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제167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 소설가 장류진 추천 ◇
회사에서 일로 만난 사이에 꼭 같이 밥을 먹어야 하나요?
밥이라도 맛있게 먹고 싶은 낡고 지친 직장인 대공감 소설!
실제 직장생활을 하며 소설가로 데뷔한 다카세 준코
현대인의 일상과 사회생활의 표리를 예리하게 포착하는 작가
다카세 준코는 실제로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2019년 소설가로 데뷔한 후, 5편의 장편소설을 비롯해 단편과 산문 등을 꾸준히 기고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일본의 젊은 작가다. 『개의 모양을 한 것』으로 제43회 스바루문학상을 수상하고, 이후 연달아 아쿠타가와상 후보 및 수상자로 호명되어 주목을 받았으며, 국내에는 제167회 아쿠타가와 수상작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로 처음 소개된다.
다카세 준코의 작품에는 직장이나 가정, 친구관계, 일상적 에피소드처럼 주로 보편적인 재료들이 쓰이지만 그 맛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매일 같은 일상이나 자주 겪어봄 직한 사건들 아래에 웅크린 진실 혹은 모순, 그 위를 소리 없이 흐르는 인물의 관계성을 포착해 담백하게 담아내는데, 그 오묘한 한 그릇을 마주한 이는 익숙한 감칠맛 뒤에 날카롭게 톡 쏘는 끝맛을 경험하게 된다. 매일 집에서 한 발짝만 내디뎌도 답답하고 짜증이 나는데, 왜 짜증이 나는지, 무엇이 왜 싫은 건지 생각해보는 걸 좋아한다는 다카세 준코. 그 감각을 놓치지 않고 꾸준히 현대인의 이야기를 글로 쓰겠다는 그의 작품세계를 대표작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에서 만나볼 수 있다.
“끼니를 잘 챙겨야 해” vs. “먹는 일에 수고를 들이고 싶지 않아”
매일 먹는 일, 그리고 살아가는 일을 대하는 세 인물의 오묘한 온도차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은 평범한 한 회사의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직장소설이다. 매일 가야 하는 회사와 매일 먹어야 하는 밥, 그리고 나아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서로 다른 세 인물 사이의 오묘한 관계와 온도차가 깃든 일상적 순간들을 예리하고 서늘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니타니(남, 입사 7년 차)
그럭저럭 일도 잘하고 인간관계도 무난하지만 유독 먹는 것에 열의가 없다. 요리는 고사하고 하루 세 번 끼니를 챙기는 일 자체가 고역이다. 유일하게 즐기는 건 컵라면과 맥주. “배를 채우기에는 그저 컵라면이면 된다. 다만, 계속 이것만 먹으면 몸에 안 좋다고들 하니 문제인 거다. 하루 세 끼 컵라면만 먹고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식이 조건이 갖춰지면 좋을 텐데. 하루 한 알로 필요한 모든 영양과 열량을 섭취할 수 있는 알약이 생기는 것도 좋겠다.”
아시카와(여, 입사 6년 차)
상냥하고 꼼꼼한 성격이다. 다만 업무에는 소극적이고 회피적인 성향을 보인다. 퇴근 후 집에서 직접 만든 디저트를 가져와서 사무실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일과다. “잘 챙기면서 사는 걸 좋아하는 거 같긴 해요. 먹고 자는 것처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것들은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오시오(여, 입사 5년 차)
독립심과 책임감이 강하고 회사생활에 나름의 야심이 있다. 일을 못하는 사수 아시카와를 사방에서 챙겨주는 사무실 분위기가 불만이다. 가끔 니타니와 단둘이 저녁을 먹는다. “신년회에서 먹은 전골은 맛없더라고요. 전골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그냥 회사 사람들이랑 같이 먹는 음식은 대체로 맛없게 느껴져요. 오리고기 좋아하는데도 이상하게 너무 싫어서. 다시 먹고 싶었어요.”
