고 낮고 부족한 것들을 위해 헌신과 섬김과 봉사와 연민의 삶을 살며 낮고 작은 목소리로 세상을 향해 위로와 위안과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곡선들의 축제라고 명명한다. 그녀의 시의 자궁에 살고 있는 배 가른 생선, 마른장대, 먹장구름, 수의, 젖병, 중절모, 혀, 탁자, 똥물, 두통, 비단초, 라면냄비, 타이어, 조개껍데기, 말미잘, 지하철도서관, 다락방 고양이, 감꽃, 샛서방, 알밤, 현이, 샛길, 마장저수지, 애기똥풀, 늙은 소나무, 삭정이, 연근, 외갓집, 팥낭화, 버려진 항아리, 빨래, 귀퉁이가 달아난 블록 등 굽고 찌그러지고 부서지고 떨어져나가고 가난하고 하찮고 슬프고 낮고 부족하고 모자라고 덜 자란 것들, 그래서 곡선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것들이 모두 그것이다.
이 시집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오늘도 누군가의 따스한 손길과 사랑과 쓰다듬을 기다리고 있을 지적·지체장애아와 그들을 위해 말없이 봉사와 헌신과 섬김을 주업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안과 사랑과 평화를 가져다주는 작은 휴식처가 되기를 바란다.

▣ 작가 소개

저자 : 이우림
전라북도 김제에서 4·19세대로 태어났다. 1995년 『시와시인』 신인문학상에 「봄바람」 외 4 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여섯 살 때 영화배우 같은 아버지를 따라 경기도 고양 으로 이사 와서 40년 세월이 넘게 ‘고양’을 ‘고향’ 삼아 지금껏 ‘고양’사람으로 살고 있다. 시 집으로 『봉숭아꽃과 아주까리』 『상형문자로 걷다』가 있으며, 현재 고양문인협회 회장 일을 기꺼이 수행하고 있다.

▣ 주요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참 붉은 봄날
지하철도서관
잠에서 깨다
비단초
거울은 나를 읽는다
밤고양이
떠난 바다에서
돌아보면
다락방 고양이
지뉴(紙杻)
삼송(三松)의 소나무는 떠났다
감꽃
자유로휴게소에서
통일로에서

제2부_
하루의 여자
개와 동거하다
그 봄밤
사랑앓이
가시가 있다
만선
타는 눈
발찌를 선물하다
샛서방
기도
봄바람
개심사(開心寺)
문장으로 지은 집
네 발을 믿어

제3부_
알밤을 줍다가
손 위의 손
묻어두기로 한다
초등학교 1학년 박현자
애 가졌다
현이

그녀와 벚나무
샛길
오봉산 석굴암
어떤 그림
시(詩)내림
마장저수지

제4부_
허름한 개
눈이 온다
프리지어보다 내가
애기똥풀
연근과 외갓집
시의 눈
팥낭화
버려진 항아리
빨래 개는 일이
껍데기
약 오른 고추가 단 것은
블록

발문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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