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어느 한 가족사의 비극을 통해
인간의 내면세계에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소설!
『블라인드』작품을 통해 작가는 문학의 효용성과 블라인드에 가려진 듯 당최 선악을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의 내면세계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비극 속의 불우한 인생을 다룬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맥을 같이하면서도 이번 장편은 특히 추리적 기법을 활용해 흥미와 궁금증을 배가한다는 점이 단연 돋보인다. 작중 화자인 ‘나’의 친동생이 당한 의문사를 결말 아닌 서두 부분에 앞당겨 제시한 다음 끔찍한 죽음을 둘러싼 의혹의 중층구조를 낱낱이 파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독자들 스스로 대답을 찾도록 유도하는 그 기법 말이다.
- 윤흥길(소설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블라인드’라는 제목을 쓴 건 말할 나위도 없이 우리 자신의 맹목(盲目), 곧 눈이 먼 상태를 지적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무엇에, 무슨 일 때문에 눈이 가려진 채로 살았다는 얘기일까?
우리가 세상에 대해 얼마나 무지몽매했는지를, 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삶의 어지러운 조건들이 얼마나 심히 현재진행형으로 들끓고 있는지를 비극적인 어느 한 가족사를 통해 일깨워주는 소설이다.
이러한 각성을 전해주기 위해 작가가 도입한 추리 기법의 스토리텔링은 다가갈수록 빠져들수록 아프면서도 현란하다.
- 이병천(소설가, (사)혼불문학상 이사장)
장마리 작가는 전북 부안 출생으로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9년 [문학사상]에 단편소설 「불어라 봄바람」으로 등단했으며, 2011년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셋 블루스」가 선정되었다. 2013년 문예진흥기금을 수혜했다.
창작집으로 『선셋 블루스』와 『두 번 결혼할 법』(공저)『마지막 식사』(공저)가 있다.
제7회 [불꽃문학상]을 수상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문학은 인간이 발명한 것 중에서 불행에 대처하는
가장 훌륭한 수단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문학의 치유성에 대한 말일 것이다.
‘치유’나 ‘치료’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의료적인 관점에서 보는 견해이고,
본질적으로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
그 질문으로 쓰인 작품이다.
- 작가의 기획 의도
바이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경은은 [대학생 커플 살인]을 알게 된다.
“이게 뭐야? 칼로 눈을 도려내고 심장을 찌르다? 허이, 지금 한국은 이 사건이 실시간 검색 일위구나.”
우리와 나란히 앉아 있던 창가 쪽 선생도 덧붙였다.
“같은 반 학생으로 동거했던 여대생이 남자 친구를 살해하다. 이유는 사랑했기 때문에…… 이게, 그 이야기인가?”
나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오랜만에 꿀잠을 잤다.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고 음악선생이 나를 깨웠다. 그와 함께 게이트를 빠져나오는데 낯선 남자가 다가왔다.
“이경은 씨가 맞습니까?”
나는 주춤했고 음악선생이 나 대신 누구세요? 라고 물었다. 형사라고 대답한 낯선 남자는 내게 다시 물었다.
“이경민이 동생 맞죠?”(본문 25∼26쪽)
[대학생 커플 살인]의 피해자는 경은의 동생 경민이었고, 가해자는 경민의 여자 친구 미나였다. 불행의 씨앗은 울포로 휴가를 떠난 부모님이 해수욕장 모퉁이에서 추락사하고 어린 동생(경민, 일곱 살)만 살아 돌아올 때 이미 시작되었다. 경민은 실어증과 대인기피증은 물론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퇴행까지 보인다. 남매는 고아가 되어 작은집으로 가지만 그곳에서 오래 살지 못하고 할아버지와 인연이 있는 청운사로 옮겨가 생활을 한다. 할아버지는 청운사 주지 스님과 한때 도반이었다. 환속한 할아버지는 건설 회사를 키워 일군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청운사에 기부를 한다. 주지 스님은 청운재단을 설립한다.
경은과 경민은 청운사에서 지내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지만 근원적인 상처, 즉 경민의 실어증은 치유되지 않는다.
