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만년≫이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왔다.”
도서출판 b에서 완간되어 큰 사랑을 받은 <다자이 오사무 전집>(전 10권) 중 한 권인 ≪만년≫이 ≪사양≫에 이어 양장본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번 판본은 기존의 오류를 모두 바로잡고 본문편집을 바꾸는 등 전체적인 변화를 주었다. 보다 완벽한 전집을 위한 이런 개정작업은 순차적으로 전권에 똑같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20세기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특히 ≪만년≫, ≪사양≫, ≪인간 실격≫ 등으로 대표되는 그의 말년의 작품들은 패전 후 실의와 허무에 빠진 젊은이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선풍적 인기를 누렸는데, 사후 6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다. 일본 문학계에서는 이런 인기를 사상적 혼돈에 빠졌던 다자이 오사무라는 아이콘이 경제 불황과 높은 실업률,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로 방황하는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다자이 오사무 전집>은 일본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보는 창이 되는 한편, 인생의 터널에 갇힌 사람들에게는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며 어깨를 다독이는 위로의 책이 되어줄 것이다.
***
전집 제1권은 첫 소설집인 ≪만년≫(1936)과 그 다음 해에 출간된 ≪허구의 방황≫(1937)을 모두 수록하고 있다. 첫 소설집 ≪만년≫은 딱 한번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데, 아쉽게도 절반 정도의 작품이 생략된 채로였다. 그런데 저자가 보인 ≪만년≫에 대한 사랑을 다음과 같이 고백할 정도로 각별했다.
“나는 이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세상에 태어났다.”
이런 언급에 과장이 없다고 말할 수 없지만, 매우 정확한 표현이기도 한데, 왜냐하면 이후에 전개될 그의 문학적 전개가 바로 작품집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집 제1권 ≪만년≫에는 1933년(25세)부터 1936년 사이에 발표된 작품 19편(≪만년≫ 15편, ≪허구의 방황≫ 4편)을 실었다. 이 작품들은 ‘대지주의 아들’이라는 태생적 부끄러움을 안고 좌익운동을 하면서 가족도 배신하고 정의를 꿈꾸지만 어느 쪽에도 완전히 동화될 수 없는 고립감에 괴로워하는 한 젊은 작가의 편린이 담겨있는 작품집이다. 권력과 자본에 굴복하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휩싸이지만, 결국 창작을 통해 스스로 타락해가는 길을 선택한 다자이 오사무의 모습이 생생히 담겨있다. 그런 이유로 ≪만년≫에는 수치심, 고독, 좌절감으로 단단히 응어리진 언어들이 빼곡하다. 홀로 좌익단체에서 도망쳐 나왔다는 ‘수치심’과 출신성분에서 비롯된 ‘원죄’ 의식은 작중 인물들이 끊임없이 죽음(자살)충동에 시달리게 되는 배경이 되고 있다.
하지만 ≪만년≫에서 발견되는 ‘죽음’에는 어둡고 파괴적인 이미지보다는 오히려 통쾌한 해방감과 위트,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자살로 점철된 인생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어금니 꽉 깨물고 덤벼든 자의 삶에 대한 고민들이 진솔하게 담겨있기에 독자들은 ‘밝은 죽음’, 바꿔 말하면 ‘억척같은 삶’을 맛보게 된다. 이러한 ‘역설’의 미학이 다자이 특유의 독특하고 감각적인 문체와 어우러져 ≪만년≫에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만년≫은 20세기 이후 방황하는 모든 젊은 영혼들의 곁에 머물며 큰 사랑을 받아온 세기의 소설집이라고 할 수 있다.
≪만년≫의 독자들에게
“≪만년≫은 제 첫 번째 소설집입니다. 아마도 이것이 저의 유일한 유서가 될 거라고 생각해서, 제목도 ≪만년≫이라고 해 두었습니다. 읽어보면 재밌는 소설도 두어 개 있으니, 시간 나실 때 읽어주세요. 제 소설을 읽는다고 해서 당신의 생활이 술술 잘 풀리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조금도 훌륭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니, 그다지 추천하지는 못 하겠습니다. 다음번에는 배꼽을 잡고 웃을 만한 재밌는 장편소설을 하나 써 드리지요.