세 인물의 식성 차이는 곧 삶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로 연결된다. 음식을 오로지 연명의 수단으로 여기는 니타니는 친구나 연인 관계에서도 일종의 편의나 목적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모두에게 상냥하며 먹는 일에 공을 들이는 아시카와는 이를 이용해 자신의 회피적 성향을 감추려 한다. 오시오의 식성은 이 두 인물의 중간에 위치하는 듯한데, 사회적 가면과 진짜 본심을 사용하는 데 조금 서툴지만 자신의 마음과 욕망에 집중하려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인물들이 회사라는 곳에서 그럭저럭 공존하는 듯 보이던 어느 날, 결국 기묘하게 섞여들 수밖에 없는 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저랑 같이 그 선배한테 못된 짓 하지 않을래요?”
히어로와 빌런이 한데 부대끼는 회사라는 무대 위 복잡미묘한 관계들
꼰대, 내로남불, 무책임, 무능력한 사람을 회사에서 빌런이라 부른다면, 그 반대는 히어로라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매일 일터에 나가 빌런과 히어로 사이의 스펙트럼 위에서 실로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한다. “밥은 다 같이 먹어야 제 맛이지”라며 팀원들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점심 참여를 강요하는 팀장, 일은 잘하지만 툭하면 남의 뒷담화를 하는 동료, 무능력하고 자꾸 일을 떠넘기는 상사, 일도 인간관계도 그럭저럭 무난한 사람들……
“그런 식으로 일하는 게 짜증난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부러운 걸까요? 부러운 거랑은 좀 다른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되고 싶진 않거든요. 짜증은 나는데, 싫은 거랑은 좀 다르고.”
“좀전에 아시카와 씨 별로라고 하지 않았어?”
“직장 동료가 아니었다면 안 싫어했을걸요? 아시카와 선배, 그냥 보면 좋은 사람이잖아요. 제가 그런 타입이랑 개인적으로 친해진 적은 없으니, 직장에서 안 만났으면 어울릴 일도 없었겠지만요.”
“그럼, 직장 동료가 아니면 만날 일이 없다는 소리잖아.”
“그렇네요. 싫어하게 될 운명인 걸까요?” (본문 18p)
작중 아시카와는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자주 조퇴를 하고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지 못해 동료들에게 부담을 안기지만, 그럴 때마다 밤새 손수 만들었다는 디저트를 가져와 이를 만회하고자 한다. 쿠키, 레몬마들렌, 트러플초콜릿, 사과머핀, 요거트치즈케이크, 라즈베리젤리, 도넛…… 갈수록 잦은 조퇴와 다양해지는 디저트들. 오시오는 몸이 아프다고 조퇴한 사람이 어떻게 밤새 디저트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유독 아시카와에게 너그러운 사무실 분위기를 납득하기 어렵다. 니타니는 호의라는 이유로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억지로 먹으며 매번 감사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오시오가 니타니에게 제안한다. “저랑 같이 아시카와 선배한테 못된 짓 하지 않을래요?” 피로가 몰려오는 사무실 오후 세시의 수제 디저트 시간, 이 두 사람의 은밀한 동조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작가 소개
지은이 : 다카세 준코
1988년 일본 에히메현 출생. 리쓰메이칸대학교 문학부 졸업 후 2019년 『개의 모양을 한 것』으로 제43회 스바루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2021년 『물웅덩이에서 숨을 쉬다』로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으며, 2022년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로 제167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현대인의 일상과 사회생활의 표리를 예리하고도 서늘하게 포착해내는 작가로서, 실제로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소설을 쓰고 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단과 독자의 주목을 받고 문학상에 호명되면서, 일상의 묘한 어긋남을 절묘하게 그려내는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옮긴이 : 허하나
경희대학교 일본어학과를 졸업하고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 『네, 수영 못합니다』 『교도관의 눈』 『할머니와 나의 3천 엔』 『무리』 『달빛 수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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