경은은 스님의 권유로 동남대학교 사범대 국어교육학과에 입학하여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다. 그 진입은 순탄치 않다. 학교에도 다니지 못하는 경민 때문이다. 경민은 여전히 말을 못하고 칼만 보면 온몸이 굳어버리며 호흡곤란을 겪는다. 그럼에도 경은은 같은 과 명우를 사귀게 되어 대학생활은 즐겁다. 다행히 경민이 명우를 친형처럼 따른다. 경은은 경민을 치료받게 하고 싶어 동남순댓국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검사비용으로 뼈 빠지게 번 백오십만 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의료보험이 적응되는 항목은 한 가지도 없었다. 이상이 없다니 안심이라고 생각해도 화가 났다. 경민이 말을 다시하게 하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나는 단지 경민이 일반적인 아이처럼만 되었으면 싶었다. 그 이상은 바라지도 않았다. 부모님의 사고? 이제 지난 일이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경민이라는 짐을 내게서 내려놓고 싶었다.(본문 179쪽)
발버둥 쳐도 전혀 달라지지 않는 현실 때문에 경은은 고통스럽다. 그리고 부모의 죽음이 과연 진실일까 하는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휴가에 동행했던 아빠의 친구(정병석)와 작은아빠의 행동들을 하나씩 반추해 본다. 부모의 기일을 앞두고 삼 년 만에 울포를 찾아간다.
연암에 사는 정 씨(44살)는 일 년 전 자동차 추락사로 사망한 친구부부를 애도하기 위해 울포를 찾았다가 안타깝게 추락사했으며 119대원이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하고 말았다.(본문 169쪽)
그곳에서 정병석 씨가 부모님이 죽었던 그 장소에서, 일 년 후 똑같이 음주운전 후 추락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설마 했던 경민의 실어증이 부모님의 사고, 즉 정병석 씨와 관련이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그리고 동남순댓국집 아줌마가 다름 아닌 명우 엄마라는 것이 밝혀진다. 아줌마는 명우와 헤어지기를 강요한다. 임신을 했지만 아줌마에 의해 강제로 임신 중절수술을 당하고 결국 명우와 헤어진다. 작별 인사를 하러 온 명우를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다 경민이 말을 되찾게 된다.
경민이 다시 명우에게 손짓을 반복했다. 호흡이 빨라졌고 울음소리도 점점 커졌다. 싫어! 안 돼! 명우의 팔을 붙잡고 흔들었다. 명우가 일어났다. 경민이 명우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발을 구르며 울부짖었다. 명우가 경민을 떼어내고 현관을 빠져나갔다. 경민이 뛰어나가려고 했다. 내가 경민을 꽉 붙들었다. 셔츠 단추가 후드득 떨어져 바닥으로 굴렀고 앙상한 어깨가 드러났다.
“혀어엉, 가아지이마아!”
경민의 목소리였다. 명우가 멈칫 서서 돌아봤다. 하지만 그대로 달려갔다.(본문 186쪽)
대학을 졸업하고 경은은 청운재단 소속의 청운여고 교사가 된다. 교사가 된 이후의 생활은 대체로 편안하다. 경민은 책을 보고 노트에 뭔가를 끼적이며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고 살아간다. 대학에 가고 싶다는 경민이 검정고시를 패스한 후 동남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한다. 경민은 꼭 쓰고 싶은 소설이 있다고 했다. 경은은 경민이 여전히 칼만 보면 몸이 굳어지고 대인기피증을 보이지만 오랜 시간 소설 습작을 하면서 어느 정도 치유되었다고 믿는다. 경민은 무사히 일학년을 마치고 이학년이 되면서 ‘미나’라는 여자 친구를 사귄다. 경민이 정상궤도에 들어갔다고 안심하고 경은은 재단에서 기획한 10박 11일의 바이칼 여행에 참여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경은은 경민의 주검과 마주한다.
[동남대학교 커플 살인 사건]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오른다. 살해 동기가 사랑했기 때문에 남자를 죽였다는 여자의 진술 때문에 이슈가 된다. 여자는 이십 년 실형을 선고 받는다.
경은은 경민의 죽음으로 인해 삶의 의욕을 잃고 청운사로 도피한다. 도피한 경은을 찾아와 경민의 죽음을 추적하라고 부추기는 사람이 있다. 명우다. 명우는 미나가 복역 중인 동남교도소 교도관이 되어 있었다.
“경민이가 건장한 체격은 아니지만…… 이 가냘픈 팔로 단 한 번에 남자의 심장을 정확히 찌를 수 있을까? 심장은 갈비뼈로 보호되어 있잖아. 그냥 찌르면 갈비뼈에 칼날이 걸리게 되어 있어.”
명우는 종이를 돌돌 말아 내 손에 종이칼을 쥐여 주고 손을 감쌌다. 그러고는 제 가슴에 칼을 찌르듯 확 갖다 댔다. 얼결에 나는 중심을 잃고 명우에게 안겼다. 명우가 내 어깨를 살짝 밀며 말했다.