지금 여기 있는 소설들은, 다 재미없지요? 따뜻하게 하고, 슬프게 하고, 재미있게 하고, 품위 있게 하는 것, 달리 무엇이 필요할까요. 있잖아요, 읽어서 재미없는 소설은 말이에요, 그건 전부 다 형편없는 것입니다. 하나도 무서울 것 없어요. 재미없는 소설은 딱 잘라 치워버리는 게 낫답니다.
≪만년≫을 읽으셨어요? 아름다움은,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데서 느껴지는 것이 아닙니다. 혼자서, 오직 자기 혼자서 문득 발견하는 것입니다. ≪만년≫에서 당신이 아름다움을 발견할지 어떨지, 그것은 당신의 자유입니다.”
- 다자이 오사무
작가 소개
지은이 : 다자이 오사무
본명은 츠시마 슈지(津島修治)로 1909년 6월 19일 아오모리현에서 태어났다. 중의원 의원으로 바빴던 아버지와 병약한 어머니 대신 이모와 유모의 손에 길러졌다. 도쿄제국대학교 불문과에 입학, 공산당의 활동에 참가한다. 졸업 때까지 매달 생활비를 약속받았지만, 기생과의 결혼을 반대한 집안에서 지원을 중단한다. 카페 여급이었던 연인 시메코와 동반 자살을 시도했으나 시메코만 사망한다. 1933년 처음으로 다자이 오사무라는 필명으로 「열차」를 발표하고 이듬해 동인지도 창간하는 등 작품 활동에 힘쓴다. 1936년 제1회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른 「역행」 등이 수록된 첫 작품집 『만년』을 출간한다. 1947년 발표한 몰락 귀족 가족의 생활상을 담은 『사양』은 ‘사양족’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는다. 그는 기성 문학 전반에 비판적이었던 ‘무뢰파’의 선두주자로 활동하였다. 네 번의 자살 미수,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자살 시도의 성공으로 1948년 마흔 번째 생일을 며칠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 이후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완성작 『인간실격』은 패전 후 허무에 휩싸였던 일본 젊은이들을 매료시키며, 거센 ‘다자이’ 열풍을 일으켰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 『여학생』, 『달려라 메로스』, 『츠가루』 등이 있다.
옮긴이 : 정수윤
경희대를 졸업하고 와세다대 문학연구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모기 소녀, 옮긴 책으로 다자이 오사무 전집 1권 ≪만년≫, 4권 ≪신햄릿≫, 7권 ≪판도라의 상자≫, 9권 ≪인간 실격≫,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 미야자와 겐지 ≪봄과 아수라≫, 나가이 가후 ≪게다를 신고 어슬렁어슬렁≫, 오에 겐자부로 ≪읽는 인간≫, 이노우에 히사시 ≪아버지와 살면≫, 다케히사 유메지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미즈노 루리코 ≪헨젤과 그레텔의 섬≫, 일본산문선 ≪슬픈 인간≫ 등이 있다.
목 차
추억 27
어복기 73
열차 85
지구도 93
원숭이 섬 107
참새새끼 119
어릿광대의 꽃 127
원숭이를 닮은 젊은이 183
역행 207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227
로마네스크 271
완구 301
도깨비불 311
장님 이야기 335
다스 게마이네 349
암컷에 대하여 385
허구의 봄 397
교겐의 신 485
작품해설 | 슬픈 어릿광대의 초연 《만년》과 초기 작품세계 509
옮긴이 후기 525
다자이 오사무 연표 529
《다자이 오사무 전집》 한국어판 목록 533
《다자이 오사무 전집》을 펴내며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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