“두 번째는 경민이 눈을 찌른 것인데…….”
이번에는 명우가 내 왼손을 잡고 자신의 오른쪽 눈에 갖다 댔다.
“어때? 너 같으면 내 왼쪽 눈을 찌르는 게 더 편하지 않아?”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 종이칼을 확 집어 던졌다. 무서웠다.
“모르겠어!”
“미나는 왼손잡이야.”
“뭐? 그래서?”
“물론 왼손잡이라고 상대의 왼쪽 눈을 찔러야 된다는 말은 아니야.”
나는 발딱 일어났다.
“야,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어?”
명우도 자리에서 일어났다.(본문 115∼116쪽)
경은은 동생의 죽음을 추적하면서 미나가 동생을 죽인 게 아니라, 자살한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렇다면 동생은 왜, 그렇게 끔찍하게 자살을 했고, 미나는 왜 동생을 죽이지도 않았으면서 죽였다고 했으며, 이십여 년의 징역을 살겠다고 했는지 의심을 품게 된다. 경민을 가르쳤던 소설 창작 지도교수를 찾아간 경은은 진실에 한 발 다가선다.
미나의 작품은 다섯 살 여자아이가 주인공이었다.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의 눈을 가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의 눈을 가린 것은 그 무엇을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여자아이는 눈으로는 그것을 보지 못하지만 남자아이의 떨리는 손의 감각과 숨소리와 흐느낌으로 끔찍한 일이라는 걸 느낀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그 일을 겪은 후 환각 증세를 겪는다. 환각 증세는 무당집으로 묘사되고 무녀의 딸로 다시 태어난다. 경민과 미나, 무엇인가를 본다는 것, 목격한다는 것이 주제였다.(본문 196쪽)
경은은 경민의 흔적을 추적하면서 경민의 내면에 대해서는 정작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진실을 본다는 것이, 그것과 부딪쳐야 한다는 것이 무서워 경은은 블라인드를 쳤던 것이다. 경민은 미나가 자신의 부모를 살해한 정병석 씨의 딸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언제…… 어떻게…… 알았어?”
“네 습작품을 본 후에…….”
“그럼…… 내 눈을 가려준 게…… 오빠가 맞구나?”(본문 10쪽)
명우의 권유로 경은은 교도소의 문화예술강사가 되어 미나를 만난다. 경은은 블라인드 속에 감춰진 진실과 비로소 마주한다.
우리가 세상에 대해 얼마나 무지몽매했는지를, 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삶의 어지러운 조건들이 얼마나 심히 현재진행형으로 들끓고 있는지를 비극적인 어느 한 가족사를 통해 일깨워주는 소설이다.
- (이병천, 소설가)
어떤 자리에서 지인이 내게 물었다. 가훈이 뭐냐고. 가훈? 아직도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어?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지인은 ‘가족’이나 ‘자식’이라는 단어를 최고로 두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래서 대답했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요. 가훈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지인은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책상 위에 이 단어가 붙어 있다. 하지만 매번 소설에 미쳐 살 수는 없었다. 어딘가에서 해찰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한번 미쳐보라고 기회를 주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사업에 선정되어『블라인드』를 출판하게 됐으니.
-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 소개
저 : 장마리
전북 부안 출생으로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9년 [문학사상]에 단편소설 「불어라 봄바람」으로 등단했으며, 2011년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셋 블루스」가 선정되었다. 2013년 문예진흥기금을 수혜했다. 창작집으로 『선셋 블루스』와 『두 번 결혼할 법』(공저), 『마지막 식사』(공저)가 있다. 제7회 [불꽃문학상]을 수상했다.
목 차
프롤로그 ○ 009
다시 그 자리 ○ 011
대학생 커플 살인 ○ 016
#-1 ○ 027
다시 청운사 ○ 038
#-2 ○ 051
다시 만나다 ○ 064
#-3 ○ 073
다시 동남시로 ○ 087
#-4 ○ 102
블라인드 ○ 106
#-5 ○ 118
문화예술교육 ○ 125
#-6 ○ 136
치유적 글쓰기 ○ 147
#-7 ○ 156
흔적 찾기 1 ○ 170
#-8 ○ 174
흔적 찾기 2 ○ 187
동남교도소 ○ 201
수의囚衣 ○ 212
흔적 찾기 3 ○ 225
에필로그 ○ 240
작가의 말 ○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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